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의 동고동락- 세 번째 이야기]
목욕탕에서 정치와 인생을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은 부활절이었습니다. 부활절 새벽 예배를 보고 나서 5시반쯤 사당동에 있는 금강산 보석 사우나에 갔습니다. 요즘 하루 한번은 목욕탕에 가게 됩니다. 오늘은 씻기도 할 겸, 사실은 잠이 왔습니다. 새벽 예배 가려고 집에서 3시반에 나왔거든요.
목욕을 하고 찜질방 남자 수면실에 가니 20여명이 자고 있었습니다. 저도 한 켠에 끼어서 한 시간 쯤 잠을 잤습니다. 처음에는 코고는 사람 2명의 ‘합주곡’에 신경이 쓰였는데 한 10분 지나자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습니다.
출처:노컷뉴스
자고 일어나니까 훨씬 가뿐하더군요. 손님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도시생활이라는게 참 고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 중에는 주말을 맞아 아들 손잡고 찜질방에 와서 목욕하고, 휴식하고, 잠자는 사람도 있지만 어딘지 주거가 불안정한 사람도 몇 명은 있을 것입니다. 깨워서 물어볼 수도 없고, 조금은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이처럼 목욕탕을 매일 다니면서 느끼는게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참 좁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분도 탕 안에 같이 앉아 ‘정동영입니다’하고 인사하다 보면, 두 다리 건너 다 아는 사이입니다. 어제 백두산 사우나에서는, 옆에 앉았던 분이 제 고등학교 2년 후배하고 전에 같은 회사를 다녔다고 하더군요. 그 후배에게서 평소 얘기 많이 들었다고..
알몸으로 인사 나누는게 생각보다 느낌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하시던 분들도 인사 나누고 같이 얘기하다 보면, 밖에서 인사 나누는 것보다 훨씬 빨리 친해집니다. 어제 백두산 사우나에서처럼 같이 때를 밀어주다 보면 정말 오랜만에 만난 형제 같습니다.
두 번째 정치인생을 목욕탕에서 시작하게 된 것, 행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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