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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용산참사 철거민 5명 석방…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용산참사 철거민 5명 석방…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진상규명·책임자 처벌·관련 법 제개정 등 과제 남아있어

2013.01.31  윤다정 기자

“전철연 사람들 빨리 오세요!”

전국철거민연합회 장영희 의장의 목소리가 앰프를 통해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문화제 참석자들은 문화제가 끝나고도 자리를 뜨지 않고 포옹과 안부를 교환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장영희 의장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이원호 사무국장의 재촉이 몇 번 이어지자, 참석자들은 그제야 무대 쪽으로 모여들어 자리를 잡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 31일 오후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농성촌에서 열린 ‘용산참사 진상규명·출소 철거민 환영 문화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미디어스

각자 옆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거나 손을 꼭 잡은 참석자들의 얼굴은 환한 미소로 물들어 있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용산 철거민들은 앞으로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계속해서 투쟁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철거민들은 이날만큼은 그간의 고충을 잠시 잊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돌아간 기쁨을 만끽하는 듯했다.

31일 오후, 전국 각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용산 철거민들이 가족의 품으로 날아들었다. 안양, 여주, 순천, 대구, 순천교도소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철거민들은 출소 직후인 이날 오후 7시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농성촌을 찾았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출소 철거민 환영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 어머니 전재숙 씨와 민주통합당 정동영 전 의원이 31일 오후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농성촌 앞에서 ‘용산참사 진상규명·출소 철거민 환영 문화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미디어스

이날 문화제에는 용산참사 철거민과 그 가족들을 비롯해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정동영 전 의원, 김형태 변호사,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 전철연 장영희 의장 등 각계 인사들이 철거민 석방을 축하하고 연대와 투쟁을 이어나갈 것을 다짐하고자 자리를 함께했다.

“올바른 사회라면 누군가는 저희에게 사과해야 할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 우리 식구들이 억울하게 들어갔는데 당연히 밖에서 도와줘야지.”

문화제가 시작되기에 앞서, 석방된 철거민들과 안부를 나누던 전재숙 씨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전 씨는 지난 2009년 용산참사 당시 목숨을 잃은 고 이상림 씨의 부인이자, 이날 출소한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의 어머니이다. 전 씨의 말을 가만히 듣던 천주석 씨가 뒤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상도4동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천 씨는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어 대구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눈물과 웃음으로 떠들썩하게 범벅이 된 시간이 잦아들고 문화제가 시작되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조희주 공동대표는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이날 석방된 철거민들의 이름을 불렀다.

   
▲ 31일 출소한 용산 철거민들이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농성촌에서 열린 ‘용산참사 진상규명·출소 철거민 환영 문화제’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호 사무국장, 이충연 씨, 김주환 씨, 천주석 씨, 김성환 씨.ⓒ미디어스

“김주환 동지, 김성환 동지, 천주석 동지, 이충연 동지, 그리고 오늘 참석 못 한 김창수 동지. 너무 고생 많았습니다. 4년 간 동지들의 석방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동지들을 이 자리로 나오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무대 앞으로 불려나온 이충연 위원장은 “이 사회가 희망이 있고 올바로 된 사회라면 누군가는 저희들에게 사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용산참사 이후 4년이 흘렀어도 아직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지만,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연대로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용산참사 진상규명하고 잘못된 개발정책을 바꾸며 소외당하고 탄압받는 이웃과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주환 전 신계동 철거대책위원장은 “앞으로 강고하게 투쟁하겠다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겠다”며 “열심히 투쟁해서 잘못된 개발정책을 바꾸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짧게 갈음했다.

천주석 위원장은 “뒤에서 이렇게 올바른 일을 도와주는 분들이 없었다면 물이 뚝뚝 떨어지는 감옥에서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천 위원장은 이어 “앞으로 여태 산 것처럼 사람이 좋고 술이 좋고 냄새가 조금 나더라도 골목이 아름다운 곳에서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살고 싶다”고 전했다.

용산4구역 철거민 김성환 씨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남용해 측근들의 사면을 단행하는 데 힘없는 철거민을 앞세워 여론의 방패막이로 이용한 데 대해 통한을 금치 못한다”며 “하물며 (남경남 전 전철연 의장 등) 3명의 동지를 사면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의 아내 정영신 씨가 31일 오후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농성촌에서 열린 ‘용산참사 진상규명·출소 철거민 환영 문화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미디어스

철거민 가족들의 감사 인사도 이어졌다. 이충연 위원장의 부인인 정영신 씨는 “진상규명 시즌2는 오늘부터라고 과감히 말하겠다”며 “더 이상 지치지 않고, 울지 않고, 용산참사 진상규명되고 책임자가 처벌되는 순간까지 이 손을 놓지 않고 함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산참사 재발 막기 위해 관련 법 제·개정 필요

현재 제19대 국회에서는 ‘강제퇴거금지법’을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 등 20명이 발의했지만 상임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강제퇴거금지법이 제정되면 개발사업 과정에서 기존 주민들의 주거권과 재정착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이렇듯 관련 법안의 제·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 김형태 변호사가 31일 오후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농성촌에서 열린 ‘용산참사 진상규명·출소 철거민 환영 문화제’에 참석, 이날 출소한 용산 철거민들에게 변론 기록을 전달하고 있다.ⓒ미디어스

이와 관련해 용산 철거민들의 변호를 맡았던 김형태 변호사는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라며 “강제 철거와 재개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법을 바꿀 수 있는 힘을 키우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며 “법을 바꾸는 일에 매진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또한 “정동영 전 의원이 발의하고 19대 국회에서는 정청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강제퇴거금지법이 당연히 제정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