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털어주는 남자’ 김종배입니다. 283회-‘박근혜의 두 가지 길’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다음날인 어제, 박근혜 당선자가 외교 안보라인을 중심으로 한 일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습니다. 외교장관에는 윤병세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을, 국방 장관에는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명 했는데요. 여기에 이미 지명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까지 추가하면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얼추 진용을 갖춘 셈입니다.
이런 진영이 당장 불거진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나아가서 대북 관계를 어떻게 전개해 나갈까요. 오늘은 이 문제를 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내신 정동영 전 의원을 전화로 연결합니다.
김종배 : 안녕하세요?
정동영 : 네, 안녕하세요. 김종배 선생님.
김종배 : 공교롭게도 김장수 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지명자, 그 다음에 김병관 국방부 장관 지명자 모두 참여정부 말기에 외교안보라인 수뇌부를 구성했던 사람들 아닙니까?
정동영 : 그러네요. 수뇌부라기보다는 차관급 실무책임자 분들이었는데요.
김종배 :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정동영 : 역시 공통점이 관료 출신들을 중용한건데요. 그러다보니까 이렇게도 말 할수 있겠네요. 참여정부 때 능력있는 사람을 잘 발탁해서 차관까지 썼다...
김종배 : 아, 참여정부 때...
정동영 : 이렇게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종배 : 그런데 물론 참여정부 때 중요한 직책을 수행 했다고 해서 그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부 다 참여정부의 국정 방향, 기조에 전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수는 없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결국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성향, 인식이 중요할 거 같은데, 지금 거명되었던 세 사람의 성향, 어떻게 평가를 하십니까, 의원님께서는.
정동영 : 관료라는 것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그 정부에 충성하는 거지요. 특히 대통령의 국방장관 같은 경우는 일단 문민통수권자로서의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를 뒷받침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성향과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겠지요.
김종배 : 결국 중요한 문제는 박근혜 당선자의 마인드다, 이렇게 보시는 겁니까?
정동영 : 그렇지요. 대통령의 개념과 철학, 특히 아직 취임은 안 했습니다만 취임 직전에 ‘북한 핵문제’라는 한반도의 큰 이슈가 앞에 닥쳤단 말이지요. 이 부분에 대한 개념정리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가 제일 중요한 문제 같아요.
김종배 : 그러면 어제 박근혜 당선자 같은 경우에는 북한 핵실험 이후에 핵실험 자체가 협상력을 높이지는 못할 것이다고 단정적으로 언급을 했거든요. 이 점은 어떻게 평가 하십니까?
정동영 : 북핵 불용이라는 것은 과거 정부부터 일관된 원칙이지요. 핵실험을 북한이 했을지라도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과 목표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고, 북핵 불용은 확고한 원칙인데, 1번 원칙만 나왔지 2번, 3번 북핵 불용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없는 거예요. 예컨대 북핵 불용, 평화적 해결, 한국 정부의 주도적 역할 같은 참여 정부의 3원칙은 현재로서도 유효하거든요. 특별히 세번 째, 한국정부의 주도적 역할과 관련해서 박근혜 당선자의 철학과 대북관, 이런 것이 중요할텐데요. 오늘 아침 신문에 보니까 소련이 핵이 없어서 망했냐, 일견 일리가 있는 얘기입니다만, 박근혜 당선자에겐 앞에 두 가지 길이 있는 거 같아요. 하나는 소련이 핵이 없어 망한 건 아닌데 소련을 망하게 한 게 레이건의 군비경쟁노선이였단 말이죠.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중국이 변하게 한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키신저를 앞세운 공화당 대통령 닉슨 정부였는데, 박 당선인이 레이건의 길을 갈 것이냐, 닉슨의 길을 갈 것이냐, 아무래도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또 핵문제의 복합다단한 속성으로 봐서 이 것을 제재, 압박-레이건 방식이지요, 이런 식으로 가는 것이 별무소용이다는 것이 지난 5년 동안 증명된 거거든요. 부시 정부 8년 기간 내내 압박한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증명이 되었기 때문에 조금 우려되는 점이 있어요. 관료출신들을 외교안보라인에 포석을 하고 본인은 억지력을 강조하고 강한 안보를 앞세우면 일단 임기 초에 유연하게 풀어갈 수 있는 폭을 스스로 제한한 꼴이 되기 때문에 사실은 임기 초가 5년 중에 제일 중요하거든요. 포석이기 때문에, 바둑으로 봤을 때 처음에 포석을 어떻게 하느냐가 판이 달라지잖아요. 포석의 여유가 없어지니까 그렇게 되면 자칫 mb 정부의 닮은 꼴이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는 거지요.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종배 :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로는 ‘레이건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평가이시네요.
정동영 : 아직은 속단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mb 정부는 펼쳐 보인 게 없잖아요, 대북 체제와 압박, 결과적으로는 대결정책으로 일관한 셈이고, 5년 전 취임 초에 북이 갖고 있던 핵능력에 비해서 그 사이에 이번 3차도 임기 중에 한 거니까, 핵 실험 2번, 미사일 발사 3번, 플루토늄 물질 4~50kg, 우라늄까지 핵능력을 몇 백 키로 뿌렸단 말이지요. 그런데 5년 전에 출발할 때는 호기롭게 비핵개방 3000, 선비핵화, 그러니까 북한 핵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하고 남북관계를 모두 거기에 종속시켰거든요. 결과적으로는 남북 관계만 희생시켰을 뿐이지 비핵화 부분은 오히려 악화된 거니까 철저하게 실패한 거지요. 그래서 박근혜 정부, 새 정부가 이명박 정부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지요.
김종배 : 관련해서 이 질문 드려보겠습니다. 어제 이털남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인터뷰를 했을 때도 여쭤 봤던 내용인데요, 최대석 인수위원이 돌연 사퇴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 이후에 언론 보도를 보면 최대석 인수위원의 주도하에 박근혜 당선자 측이 북한과 비밀 접촉을 시도를 했고, 이것을 국정원 쪽이 포착을 해서 제동을 걸었고, 그 것이 사퇴 배경이 되었다, 이런 보도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정동영 : 그런 얘기 듣긴 했습니다.
김종배 : 만약에 이게 공식 확인은 안 된 거니까 사실 여부는 단정할 수가 없지만, 사실이라고 전제한다면, 박근혜 당선자 같은 경우도 대북 봉쇄 전략보다는 조금 더 유연하고 북한을 끌어 낼 수 있는데 방점을 두고 있었다라고 평가할 여지도 있는 것 아닐까요?
정동영 : 대개 북경에서 그런 접촉 시도라든지 제의 같은 게 이루어 지는데요, 특히 대선 복판에서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지요.
김종배 : 그렇습니까?
정동영 : 예. 저희 진용 쪽도 그런 얘기들이 좀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불필요한 파장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일단 대선과정에서의 일체 비공식적인 접촉은 불허한다는 내부 방침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것이 문제가 됐던 것 아닌가 싶은데요. 사실은 남북관계에서 기본적인 것은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라인과 입장이 주가 되어야 되는 거죠.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어떻게 갈 것이다 하는 뼈대 원칙을 밝히고 거기에 따라서 사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면,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다면 이미 선거과정에서도 얘기했지만 취임식에 북한 사절을 초청하겠다고 선거 때도 밝힌 바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지난 5년 동안의 대북 이명박 정부의 압박정책을 폐기하겠다고 하는 정책 노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뼈대 원칙 하에서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접촉, 특사 파견이라든지 이런 방식으로 전개가 됐을 것입니다. 그것이 교과서적이고 정석이죠.
김종배 : 아 그렇습니까. 앞서서 의원님께서는 참여정부 때의 대북정책 3원칙을 언급을 하면서 우리정부의 주도적 역할, 이걸 강조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북한 전문가들은 어떤 진단을 하냐면 ‘이번에 북한 핵문제로만 한정해서 이야기를 할 경우에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결국은 키는 미국이 쥐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 내지 우리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상당히 크다고 보시는 것입니까?
정동영 : 그렇죠. 북핵문제는 북한문제에 비하면 부분입니다. 북한문제와 북핵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답은 나와 있는 거예요. 북한 문제는 우리의 희망사항이기도 하고 또 북한 입장으로 봐서도 유일한 선택지가 베트남처럼 가는 겁니다, 베트남 모델. 북핵문제는 해법이 한반도 냉전 청산이거든요. 다른 말로 하면은 평화체제로 가는 것인데요. 답은 나와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건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실 미국사람들이 북한을 잘 모릅니다. 또 북한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미국을 잘 모르거든요. 남북한을 비교해서 미국을 누가 더 잘 알겠습니까? 우리가 미국을 더 잘 알죠. 마찬가지로 미국과 남한 둘을 놓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 북한을 누가 더 잘 알겠습니까? 우리가 더 잘 알잖아요. 그러면 잘 아는 사람이 역할을 하는 것이 마땅하죠. 근데 기본적으로 핵문제의 속성은 북미관계, 북미 적대 관계산물이라는 본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미간 대화가 본질이긴 한데 어쨌든 미국을 북한보다 남한이 더 잘 알고 북한을 미국보다 더 많이 잘 아는 입장에서 핵문제에 관해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라는 것은 문제를 결정짓는 결정적 변수입니다. 1차 핵실험은 참여정부였고요, 참여정부가 역할을 했지요, 핵실험 후에. 2차 핵실험은 mb 이명박 정부였습니다. 역할이 없었죠. 3차 핵실험은 이제 박근혜 정부가 맡게 되는데 어쨌든 1차 핵실험 이후 4개월 뒤에 2007년 2·13합의로 귀결됩니다. 2·13합의라는 것은 현재도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합의 틀이 될 텐데요. 뭐냐면 9·19로 돌아가자는 거죠. 숫자가 많이 나와서 복잡합니다만 9·19는 2005년 9월 19일 베이징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 이렇게 선언한 9·19 합의인 것이고, 2·13이라는 것은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이후에 미국과 북한이 최초로 베를린에서 마주 앉습니다. 부시대통령은 8년 동안 대통령을 하는데요, 8년 중에 6년을 북을 악이라고 불렀습니다. 악의 축이잖아요. 제거대상이고 이른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 그리고 군사공격의 선택지가 아직 테이블 위에 있다, 이렇게 늘 위협적 언사를 6년 내내 썼거든요. 그 연장선에서 강대강으로 맞대응한 게 위협 미사일 발사, 핵실험이었어요. 그래서 결국 대통령 임기 8년 중에 6년을 북을 협상상대로 인정하지 않다가 결국 마지막에 2년 남겨 놓고 2007년 2월 13일 베를린에서 1:1로 최초로 마주 앉은 것입니다. 마주 앉으니까 합의가 나왔어요. 합의가 5가지인데 하나는 북한이 핵을 불능화하기 위한 그런 논의, 절차를 논의하는 테이블, 두 번째는 미국이 북한을 인정하고 수교하기 위한 그런 논의하는 테이블, 세 번째가 북일수교 테이블, 네 번째가 에너지, 경제지원을 북한한테 누가 얼마씩 할 것인가 이런 것을 논의하는 테이블, 다섯 번째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테이블,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서 한반도 평화체제 토론을 하기로 이런 합의를 했었죠. 그래서 부시 정부 2년 동안은 더디지만 갔어요. 영변에 있는 핵시설 중에 냉각탑 같은 것을 폭파했잖아요. 그래서 영변에 있는 원자로는 더 이상 못 돌아갑니다. 그리고 미국도 거기에 상응해서 북한을 테러리스트 지원 국가에서 빼주잖아요. 한발씩은 진전하죠. 그러면서 부시정부가 끝납니다. 부시정부 8년 중에 6년은 실패했고 2년은 그나마 어쨌든 협상을 시도해서 한걸음쯤은 움직였는데 정부가 끝났어요. 그리고 오바마 정부가 들어섰죠. 2008년에 있고 2009년 1월에 등장하는데 첫 북미간에 오바마가 취임하자마자 등장한게 북한의 2차 핵실험 그 직전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여기서 훗날 역사가 어떻게 기록할지 모르겠는데요, 2009년 4월 5일 식목일인 그날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으로 대통령이 돼서 해외 나들이를 유럽으로 갑니다. 체코에 프라하 광장에서 10만 군중이 모인 가운데 연설을 해요. 제목이 ‘핵 없는 세상’입니다. 핵무기 없는 세상. 오바마 대통령이 콜롬비아 대학 4학년 때 발표했던 논문 제목이 뉴욕타임즈에 실렸는데 그게 ‘핵 없는 세상’이라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22살짜리 청년 오바마가 가슴 속에 품었던 이상을,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이상을 26년 지난 뒤에 48살에 미국 대통령이 되어 첫 해외 순방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 연설을 한단 말이죠. 그런데 연설 몇 시간 전에 그날 새벽에 북한이 광명성 2호 로켓을 발사 합니다. 그래서 자고 있는데 깨웠다는 거 아니에요, 오바마 대통령이 호텔에서 자고 있는데 보고를 받은 거죠. 그래서 분노했죠. 그래서 연설문을 바꿉니다. 핵 없는 세상 연설문 중간에 북한을 맹비난하는 구절이 노스코리아가 세 번인가 네 번인가 들어가요. 그게 오바마 대통령의 머릿속에 깊숙이 박힙니다. 북한에 대한 선입견이죠. 북한은 대화하기 곤란한 상대다. UN이 저희가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 그래서 의장 성명으로 경고하고 이렇게 되니까 북한이 여기서 숙인 게 아니라 5월 25일이죠, 한 달 반 뒤에 2차 핵실험을 합니다. 그게 2009년 5월 25일 핵실험이거든요. 결과적으로 오바마 취임 초에 부딪힌 미사일 문제와 2차 핵실험으로 인해서 오바마 1기 4년 동안은 미국 입장에서는 ‘전략적 인내정책’이라고 부릅니다만 무시정책, 방치정책 이렇게 갔고 그 과정에서 오바마 정부가 이렇게 말하죠. ‘동맹국인 한국정부,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존중한다.’ 아시다시피 이명박 정부는 북에 대해서 적대적인 정책을 갖고 있었으니까 지난 4년 동안은 아무 결실이 없었던 거죠. 그리고 이제 3차 핵실험은 오바마 2기, 지난 1월에 재취임 했으니까요. 이걸 딱 겨냥한거란 말이죠. 지난 12월에 은하 3호 로켓발사, 이번에 로켓이 성공했죠. 위성상공, 우주 공간을 돌고 있는데 그리고 이제 2월 12일 엊그제 3차 핵실험 그러면 이제 자동적으로 UN제재, 지난번에 로켓발사 때 했던 제재 결의 2087호에 들어있는 방아쇠 조항이 있죠. 자동으로 제재 결의가 추가되는 거죠. 금융제재와 해상검색 같은 것이 강화되는 제재인데요. 북으로서는 정말 고통스런 부분이지만 고분고분할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말로라도 위협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거에요. 제가 쭉 배경설명을 드린 것은 바로 이런 상황 속에서 취임하게 되는 새 대통령, 박근혜 당선인이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고 이 문제를 어떻게 끌고 가려고 하는 인식을, 그런 개념을 머릿속에 그림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 저는 갖고 있기를 바랍니다.
김종배 : 그 얘기는 맨 나중에 제가 다시 여쭤보도록 하고 오바마의 북한 내지 북핵문제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호텔방에서 자고 있다가 깨워서 일어났더니 로켓을 발사 했다더라, 그래서 오바마는 분노를 했다, 오바마는 이미 20대에 핵 없는 세상을 꿈꿨고, 체코 프라하에서 연설을 했는데 북한이 재를 뿌렸다.’ 비판적으로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인데 대통령으로서 냉철하게 보는 것만 아니라 심정적으로도 불편하게 보고 있다 이렇게 해석을 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동영 : 그럴 가능성이 있죠. 당시에 처한 객관적 조건이 국내적으로는 월가의 붕괴. 금융위기, 경제위기 속에서 등장했기 때문에 국내 문제가 발등의 불이고 바깥으로는 아프간 전쟁이 있었죠. 북한 핵문제를 우선 순위를 높게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런 반면에 비교해 보면 오바마 2기는 어떤 부담이 있냐면 핵 없는 세계라는 오바마의 비전을 높이 평가한 노벨상위원회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2009년도 노벨 평화상을 수여합니다. 이것은 가불한 것이거든요. 핵 없는 세계를 구현하라는 것이죠. 당장 불거져 있는 것은 이란 핵문제와 북한 핵문제죠. 이란 핵문제가 훨씬 풀기 어렵죠. 북한 핵문제를 1기처럼 방치, 전략적 인내, 이런 식으로 놔두기엔 어려운 조건이고 또 하나 이번에 중요한 것은 외교안보에 양측 사령탑을 케리 장관, 외교위원장. 저번에 대통령 후보였죠. 그리고 국방장관에는 공화당쪽 상원의원 척 헤이글, 저도 한번 만나서 대화한 적 있습니다만, 공화당쪽 인사로는 드물게 대화를 강조하는 외교에 의한 문제해결방식을 선호하는 점에서 케리 국무장관과 헤이글 국방장관, 그 팀은 오바마 대통령 2기에 외교적 업적을 만들고자 하는 그런 초석이라고도 보여지고, 아마 케리 국무장관이 3월에 다음 달에 서울에 온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얘기가 될 것 같아요.
김종배 : 미국은 그렇게 짚고, 또 하나의 축 있으면 중국 아니겠습니까. 중국도 권력 교체기였고 지금 시진핑 체제가 등장을 했는데 시진핑 같은 경우는 어떤 관점에서 어떠한 차원에서 북한 내지 북한 핵문제를 바라보고 있다고 평가를 하십니까?
정동영 : 참고로 2차 핵실험 이후에 이 분이 3차 핵실험 직후에도 중국이 비판적인 성명을 내고 중국 내에 네티즌들 여론이라든지 이런게 굉장히 나쁘다고 보도가 됩니다. 2차 핵실험, 2009년 5월 25일 직후에 중국이 그동안 북한에 대한 유감표명에서 가장 강도 높은 극렬한 표현으로 북한의 핵실험을 맹비난 합니다.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있는 것 아니냐, 이런 관측도 있었는데요. 7월에 중국에서 영도 소조라고 하는 데요, 외교문제를 주석이 관장을 하죠. 외사 영도 소조에, 한반도 문제에 소조 후진따오 당시 주석이 조장을 맡고 핵심관계자들과 함께 심도 깊은 검토를 했어요. 그래서 거기서 나온 것이 이른 바 ‘북한의 안정이 중국에 이익에 긴요하다. 핵실험을 했다하더라도 북한체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된다’ 하는 거죠. 그런 기조에서 2009년 이후에 지난 4년 동안 북중관계 이뤄왔는데 이번에 시진핑 체제가 등장했으니까 북핵문제를 포함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외사 영도 소조 회의가 곧 있을 거다, 그런 기사가 보도가 있더군요. 검토는 되겠지만 큰 기조에서 변화는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김종배 : 그러면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안정이 가장 최우선이다라고 하는 기조를 계속 유지할 거고, 2기 오바마 정부 같은 경우는 이런 핵문제는 풀기가 어렵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부터 풀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정동영 : 그런 가능성이 있죠.
김종배 : 그 순간의 과정에 있어서의 치고 받고 하는 것은 있다 하더라도 반전이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예상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동영 : 그래서 한국 정부, 한국 대통령의 역할이 결정적인 거죠. 한국 정부가 처음 말씀처럼 우리가 더 잘 안단 말이죠, 북한을. 그리고 그 중간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내고 또 설득도 하고, 우리의 목표는 어쨌든 전쟁은 안 된다 것 아닙니까? 평화적인 수단으로 비핵화를 달성하자는 거죠. 두 가지를 병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선경후정 - 인도적인 문제, 경제적인 문제를 앞세우고 그 다음에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정상화를 두 바퀴를 굴려가는 거죠. 이명박 정부 5년은 한 바퀴로만 갔거든요. 핵문제 한 바퀴로 왔는데 아무 것도 이뤄진 것이 없죠. 다시 돌아가서 레이건 노선을 갈거냐 닉슨 노선을 갈거냐 하는 것인데, 북한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핵문제에 대해서 뭔가 의미 있는 한국정부의 역할을 가지고 가려면 역시 두 바퀴 평행론으로 갈 수 없다고 봅니다.
김종배 : 지금까지 나온 것을 보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박근혜 당선자 측의. 이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동영 : 하나는 과거와 이명박 정부와 달리 새롭게 해 보겠다, 이런 거죠. 두 번째는 쌍방이 남북이 신뢰가 무너져 있으니까 하나씩 주고 받으면서 신뢰를 쌓아가자 하는 그런 걸로 이해를 합니다. 각론은 아직 못봤어요.
김종배 : 근데 이명박 정부 때의 비핵·개방 3000하고 박근혜 당선자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서 뚜렷하게 포착되는 차이점이 있습니까?
정동영 : 남북대화를 하겠다고 했죠.
김종배 : 그 점이 다른 겁니까?
정동영 : 예, 이명박 정부는 핵문제 진전이 없으면 남북 대화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런 차이죠.
김종배 : 그 정도의 차이다.. 그러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든 내지 상황이 악화될수록 대화가 더 긴요한 건데, 그러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에 이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워라도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가 없는 거네요?
정동영 : 대화는 새 정부니까 대화는 하겠죠. 그런데 환경이 북이 좀 기다려줬으면, 저는 북으로서도 시행착오라고 생각을 합니다. 본인들은 시간을 당기겠다, 이런 계산이 있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오바마 2기가 출범했고 나름대로 꿰뚫어 보는거죠. 오바마 정부가 이제는 대화로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걸 겨냥했다고는 봅니다만 미국은 사실은 여론이 움직이는 나라거든요 미사일 쏘고 핵실험하면 여론이 나빠집니다. 그러기 때문에 여론이 나빠지면 의회가 우선 북에 대한 시각 같은 게 나빠지고 여론이 나빠지고, 그렇게 되면 행정부 국무부든 백악관이든 행동이 제한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사실은 진득이 좀 기다려서 여기 박근혜 정부가 새로 등장하고 오바마 2기 외교안보 라인업이 의회 청문회를 거쳐서 1기에 대한 정책 재검토 마치고 이런 시점을 기다렸어야 한다, 이렇게 봅니다만 그래서 상황을 북한 스스로 입지를 좁혔다고 봐요. 당장 제재하면 고통스럽잖아요. 그래서 사실은 북이 얻는 것은 고립과 궁핍과 소외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얻는 게 없어요. 물론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체제를 공고화하는 국내정치적 목적은 달성할지 모르지만 밖의 환경은 악화되는 거죠. 그러나 환경이 악화됐다 하더라도 결국 여기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인데요, 이것이 누구의 문제냐 하는 것입니다. 과연 이것이 미국의 문제냐, 중국의 문제냐, 아무리 부인해도 이것은 남과 북의 문제입니다. 우리의 문제에요. 그렇다면 누가 풀어야 하느냐, 해결해야 하느냐, 그것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노력을 해야하는 거죠. 당위입니다만.
김종배 : 근데 이점은 어떻게 보십니까? mb정부에서 비핵·개방 3000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한때 잠깐 대북정책에서 변경을 가하려고 했던 시도가 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박왕자씨 피격사건이 있기 직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연설을 하면서 조금은 유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이때 박왕자씨 피격사건이 나면서 보수세력 여론이 극히 안 좋아졌고 그래서 오히려 대북강경책을 더 강화시켰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여기에 기초해서 본다면 박근혜 당선자의 마인드도 중요하지만 박근혜 당선자를 둘러싸고 있는 보수세력의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느냐 박근혜 당선자가 돌파할 수 있느냐 이것도 문제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동영 : 예, 말씀 일리가 있고요. 반대로 훨씬 박근혜 대통령은 입장이 편하죠. 왜냐면 닉슨이 과감한 미중수교에 나섰을 때 보수세력들이 닉슨을 의심하지 않았거든요.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가 과감한 대북정책을 편다고 해서 보수세력이 박근혜 정부를 의심하지는 않거든요.
김종배 : 종북이라는 말은 못하겠죠.
정동영 : 그런 점에서 오히려 강점이 있는 거죠. 아까 박왕자씨 사건 말씀하셨는데 2008년 7월인가. 불운했어요. 보니까 이명박 정부가 운이 없었던 것이기도 해요. 그 시점에서 사건이 발생해서. 또 한편으로는 의도가 좋지는 않았어요. 예를 들면 그 뒤에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걸려있을 때 이명박 정부 내에 강경파들이 상황을 의도적으로 나쁘게 끌고 갔어요. 예컨대 남북 간에 금강산에서 실무접촉 회의가 있었어요. 북이 그러면 우리가 서면으로 남쪽의 요구를 금강산 관광 재개에 필요한 신원, 신변 안전 관광객들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제안을 제시했거든요. 이런 것을 가령 은폐하고 말하자면 남쪽에서 북이 서면으로 보장해야한다 하는 주장을 계속 했는데, 사실은 북은 금강산 재개에 적극적이었던 반면에 남쪽은 어떻게든 이걸 피하려고 하는 그런 소극적 자세 같은 것, 또 국민을 기만한 거 같은 것 이런 것들은 의도가 나빴다고 볼 수 있죠.
김종배 : 강경파 말씀을 하셨으니까 다시 돌아가서 제가 이점을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최대석 인수위 질문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최대석 인수위원이 돌연 사퇴한 배경이 아까 제가 여쭤봤던 그거라고 전제를 해 놓으면, 박근혜 당선자 측에서 지금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아닙니까? 너무 섣부른 겁니까?
정동영 : 내부사정은 잘 모르겠어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김종배 : 그러니까요. 워낙 깜깜 인수위이기 때문에. 알겠습니다.
정동영 : 저도 최교수가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분이지만 합리적인 판단과 대화가 되는 인물이다하는 평가를 주변에서 들었기 때문에 이런 분이 남북관계 창구 역할을 하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좀 아쉽게 생각해요.
김종배 : 얘기 나왔으니까 어제 외교안보장관은 지명은 됐는데 통일부장관이 쏙 빠졌습니다. 역시 깜깜 인수위이기 때문에 여쭤보는 거 자체가 우문일 수 있겠으나 이가 하나 빠진 상황 아니겠습니까?
정동영 : 국방장관이나 외교부장관은 임명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었겠지만 통일부장관은 남북관계를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가, 당선인의 머릿속 그림과 이것을 집행해 줄 실행해 줄 사람이기 때문에 머릿속이 아직 정리가 안됐던지 아니면 정리됐는데 그것에 적합한 인물이 나타나지 않았던지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김종배 : 알겠습니다.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될 것 같은데요. 의원님께서는 계속 일관되게 박근혜 당선자의 의지와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를 하셨습니다. 그러면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드리겠습니다.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상황이기 때문에 여기에만 한정해서 박근혜 당선자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가장 먼저 지금 취해야 되는 행동이 어떤 것이라고 봅니까?
정동영 : 폭 넓게 들어야 합니다. 얼마 전에도 왔죠. 미국에서 케리 장관이라든지 핵문제 전문가라든지 이런 사람들하고 깊이 있게 토론도 하고요, 민주정부 10년 동안 북한과 협상을 하고 9·19 공동성명, 남북관계를 폭 넓게 담당했던 전문가나 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보수, 진보, 중도 가리지 말고 폭 넓게 의견을 듣는 것이, 늘 그렇게 얘기하지 않습니까? 48% 지지율 국민들의 의견도 존중하겠다, 그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종배 : 알겠습니다. 결국은 소통이네요. 의원님께서 보수, 진보, 중도를 가리지 말고 경청을 하라 주문을 하셨는데, 그건 어찌보면 기초적인 부분인 것 같고요. 좀 더 구체적으로 박근혜 당선자가 정부 출범 이후에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고 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동영 : 쉽게 말씀 드렸습니다만, 사실 북쪽의 핵실험은 남쪽에서 햇볕정책을 펴든 압박정책을 펴든 남쪽의 정책과 상관없이 핵실험을 한거거든요. 1차는 참여정부, 2차는 이명박 정부, 3차는 박근혜 정부 앞두고. 그러면 남쪽의 대북정책이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핵실험은 뭔가 구조적 문제가 있는 거죠. 북은 나름대로 계산을 한거거든요. 무슨 계산이면 지금 북으로서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에 미국과 북한이 적입니다, 원수죠.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를 해소하지 않고는 자신들의 생존보장, 경제발전이 불가능하다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주장해 왔던 것이 13년 전이네요, 2000년 10월에 당시 인민군 차수가 백악관을 들어가죠. 조명록 차수가 들어가서 클린턴 대통령과 회담하고 거기서 2000년 10월 12일 북조선과 미국이 공동커뮤니케를 냅니다. 그게 뭐나면 ‘한국전쟁 이래 오래됐던 적대관계를 넘어서서 새로운 관계로 갑시다’하는 합의였거든요. 이것이 북이 갖고자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1차 핵실험 뒤에 2006년 10월 핵실험 뒤에 4달 뒤에 베를린에서 1:1로 만나 합의한 것도 2·13, 그때 그 핵심은 뭐였냐면 회담 합의문에는 안 들어 있지만 회담과정에서 북한대표가 한말이 있어요. 뭐냐면 ‘남한과 미국은 오래된 친구다 반면에 북한은 미국의 새로운 친구가 되길 희망한다.’ 이렇게 말했어요. 이것이 자기들의 본질이거든요. 새로운 친구가 되면 핵실험을 할 이유가 없다라는 거죠. 본질은 북미간에 적대관계, 크게 말하면 한반도 냉전이죠. 전 세계적으로 냉전이 끝난 지 20년 넘었는데 아직 한반도에서는 증오와 적대가 있단 말이죠, 이 증오와 적대 핵심이 남북간의 증오와 적대는 6·15 공동선언과 그 뒤에 민주정부 10년 동안 많이 녹기도 하고 다시 얼어붙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미국과 북한의 증오, 적대 관계를 해소하는데 박근혜 당선인이 취임해서 할 일은 바로 아까 모두에 말씀 드린대로 닉슨의 길, 그러니까 오바마 대통령 때 북한의 휴전선 장막을 열어젖히는 거죠.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닉슨이 죽의 장막을 열었던 것처럼 휴전선 장막을 열어 젖히는 거지요. 그것이 한반도의 평화체제라는 말로 설명이 되는 거죠. 정전협정을 종전으로, ‘ending’, 영화가 끝나면 마침표가 찍어져야 하는데 한국전쟁은 아직 마침표가 안 찍혔으니까 종전을 선언하고 미국, 중국, 남·북한 네 명의 지도자 오바마, 시진핑, 박근혜, 김정은 지도자가 판문점에 모여서 종전 선언을 하고 거기서 시작을 해서 정전협정과 정전체제로 들어가는 것, 이것이 북한 핵문제의 문제 해법이다 라고 보는 거죠.
김종배 : 그런 장면만 연출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정동영 : 박근혜 당선자가 해야 할 것이 바로 이 그림에 동의하느냐 라는 것 이죠, 개념과 그림이 머릿속에 있느냐 없느냐는 건데 북한 핵문제는 남쪽이 어떤 정책을 취하든 북미 적대관계는 해소되지 않으면 4차, 5차 계속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한반도는 역사에 계속 지진아로 남게 되는 것이 이것이 본질이다, 이 말씀 드리고 싶네요.
김종배 :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동영 : 예, 감사합니다.
(2013. 02. 14.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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