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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용산참사 진상규명 끝났다...권력이 인정 안 할 뿐"

 

"용산참사 진상규명 끝났다...권력이 인정 안 할 뿐"

[현장] 대한문 앞 '용산 참사' 구속자 출소 환영 문화제

2013.02.01  유성호, 강민수, 유성애

▲ 서로 위로하는 용산참사 구속자들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용산참사 구속자 이충연씨, 김주환씨, 천주석씨, 김성환씨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출소 철거민 환영 문화제'에 참석해 참가자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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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방된 용산참사 구속자, "그동안 고생 많았소"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용산참사 구속자 김성환씨(왼쪽)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출소 철거민 환영 문화제'에 참석해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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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과감히 말합니다. 더 이상 울지 않겠습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 시즌 투, 시작입니다"

4년간, 남편을 기다려온 아내의 포부였다. 31일 오전 10시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말 특사로 출소한 '용산 참사' 구속자 이충연(40)씨의 아내 정영신(41)씨. 그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중구 정동 대한문 앞에서 열린 출소 환영 문화제에 나와 당당하게 말했다. 더 이상 울지 않고 '용산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정씨는 "저한테 이런 순간이 올지 몰랐다"며 "용산과 함께 했던 분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도 없었을 것"이라고 울먹이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정씨의 말에 대한문 앞에는 힘찬 박수와 환호성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에는 이충연씨 외에도 김주환(49)·김성환(57)·천주석(50)·김창수(39)씨가 각각 춘천·여주·대구·순천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이날 대한문 앞에서 다섯 명이 다같이 모이기로 했지만 아내가 암투병 중인 김창수씨는 함께하지 못했다.

문화제 시작 10분 전 도착한 네 명의 출소자들은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규명위 관계자들과 얼싸 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2009년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에서 경찰에 체포된 이들이 4년 만에 재회하는 순간이었다.

"올바른 사회라면 누군가는 사과해야 한다"

▲ 용산참사 철거민 격려하는 정동영 민주당 고문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힘써왔던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출소 철거민 환영 문화제'에 참석해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김성환씨의 손을 잡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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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 나누는 용산참사 구속자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용산참사 구속자 천주석씨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출소 철거민 환영 문화제'에 참석해 이수호 용산철거민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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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방된 용산참사 구속자, "그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용산참사 구속자 김주환씨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출소 철거민 환영 문화제'에 참석해 지인들과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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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의 큰절하는 용산참사 구속자들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용산참사 구속자 이충연씨, 김주환씨, 천주석씨, 김성환씨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출소 철거민 환영 문화제'에 참석해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큰절을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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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잡은 네 명의 출소자들은 지난 4년 소회와 함께 출소의 감격을 표현했다.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이충연씨는 "이 사회가 희망이 있고, 올바른 사회라면 누군가는 저희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며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뜨거운 연대로 흔들림 없이 용산참사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잘못된 개발로 도시 망치는 법 고치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세상 만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철연 상도4동 철거대책위 소속이었지만 용산4구역에 연대를 나갔다 체포됐던 천주석씨는 "저희를 도와주는 분들이 없었다면 물이 뚝뚝 떨어지는 감옥에서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며 "여태껏 살아온 것처럼 골목이 아름다운 곳에서, 사람들과 어깨동무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용산4구역 세입자였던 김성환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기 측근을 사면하는데 힘없는 철거민이 여론의 방패막이가 됐다"며 "억울하게 세상을 하직한 열사들의 뜻을 받들기 위해 이 한 목숨 받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 주최로 열린 이날 환영 문화제에는 조희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대표를 비롯해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 장영희 전국철거민연합 의장과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이수호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 영화 <두개의 문>의 김일란, 홍지유 감독도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김형태 변호사 "서운하네요...진상규명 이미 끝났습니다"

▲ 변론지 선물받는 용산참사 구속자들 용산참사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던 김형태 변호사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출소 철거민 환영 문화제'에 참석해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용산참사 구속자 이충연씨, 김주환씨, 천주석씨, 김성환씨에게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며 변론지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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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 구속자, "거리에서 투쟁으로 고생하셨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용산참사 구속자 천주석(왼쪽)씨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용산참사 진규명과 출소 철거민 환영 문화제'에 참석해 이충연 전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의 어머니 전재숙씨의 손을 잡아주며 위로하고 있다.(사진 오른쪽은 구속자 이충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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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문화제 도중에는 금색 보따리가 무대 앞으로 나왔다. 바로 '용산참사'에 관한 3000여 페이지의 변론서다. '용산참사' 재판을 담당했던 김형태 변호사가 가져온 것이다. '용산참사' 진상규명 시즌2를 위해서 이들에게 가져온 선물이다.

"계속 진상규명한다고 하는데 좀 서운하네요. 이미 진상규명은 끝났습니다. 대한민국 공권력의 만행은 3000여 페이지에 다 드러났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인정을 안 할 뿐이에요."

김 변호사는 출소자 네 명과 지난해 10월 가석방된 김재호, 김대원씨에게 변론서를 나눠 주었다. 김 변호사는 "30년 가까이 했는데 재판하면서 제일 가슴 아프고 목이 메고, 말을 못했던 재판이 바로 용산참사"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투사로 만들어 준 이분들은 앞으로 수많은 일들을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청중들의 함성이 대한문 앞으로 울려퍼졌다.

대한문 앞에는 300여 시민이 자리를 지켰다. 당시 용산4구역의 세입자였던 김장기(53, 서울 용산)씨도 이들을 환영했다. 김씨는 "참사로 돌아가신 분은 우리 가게와 5분 거리에 있었다"며 "그 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오늘 다른 일이 있었지만 구속자들 사면됐다고 해서 하던 일 다 팽개치고 왔다"고 말했다.

퇴근길에 문화제에 참석한 이교영(59, 서울 양천)씨는 "박근혜 당선인이 용산참사에 관한 국정조사를 받아들여 책임자를 처벌하고 구속자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며 "그게 바로 박 당선인이 말하는 '국민 대통합'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문화재는 출소자들과 전철연과 규명위 관계자들이 함께 어깨를 걸고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을 합창하면서 마무리됐다.

한편, 규명위는 출소자 4명과 함께 다음달 1일 오전 11시 '용산참사' 희생자가 묻혀 있는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모란공원 묘역을 참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