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계파 당권에만 골몰하면 중대한 위기 봉착할 것"
"특정계파 당 장악시 신당, 내 얘기 아닌 호남 민심"
[전주 KBS 라디오 '패트롤전북']
*일시 : 2014.11.17.(월) 아침 8시35분
진행자(함윤호 아나운서) :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동영 상임고문님 전화 연결합니다. 고문님 안녕하십니까?
정동영 : 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진행자 : 오랜만에 지역방송에 참여하셨는데요. 도민들께 간단한 인사를 좀 해주시죠.
정동영 : 네. 얼마나 힘드세요. 장사도 잘 안되고 또 애써 허리띠 졸라매면서 지원했던 대학 나온 아들 딸 취직도 잘 안되고 또 쌀 수매하시면서 주름살도 늘고 하셨을 텐데. 위로 말씀을 우선 드립니다.
진행자 : 네. 요즘 도민들과 자주 만나시는 모습들을 볼 수가 있었는데요. 얼마 전 경청투어를 마치셨어요.
정동영 : 네. 무주를 시작으로 해서 열네개 시군을 쭉 한바퀴 지난달 말에 돌았고, 지난 주에는 경남에 가서 창원, 마산, 진주, 김해, 고성 등 영남지역도 들러서 자면서 같이 듣고 대화하고 당원, 지지자들 그리고 농사 짓는 분들, 재래시장 계시는 분들, 학생들, 노동자, 종교인들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습니다.
진행자 : 네. 아마 이렇게 14개 시군을 돌면서 도민들 만나시는 게 처음은 아니겠습니다만, 상당히 오랜만의 일이시죠?
정동영 : 네네. 19년 정치하면서 제가 전라북도 고향 시군을 쭉 다니면서 농가나 마을회관에서 자고 주민들하고 막걸리 잔을 기울이면서 그냥 진솔한 대화를, 굉장히 개인적으로 소득이 컷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예. 자 이렇게 직접 도민들을 만나서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이야기들이었는지요.
정동영 : 제가 전하고 싶은 얘기보다는 글자 그대로 경청, 듣는 그런 계기였기 때문에 많이 들었습니다. 들으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역시 먹고사는 문제, 삶이 고통스럽다는 것, 그리고 희망이 작다는 것, 희망이 미약하다는 것, 또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좌절이 크다는 것, 이런 것들을 참 아프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삼례읍에 있는 재래시장에 갔을 때 간담회 하면서 50년 장사를 해오셨는데 마흔 세개 점포들 주인들께서 모이셔서 시장이 밖으로 나가야 되는데 나갈 수도 없고 또 안에서 신축하자니 신축할 수도 없는 과정에서 권리금과 보상금 문제는 또 진척이 없고 사실 행정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는 정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텔레비전에 정치 뉴스 나오면 다 꺼버리거나 아주 극도의 분노와 좌절감을 느끼는 그런 생생한 목소리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또 고창 중앙시장이라든지 익산의 중앙시장 뒷골목 상가들 가보면서 아니 21세기 천지에 이렇게 6.25 때 폐허 같은 그런 인상을 받아요. 말하자면 옛날 그대로 수십 년 전 모습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데, 과연 이것이 정치와 무관한 일인지. 정치라는 것이 여의도에서 번드르한 말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바로 정치 불신의 원인이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진행자 : 먹고사는 문제, 정치 불신 말씀하셨는데 혹시 상임고문께서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이야기도 좀 들으셨을 것 같은데요.
정동영 : 네. 많이 들었지요.
진행자 : 어떤 얘기를..
정동영 : 민주당을 이제 가장 아픈 이야기는 민주당을 정당으로 보는 게 아니라 계파로 보거든요. 정말 일상 생활에 틈이 없는, 여념이 없는 분들께서도 입만 열면 말문이 터지면 친노니 비노니 하시는데 좀 부끄러웠습니다.
사실 정당이 누구를 대표하는가. 이게 핵심이거든요. 정당의 목표는 그래서 다음 정권을 획득해서 그 정당이 대표하는 계층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죠. 민주당으로 보면 예를 들어 영세자영업 하시는 분들, 농사짓는 분들, 비정규직 분들. 이분들이 희망을 걸어줘야 하는데, 이분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 민주당의 가장 근본적인 위기다라는 것이죠.
그리고 지난 6,7개월 사이에 인제 온 국민이 가슴 아파했던 세월호와 문제와 관련해서 보여준 민주당의 무능력, 정부여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4월 16일 아침에 모든 국민이 느꼈잖아요. 이제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은 분명히 달라져야 된다. 이렇게 각오를 하셨는데, 7개월이 지나서 대한민국이 무엇이 바뀌었습니까. 바뀌는 방향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까. 물론 그 최고책임자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과연 그 과정에서 야당, 제1야당, 130석 제1야당의 역할은 무엇이었고 국민들은 야당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그 성적표가 정당 지지율이거든요.
진행자 : 예. 맞습니다.
정동영 : 반토막 났지 않습니까?
진행자 : 도민들께서는 정동영 상임고문께서 요즘에 경청투어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상당히 궁금해 하시고 있고, 민심을 좀 수렴하셨는데 '지금의 당으로는 안된다' 이런 게 바로 호남의 여론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더 나가서요. 정동영 상임고문께서는 신당론을 언급하셨어요. 지금 상황에서 신당 창당을 거론하신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정동영 : 특정 계파가 당을 장악하면 신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는 제가 한 얘기가 아니라 사실은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전라남도 갔을 때도 제가 스물두개 시군을 쭉 돌면서 당의 의원분들 기초의원이라든지 핵심 원로들이 거침없이 한 얘기였습니다.
또 전라북도도 전라남도와 똑같더라구요. 아, 호남이라는 게 통으로 여론이 움직이는 거구나. 이런 느낌을 가졌구요. 특히 군산에서 경청 모임을 할 때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어른 한 분이 민주주의라는 게 어떤 지역은 잘살고 어떤 지역은 못산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지 않느냐. 정말 민주주의의 핵심을 관통하는 그런 얘기를 하셨는데, 정말 민주주의라는 게 평범한 사람들을 잘살게 해주는 제도라면 이것이 작동하지 안 한다면 거기에는 여당과 함께 야당의 책임도 있는 거거든요.
특히 전라북도는 민주당이 지난 20년 동안 집권여당이었단 말이죠. 그래서 '민주당이 제대로 작동 안 하고 나의 먹고사는 문제와 전혀 무관한 정당이라면, 이런 정당은 필요없다.' 하는 것이 이것이 전남북을 통틀어서. 경남에 갔을 때도 비슷한 얘기였습니다. 우리 민주당을 아끼고 지원하는 성원하는 분들의 그런 심정, 공통된 심정으로 느꼈습니다.
진행자 : 자, 그렇다면 정동영 상임고문께서 보시기에 이게 신당 창당이라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테구요. 잘 아시겠습니다만, 실제로 그런 주변의 반응을 보셨고, 그러면 의지가 어느 정도 있으신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계십니까?
정동영 : 도민들께서 많은 지지자나 당원들께서는 근본적인 고민을 주문하시는 겁니다. 과연 민주당이 이대로 가서 정당의 근본 목표인 정권 획득, 다음에 2017년에 민주당 정권이 수립되겠는가. 민주당의 정부로 바뀔 수 있겠는가. 민주당 정부로 되겠는가에 대해서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이 같은 의문은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예컨대 우리사회의 정신적 지도자, 종교계 지도자들이라든지 문화계 인사, 언론, 법조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 그룹에서도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다음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 야당을 교체해야 정권교체가 가능한 것 아니냐 하는 목소리가 분명하게 있기 때문에 이것을 지금 민주당은 아주 절박하게 받아들이고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저 누가 어떤 계파가 당권을 잡느냐에 골몰하게 되면 민주당은 아마 중대한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 그렇다면 신당론에 대한 상황, 이야기를 실제로 정동영 상임고문과 같은 의견을 가진 분들이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도 많이 계신가요?
정동영 : 내부보다는 내부는 온실이기 때문에. 130명 의원들은 그 안에서 자기가 지지하는 계파가 당권을 잡고 자신의 공천이 보장된다면 그걸로 만사형통입니다.
진행자 : 네. 그렇겠군요.
정동영 : 그래서 내부는 조용합니다. 사실 잠재적으로 보면 끓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민주당 밖에 있는 부분 예컨대 지난 7개월 동안 세월호 유족들과 아픔을 같이 해왔던 분들은 민주당에 절망하고있습니다.
또 얼마 전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보면 우리 국민의 55%가 세월호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라고 말합니다. 이 세월호의 진실에 목말라 하는 55%의 국민들은 민주당에 대해서 기대를 접고 있는 형편이거든요. 그래서 이점을 민주당은 눈여겨 봐야 할 것입니다.
진행자 : 자, 끝으로 한 가지만 좀 직접적인 질문 하나 드리습니다. 이런 의견들도 있었어요. 야권에서 신당을 만들려면 대의명분과 대선 경쟁력을 갖춘 대권주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마땅한 인물이 없다. 그래서 세에서 밀리는 비노 진영이 친노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있어서요. 상당히 기분 좋은 소리는 아니겠습니다만,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요?
정동영 : 어쨌든 제1야당은 한국 정치 발전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정당이 정당 대접을 받지 못하고 계파 대접을 받는 것은 비극이거든요. 그래서 계파 패권을 해체하고, 그리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당의 주인은 당원인데 민주당의 당원은 아무런 권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당원의 권리를 돌려주는 당원주권을 실현하고, 그리고 민주당은 왜 존재하는가, 민주당은 누구를 대표하는 정당인가 하는 정체성.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당이고, 정권을 잡는다면 그분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분명한 비전과 대안을 국민들에게 쥐어주는 것. 이것이 지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압축하면, 지금 이명박 정부·박근혜 정부 살아봤잖아요. 그런데 아니란 말이죠. 그러면 국민들이 바라는 건 뭡니까. 안으로는 복지국가요 바깥으로는 남북평화체제입니다. 이것을 민주당이 정부가 되었을 때 해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을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저는 민주당이 근본적인 질문 '과연 이대로 민주당을 가지고 가는 게 옳은가' 하는 질문에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진행자 : 예. 앞으로 신당론에 대한 얘기 또 전당대회 잘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고맙습니다.
정동영 : 예. 감사합니다.
진행자 :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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