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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10,671개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동영입니다.

지금 국회는 국정감사 중입니다.
저는 상임위가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인 관계로 14박 15일간 해외공관 감사를 다녀왔습니다. 7일날 출국해서 뉴질랜드, 호주, 인도, 일본, 그리고 중국 대사관 감사를 마치고 어제 오후 귀국했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바로 의원회관에 들러서 그동안 체크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사안들을 점검했습니다. 우선 용산참사 해결에 진전이 있었는지 보좌진들에게 확인해보고, 뉴스 검색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아고라에 들러 지난 9월 초에 발의한 용산참사해결촉구 결의안에 대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서명해 주셨는지 보기 위해 걱정 반, 기대 반속에 클릭을 했습니다.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79591)

‘아....’ 하는 탄성이 먼저 나왔습니다.
현재 서명인원이라는 글자 옆에 10,671명이란 숫자가 주황색 글씨로 크게 보이더군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뜻을 모아주다니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참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습니다. 무엇보다 10,671이란 수는 숫자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는 10,671개의 희망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산참사해결촉구 결의안에 서명해 주신 10,671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81개의 댓글, 118회의 주소 복사를 통해 용산참사 해결에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함께 기억하고 지켜보는 한 용산참사 문제는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용산참사의 본질은 바로 ‘인간과 생명의 존엄성 파괴’에 있다고 봅니다.
어떠한 정부도 국민 위에 존재해서는 안됩니다. 어떠한 공권력도 국민의 생명위에 군림해서는 안됩니다.

재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를 위한 재개발입니까?
재개발의 근본 취지는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공익’의 추구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수익성’ 강조로 최근 재개발 사업은 여러 가지 물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인간’이 제외된 재개발은 개발이 아니라 ‘삽질’에 불과합니다.
인간을 위한 ‘재개발’이어야 합니다.

용산참사의 주원인은 세입자와 임차상인에 대한 보상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가세입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권리금의 정당한 보상, 갈등해소를 위한 분쟁조정기구의 설치, 주거 및 상가세입자에 대한 강제퇴거 및 철거 방지 등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제도 개선 없이는 제2, 제3의 용산참사가 또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개발손실 보전과 갈등조정을 위한 “용산참사재발방지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11월 3일에는 “용산참사재발방지법” 토론회를 먼저 개최하고자 합니다.

‘재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더 이상 소중한 생명들이 경시되는 일이 없도록,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용산참사 농성자들에 대한 검찰의 구형 결과를 보았습니다. 참 씁쓸했습니다.
농성자 중 한 분의 마지막 최후변론이 머리에 깊이 남습니다.

 “망루에 내몰린 철거민을 인간적으로 봐 달라”

네티즌 여러분,
철학이 무엇이고, 또 정치가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이야말로 정치와 철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용산참사 현장인 남일당의 맨 위 망루에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가가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살아있는 생명’이 있었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용산참사해결촉구 결의안에 서명해주신 10,671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0,671개의 서명에 담아주신 희망을 모아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길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 10. 22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