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정동영 "北 장성택 실각설, 국정원의 여론몰이"
2013.12.05 스포츠서울 닷컴 오경희 기자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사실상의)10년 후 통일'을 자신하며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여의도=임영무 기자 |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지'에도 통일의 꽃은 필까. 민주당 정동영(60) 상임고문은 '(사실상의) 10년 후 통일'을 꿈꾸고 있다. "한국의 창조 경제는 북방 경제에 있다"면서 "한반도의 새로운 비전은 대륙으로 가는 길에 있다"고 자신했다. 남북 경제 협력의 상징 개성공단을 현실화했던 참여정부 시절 그는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으로서 발로 뛰어다녔던 이야기를 최근 저서 '10년 후 통일'에 풀어놨다.
사실상의 통일을 위해선 남북관계를 화해협력으로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단, 조건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안통치'와 '종북몰이'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빨리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를 털고, 더 이상 그런 공안통치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북관계 정통 전문가로서 최근 불거진 북한 정권 2인자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실각설에 대해 "국정원의 여론몰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정원조차 '설'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국정원은 여론몰이 기관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사실과 이유를 정확히 설명해주지 못한다면 찌라시와 다른 게 무엇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것과 내년 지방선거 출마설에 대해선 고개를 가로저었다. 출마 여부를 묻자 "정신 나간 얘기 아니냐"며 반문했다. "민주당이 제3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때에 '다음'을 고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지금 민주당은 '대동'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대안 정당, 나아가 대안 정부로 인정받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그의 개인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요즘 강연도 하고 공부 모임도 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말하는 정 고문. |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사)대륙으로 가는 길 연구소 일도 하고, 강연도 하고, 공부 모임도 하고 그렇게 잘 지내고 있다.(웃음)
-최근 '10년 후 통일'이라는 책을 냈다. 책 제목처럼 '10년 후 통일'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책 제목에서 괄호 열고 '사실상'이 빠졌다. '사실상의 10년 후 통일'은 실현 가능한 얘기다. 대만과 중국 상태로 가자는 거다. 중국 본토와 대만은 일주일이면 비행기 600편이 뜨고 내린다. 지난해 한 해에만 700만 명이 서로 왔다 갔다 했다. 마음대로 전화하고, 인터넷을 하고, 편지하고, 송금하고, 투자하고, 여행을 한다. 특히 중국 본토가 대만 국민 2000만 명 가운데 10분의 1, 200만 명한테 영주권을 줬다. 대만과 중국은 하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가 있나.
-한반도의 새 비전은 '대륙으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해 왔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를 보면 한국 경제가 2031년부터 0% 성장 시대로 들어간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성장 엔진이 꺼진다는 얘기다. 배가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 엔진이 꺼지면 표류하게 되고, 그 결과는 젊은이들이 짊어질 몫으로 남는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마스 사전트 (Thomas John Sargent) 교수가 새누리당 초청 연찬 강연회에 와서 한 말이 뭔줄 아는가. '불싯(Bullshit, 허튼소리)'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창조 경제는 북방 경제를 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남북이 화해만 하면 된다. 그러면 북방 경제와 대륙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남쪽의 자본과 기술, 북쪽의 노동력과 광물자원을 결합하면 세계 강국을 제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지금 우리 민족에 대운(大運)이 왔다. 대운을 잡아야 한다.
정 고문이 한반도의 새비전은 대륙으로 가는 길을 여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박근혜 대통령도 '대륙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얘기엔 공감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적대와 대결을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의 한반도 경제 시대를 열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얼마든지 남북관계를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건이 있다. 공안통치와 종북몰이를 버려야 한다. 하루빨리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를 특검, 특위를 도입해 털어야 한다. 더 이상 그런 공안통치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2013년을 거울 삼아 밝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면 좋겠다.
-전날(3일) 북한 최고실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실각설이 알려졌다. 북 권력 재편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두 가지 지적을 하고 싶다. 하나는 평양이 불과 (서울에서) 240㎞인데 정확히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이 없다. 이게 무슨 일인가. 국정원도 '실각설'이라고 발표했다. 국정원은 여론몰이를 하는 기관이 아니다. 정보 기관은 사실 수집과 해석을 하는 기관이다. 국민들에게 사실과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찌라시와 다른 게 뭔가.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에 의지하지 말고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
차기 대권 도전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은 민주당원 모두 대동해야 할 때라고 답하는 정 고문. |
-같은 당 문재인 의원의 대권 재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본인의 판단인데 뭐라 할 말이 있겠나. 지금 당내 정치에 개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밖에서 제가 싫은 소리를 해봐야 당에 도움이 안된다. 큰 틀에선 민주당이 대동해야 사는 거다. 권력 투쟁하지 말고 건강한 노선 경쟁을 하는 것이 민주당이 살길이다. 친노(친노무현)니, 비노(비노무현)니 하는 계파 싸움도 던져버려야 한다. 건강한 노선이라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던져버린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민주당의 살과 피로 삼아야 한다.
-혹자는 위기의 민주당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선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권에 도전할 생각은 없나.
대권 도전? 정신 나간 얘기다. 지금은 민주당이란 배를 국민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대안 세력으로 만들고, 그래야 대안 정부가 되지 않겠나. 안철수 신당이 출범하면 민주당은 3등이 되는 것 아닌가. 3등 말고 2등이라도 된 다음에 '다음'을 생각해야지 저뿐만 아니라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다음에 무엇을 하겠다는 건 좀 내려놓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
-민주당이 신뢰를 회복하면 대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얘긴가.
정치는 생물이지만 저는 이미 후보도 했고, 당이 이렇게 국민들로부터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데 대해서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선 불출마도 했던 것이다. 당을 대안 세력으로 만드는데 제 역할이 뭐냐. 그래서 노선 경쟁 해라, 천막 쳐라 등 나름대로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정 고문이 안철수 신당 창당은 새 정치와 거리가 멀다고 말하고 있다. |
-내년 지방선거 출마설도 나돈다.
호사가들 얘기다.
-민주당은 신당에 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안철수 신당이 뜨면 민주당이 3등이 될 수 있다는 얘기는 이같은 생각이 달라졌다는 말인가.
지지율에선 모르지만 선거에선 안 진다는 얘기다. 새 정치는 신당을 안 만드는 게 새 정치다. 안철수 신당이 정당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국민들이 당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을 새 정치라고 볼까. 물론 민주당이 충족해주지 못하는 기대가 있지만 그 대안이 정당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나. 현실적으로 정당을 만들면 야권은 쪼개진다. 민주당만으로도 힘에 부치는데 야권이 대동해야 박근혜 정부를 어떻게든 견제하고 심판하지 않겠나. (안철수 신당은)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가 태어난 날이 6.25 전쟁 휴전협정일인 1953년 7월 27일이다. 지난 5~6년 동안 평화 체제의 'ㅍ'자도 못 들었다. 평화 체제로 가기 위한 길을 고민하고, 그 길에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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