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이 더민주에 가지 않은 이유

《정동영이 더민주에 가지 않은 이유》

 

문재인 전 대표가 저의 국민의당 합류를 비판하면서 '이제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적통임이 분명해졌다'고 했습니다.

 

노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문 대표께서 삼고초려해서 모셔온 김종인 당 대표와 108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제1야당의 모습을 한번 돌아 보십시오.

제1야당의 대표가 어떤 자리입니까. 살아온 삶이 야당의 적통을 이어갈 만한 분이어야 합니다. 최소한 야당의 정통에 크게 어긋난 분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시며, 그리고 현재도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 북한 궤멸론으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계십니다. 한술 더떠 18일에는 300만 농민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한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한미FTA 추진 주역을 당당하게 영입하셨습니다.

 

역사의 고비마다 호남과 개혁·진보세력에 등돌린 채 커다란 아픔을 안겨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분을 삼고초려까지 해서 야당의 간판으로 공천권까지 행사하는 막강한 자리에 앉혀놓은 분이 바로 문재인 대표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잘 알고 경제 분야에서 자문을 얻은 적도 있지만, 민주 야당의 얼굴이자 대표가 될 수 있는 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 대표는 개성공단 폐쇄 반대를 말하지만, 문 대표께서 삼고초려해 영입한 인사들은 서슴없이 개성공단 폐쇄와 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두둔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초재선 그룹이나 개혁적 의원들이 들고 일어나 '영입 반대나 퇴진 성명'을 내고 난리가 났을 것입니다. '이 정권 저 정권 왔다 갔다 하는 철새 대표는 안된다'며 식물 대표로 만들어놨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총선 공천권을 쥔 고양이 앞에 납작 엎드려 일제히 입을 닫아버렸습니다. 그것이 계파 패권주의가 작동하는 더민주에서 개혁·진보그룹이 취할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패권에 대항하는 게 얼마나 공포스럽고 무서운 건지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날 제1야당의 참담하고 서글픈 현주소들입니다. 제가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는 의미있는 '합리적 진보'의 공간을 마련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