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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강정이 웃었다! “함께 술잔 기울일 날 올테주”

강정이 웃었다! “함께 술잔 기울일 날 올테주”

한가위 강정마을 큰잔치…법륜 “누가 이기고 지는 방식 안돼” 제3의 길 모색

 

 
▲ (재)평화재단이 주최한 ‘한가위 강정마을 큰잔치’가 1일 강정마을 축구경기장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강정 하늘에 오색 ‘만국기’가 펄럭거렸다. 막걸리 잔을 든 촌로들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400년이 넘는 설촌 역사를 간직한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1일 반가운 손님들로 넘쳐났다.

전 국민 치유 전도사인 ‘즉문즉설’의 법륜 스님과 소셜테이너 김제동씨가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해 한판 잔치를 벌였다.

오전 11시30분부터 강정천을 낀 축구경기장에서는 희망의 한마당 ‘한가위 강정마을 큰잔치’가 펼쳐졌다. 패랭이를 쓴 게 누군가 했더니 정동영, 이강래 전 국회의원이다.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 베스트셀러 ‘인간시장’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홍신씨(전 국회의원)의 얼굴도 보였다.

정동영 전 의원은 “강정의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은 정말 비극적인 일이다. (해군기지) 찬성 측 주민들도 다 함께 모여, 강정의 미래를 논하면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조만간 오지 않겠느냐”는 말로 강정의 화합을 강조했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곳마다 잔치국수며, 괴기반(삶은 돼지고기)이 돌았다. 막걸리가 빠질 리 없었다. 장삼을 걸친 스님들도, 목사님들도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곡차’ 잔을 기울였다.

   
▲ (재)평화재단이 주최한 ‘한가위 강정마을 큰잔치’가 1일 강정마을 축구경기장에서 열렸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법률 스님.ⓒ제주의소리
   
▲ (재)평화재단이 주최한 ‘한가위 강정마을 큰잔치’가 1일 강정마을 축구경기장에서 열렸다. 법륜스님과 정동영 전 국회의원.ⓒ제주의소리
   
▲ (재)평화재단이 주최한 ‘한가위 강정마을 큰잔치’가 1일 강정마을 축구경기장에서 열렸다. 현장을 찾은 제3기 제주도 사회협약위원회 김승석 위원장과 위원들.ⓒ제주의소리
제3기 제주도 사회협약위원회 김승석 위원장과 의원들도 민족 최대의 명절을 맞은 강정마을의 분위기를 살피러 찾았다. 내친 김에 막걸리 잔도 기울였다.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고생이 많다. 무엇으로 다 위로를 할까”라는 말이 이심전심 흘렀다.

오후 1시쯤 사회자가 ‘한가위 강정마을 큰잔치’ 무대가 마련된 곳으로 모두들 불렀다. 약간은 따가운 가을햇살에도 너나할 것 없이 속속 몰려들었다.

그렇게 마을잔치는 흥을 내기 시작했다.

먼저 연단에 오른 강동균 마을회장은 “우리는 지난 5년6개월 동안 생계마저 뒷전으로 미룬 채 거대한 정부와 도정, 그리고 해군의 부당함에 맞서왔다”면서 “고향을 지키려는 우리들의 울부짖음을 여기에서 멈출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강정’으로 불리며 아름답고 소박한 강정마을은 정부의 해군기지 건설이 시작되면서 형제보다 더 가까웠던 이웃사촌이, 아버지처럼 따르고 자식처럼 사랑했던 삼촌과 조카가 찬반으로 나뉘어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면서 마음의 상처가 깊어가고 평화로웠던 농어촌 마을 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다.

법률 스님은 이런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어느 날 일어난 사건 때문에 우리 마을을 이렇게 찢어 놨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러나 인간세상이란 게 여기치못한 일도 일어 난다”고 먼저 위로의 말을 건넸다.그는 “아무리 기가 막히고, 분통 터진다 해도 4.3사건, 한국전쟁, 일제침략에 비한다면 작은 일일 수 있다”며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상상하지 못할 일들도 극복하면서 오늘에 왔다. 여러분들도 오늘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을 불어넣었다.

   
▲ (재)평화재단이 주최한 ‘한가위 강정마을 큰잔치’가 1일 강정마을 축구경기장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 (재)평화재단이 주최한 ‘한가위 강정마을 큰잔치’가 1일 강정마을 축구경기장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 (재)평화재단이 주최한 ‘한가위 강정마을 큰잔치’가 1일 강정마을 축구경기장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법률 스님은 “오늘 이 자리는 (해군기지에)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조상 대대로 이 마을에 뼈를 묻고 살아온 강정마을 사람들이 그동안 지쳤던 마음, 분노했던 마음, 미워하고 원망했던 마음들을 다 내려놓고,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고 막걸리잔 기울이며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을 갖고자 마련했다”며 “하지만 솔직히 이 자리에 찬성하는 분들이 많이 참석하지 못했다”면서 마을공동체의 문제를 끄집어냈다.

그는 “인간은 자신들의 욕망과 무지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고, 이는 또 인간 삶의 토대까지 무너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서 “강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서 자연파괴는 물론 이를 둘러싼 ‘마을 공동체’의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생각과 믿음을 달리 할 수 있다. 해군기지 정책을 놓고도 주민들 사이에 견해가 갈릴 수 있다”고 전제한 뒤 “문제는 이 때문에 4백년 이상 지속된 강정마을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이다. 비록 다수의 주민들이 마을 지키기 위해 (해군기지를) 반대하고 있지만 소수를 껴안고, 그들의 견해까지 인정하고 함께 마을을 지켜나가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반대 주민들에게 마음을 열 것을 당부했다.

법륜 스님은 “찬성 측 주민들은 자신들까지 끌여들여 반대 진영에 세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다”면서 “종교가 다르더라도 함께 사는 것처럼, 다른 견해를 가지고도 함께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와 현재가 아닌 미래를 함께 내다보라는 ‘충고’도 했다.

법륜 스님은 “현실은 함께 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함께 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게 해군기지 문제가 아니냐”면서 “남과 북은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철천지원수가 됐지만 협력하지 않으면 한반도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지나 과거를 돌아보면 힘들겠지만 미래를 보면 함께 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화합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누가 이기고 지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면서 “과연 강정해군기지가 제주도의 미래이익에 부합하느냐, 동북아평화에 도움이 되느냐, 세계 평화의 섬 구현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관점에서 더 검토가 돼야 한다”며 정부의 전향적 재검토를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정부 정책 사이에 누군가는 조율하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게 바로 정치지만 지금은 정치가 실종됐다”고 한탄했다. 그는 또 종교 지도자들에게도 “소극적 자세에서 주민갈등, 국가권력이 국민의사에 반해 행해지고 있는 것들을 대신 짊어지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더 낮은 곳, 고통 받는 곳을 찾아 나설 것을 당부했다.

법률 스님은 “오늘 하늘만이라도 노래하고, 춤추며 놀아보자. 이게 문제해결의 첫걸음”이라며 “오늘 우리가 여기에서 해결책을 찾으면 국민통합, 통일의 문제도 풀릴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명박 대통령, 정부 관계자, 해군 관계자들은 재고를 해서 국민들 마음 속 분함, 억울함, 아픔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떤 방식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며 거듭 정부의 전향적 재검토를 촉구했다.

법륜 스님의 강정 주민들을 위한 ‘위로와 화합의 말씀’이 끝난 뒤에는 강정의 농사꾼으로, 파괴되고 있는 구럼비를 보면 속풀이, 화풀이로 시를 써 시집까지 낸 김성규씨가 ‘바닷가 작은 웅덩이 그곳에서 - 평화는 이미 그들에게 있었다’를 낭송해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기도 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방송인 김제동씨는 강정주민들이 배꼽을 잡고 웃음보를 터뜨리는 입담을 과시하며 최고의 인기(?)를 구하기기도 했다.

한편 법륜 스님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제주시 연동 웰컴센터에서 열리는 제주희망콘서트에 참석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새로운 100년 즉문즉설’을 진행한다.<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