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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용산참사 4주기 말말말, “무슨 생각하셨나요?”

용산참사 4주기 말말말, “무슨 생각하셨나요?”

“진상규명하고 구속자 사면하라”, “4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2013.01.25  박미리 기자

용산참사가 발생한지도 4년이 지났다. 4층짜리 남일당 건물이 있던 곳에는 각종 쓰레기와 주차장이 자리 잡았을 뿐, 건설이 예정됐던 42층짜리 초고층 빌딩은 보이지 않는다. “왜 이렇게 성급하게 철거를 했느냐”는 유족들의 울분이 충분히 와 닿는 광경이다. 2009년 1월 이곳에서는 강제철거에 반대하는 철거민 5명과 이들을 진압하려던 경찰특공대 1명이 목숨을 잃었다. 매년 이 때가 되면 이들을 기리는 추모물결이 전국적으로 일지만, 결국 “달라진 것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6명의 철거민들은 여전히 감옥에 갇혀있고, 진압과정에 대한 의혹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 용산참사 4주기를 맞아 정치권과 여론은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담아봤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인사들의 발언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구속자 사면, 재발방지대책 등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먼저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부인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의 말이다. 인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박 당선인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인 의원은 “6명의 생명을 앗아간 용산의 죽음과 아픔에 대해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생명과 인권의 일이고, 공권력 행사에 관한 민주주의와 법치, 국가기강의 일임에도 침묵이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

이어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고 제대로 된 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박 당선인 앞에 용산참사는 또 다른 의미의 두 개의 문이고 두 개의 길”이라며 정치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비겁한 불통의 길과 용산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그 책임을 명백히 하며 사과할 것은 당당히 사과하고 시정하는 100%의 대통령이 되는 길을 제시했다. 끝으로 인 의원은 “용산참사를 외면하거나 묵인하려는 침묵이 아니라 신중하게 때를 기다리는 침묵이라 믿고 싶다”고 말하며 박 당선인이 용산참사의 진실규명에 앞장서 줄 것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말이다. 정 상임고문은 지난 17일 YTN과 인터뷰를 갖고 “용산참사가 아직도 진행 중인 일이라는 게 가슴 아프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정 고문은 “여덟 분이 징역 6년, 5년, 4년씩 무거운 중형을 받았다. 과연 그분들이 징역 6년형을 받을 만큼의 범법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일반 시민들의 법 감정에 많이 벗어나 있다고 생각한다. 땅과 건물소유주들의 절대주의에 기반한 도심재생 밀어붙이기 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제도와 법률이 그대로 있다. 그래서 용산은 아직도 진행형이고 변한 것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 뒤 “사실 이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일 수도 있다. 이것이 과연 그들만의 이야기인지, 이것이 우리의 문제는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의 무관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마지막으로 정 고문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지금 감옥에 갇혀있는 분이 아직 여섯 분이다. 사실 다 평범한 우리 이웃들로 이미 복역한지가 4년이나 됐기 때문에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이런데 써야한다고 생각한다”며 “형님사면 말고 권력형 비리와 구분해서 약자에 대한 사면,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인재근 의원과 정동영 상임고문 외에도 야권에서는 용산참사를 둘러싼 성토가 줄이었다. 강병기 통합진보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대통합과 국민행복시대는 용산참사 문제가 첫째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생존권을 요구하면서 살기 위해 망루에 올랐던 이들이 주검이 되어 내려왔던 용산참사 문제를 외면한 채로 국민대통합과 국민행복시대를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진보정의당도 성명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측근 인사들에 대한 임기 말 어처구니없는 사면을 검토할 것이 아니라, 억울한 8명의 용산관련 구속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사면과 사과로 지난 5년 폭정에 대한 국민의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라며 용산참사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데 대한 힘을 보탰다.

반면, 상대적으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용산참사에 대한 언급이 적었다. 김성태 의원의 발언만이 눈에 띨 뿐이다. 이명박 정부를 비롯, 차기정부에서도 집권여당이 된 새누리당이 용산참사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안타까움을 낳는다. 김 의원은 지난 18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용산참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빚어졌던 대표적인 사회적 갈등”이라고 지적한 뒤, “작년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박근혜 당시 후보 캠프로 구속자 사면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고, 당시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할 부분’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향적인 결과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지난 19일 서울역에서 열린 추모대회에서도 피해자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애도의 목소리를 냈다. 참사이후 현장에서 미사를 올린 이강서 신부는 추모사를 통해 “4년이 지나 유가족들과 철거민의 고통과 아픔은 4배가 됐을 것”이라며 “약하고 빼앗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이 삶이기 때문에 꿈을 잃는 것은 죽음이다. 우리 스스로 희망이 돼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주 용산참사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 위원장도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에 묻는다. 언제까지 용산을 외면할 것이냐”며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 조사위원회의 설치, 구속 철거민들의 즉각적인 사면 그리고 또 다른 용산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등 재발방지 대책수립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산참사 당시 구속됐다 가석방 된 김재호, 김대원씨도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김재호 씨는 “장사 밖에 모르던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4년이라는 세월을 억압받았는지 모르겠다”며 “추운겨울 교도소 안에서 고생하고 있을 동지들을 생각하면 먼저 나와 부끄럽다. 남아있는 동지들이 석방돼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 추모대회 참가자들

여론은 어떠할까. 온/오프라인의 소리도 들어봤다. 먼저, 누리꾼들의 목소리다. 다음 아고라를 통해 넷심을 담았다. 한 누리꾼(skssh****)은 “돈을 위하여, 돈에 의하여 재개발 사업은 불꽃을 일으키면서 서민의 등골은 함락된다”며 “이곳저곳에서 용산참사의 유사한 아픔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doo****)은 “우리도 미래에 국가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싸우고 협상하는 입장이 될지 모르고, 가족 중 누군가가 저런 현장에 투입돼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 뒤, “40층 건물이 들어선다고 애꿎은 목숨을 죽여 가며 내쫓았는데 지금에 오니 단순한 주차장이 돼있다. 주차장 하나를 만들겠다고 그 애꿎은 목숨을 죽였느냐”고 일갈했다.

오프라인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윤모군(건국대 영어교육과 2)은 “재개발을 속도전으로 하니까 폭력용역업체를 썼다. 그러니 타협이 안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시간을 충분히 두지 않고 재개발을 한 것이 제일 문제라 생각하고, 이명박 정부도 잘못된 태도로 일관해 지금까지 문제를 키운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황모양(가톨릭대 영미언어문화학부 4)은 “사실 2009년에는 용산참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두 개의 문이라는 영화를 본 뒤 강제철거를 당하는 사람들, 철거를 당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정부에 입장, 원하지 않지만 강압적으로 진압한 사람들 등 철거과정에 대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용산참사가 아니어도 비슷한 일들이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아직 감옥에 갇혀있는 철거민 6명, 특별사면은 이런데 써라”
“용산참사 외면하고 국민대통합 말할 수 있나?”
“주차장 하나 만들려고 6명을 죽였나?

다른 대학생들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바로 “구체적으로는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때 당시 TV로 사고를 접하면서 ‘왜 저렇게 까지 해야 할까’하는 생각이 가득했다”, “부끄럽지만 용산참사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지한 시민이라고 욕먹는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이번을 계기로 반성하고 관심을 갖겠다” 등이다. 물론 “용산참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용산참사를 둘러싼 문제를 지적한 대학생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응방식과 지금껏 관행화돼온 철거방식이 잘못됐다”는 데 통감하고 있었다.

용산참사 유족과 관련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진상규명과 구속자 사면, 재발방지대책 등이다. 이들이 재발방지대책으로 요구하는 건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지난해 9월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이 발의했고, 앞서 18대 국회에서는 정동영 상임고문이 발의했다가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된 바 있는 법안이다. 퇴거현장에서 각종 폭력을 금지하고, 겨울철이나 악천후일 때는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이 법안을 두고 여야가 오랜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 의아하다.

또 “구속된 철거민들을 사면해 달라”는 각계각층의 요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임기 내내 용산참사에 등을 졌던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검토 중인 특별사면을 누구를 위해 사용할까. 그동안 말을 아껴온 박근혜 당선인은 ‘용산참사 진상규명 요구’에 화답할까. 해를 거듭하며 더욱 너덜너덜해진 피해자들의 상처가 이제는 봉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