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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정동영 ‘4선’ 도전…김성주 “새 일꾼” 외치며 맞불

 

 

돌아온 정동영 ‘4선’ 도전…김성주 “새 일꾼” 외치며 맞불

 

[20160401 한겨레 송경화 기자]

 

4·13 총선 격전지 르포

 

전주병
89.91%와 88.24%.

 

정동영(63) 전 의원에 대한 전주 덕진(전주병) 유권자들의 애정은 각별했다. 1996년과 2000년 총선에서 90%에 가까운 표를 몰아줬다. 2009년 18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나왔을 때도 72.27%를 줬다. 그런 그가 서울에서 두 번의 낙선 뒤 전주병에 돌아왔다. 이번엔 기호 3번 국민의당 소속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는 현역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52) 후보와 각각 40% 안팎의 지지율을 나눠가지며 오차범위 안에서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인후·우아·진북·덕진·팔복동 등 14개 동에 19만5000여명의 유권자가 있는 전주병 표심은 현재 양분된 상태다. 정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때를 제외하곤 ‘언제나 2번’으로 큰 긴장감이 없었던 전주병이 이번엔 가장 경쟁이 치열한 지역구로 떠올랐다. 20년 전 정 후보에 대한 80%의 지지율과 현재의 40% 사이 간격에 전주병 유권자들의 복잡한 민심이 녹아 있었다.

 

지난 30일 전주 금암동에서 만난 구아무개(59)씨는 “정동영이 있어야 중앙에서 전주를 무시 못한다”고 힘줘 말했다. 전북대 앞에서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구씨는 “정 장관이 전주를 떠난 뒤부터 전주 낙후가 시작됐다”며 “이번에 정 장관이 당선돼서 전주에 적을 두고 서울에 가서 정치를 하며 우리처럼 열심히 먹고사는 사람들을 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상인 김아무개(47)씨도 “큰 인물”이라는 이유로 정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그는 “전주가 이렇게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믿었는데 지원은 광주에만 쏠렸다”며 “전주는 버려졌다는 인식을 많은 시민들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김아무개(68)씨도 옆에서 거들었다. 김씨는 “초선들 서울에 올려보내면 뭐하냐. 그래도 전북의 자존심은 정동영이다”라고 했다. ‘그래도’는 정 후보 지지자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었다.

 

국민의당으로 말 갈아탄 정동영
‘그래도 전북의 인물’ 내세우며
개발 소외된 전주 민심 파고들어

 

지난 30일 전주 덕진구 금암동에서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가 한 상인과 악수를 하고 있다. 정 후보는 전주 덕진에서 4선에 도전한다. 사진 송경화 기자
지난 30일 전주 덕진구 금암동에서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가 한 상인과 악수를 하고 있다. 정 후보는 전주 덕진에서 4선에 도전한다. 사진 송경화 기자

이런 민심을 겨냥한 듯 정 후보는 이번 선거 구호를 별다른 호소 없이 ‘전북 사람, 정동영’으로 정했다. 이날 오후 국민의당 초록색 점퍼를 입고 한 노동조합 행사 자리를 찾은 정 후보는 능숙하고 여유로운 연설로 “여러분들의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리곤 큰절을 했다. “잘생겼다!”는 외침과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짠하다”고 혼잣말을 읊조리는 조합원도 있었다.

 

반면 그의 재등장을 달가워하지 않는 유권자도 만날 수 있었다. ‘4선’ 도전에 대한 피로감과 ‘대선 후보까지 했던 인물이 이제 와서 뭘 하겠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날 금암동에서 만난 70살 윤아무개씨는 “정동영은 구시대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동영이가 서너 번인가 의원 하면서 전주에 해놓은 게 없지 않으냐”며 “이번에는 젊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정책통으로 재선 나선 김성주
“새 사람 키워달라” 2040 공략
“정권교체 하려면 2번 찍어야” 호소

 

지난 30일 전주 덕진구 금암동의 한 상가에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후보가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송경화 기자
지난 30일 전주 덕진구 금암동의 한 상가에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후보가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송경화 기자
접전을 펼치고 있는 더민주 김성주 후보는 50대 초반으로 전주병에 출마한 3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젊다. 더민주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국회 보건복지위 야당 간사 등을 지내며 ‘중앙 무대’에서 정책통으로 활약한 최근 이력도 강점으로 뽑힌다. 금암동에 있는 교회에서 만난 조아무개(67)씨는 지난 4년간 지켜본 김 후보를 “겸손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조씨는 “일은 김성주가 많이 했다”며 “그런데도 자기를 밖으로 잘 안 나타내고 겸손한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다. 인지도에서는 김 후보가 밀리지만 “일은 하는” 후보라서 지지한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현역 임기 중 확정된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 이전과 팔복동의 효성 탄소공장 유치 등을 내세우며 “전주를 금융도시와 탄소산업도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날 교회와 상가 등 10~20분 단위의 촘촘한 스케줄로 지역구를 돌던 김성주 후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키워주십시오”였다. 김 후보는 전북의 거물급 정치인과 맞붙은 상황에 대해 “선거 초기에는 ‘정동영이냐 아니냐’였는데 지금은 ‘김성주냐 정동영이냐’로 바뀌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후보는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도 없고 단지 4번째 ‘배지’를 달러 온 정 선배보다는 김성주라는 새로운 인물을 키워야 할 때라는 유권자들의 공감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전주고, 서울대 국사학과 선후배다. 정 후보가 덕진 현역의원일 때 김 후보는 도의원 등을 지내며 바닥 민심을 다졌다. 덕진 지역 도의원 4명 중에 2명은 더민주를 탈당해 정 후보를 돕고 있다. 시의원은 14명 중 4명이 옮겨갔다. 둘 사이 신경전은 예상보다 치열했다. 정 후보는 김 후보가 자신의 후배, 참모였다는 수식어에 대해 “과거 정세균 대표를 등에 업고 도의원이 됐고, 19대 총선 땐 ‘낡은 정치 한판 붙자’는 구호로 나왔던 김 후보가 정동영 참모라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나는 전주를 떠나고 싶어서 떠난 게 아니라 친노 패권에 의한 공천에 밀렸고 그 자리가 계파로 채워진 것”이라며 김 후보를 공격했다. 반면 김 후보는 “서울에 가서 새누리당을 떨어뜨려야 할 사람인데 여기 출마해봤자 야권 의석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반박했다.

 

전주병 주요 후보
전주병 주요 후보

전주병은 국민의당의 전북 바람을 좌우할 시험대기도 하다. 정 후보의 입당 뒤 국민의당은 전북 지역구 10곳에 모두 후보를 냈는데 접전을 벌이고 있는 곳들이 많다. 김 후보는 이날 유세를 하며 “새누리당과 일대일로 싸울 수 있는 건 더민주다. 분열주의자인 3번을 심판하고 1번과 싸울 2번을 선택해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호소했다. 반면 정 후보는 이번 선거를 거대 양당 중심의 폐해를 해소할 국면이라고 설명하며 “재선이 목표가 아니라 한국 정치를 바꾸기 위해 출마했다”고 말했다.

 

전주병 역대 선거 결과
전주병 역대 선거 결과
전주병 유권자는 40대가 22%로 가장 많고, 20~30대가 35%가량을 차지한다. 나머지 50대 이상이 42.6%를 차지해, 이들의 선택과 젊은층의 투표율이 당락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40% 안팎을 엎치락뒤치락 오르내리고 있는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먼저 40% 이상의 안정적 지지율을 얻을지가 관건이다. 18대 통합민주당 김세웅 후보와, 공천을 받지 못한 뒤 탈당한 후보가 맞붙어 야권 분열과 유사한 상황에 놓였을 때 김 후보가 49.12%의 득표율로 승리한 바 있다.

 

새누리 김성진 후보는
“규제 풀어 기업 유치” 표몰이

 

지난 30일 전주 덕진구 인후동의 모래내시장에서 새누리당 김성진 후보가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송경화 기자
지난 30일 전주 덕진구 인후동의 모래내시장에서 새누리당 김성진 후보가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송경화 기자

보수 정당의 ‘사지’로 불리는 이곳에 새누리당은 교수 출신의 신인 김성진(56) 후보를 내놨다. 김 후보는 “가르친 전북 학생들 10명 중 4명이 일자리가 없어 전북을 떠나고 있다”며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일자리가 부족한 만큼 규제프리존 등을 통한 기업 유치로 전북 일자리를 늘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출처 http://www.gukj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566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