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캠프 전략기획본부장 민병두의원님의 글을 블로거여러분들과 공유의 차원에서 개제합니다. 많이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
부시대통령이 이명박후보와 만나기로 했다는 보도를 봤을 때 상당히 의아했다. 미국외교의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는 제국(帝國)은 세계를 관리하면서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다. 민주적 국가의 경우 야당 대표를 대통령이 만나주지 않는다. 자칫 상대국의 정치에 개입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상대국의 정상과 야당 대표를 번갈아 만나면 정상외교에도 지장이 생기고 상대국의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미국은 잘 알고 있다.
부통령이 만나주는 일은 종종 있다. 그것도 우연히 만나는 형식을 빌린다. 백악관에 들러 야당 대표가 누군가를 만나고 있으면 그 방문을 일부러 열어놓는다. 부통령이 지나가다가 우연히 아는 사람을 보고 들르는 형식으로 면담이 이뤄진다. 더군다나 여야의 대통령후보를 만나는 것은 금기다. 그런 예를 들어 본 일이 없다. 국내 언론이 2002년 대선정국에서의 반미감정 등을 고려해 미국이 주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미국외교원칙을 잘 몰라서 한 소리이다.
다만, 미국의 전략적 이익상 야당이나 반체제 지도자를 만나는 일은 있다. 달라이 라마를 부시가 만나는 일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명박후보가 반체제 지도자는 아니지 않은가. 미국의 이런 외교적 의전적 프로토콜을 모르는 한나라당과 이명박후보의 참모들이 섣부른 추진을 하고 섣부른 속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는 노련한 경험과 혜안, 외로운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이번 일련의 헤프닝은 이명박호의 외교가 침몰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2.
이명박후보는 그래도 미국을 가겠다고 한다. 경제 세일즈외교를 한다고 한다. 글쎄 아직 후보 신분에 불과한 이분을 상대로 누가 경제 세일즈외교에 응할지는 잘 모르겠다.
빌 게이츠를 만난다고 한다. 빌 게이츠를 만나서 이명박후보가 대운하의 중요성을 한참 침이 마르도록 강조할지 모른다. 한참 듣고 있던 빌 게이츠의 얼굴이 점점 심각해진다.
빌 게이츠는 하드웨어 시대를 지나 소프트웨어 시대를 연 사람이다. 빌 게이츠는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자원은 직원들의 상상력이다"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불도저와는 다르다. 아마 빌 게이츠는 이명박후보에게 이렇게 충고할 것이다. "지금은 지식경제시대입니다. 토목경제시대가 아닙니다. 바보가 아니라면 지식경제시대로 나아가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리고 백악관에서 포토맥 강을 따라 메릴랜드 중북부로 향해 뻗은 152km의 운하를 한번 탐방할 것을 권유할지 모른다. 이 운하는 어린이용 놀잇배만 주말에 돌아다닌다. 그리고 일요일날 관광용으로 옛날에 어떻게 갑문을 열어 갑문 양쪽의 수위를 맞춰 배가 오르내리게 했는지를 두 시간 간격으로 보여준다.
아마 이명박후보가 빌 게이츠와 포토맥운하를 둘러본 뒤 대운하 공약을 취소한다면 그것이 방미외교의 성과일지 모르겠다.
3.
혹시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그전에 아주 작은 나라의 정상이 백악관을 방문한 일이 있다. 부시와 정상회담을 했다. 아마 의제라면 미국이 볼 때 선심에 불과한 수준의 원조였을 텐데 이미 이것은 실무진 사이에 다 합의가 된 상태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시대통령은 상대가 같은 신앙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만나자마자 함께 기도하자고 해서 40분간 둘이 앉아 기도하는 것으로 정상회담을 했다.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독특한 정상회담이었다.
이명박후보도 혹시 부시대통령이 참석하는 기도회에 가서 수십명, 수백명과 함께 잠깐 기도할 수는 있을 것이다.
4.
중국과 러시아도 간다고 한다. 남북간에 등거리 외교를 하는 나라들이다. 이명박 후보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이번 대선은 친북좌파와 보수우파의 대결이라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남북간, 그리고 정치세력간 극도의 대결주의 의식을 갖고 있는 이명박후보를 우려하는 눈으로 쳐다볼 것이다.
2007년 10월 4일
국회의원 민병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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