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권 없는 청소년 기자 총선 후보를 만나다

[TONG] 투표권 없는 청소년 기자 총선 후보를 만나다

 

20160412 중앙일보

 

 

“우리나라는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OECD 최하위 국가입니다. 후보님께서는 청소년들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실 겁니까.”

 

TONG청소년기자들이 우리 동네의 민의(民意)를 대표하려는 제20대 국회의원 후보들의 선거운동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청소년을 위해 어떤 활동을 펼칠 계획인지 청소년의 목소리로 직접 묻는 계획을 세우고 3월 26일부터 4월 3일까지 10팀의 청소년기자가 해당 지역의 출마자들을 만났습니다. 학기 중 틈틈이 시간을 내야 했기 때문에 많은 후보를 만날 수는 없었지만 등하굣길에 가까운 곳에서 후보자가 나서는 유세 계획에 시간을 맞춰 취재에 성공했습니다.

 

청소년기자들은 질문을 하러 가는 과정과 답변 모두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습니다. 1분 1초가 귀한 유세 현장에서 ‘훅 치고 들어온’ 비유권자의 질문에 후보들은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또 어떤 계획을 들려주었을까요.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는 것이 이번 취재의 목적이었습니다. 청소년기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득표만을 위해 움직이는 후보인지, 대한민국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후보인지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요.

 

청소년기자, 선거유세 차에 오르다

 

경남외고 정은지 청소년기자가 경남 양산시갑 윤영석 후보에게 청소년 정책을 들어보았다.

 

경남 양산에서는 청소년기자가 유세차량 간이 무대에 올라 후보에게 공개 질문을 하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경남 양산시갑 지역구에 출마한 윤영석 후보(새누리당)의 삼성파크빌아파트 단지 앞 유세 현장이었는데요. 무대에 오른 경남외고 정은지 청소년기자는 많은 지지자와 주민이 모인 자리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후보 입장에서도 청소년과 직접 공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이미지에 도움이 됐겠죠. 서울 금남시장에서 만난 지상욱 후보(서울 중구 성동구을·새누리당)도 친절히 답변을 하면서 청소년기자와 함께 주변의 카메라 세례를 받았지요. 강원 속초시·고성군·양양군 이양수 후보(새누리당)는 이계진 전 의원과 시장 인사를 돌다가 만난 청소년기자에게 동행 취재를 허락했습니다.

이 외에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려는 후보들은 시끄러운 유세차량을 피해 조용한 곳으로 청소년기자를 이끌었습니다. 필리버스터로 유명세를 탄 은수미(성남 중원구,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시끌시끌한 유세 현장에 찾아온 청소년기자들을 조용한 사무실로 데려가 인터뷰 하고, 시민들에게 소개도 해주었답니다.

 

혹시 투표권 없다고 무시하는 건 아닌가요?

 

그러나 모든 취재가 수월했던 것은 아닙니다. 경기 수원시을 김상민 후보(새누리당)를 찾아간 청소년기자는 후보가 직접 나서기로 계획됐던 현장에 끝내 당사자가 오지 않아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청소년기자를 15분 넘게 세워두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대꾸도 하지 않는 등 무례한 태도에 상처 받은 청소년기자는 "지역구 후보 만나기가 연예인 만나기 보다 힘들다"며 분노했죠. 또 대구 북구갑 권은희 후보(무소속)를 만난 청소년기자는 유세차량의 시끄러운 소리를 뚫고 질문을 하기 위해 높은 유세차에 매달리다시피 하기도 했고요.

 

취재에 서투른 청소년기자는 유세 중인 후보에게 인사도 없이 갑작스럽게 인터뷰를 요청해 따끔한 소리를 듣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갑 유기홍 후보(더불어민주당)에게 질문한 청소년기자들은 서툰 취재 요령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했습니다. 의욕이 앞선 나머지 인사와 소개 없이 인터뷰부터 요청하는 바람에 선거운동원들을 당황스럽게 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오해는 풀렸지만 유기홍 후보에게 인터뷰 답변과 함께 약간의 수업(?)을 들었지요. 유기홍 후보는 당 수석대변인을 지낸 바 있으며 현 더불어민주당 교육특별위원장입니다.

 

그 약속들만 지켜주시면 달라질 수 있겠죠?

 

청소년기자와 만난 전북 전주시병 정동영 후보는 청소년의 삶 개선을 위해 투표연령 하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남 중원구 은수미 후보는 '청소년이 꿈을 꿔도 될 만한 세계를 만들겠다' 약속했다.

취재 결과 후보들의 문제 인식은 비슷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성적에 너무 큰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공교육 개선과 맞춤형 직업교육 강화, 청소년 문화 인프라 확충 등을 제시했습니다.

권은희 후보는 “좋은 대학을 목표로 하는 주입식 교육을 강행해 왔다”고 현재의 교육 풍토를 비판하면서 “학생들이 교과 공부 외에도 다양한 체험을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후보들에게도 “청소년의 문화적인 접근이 어렵고 공부만 강요받고 있다”(이양수 후보), “공부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 체육과 예술활동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윤영석 후보) 등의 유사한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국민의당 김관영 후보(전북 군산)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법이 잘 운영될 수 있게 하고, 청소년 폭력을 심리적·시스템적으로 예방·지원할 수 있는 법률이 통과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학교 교육의 다른 방향을 찾으려는 생각을 가진 후보들도 있었습니다. 전북 전주에서 만난 전희재 후보(새누리당)는 “꿈이 없는 세대는 중요한 문제”라며 “일자리를 만들고,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직업교육 체제를 갖추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유기홍(서울 관악갑, 더민주) 후보는 “교육 불평등을 해소해 가난한 학생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 주입식 교육보다 스스로 성취동기를 갖고 공부하는 혁신학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전북 전주시병 정동영 후보(국민의당)는 ‘투표연령 조정’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내일의 행복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오늘의 고통을 해소해야 한다는 인식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며 “투표 연령을 낮추면 의원들이 앞다퉈 청소년의 행복을 위한 방안을 내놓을 거다. 단계적으로 고등학생까지 낮춰가는 것도 청소년들의 삶을 개선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은수미(성남 중원구,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제가 길을 열어볼게요"라고 청소년 기자들 앞에서 약속했습니다. 은 후보는 "어느 학교를 나오든 돈 많은 부모가 있든 없든 시민으로서 열심히만 일하면 권리를 갖고 살 수 있는 평등하고 보편적인 일자리 환경을 만드는 길을 열겠다는 게 첫

번째고, 두번째는 청소년 때부터 공부든 여행이든 다른 어떤 꿈이든 꿀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교육을 하는 길을 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죠. 인터뷰를 끝내면서 은 후보는 다음과 같이 약속했습니다.

 

"힘내세요. 조금은 달라질 거예요. 조금은 꿈을 꿔도 될 만한 세계를 만들 거예요."

투표일이 지나면 의원이 되는 분도 계실 테고 아쉽게 낙선하는 분도 계시겠지요. 어디에서든 청소년들의 행복과 교육 환경을 걱정하신 그 답변,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취재·영상촬영=TONG청소년기자 총선취재단
강희영(태원고 2)·정은지·석다희·이정화(경남외고 2)·정바울(전북사대부고 2)·최세영 (성화여고 2)·김혜정·오수은(속초여고 2)·박선주(한국예고 3)·정혜령(서초고 3)·김선정·박지현·안혜란·임소희(유일여고 2)·오소영·김선아(무학여고 2)·김성사(수성고 3)·김지연·김정현·심규리·조혜진(군산여고2)

영상편집=전민선 인턴기자
도움=박성조·이경희 기자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19876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