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공동선언 13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남북당국회담 무산 책임론 공방과 함께 6·15’의 의미를 헌법에 빗댄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6·15를 위헌이라고까지 몰아붙인 보수논객 조갑제씨 주장에 정동영 전 민주당 의원이 “남북관계의 뿌리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각각 일궈낸 6·15 남북정상선언과 10·4남북공동선언을 두고 조갑제씨는 지난 13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6.15선언은 헌법에 위반되고 우리의 자유통일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한국 안에서 종북세력의 득세를 가져와 국가보안법을 일정부분을 무력화시켜 버렸다”고 비난했다. 조씨는 “지난해에 제대로 내용이 밝혀졌으나 김정일이가 원하는 것을 다 갖다주고 NLL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하는 것도 있다”면서 국정원 댓글 조작 및 선거개입 사건을 두고 문재인 전 대선후보까지 종북좌파 세력으로 몰기도 했다.

이를 두고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전 의원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정 전 의원은 같은 방송에 14일 아침에 출연해 조씨의 주장에 대해 “그렇게 주장을 했느냐. 이해가 잘 안된다”며 “6.15를 법적으로 걸려는 움직임은 우리 남북관계 특수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갑제 '조갑제 닷컴' 대표
이치열 기자 truth710@
 
정 전 의원은 그 사례로 과거 독일이 70년대 초에 브란트 수상이 동독을 향해서 동방정책, 독일판 화해협력 정책 추진과정에서 동서독 기본조약을 맺었을 때 우파 보수당이던 기민당이 위헌신청을 했으나 헌법재판소가 기각된 일이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사회에서의 6·15 의미에 대해 정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 때 노무현 정부 때 대북정책, 통일방안의 뿌리는 김영삼 정부 때 만들어 지고 노태우 정부 때 원안이었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이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한 것”이라며 “역대 정부가 20여 년 째 그 민족공동체 3단계 통일방안이 계승되고 있는데 느닷없이 6.15를 헌법에 위반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7·4남북공동성명에 대해서도 정 전 의원은 “당시에 그 내용은 훌륭했다.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통일 3원칙 제시와 함께 ‘비방중상하지 않는다’, ‘무장도발하지 않는다’, ‘이산가족, 끊어진 민족적 연계를잇는다’ ‘제반 남북교류를 활성화한다’는 등으로 이후 철도·도로 연결과, 금강산·개성공단사업으로 이어졌다”며 “현재 각종 남북협력은 여기에 뿌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격’ 문제로 이번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것을 두고도 정 전 의원은 “이런 저런 시각에 대한 분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북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며 “우리 국민 절대 다수가 남북이 긴장으로 계속 갈등으로 계속 가는 것을 원치 않고 있으며, 평화를 정착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책무인데, 이런 곁가지 문제로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정동영 전 민주당 의원.
이치열 기자 truth710@
정 전 의원은 ‘북한이 6·15 남북공동행사에 집착하고 있다’는 일부 보수신문과 KBS YTN 등 친여방송의 주장에 대해 “북이 집착한다기보다 6·15가 70년 가까운 남북 분단의 역사를 가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6·15 이전엔 정상회담도 없었으며, 대결상태였다”며 “또한 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경우 화해협력하기로 했으나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6·15부터 실천으로 접어들었고, 서로 총들고 전쟁하려던 사람들이 공장에 모여 물건을 만들게 한 것이 개성공단이요, 6·15이다. 남과 북 6.15의 정신을 존중할 때만 평화정착과 평화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전 의원은 6·15 공동행사의 필요성도 역설하면서 민간행사를 불허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 대해 “대결적 잔재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담에서 김양건을 나오라고 요구한 우리측의 문제와 회담을 무산시킨 북한의 책임 등 모두 잘못이라는 양비론에 대해 정 전 의원은 “둘 다 잘못한 것이 있지만 더 큰 책임은 우리 정부에 있다”며 “개성공단 문제로 북도 고통 받겠지만 (우리) 당사자들은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다. 또 이산가족 상봉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을 이산가족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이런 식으로 남북회담 안 해도 상관없다는 태도는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