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과 대화의 갈림길에 선 남북관계" -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2014.08.19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작심인터뷰
앵커:
한·미 두 나라의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이 어제부터 시작됐는데요. 매년 열리는 연례적인 군사훈련에 대해 북한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하지만 우리 측은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통해서 나름대로 문을 열려고 하고 있는데. 이렇게 엇갈린 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그리고 지금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 정국의 해법은 없는지, 통일부장관을 역임했던 분이죠,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전화연결해서 이 문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정 전 장관님 안녕하세요?
전 통일부장관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이하 정동영):
네. 안녕하세요.
앵커:
어제가 김대중 대통령 서거 5주기 아니었습니까? 추도식 잘 치르셨죠?
정동영:
정부와 여야 많은 분들이 동작동에 오셨는데요. 마침 또 비가 내려서. 고인이 생전에 염원하셨던 남북평화의 염원과 실천,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새기는 분위기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북한이 추모 화환을 보내오지 않았습니까? 사실 박지원 의원, 저희가 어제 인터뷰를 했는데요. 상당히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북한이 나름대로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시그널이라는 뉘앙스로 말씀을 해주셨는데, 정동영 고문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정동영:
그건 분명하죠. 물론 북에서는 5년, 10년 꺾어지는 해를 굉장히 중요히 여깁니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 대통령 5주기에 조의를 표하는 의미가 있을 거고요. 그러한 형식을 빌려서 남북관계에 대한 자신들의 뜻을 밝히고 남쪽의 생각도 타진해보려는 생각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김양건 부장이 말한, 대북 제의를 하는데 하필 군사연습 하는 날 제안을 하느냐는 얘기 속에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군사연습 하는 날 제기를 했다고 얘길 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8.15 경축사 때 박근혜 대통령이 나름대로 전향적인 제의를 먼저 하지 않았나요? 그 부분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동영:
바로 그 점입니다. 그러니까 정부의 정책 결정 구조가 정부 출범 이후 1년 반 동안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방향이 조율되고, 가령 대통령이 연설을 하면 연설 전후에 정책이 조율되어야 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전에 부처 간에 검토가 충분히 되어서 연설이 나오고 연설을 하면 각 부처가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데, 이게 앞뒤가 안 맞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러니까 연설 따로, 정책 따로 되니까 사실 북의 입장에서 보면 헷갈리게 되는 거죠. 그래서 우선 그러한 정책 결정의 컨트롤타워부터 정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통일부 장관을 했고 NSC위원장을 한 경험에서 보면 이정도의 컨트롤타워는 유길재 장관인지,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인지, 아니면 청와대에 누가 하는 건지, 국정원장인지 저도 종잡을 수 없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하는 건지, 이해가 잘 안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세월호 때도 컨트롤타워 문제가 제기됐습니다만 지금 즉시 해야 할 것은 남북관계에 있어서 통일부가 왜 있습니까? 통일부에 힘을 실어주고, 남북대화를 위해 존재하는 부서가 통일부거든요? 통일부를 컨트롤타워로 써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 여당 내에도 전문성이 있고 무게가 있는 정치인도 많이 있는데. 제 생각 같으면 정치인 출신 장관을 통일부에 보내서 힘을 가지고 당과 정부의 입장도 조율하면서 뭔가 일관성 있게, 대통령이 뭔가 연설을 통해서 얘기를 밝히면 그것을 정부가 뒷받침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이런 것이 굉장히 부족하지 않느냐. 이명박정부 때는 제안 자체가 없었어요. 유일하게 5년 내내 비핵개방 3000, 핵 포기하면 도와 주마, 한 마디 하고는 별다른 제안도 없었기 때문에 비교되는 게 뭐냐하면, 구상과 대안은 어떤 정부보다 풍성합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DMZ 평화공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드레스덴 선언, 8.15 연설, 통일대박론, 통일준비위원회. 그런데 연설 따로, 정책 따로가 두드러지는 거죠.
앵커:
그런데 헷갈린다는 표현을 쓰셨는데, 북한이 굉장히 헷갈리게 만들지 않습니까? 박지원 의원의 얘기를 들어보면 나름대로 뭔가를 바꾸려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하는데, 지금 매년 열리는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에 대한 지난해 강도를 보면 다른 어느 때 보다도 높다고 얘길 하거든요? 그런데 사실 북한은 항상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정동영:
그런 요소가 있죠. 남은 북을 못 믿는거고 북은 남을 못 믿는 거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에 내세운 게 한반도에 신뢰 프로세스를 진전시키자고 했는데. 1년 반 사이에, 지난 7년 사이에 한반도는 신뢰 프로세스가 아니라 한반도 불신 프로세스가 더욱 7년째 진행되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북에 대한 불신을 갖지만 북도 남쪽을 불신하는. 작은 예를 하나 들면, 지난 2월에 (..)회담 합의가 있었어요. 구정 앞두고 이산상봉 하자고 해서 어렵게 합의가 됐어요. 그때 3가지가 합의가 됐습니다. 이산상봉하고 남북 간 비방과 중상을 중단하자, 그리고 고위급 회담을 계속하자. 그런데 이상상봉은 이뤄졌는데 비방, 중상과 고위급 회담은 안 지켜졌거든요? 그러니까 정부에서 정책 따로, 연설 따로 라고 한 예가 이산상봉 이뤄지고는 적어도 북에 삐라 날리고 비방하고 이런 건 중단하는 게 맞죠. 그런데 정부에서는 민간이 하는 것을 어떻게 정부가 막느냐는 식이란 말이죠? 그러니까 이런 것들은 뭔가 정책을 펴나가는 부차 간 조율과 좀 일관된 체계가 정부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생각입니다.
앵커:
그리고 지금 국내정치 여쭤볼 텐데요. 오늘이 원래 7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날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세월호법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같습니다. 일단 오늘 같은 경우에도 안 될 경우엔 파국이 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 정동영 전 장관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정동영:
정치의 실종이죠. 사실은 책임정치라는 건 갈등이 폭발하고 문제가 생기면 이것을 정치권이 의회로 끌어들여서 뭔가 해법을 찾고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야 하는데, 지금 세월호의 충격 이후에 사라진 게 있습니다. 세월호 이전의 대한민국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야 한다는 건 모두의 얘기입니다. 대통령의 얘기이기도 하고, 유족들의 얘기이기도 하고, 국민들의 얘기이기도 합니다. 또 여야 정치권이 다 똑같은 공통분모로 얘길 했어요. 그런데 그 얘기가 지금 사라진 거예요. 세월포 피로감으로부터 이제 탈출하자, 이러한 목소리가 있는 것이고. 한쪽에서는 오늘이 37일째 목숨을 건 극한 단식투쟁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 사이에 지금 교황께서 다녀가셨는데 교황께서, 우리 사회가 정의가 없는 사회다 라고 하는 게 핵심이라고 봅니다. 정의의 결과로서 평화, 교황의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를 여야가, 청와대가 새겨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앵커:
정치의 실종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정치의 실종 중에 일부에서는 그런 얘길 하거든요? 합의한 것을 파기하고, 이런 게 결국 정치 실종의 원인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가?
정동영:
그건 파기가 아니라 여당이든 야당이든 원내대표 석상에서 합의하고 의원총회라는 기구에서 인준을 받아서 당론이 되는 겁니다. 그런 경우는 비일비재했죠. 그러니까 합의된 것이 의원들의 뜻도 수렴이 잘 안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의원들은 물론이고 세월호 특별법은 만들게 된 계기가, 유족들의 비극적인 현실과 요구에서부터 출발하는 건데 유족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 속에서의 합의는 자체가 잘못됐었다고 보는 거죠.
앵커:
그런데 박영선 비대위 체제의 리더십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요?
정동영:
잘못은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지도자라도. 그런데 그것이 그냥 고집불통으로 밀고 가느냐, 아니면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재협상을 통해서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느냐는 것은 오히려 민주적인 유연한 리더십으로도 볼 수 있는 거죠. 문제는 다시 정부여당과 대화를 통해서 해법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 답답한 것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침묵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그런데 사실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또 본인이 유족의 의견, 여야, 민간이 참여하는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약속도한 입장이고.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내놓았던 담화를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 뒤로 3개월이 흘렀는데요. 여기에 대해서 책임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황이 눈물 흘리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 줬는데, 왜 우리 대통령은 고통 받고 눈물 흘리는 국민의 손을 못 잡아 주는지요.
앵커: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동영:
네. 감사합니다.
앵커:
지금까지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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