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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무대 밖’ 정동영의 당부 ‘8가지’

‘무대 밖’ 정동영의 당부 ‘8가지’

야권후보들과 유권자들이 곱씹어 볼만한 정동영의 목소리

김욱 | 2012-11-19 12:25:13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전 의원 (사진-김병국)

지난 10월 21일 정동영 전 의원이 경남지역 블로거들과 창원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경선불참 선언으로 이번 대선 무대에 나서진 못했지만 그 직전까지만 해도 정동영 전 의원은 유력 대 주자 중 한 명이었다. 게다가 당시는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그런 사정으로 그날 간담회에서 오간 이야기는 대부분 대선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이날 정동영 전 의원의 이야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야권 대선후보들에 대한 당부'였다고 할 수 있다. 정동영 전 의원은 자신이 마음에 품고 있었던 대선 전략과 정책들을 후보들이 활용하고 채택하길 바라며 쏟아냈다. 그는 사례와 수치로 자신의 주장의 실현가능성을 뒷받침했고 "그동안 현장을 몰랐다"는 등 솔직한 반성으로 진정성도 보여줬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정동영 전 의원이 그동안 대선에 상당히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야권 후보들과 유권자들이 무대 밖 정동영 전 의원의 목소리를 곱씹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2시간에 걸친 간담회에서 정동영 전 의원이 야권 대선후보들에게 당부한 내용들만 추려서 소개한다.

1. 팀으로 승리하라.
 
"경선 불참 선언을 하면서 팀으로 승리하자고 했습니다. 링컨은 선거 때 가장 치열하게 싸웠던 라이벌을 국무장관에 임명했습니다. 자기와 경쟁했던 사람들을 내각에 넣었는데 그 사람들이 가장 충성스런 부하가 됐습니다. 이게 바로 '팀 오브 라이벌'입니다. 오바마가 대통령 되고나서 링컨 전기 ‘팀 오브 라이벌’을 읽었다는데 그걸 벤치마킹해서 힐러리 불렀죠. 그래서 제가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다 몇 차례씩 만나서 ‘팀으로 승리하자.’고 했습니다. 경선 나올 정도면 검증받은 사람인데 복지를 잘하는 사람은 복지를 맡는 식으로 내각의 한 부서를 맡아 팀으로 하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각 후보 지지들이 화학적 결합을 하게 됩니다. 다 찬동했는데 이슈는 안 되었죠. 이건 지금도 유효한 개념이라고 봅니다."

2. 일자리의 질을 높여라.

"일자리 문제의 해법은 바로 비정규직 문제입니다. 일자리 숫자가 아니라 일자리 질의 문제이죠. 창원 롯데가 2천명인데 정규직이 200명 비정규직이 1800명입니다. 작년에 5천억 수익을 낸 인천공항은 정규직 800명에 비정규직 6000명입니다. 공기업인데도 이렇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핵심입니다. 비정규직 사용 사유제한 입법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참여정부 때 이거 기업에 부담을 주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때는 현장을 잘 몰랐습니다. 첫번째 열쇠는 입법입니다. 정부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없애고 상시적인 업무는 정규직화 해야 합니다. 민간 쪽은 인센티브 유도를 해서 비정규직을 줄여가야 합니다."

3. 증세를 말하라.
 
"복지국가 하려면 '증세' 얘기를 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이 그 수준에 가 있습니다. ‘부자증세’, 정면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담론화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선거국면에서라도 이 부분 얘기해야 합니다. 소득세 부분에 있어 OECD 평균이 9% 부담인 반면 우리는 3.6%입니다. 전체 노동자의 40%인 '연봉 2000만원 이하'는 과세대상이 아니예요. 세금 낼 형편도 안 되는 수준이 40%나 되는 거예요. 우리는 100원을 벌면 19원이 세금, 6원이 사회보장부담금 해서 총 25원입니다. OECD 33개 나라 평균이 35원이거든요. OECD 중간정도는 목표로 할 수 있잖아요. 지금 10원이 부족하거든요. 우리나라 총생산 1000조의 10%면 100조입니다. 정부재정에 100조가 있어야 하는데 안 받고 있는 거거든요. 2020년 쯤 OECD 평균까지 가자, 이런 목표를 세우고 가면 복지국가 되는 거예요."

4. 관료세력을 경계하라.

"민주당의 문제는 관료 출신에 의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가 설계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게 문제라 제가 그 분들하고 계속 충돌했습니다. 18대 때 민주당 국회의원 중 고시출신이 1/3이었어요."

5. '노무현의 유산'을 활용하라.
 
"NLL에 폭탄 떨어진 적이 있었나요? 그건 MB 때잖아요. 자기들이 안보는 잘할 거 같았는데 실제 무능했잖습니까. 참여정부 5년 동안 전사자가 없었잖아요. 아들 군대 보내고 걱정한 게 어딨습니까? 남북은 민족문제이면서 외교문제예요. 남북 저렇게 되니까 한중, 한러 안되고 한미는 지니차게 종속적으로 되어버렸습니다. 이쪽(진보)에서 가장 자신 있는 게 남북관계입니다. 이 분야에 왜 자신이 있느냐? 이쪽에는 사람이 있잖아요. 경험과 노하우가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중요한 유산을 남겨줬어요. 그게 2007년 '10.4 공동합의'입니다. 그건 선언이 아니라 사업합의서예요. 철도, 도로보수공사, 채굴사업, 농업, 경공업, 무역, 과학기술, 정보통신, 인프라, 등등에 관한 48개의 사업합의서입니다. 대선 두 달 전에 정권교체해서 써먹으라고 만든 거예요. 그게 없으면 정권교체해서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하잖아요. 대화 시작하고, 신뢰 구축하면 2014년 가버려요. 이젠 보따리만 풀면 됩니다. 12월 대선에 이긴 후 대북적대 정책 폐지하고 10.4선언 복원 선언한다고 하면 됩니다. 개성공단 우리 경제에 0.01% 기여했습니다. 개성공단 다섯개 만들면 1% 기여합니다. 북방경제를 통해서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있고 경험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정권교체 하면 우리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입니다."

6. 의제선거를 하라.

"의제 없이는 12월 대선 승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12월 의제가 아직도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12월 대선의 변별점이 뭔가요? 경제민주화, 복지, 남북관계, 제목은 다 같아요. 단일화 논의만으로는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감동이 없으면 젊은층은 투표장에 나오지 않습니다. 투표장에 나오지 않으면 제2의 MB정권이 나옵니다. 정권을 바꿔내기 위해선 단일화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바로 '의제'를 되살려야 합니다. '의제 2013', 2013년 체제를 위한 운동이 필요합니다 정권이 바뀌면 이런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는구나 우리 삶이 개선될 수 있겠구나 이런 걸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어떻게 정치를 바꿔갈 것인가' 이런 정치쇄신 의제를 가지고 얘기를 하게 되면 우리 국민들에게  단일화가 왜 필요한지 설명이 되는 거 아닙니까? 그 과정없이 단순히 여론조사를 하자 이런 식의 단일화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없습니다."

7. 선거제도를 개혁하라.

"의제선거 중에서 핵심적인 게 정치쇄신이예요. 낡은 것을 어떻게 바꾸느냐? 말과 다짐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제도를 바꿔야 해요. 선거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저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30%를 득표하면 40석이 있다 치면 12석을 갖는 거죠. 가령 진보정당이 10%를 얻으면 4석을 갖습니다. ‘원전은 안된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대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양당구조가 아닌 다당제가 되어 정치연합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이런 정치실험을 한 나라가 있어요. 뉴질랜드가 국민투표를 통해서 바꿨어요. 그런데 3당, 4당 체제로 바뀌니까 양대 정당에서 불만이 생겼어요. 그래서 작년에 국민투표를 다시 붙였는데 국민들이 ‘그대로 가자’고 했어요. 그 바람에 한국계 이민자의 딸이 의원이 되었죠."

8. '한국의 루스벨트'가 되라.

"미국 경제가 대공황으로 무너졌을 때 뉴딜정책으로 살려냈습니다. 그 핵심 하나는 사회보장과 노동권 강화인데 그걸 통해서 유효수요를 창출했습니다. 빈자의 지갑에 달러를 넣어줘라. ‘푸드스탬프’로 실업자들이 고기도 사고 빵도 사고 하니까 소비가 되고 공장이 돌아가고 고용이 되는 거예요. 루스벨트 시기에 GM 공장에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어요. 루스벨트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투입했습니다. 누구를 끌어냈겠어요? 구사대를 끌어냈어요. 루스벨트 대통령은 “노동자들은 불만을 표출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때부터 사측 대표와 노조 대표가 테이블에 마주앉게 됩니다. 노동권이 강화되고 사회보장이 강화되면서 그 때부터 노동자들이 집을 사고 자동차를 사면서 4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미국 자본주의의 황금시대가 됩니다. 이번 12월엔 한국판 루스벨트가 대통령이 되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