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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현 정부, 대통령 말고는 北과 대화해본 사람 없어”

 

 

 

정동영 “현 정부, 대통령 말고는 北과 대화해본 사람 없어”

 

2013.04.27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정동영 前 통일부 장관

 

- 개성공단 살리겠다는 대화제의, 결과적으로 개성공단 죽여
- 대화제의 시점 왜 지금이었는지.. 너무 빨랐거나 너무 늦었다.
-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사후지원 한다고 다시 일어설 수 없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4월 26일 (금)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 정관용> 개성공단 정상화 위한 실무회담 하자. 오늘 정오까지 답 달라. 북한은 거부했고 정부가 회의 끝에 방금 결정을 했네요. 통일부의 류길재 장관이 방금 기자회견을 마쳤는데 개성공단 잔류인원 전원 귀환조치가 불가피하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떻게 봐야 할지 전 통일부 장관이시죠. 정동영 전 장관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정동영>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지금 이게 개성공단을 완전 포기하는 걸로 해석해야 할까요? 아니면 식량도 부족하고 의약품도 부족하고 하니까 그냥 귀환할 수밖에 없다라는 걸로 봐야 할까요? 어떻게 해석이 되세요?

◆ 정동영> 이제 막다른 골목으로 접어드는 느낌입니다. 아직 실낱같은 희망 하나 남아 있습니다만 안타깝네요. 9년 동안 운영돼온 한반도 평화의 사실 생명줄이었는데. 개성이 닫히게 되면 사실 입주업체의 경제적 고통 이것도 크지만 동시에 군사, 안보적 측면이 굉장히 더 불안해지는 이게 걱정이죠, 뭐.

◇ 정관용> 개성공단에서 우리 측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조치하기 시작한 게 4월 3일이었거든요.

◆ 정동영> 그렇죠.

◇ 정관용> 벌써 20일이 넘었고요. 오늘 청와대에서 있었던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개성공단 정상화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무작정 한없이 기다려야하는 건지, 국민들의 희생이 너무 크다. 그래서 또 식료품, 의약품 같은 기본적인 것만이라도 좀 해달라고 했지만 이것도 거부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런 발언들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조금 아까 첫번째 질문드렸던 너무 오래 지체돼서 국민들의 피해 때문에 돌아오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냥 이런 얘기인지. 아니면 우리 이제는 개성공단 없애겠다 이런 얘기인지가 아직 저는 분명치가 않은 것 같아서요.

◆ 정동영> 그러니까 금방 말씀하신 게 정확하게 갈라본 건데요. 개성공단 자체폐쇄와 철수와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우리 국민 보호차원에서 귀환을 권고했다하는 것으로 갈라본 건데요. 어쨌든 상황은 전체적으로 더 악화되는 거죠. 안타까운 것은 지금 어제 대화제의는 좋았습니다. 대화로 해서 풀자. 처음으로 시간을 정하고 장소를 정하고 뭐 이렇게 의제를 정했으니까. 그런데 어제오늘 계속 이른바 오늘 12시까지 안 받으면 중대조치한다 하는 그걸 가지고 북도 우리가 먼저 중대조치한다 하는.

◇ 정관용> 그랬죠.

◆ 정동영> 이런 식으로 된 것은 대화제의의 본뜻, 대화제의를 한다는 뜻은 개성공단을 살리겠다는 것 아니겠어요?

◇ 정관용> 네.

◆ 정동영> 그다음에 어쨌든 이 남북 긴장을 평화 상태로 돌리겠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그 뜻을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개성공단을 살리는 쪽이 아니라 죽이는 쪽으로 더 악화되고 그다음에 긴장을 완화시켜서 평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평화가 더 흔들리는 그런 쪽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그 점이 대화제의의 진정성보다는 오늘까지 안 하면 중대조치 하겠다는 압박. 여기에 무게가 실려 버린 건 좀 안타깝죠.

◇ 정관용> 대화제의만 했었어야 한다, 이렇게 보시는 거로군요?

◆ 정동영> 그렇죠. 그리고 이 대화제의 시점이 너무 늦었거나 너무 빨랐거나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왜 늦었다고 보느냐 하면 4월 11일 케리 미 국무장관이 오기 하루전날 저녁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정리를 해 주었잖아요. 이거 우리가 공식 대화제의를 한 거다라고 했으면 그걸 받아서 특정해서 실무회담 제의를 했었어야 흐름이 맞죠. 그래야 어쨌든 한, 중, 일 대화한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자하는 그 흐름과 짝을 이루는데 그래서 너무 늦었다는 거고. 또 너무 빨라다는 거는 개성공단 사태가 정치군사적인 갈등에 불똥이 튄 거란 말이죠.

◇ 정관용> 그렇죠.

◆ 정동영> 군사연습 또 핵실험 이런 거. 그런데 4월 30일 내일모레 글피면 독수리훈련이 끝나잖아요. 상황이 하나 정리되는 것이거든요. 현재 우다웨이 중국 특사가 워싱턴에 가 있고 지금 돌아와서 아마도 북한에 갈 걸로 보입니다.

◇ 정관용> 네.

◆ 정동영> 북한에 갈 걸로 보이고. 어쨌든 미국, 중국이 움직이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정동영> 또 박근혜 대통령이 5월 7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고 하기 때문에. 실무회담 제의를 하려면 아니면 대화제의의 시점을 4월 30일 이후가 나왔을 거다. 그런데 너무 늦었거나 너무 빨랐거나 그나마 거기다가 압박조치에, 압박 같은 그런 성격이 돼서 안타깝네요. 어쨌든 개성공단은 국내에 있는 산업공단의 그냥 여느 공단이 아니지 아닙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정동영> 공단의 의미가 아니라 남북 평화의 보루이면서. 미래에 우리가 북한이 베트남이나 중국 같이 가기를 원하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정동영> 북을 격려하고 견인하고 할 때 그 개성공단을 절대로 닫아서는 안 되는 거죠. 저는 당이나 정치적 생각을 넘어서서 정말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싶은데요. 오늘도 보면 외교안보장관회의에 참석한 분들 면면이 북한을 알거나 대화를 해 본 분이, 가보거나 한 분이 박근혜 대통령 말고는 없어요.

◇ 정관용> (웃음) 네.

◆ 정동영> 역설이죠. 보좌해야 할 참모들이 모르거나 가보지 않았거나 대화를 해보지 않았던 분들이 모여서 그 점이 좀 안타깝네요.

◇ 정관용> 아주 구체적인 말씀을 주시네요. 그러니까 대화제의 타이밍은 첫번째는 4월 11일 그 직후였다. 만약 그때 안 했다면 이제는 4월 30일 이후에 했었어야 옳다 이런 말씀이셨고. 또 대화제의를 한다면 중대조치 이런 등등의 압박은 이건 북한을 보고 받지 말라는 얘기다 그런 거죠?

◆ 정동영> 그렇죠. 그러니까 대화제의의 목적이 개성공단 살리는 거였다면, 그것이 맞다면 그렇죠.

◇ 정관용>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해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기업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입장은 갖고 있는 것 같거든요.

◆ 정동영> 그런데요. 닫고 나서 정부가 무슨 지원한다, 다시 일어서도록 지원한다. 이런 건 의미가 없습니다. 사실 개성에 간 분들은 전 재산을 다 거기에 투자한 거고 다른 데 갈 데가 없어요 그분들이. 또 해외공장 경험이 있는 분들입니다. 중국도 가봤고 동남아도 갔다가 마지막 승부수로 개성에 간 분들인데. 그걸 닫고 무슨 정부의 지원이니 보험이니 이런 걸로 다시 일어서는 건 어렵죠. 사실 개성공단을 살릴 길이 있는데 길을 놔두고 왜 산으로 가는가 그런 건데. 여기에서 핵심은 대화를 여전히 나약한 걸로 보거나 대화를 굴복으로 본다는 말이죠. 그게 아니죠. 과거에 부시 정권이나 이명박 정부는 대화를 보상으로 간주했어요. 그런데 사실 국제관계에서 특히 강한 입장에, 힘의 우위에 있는 입장에서 대화라는 건 얼마나 강력한 문제해결 수단입니까? 이 대화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것이 좀 안타깝습니다.

◇ 정관용>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 구체적인 논평들을 주셨는데. 북한은 왜 이럴까요? 북한은 왜 이렇게 계속 극한으로, 극한으로 몰고 갈까요?

◆ 정동영> 여기에서 이제 크게 보면 2009년과 2013년이 도돌이표입니다. 2009년도 로켓발사 핵실험, 2013년도 로켓발사 핵실험 그런데 또 공통점은 2009년은 오바마 1기 시작 시점, 이번에는 오바마 2기 시작 시점.

◇ 정관용> 그러네요.

◆ 정동영> 어쨌든 이 북-미간의 핵문제를 우선순위로 올려서 자신들이 원하는 체제 생존과 안전 그다음에 인민의 허리띠를 더 이상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 하는 경제발전 이런 걸 도모하겠다는. 북한이 하는 일이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나름대로는 합리적 목적성이 있습니다.

◇ 정관용> 어떤 규칙도 있고.

◆ 정동영> 그렇죠. 그래서 어쨌든 작년 12월에 로켓발사, 올 2월에 핵실험 여기에 강대 강으로 맞선 게 3월 키 리졸브 그다음에 4월의 독수리 훈련 여기에 미국의 핵우산이 전개된 거죠. 핵폭격기 B-52, B-2, F-22 첨단전투기, 핵잠수함.

◇ 정관용> 그렇죠.

◆ 정동영> 이런 속에서 북도 북 나름대로 뒤집어졌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름대로는 아무튼 최강의 수를 이제 둔 거죠. 그 과정에서 불똥이 개성공단으로. 개성공단은 전적으로 남북이 합의해서 연 거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럼요.

◆ 정동영> 그러면 개성공단에... 처음에 북은 아마 이걸 피하고 싶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은 좀 빼놓고. 저쪽에서 얘기한 것처럼, 전쟁이 날 것처럼 일촉즉발 이런 위기를 조성하면서 남쪽에서 자신들이 북이 우리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측면도 있지만 돈줄이니 인질구출작전이니 알 수 없다. 이렇게 해서 개성을 연계해 버린 거죠. 그러니까 3월 말까지 연계는 되지 않았거든요. 개성공단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정경분리가 되어 있었는데 이게 연계에 걸려버린 거란 말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되느냐, 결론은 실무회담으로는 안 풀리는 것입니다. 왜 안 풀리느냐, 이게 연계가 됐기 때문에. 그러면 큰 틀에서 미국과 중국이 움직이고 북한의 핵실험 이후의 제재국면 속에서 다시 주변국들과의 대화국면으로 넘어가는 거와 맞물려서 남북관계를 포괄적으로 어떻게 풀어갈 거냐. 남북이 계속 대결로 갈 거냐 아니면 화해와 협력으로 넘어갈 거냐는 이 국면과 개성 재가동이 연결되는 거죠.

◇ 정관용> 네.

◆ 정동영> 어제 시점에서 실무회담 하자. 오늘 대답 안 하면 중대조치 하겠다 한 것은 아까도 말씀처럼 박 대통령이 유일하게 북한과 대화해 본 사람이고 평양에 갔고 하는 그런 점이 좀 안타깝습니다. 경험이 있는 과거 정부 사람들의 의견도 양쪽 귀를 열어놓고 들었으면 좋겠어요.

◇ 정관용> 혹시라도 개성공단이 다시 정상화되려면 그러면 상당 기간이 걸리겠군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미중, 남북한 이런 등등이 총괄적으로 뭔가 풀려야 이게 시작되겠군요.

◆ 정동영> 현재로써는 포괄적 관계개선 속에서 풀어갈 수밖에는 없습니다. 남북관계. 그러니까 한-미 정상회담을 잘 치르고 그 속에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가지고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죠. 그러면 5월 중하순 이후로 넘어가게 되겠죠.

◇ 정관용> 입주기업들 참 걱정입니다.

◆ 정동영> 그분들이 이렇게 표현을 했어요. 말하자면 열병에 걸려서 열이 펄펄 끓는 어린 자식 병상을 밤새 지키는 부모의 심정이다. 개성을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정말 박 대통령이나 정부의 외교안보팀들이 입주업체의 심정을 역지사지 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무슨 정부가 사후 지원한다고 해서 이분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그런 조건은 아닙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오늘 여러 차례 안타깝다, 안타깝다. 이런 표현을 쓰셨는데 안타까운 일이 계속 반복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정동영> 감사합니다.

◇ 정관용>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목소리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