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종북몰이 지방선거까지 계속”
종편이 난리치며 공안통치 도와
2013.12.13 CBS 시사자키 제작진
- 안보불안 조성, 국민관심 쏠리게 해
- 증거 없는 대북혐오로 금강산관광 끊어
- 대통령이 대국적으로 한반도 경영해야
- 10년이면 사실상 통일도 가능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12월 12일 (목)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 정관용> 오늘은 오래간만에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을 초대했습니다. 북한의 장성택 숙청. 우리에게도 고민거리가 여러 가지예요. 여러 가지 설들도 나돌고 있고 북한이 과연 어떻게 달라질 것이냐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여러 가지 고민점들 정동영 전 장관과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정동영> 네, 안녕하십니까? 우리 정관용 선생님.
◇ 정관용> 지금 확인된 것은 장성택이 분명히 숙청됐다. TV 화면을 통해서 체포하는 모습까지 일부러 보여주고 말이죠. 그리고 그 후에 북한 전체 주민한테 자술서를 쓰게 한다. 그리고 김정은 유일체제에 대한 찬양의 어떤 열기가 더 올라가고 있다. 이런 것들은 확인된 사실들입니다.
◆ 정동영> 네.
◇ 정관용> 그런데 많은 설이 난무하는 게 장성택이 왜 숙청됐을까? 이거거든요. 우선 그거부터, 왜 숙청됐을까요?
◆ 정동영> 그걸 정확히 아는 사람은 국내에는 없죠. 다들 추론인데. 어쨌든 2인자 권력은 독재체제하에서 참 어렵다.
◇ 정관용> 못 버틴다?
◆ 정동영> 그런 게 하나 보편적인 원칙인 것 같고요. 어떤 독재정권이든 2인자라는 게. 그런데 저를 포함해서 누구도 사실 장성택 실각은 예측하지 못했던 놀라운 일인 건 사실입니다마는 어쨌든 내부의 권력투쟁, 권력교체, 엘리트교체가 일어난 거죠.
◇ 정관용> 그 국내의 그 누구도 정확히는 모른다. 아까 그러셨잖아요.
◆ 정동영> 네.
◇ 정관용> 온갖 설이 난무한다고 하셨지만 국정원은 알까요?
◆ 정동영> 글쎄요. 알면 좋겠는데요. 그런데 요즘 특히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갖가지 난무하는 설의 근원지를 찾아보면 대개 이북에서 온 분들이요. 탈북자들. 그런데 이북에서 왔다는 것만 가지고 그분들이 최신 상황을 안다고 볼 수 없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게다가 오신지 10년, 20년 되신 분들까지도 막 언론에 나와서 얘기하더라고요.
◆ 정동영> 그렇죠. 너무 무책임한 얘기들이. 그런데 우리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북에서 온 사람이니까 일단 믿게 된단 말이죠.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런데 국정원은 알까요? 국정원은 알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 정동영> 이번에 공개하는 과정을 보면 저는 정보기관답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때는 구설수가 많이 있었어요.
◆ 정동영> 정보기관이 어떻게 언론에 직접 정보를 공개하고 저는 CIA나 미국의, 또 영국의 007 영화가, 영국의 정보기관 MI5, MI6 그런 기관이 언론에 이렇게 직접 대고 정보를 공개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고. 영국에서는 그 정보기관의 소재지 그다음에 수장이 누구인지를 국민들은 몰랐어요. 70년대, 80년대까지만 해도. 그처럼 비밀과 보완이 생명인데 어떻게 나서서 이렇게 남북관계 또 거기다가 국내정치까지 휘젓는 정보기관 정치시대의 도래는 참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 왜 숙청당했는지 그 내부의 권력관계를 세밀하게까지 들여다볼 필요는 사실은 없어요. 일반국민들 입장에서는. 다만 이 숙청이 북한이 그동안 견지해 왔던 어떤 정책노선, 정치노선에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안 올 것이냐. 이건 반드시 또 짚어야할 문제 아니겠습니까?
◆ 정동영> 최근에 북한에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이제 협동농장의 경영의 방식이거든요. 동네마다 시장, 장마당이 늘어나고 협동농장의 생산물을 전에는 다 걷어갔어요. 그런데 배급이 안 이루어지니까 이거를 2~3년 전부터 바꾸기 시작해서 이제는 3 대 7이라는 거거든요. 30%를 내고 70%를 자기가 가져가니까.
◇ 정관용> 그걸 장마당에 거래하고.
◆ 정동영> 그래서 농업소출이 2 3년 새에 확 늘어났어요. 그래서 식량난이 많이 부드러워진 거죠. 그래서 전에는 예전에 채마밭, 텃밭 협동농장에 가서 죽도록 일 해봐야 내 것이 아니니까 여긴 형편이 없고 채마밭 옥수수는 굵고 텃밭 이랬는데. 요즘은 텃밭에 별로 신경을 안 쓴다는 거죠. 왜냐하면 협동농장 이게 분조별로 나눠서 70%는 소출을 가져오게 되니까.
◇ 정관용> 텃밭보다 소출이 훨씬 거기가 높죠?
◆ 정동영> 네. 이게 중요한 변화거든요. 중국식 개혁·개방정책의 전조. 최초의 1단계를 따라가는 셈인데. 지난 5월달에 중국특사로 최룡해가 갔어요. 좀 뜻밖이었어요. 군 총정치국장이 갔으니까. 장성택이 중국통으로 알려져 있으니까. 2인자로 또 알려져 있고. 그래서 그게 좀 이상하다 했는데. 그때 어쨌든 최룡해 5월 방중, 시진핑 주석과의 면담 그러면서 그때 전달한 메시지 중에 북은 그러니까 당시에는 전쟁이 나네 마네하는 그런 한반도 상황 아니었습니까? 3, 4월. 대화로 풀겠다 양자든 다자든, 6자든 풀겠다 이런 것하고 그다음에 북이 경제발전을 위해서 평화적인 환경을 필요로 한다, 이런 얘기를 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 같은 협동농장의 운영방식이라든지 또 김정은 위원장이 얘기한 인민의 허리띠를 더 이상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는 그게 국가운영방침 이런 것과 경제발전을 위해서 평화적인 환경을 필요로 한다는 최룡해 특사의 얘기가 맥을 같이 한다는 말이죠. 그렇다고 보면 장성택의 실각과 북한의 정치·경제노선이 특별히 변화하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저는 해석됩니다.
◇ 정관용> 의미심장한 게 보통 많은 언론들은 그냥 최룡해는 군부 강경파의 상징, 장성택은 경제 개혁·개방 온건파의 상징 이렇게 보는데. 그게 아니라 군부 최고 실세인 최룡해가 중국에 가서 평화를 원한다, 경제의 이야기하고 대화 이야기를 했다는 것. 바로 그대목이군요. 그건 김정은의 의지가 거기에 실려 있다는 것 아니겠어요?
◆ 정동영> 그렇죠. 그건 김정은의 메시지죠. 최룡해 개인의 메시지가 아니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군부 실세라고 하지만 최룡해는 군대를 안 갔다 온 사람입니다. 군인이 아니라는 말이죠. 군 출신이 아니에요. 군대장이나 사단장을 한 사람이 아니고 순전히 당에서 큰 사람이란 말이죠. 원래는 장성택 사람이었다고도 하고요.
◇ 정관용> 네, 장성택이 키웠다고 하죠.
◆ 정동영> 그래서 사실은 지금 김정은 체제 이후에 두드러진 것이 힘의 중심이 군으로부터 당으로 옮겨진 거거든요. 당으로. 그리고 당 출신인 최룡해가 당의 총정치국장. 오늘 이 공교롭게 12.12네요.
◇ 정관용> 12월 12일이네요. 쿠데타 있었던.
◆ 정동영> 12.12 때 제일 센 사람이 보안사령관이었습니다. 보안사령관이 참모총장을 잡아넣었으니까요. 그런데 북에 지금 보안사령관이 지금 최룡해거든요.
◇ 정관용> 국의 총정치국장이니까.
◆ 정동영> 총정치국장, 보안사령관이에요. 군을 통제하고 하는. 그러니까 중요한 변화는 어쨌든 당을 중심으로 또 시스템을 갖춰서. 그러니까 장성택 실각을 결정한 그게 당 중앙정치국 회의였단 말이죠.
◇ 정관용> 확대회의.
◆ 정동영> 네, 확대회의. 그런 시스템을 통해서 결정하고 하는 것들이 뭔가 아무튼 내부의 권력투쟁이 발생했지만 그러나 큰 틀에서는 김정은 체제가 정해진 방향대로 자기들은 가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 정관용> 여기저기에서 비자금을 빼돌렸다, 뭐 장성택의 측근이 망명했기 때문이다. 또 장성택이 쿠데타 일으키려고 했다더라. 심지어는 장성택과 이설주의 염문설까지. 도대체가 참 소설들이 많이 난무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쨌든 김정은 유일지도체제의 공고화와 강화 쪽으로 간다. 거기에 무슨 흔들림이나 흠결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 정동영> 이북에서 온 분들 중에 여기에서 박사공부도 하고 한 전문가들 얘기를 들은 것 중에 인상적인 게 남쪽에서는 북이 굉장히 불안정하다고 보는데 자기들 남쪽 양쪽을 살아본 입장에서는 남쪽이 더 불안정하다. (웃음) 북은 남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권력의 측면에서 안정되어 있다, 안정된 사회다. 이렇게 말하더라는 말이죠.
◇ 정관용> 그것도 맞는 얘기예요. 민주주의 사회는 불안정해야죠. 정권이 왔다 갔다 해야 되는 게 민주주의 아닙니까?
◆ 정동영> 그렇죠.
◇ 정관용> 그리고 정책노선에 있어서도 커다란 변화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다만...
◆ 정동영> 중요한 거는 북쪽이 대남정책, 대중·대미정책을 어떻게 변화할 거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이제 더 중요한 시점이에요. 금방 국정원은 알고 있을까요? 라고 물으셨는데. 이거 큰일 아닙니까? 사실 북한이 어디 남아공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지금 맞대고 살고 있는데 아무런 정보도 사실 없는 것 같거든요. 감청이라든지 아니면 이북에서 나온 사람들한테 듣는 거지요. 그래서 하루빨리 소통채널을 구축해야 합니다. 남북 당국간에. 지금 이 남북 당국간에 상시적인 채널이 끊어진지가 6년 됐습니다. 이명박 정부 5년, 이 정부 1년. 어떻게 남북이 이렇게 함께 같은 한반도에 살면서 이렇게 불통의 시대를. 이건 이 자체가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거거든요. 그래서 일차적으로 소통을 시도해야 되는 거고. 그다음에 북에 분명히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우리는 북의 내부 문제에 간섭할 생각이 없고.
◇ 정관용> 청와대도 일단 아무 논평을 안 하는 건 잘 하는 것 같아요.
◆ 정동영> 그렇죠. 그다음에 북이 안정된 상태에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길 원한다는, 그런 상황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94년도에 김일성 주석 사망 때 그 교훈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사망 직전에는 무슨 국면이었냐면 남북 정상회담 국면이었어요. 김일성 전 위원장과 김영삼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향해 가고 있는 국면이.
◇ 정관용> 정상회담이 합의돼 갖고 준비하던 상황이었죠.
◆ 정동영> 그렇죠. 준비하던 상황에서 유고가 발생했단 말이죠. 그런데 우리가 그 상황관리에 실패하는 바람에 아주 극도의 대결과 증오로 반전됐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에 뭔가 유동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의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 정관용> 아마 이제 당분간은 북한도 장성택 숙청의 후속 작업을 아마 해야 될 거예요. 일각에서 애기는 장성택 사단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숙청이 있었는데 몇 천 명씩 숙청한 적도 있지만. 이번에는 규모가 그보다 클 수도 있다 이런 얘기가 들리니까. 그런 시간이 조금 필요하겠죠, 북한도. 그런데 전문가들이 분석하기는 김정은 체제가 공고화되면서 대남 관계에 있어서도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있다. 한 쪽에서는 조금 더 내부의 위기, 내부의 체제단속을 위해서 약간 도발이라든지 긴장을 고조시킬 그런 우려도 있고 또 반대로 김정은이 자기 권력을 공고히 한 것을 바탕 삼아서 파격적인 화해 제스처를 할 수도 있다 양쪽 가능성이 다 열려 있다, 이런 전문가들 얘기가 있던데. 그렇기 때문에 조금 아까 장관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정부가 김정은에게 먼저 뭔가 카드를 주자, 이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어떤 카드가 있을까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 정동영> 말씀하신대로 항상 동서고금의 내부가 불안하면 바깥에 적을 만들거나 긴장상태를 조성하잖아요. 그래야 내부에서 끽 소리가 못 나오는 거죠. 그러니까 어쨌든 장성택 실각이 내부적으로는 충격은 충격 아니겠습니까? 이걸 수습하는 과정에서 남북 긴장으로 갈 거냐, 아니면 나름대로 이걸 수습하는 과정에서 남쪽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그런 노력으로 갈 거냐는, 사실 우리한테 더 카드가 있는 거죠. 예를 들자면 하나는 소통채널이 전혀 없는 거를 어쨌든 소통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첫 번째 노력이어야 하고 그다음에 신호로써 이 정부가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카드가 금강산 문제입니다.
◇ 정관용> 금강산.
◆ 정동영> 결국 지난 민주정부 10년과 그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큰 차이의 분기점은 금강산 문제거든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게 되면 그건 북의 핵개발을 도와준다, 이런 정확한 과학적 증거 없는 어떤 그런 대북혐오, 대북 비판적 시각으로 해서 이걸 끊었단 말이죠. 그런데 사실은 김정은 위원장이 들어와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중의 하나가 마식령스키장이니 이런 걸 포함해서 원산의 동해안의 관광특구 사업이거든요.
◇ 정관용> 금강산하고 다 연결되는 것...
◆ 정동영> 그렇죠. 금강산하고 원산이 거기 아닙니까? 설악산, 금강산, 원산. 우리 평창 동계올림픽도 있고 그래서 금강산문제에 대해서 이명박 정부 이래 견지해 오던 ‘이건 안 된다’ 하는 입장을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풀리면 이산가족 문제가 풀리게 됩니다. 이산가족 문제가 풀리게 되면 남북관계는 한결 부드러워지죠.
◇ 정관용> 게다가 이산가족 문제는 지난번에 한번 합의도 했다가 지금 물러서 있는 상태잖아요.
◆ 정동영> 그거는 계산이 서로 다른 거예요. 우리는 이산가족만 하고 금강산은 안 할 심산이었고, 저쪽은 두개를 연계해서 하자는 거였고. 그렇기 때문에 금강산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전향적으로 풀지 않으면 당분간 남북관계는 어렵습니다.
◇ 정관용> 구체적으로는 이산가족 지난번에 우리가 협의하다 말았으니 그것 다시 합시다, 이런 정도가 가능하겠네요.
◆ 정동영> 상황을 능동적으로 주도해 갈 필요가 있죠. 사실 북쪽의 지도자는 84년생이라는 설도 있고 북쪽에서는 82년이라고 자꾸 우깁니다마는. 김일성 1912년, 김정일 1942년, 또 손자인 김정은 1982년, 이렇게 숫자를 맞춰서 82년생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새파란 젊은 지도자 아닙니까? 경험이 부족하죠. 경험이 부족하고. 어쨌든 지금 세계에서 가장 고립되고 어려운 사정에 있는데, 이럴 때 오히려 한반도를 경영한다. 한반도 상황을 관리한다, 이런 좀 대국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할까요?
◆ 정동영> 그런 생각도...
◇ 정관용> 좀 했으면 좋겠다는...
◆ 정동영> 있겠죠. 있겠는데, 이게 이제 양립이 불가능한 게 종북몰이입니다. 이게 공안통치 종북몰이하고는 양립이 불가능해요. 말하자면 종북과 공안 통치를 위해서는 남북긴장이 필수적입니다. 안보불안이 조성돼야 북쪽의 불안상황이 계속 이렇게 확대, 증폭, 요즘 종편들이 난리치는 게 굉장히 도와주는 거죠, 이 정권에는. 국민의 관심을 그쪽으로 확 쏠리게 하고 이런 판에 종북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파괴력이 커지는 거죠. 그러기 때문에 이산상봉, 금강산 문제 해결, 남북관계 소통 이런 거를 하려면 국내 정치와 이것을 분리해 내는. 이건 대통령만이 할 수 있어요.
◇ 정관용>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봐서는 좀 기대하기 어렵네요.
◆ 정동영>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이 국면을 국내적으로는 좀 필요가 있겠죠. 이걸로 해서 지방선거를 이기려고 할 테니까 요. 그런데 선거에서 이기면 뭐하고 지면 뭐합니까? 국내, 국가의 안전과 국가의 평화. 그것이 더 상위의 가치라고 생각한다면 물론 당위론이긴 합니다마는.
◇ 정관용> 알겠습니다. 뭔가 좀 변화를 주기 시작하면 사실은 급격하게 좋아질 수도 있는데요. 남과 북의 필요상으로 본다면.
◆ 정동영> 그렇죠. 뭔가 출렁거리고 유동기 때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 기회가.
◇ 정관용> 그러니까요. 최근 우리 장관께서는 대담집 ‘10년 후 통일’이란 책도 내셨잖아요.
◆ 정동영> 네.
◇ 정관용> 정말 10년 후에 통일이 됩니까? 저는 너무 빠른 것 같은데요.
◆ 정동영> 그 제목에요. 괄호가 하나 빠졌어요. 괄호 열고 사실상 괄호 닫고. ‘(사실상) 10년 후 통일’. 이건 뭐 10년이면 충분하죠.
◇ 정관용> ‘사실상’이라는 건 뭘 의미하는 거예요?
◆ 정동영> 그건 중국과... 그건 학술용어이기도 합니다. Da facto. Da facto Unification. 학문적 용어이기도 하고. 이것은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를 보면 이해가 되죠. 중국과 대만은 ‘사실상의 통일’ 상태입니다. 전화하죠, 송금하죠, 마음대로 왕래하고 투자하죠. 일주일에 비행기가 600편. 중국과 대만을 왔다 갔다 합니다. 작년에 700만 명이 왕래했습니다. 중국 본토에서 대만 사람들한테 인구의 10분의 1, 200만 명한테 영주권을 줬어요. 마음대로 와서 땅 사고, 집 사고, 살라고. 이걸 남북관계에 대입해 보면 우리가 차 몰고 원산이든 백두산이든 다녀올 수 있고, 관광할 수 있고. 또 방학 때 수학여행 갔다 올 수 있고, 투자할 수 있고, 송금할 수 있고. 예를 들어서 영주권도 받아서 어디 땅도 사고, 집도 사고 할 수 있다면, 그게 사실상 통일 상태지, 뭡니까?
◇ 정관용> 그게 그 상태까지 10년이면 된다고요?
◆ 정동영> 10년이면 되죠. 왜냐하면 민주정부 10년 동안에 깔아놨잖아요, 기초를. 도로도 이어놨고, 철도도 연결했고. 심지어 한국전쟁 때 가장 마지막까지 치열했던 전투가 벌어졌던 개성 땅에 공단을 만들어서 물건도 생산하잖아요. 그것까지 갔잖아요. 그 다음 단계는 쉽죠.
◇ 정관용> 그런데 워낙 오래 단절되어 있으니까. 저는 10년, 너무 성급하신 것 아닌가, 이 생각이 들어 가지고요.
◆ 정동영> 박근혜 정부 다음에 민주정부를 세워서 거기까지 가자는 얘기입니다. (웃음)
◇ 정관용> 그래도 박근혜 정부가 지금 다음 지방선거까지는 좀 국면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하셨지만, 또 획기적으로 물꼬를 트면 박근혜 정부 안에서도 남북정상회담도 가능하고 그런 것 아닙니까?
◆ 정동영>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특히 국민들은 지금 2013년을 잃어버렸거든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먹고 사는 게 좀 나아지지 않을까. 아들, 딸 취직자리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지난 1년 동안 잃어버린 시간인데요. 새누리당에서 얼마 전에 지난 봄인가요? 의원 연찬회 하면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서울대학교에 지금 초빙교수로 와 있는 분을 불렀어요. 이분한테 경제 강의를 듣고 그다음에 의원이 물었단 말이죠.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이건 IT와 전통산업을 접목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 동력을 만든다, 여기에 대해서 코멘트를 좀 평가를 해 달라고 하니까 그 토마스 사전트라고 하는 노벨상 수상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문에 났어요. 블싯(Bullshit), 그랬어요. 불싯, 헛소리다. 그러면서 좀 본인도 민망했던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북방경제다. 닫혀 있는 개성공단부터 열어라. 그것이 창조경제의 시작이다.’ 그런 말을 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고요. 또 북한 내부의 어떤 세세한 변화보다 우리는 좀 의연하게 방향을 잘 잡아가는 그런 자세를 견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 정동영>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함께 만났습니다.
- 증거 없는 대북혐오로 금강산관광 끊어
- 대통령이 대국적으로 한반도 경영해야
- 10년이면 사실상 통일도 가능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12월 12일 (목)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 정관용> 오늘은 오래간만에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을 초대했습니다. 북한의 장성택 숙청. 우리에게도 고민거리가 여러 가지예요. 여러 가지 설들도 나돌고 있고 북한이 과연 어떻게 달라질 것이냐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여러 가지 고민점들 정동영 전 장관과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정동영> 네, 안녕하십니까? 우리 정관용 선생님.
◇ 정관용> 지금 확인된 것은 장성택이 분명히 숙청됐다. TV 화면을 통해서 체포하는 모습까지 일부러 보여주고 말이죠. 그리고 그 후에 북한 전체 주민한테 자술서를 쓰게 한다. 그리고 김정은 유일체제에 대한 찬양의 어떤 열기가 더 올라가고 있다. 이런 것들은 확인된 사실들입니다.
◆ 정동영> 네.
◇ 정관용> 그런데 많은 설이 난무하는 게 장성택이 왜 숙청됐을까? 이거거든요. 우선 그거부터, 왜 숙청됐을까요?
◆ 정동영> 그걸 정확히 아는 사람은 국내에는 없죠. 다들 추론인데. 어쨌든 2인자 권력은 독재체제하에서 참 어렵다.
◇ 정관용> 못 버틴다?
◆ 정동영> 그런 게 하나 보편적인 원칙인 것 같고요. 어떤 독재정권이든 2인자라는 게. 그런데 저를 포함해서 누구도 사실 장성택 실각은 예측하지 못했던 놀라운 일인 건 사실입니다마는 어쨌든 내부의 권력투쟁, 권력교체, 엘리트교체가 일어난 거죠.
◇ 정관용> 그 국내의 그 누구도 정확히는 모른다. 아까 그러셨잖아요.
◆ 정동영> 네.
◇ 정관용> 온갖 설이 난무한다고 하셨지만 국정원은 알까요?
◆ 정동영> 글쎄요. 알면 좋겠는데요. 그런데 요즘 특히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갖가지 난무하는 설의 근원지를 찾아보면 대개 이북에서 온 분들이요. 탈북자들. 그런데 이북에서 왔다는 것만 가지고 그분들이 최신 상황을 안다고 볼 수 없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게다가 오신지 10년, 20년 되신 분들까지도 막 언론에 나와서 얘기하더라고요.
◆ 정동영> 그렇죠. 너무 무책임한 얘기들이. 그런데 우리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북에서 온 사람이니까 일단 믿게 된단 말이죠.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런데 국정원은 알까요? 국정원은 알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 정동영> 이번에 공개하는 과정을 보면 저는 정보기관답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때는 구설수가 많이 있었어요.
◆ 정동영> 정보기관이 어떻게 언론에 직접 정보를 공개하고 저는 CIA나 미국의, 또 영국의 007 영화가, 영국의 정보기관 MI5, MI6 그런 기관이 언론에 이렇게 직접 대고 정보를 공개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고. 영국에서는 그 정보기관의 소재지 그다음에 수장이 누구인지를 국민들은 몰랐어요. 70년대, 80년대까지만 해도. 그처럼 비밀과 보완이 생명인데 어떻게 나서서 이렇게 남북관계 또 거기다가 국내정치까지 휘젓는 정보기관 정치시대의 도래는 참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 왜 숙청당했는지 그 내부의 권력관계를 세밀하게까지 들여다볼 필요는 사실은 없어요. 일반국민들 입장에서는. 다만 이 숙청이 북한이 그동안 견지해 왔던 어떤 정책노선, 정치노선에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안 올 것이냐. 이건 반드시 또 짚어야할 문제 아니겠습니까?
◆ 정동영> 최근에 북한에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이제 협동농장의 경영의 방식이거든요. 동네마다 시장, 장마당이 늘어나고 협동농장의 생산물을 전에는 다 걷어갔어요. 그런데 배급이 안 이루어지니까 이거를 2~3년 전부터 바꾸기 시작해서 이제는 3 대 7이라는 거거든요. 30%를 내고 70%를 자기가 가져가니까.
◇ 정관용> 그걸 장마당에 거래하고.
◆ 정동영> 그래서 농업소출이 2 3년 새에 확 늘어났어요. 그래서 식량난이 많이 부드러워진 거죠. 그래서 전에는 예전에 채마밭, 텃밭 협동농장에 가서 죽도록 일 해봐야 내 것이 아니니까 여긴 형편이 없고 채마밭 옥수수는 굵고 텃밭 이랬는데. 요즘은 텃밭에 별로 신경을 안 쓴다는 거죠. 왜냐하면 협동농장 이게 분조별로 나눠서 70%는 소출을 가져오게 되니까.
◇ 정관용> 텃밭보다 소출이 훨씬 거기가 높죠?
◆ 정동영> 네. 이게 중요한 변화거든요. 중국식 개혁·개방정책의 전조. 최초의 1단계를 따라가는 셈인데. 지난 5월달에 중국특사로 최룡해가 갔어요. 좀 뜻밖이었어요. 군 총정치국장이 갔으니까. 장성택이 중국통으로 알려져 있으니까. 2인자로 또 알려져 있고. 그래서 그게 좀 이상하다 했는데. 그때 어쨌든 최룡해 5월 방중, 시진핑 주석과의 면담 그러면서 그때 전달한 메시지 중에 북은 그러니까 당시에는 전쟁이 나네 마네하는 그런 한반도 상황 아니었습니까? 3, 4월. 대화로 풀겠다 양자든 다자든, 6자든 풀겠다 이런 것하고 그다음에 북이 경제발전을 위해서 평화적인 환경을 필요로 한다, 이런 얘기를 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 같은 협동농장의 운영방식이라든지 또 김정은 위원장이 얘기한 인민의 허리띠를 더 이상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는 그게 국가운영방침 이런 것과 경제발전을 위해서 평화적인 환경을 필요로 한다는 최룡해 특사의 얘기가 맥을 같이 한다는 말이죠. 그렇다고 보면 장성택의 실각과 북한의 정치·경제노선이 특별히 변화하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저는 해석됩니다.
◇ 정관용> 의미심장한 게 보통 많은 언론들은 그냥 최룡해는 군부 강경파의 상징, 장성택은 경제 개혁·개방 온건파의 상징 이렇게 보는데. 그게 아니라 군부 최고 실세인 최룡해가 중국에 가서 평화를 원한다, 경제의 이야기하고 대화 이야기를 했다는 것. 바로 그대목이군요. 그건 김정은의 의지가 거기에 실려 있다는 것 아니겠어요?
◆ 정동영> 그렇죠. 그건 김정은의 메시지죠. 최룡해 개인의 메시지가 아니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군부 실세라고 하지만 최룡해는 군대를 안 갔다 온 사람입니다. 군인이 아니라는 말이죠. 군 출신이 아니에요. 군대장이나 사단장을 한 사람이 아니고 순전히 당에서 큰 사람이란 말이죠. 원래는 장성택 사람이었다고도 하고요.
◇ 정관용> 네, 장성택이 키웠다고 하죠.
◆ 정동영> 그래서 사실은 지금 김정은 체제 이후에 두드러진 것이 힘의 중심이 군으로부터 당으로 옮겨진 거거든요. 당으로. 그리고 당 출신인 최룡해가 당의 총정치국장. 오늘 이 공교롭게 12.12네요.
◇ 정관용> 12월 12일이네요. 쿠데타 있었던.
◆ 정동영> 12.12 때 제일 센 사람이 보안사령관이었습니다. 보안사령관이 참모총장을 잡아넣었으니까요. 그런데 북에 지금 보안사령관이 지금 최룡해거든요.
◇ 정관용> 국의 총정치국장이니까.
◆ 정동영> 총정치국장, 보안사령관이에요. 군을 통제하고 하는. 그러니까 중요한 변화는 어쨌든 당을 중심으로 또 시스템을 갖춰서. 그러니까 장성택 실각을 결정한 그게 당 중앙정치국 회의였단 말이죠.
◇ 정관용> 확대회의.
◆ 정동영> 네, 확대회의. 그런 시스템을 통해서 결정하고 하는 것들이 뭔가 아무튼 내부의 권력투쟁이 발생했지만 그러나 큰 틀에서는 김정은 체제가 정해진 방향대로 자기들은 가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 정관용> 여기저기에서 비자금을 빼돌렸다, 뭐 장성택의 측근이 망명했기 때문이다. 또 장성택이 쿠데타 일으키려고 했다더라. 심지어는 장성택과 이설주의 염문설까지. 도대체가 참 소설들이 많이 난무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쨌든 김정은 유일지도체제의 공고화와 강화 쪽으로 간다. 거기에 무슨 흔들림이나 흠결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 정동영> 이북에서 온 분들 중에 여기에서 박사공부도 하고 한 전문가들 얘기를 들은 것 중에 인상적인 게 남쪽에서는 북이 굉장히 불안정하다고 보는데 자기들 남쪽 양쪽을 살아본 입장에서는 남쪽이 더 불안정하다. (웃음) 북은 남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권력의 측면에서 안정되어 있다, 안정된 사회다. 이렇게 말하더라는 말이죠.
◇ 정관용> 그것도 맞는 얘기예요. 민주주의 사회는 불안정해야죠. 정권이 왔다 갔다 해야 되는 게 민주주의 아닙니까?
◆ 정동영> 그렇죠.
◇ 정관용> 그리고 정책노선에 있어서도 커다란 변화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다만...
◆ 정동영> 중요한 거는 북쪽이 대남정책, 대중·대미정책을 어떻게 변화할 거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이제 더 중요한 시점이에요. 금방 국정원은 알고 있을까요? 라고 물으셨는데. 이거 큰일 아닙니까? 사실 북한이 어디 남아공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지금 맞대고 살고 있는데 아무런 정보도 사실 없는 것 같거든요. 감청이라든지 아니면 이북에서 나온 사람들한테 듣는 거지요. 그래서 하루빨리 소통채널을 구축해야 합니다. 남북 당국간에. 지금 이 남북 당국간에 상시적인 채널이 끊어진지가 6년 됐습니다. 이명박 정부 5년, 이 정부 1년. 어떻게 남북이 이렇게 함께 같은 한반도에 살면서 이렇게 불통의 시대를. 이건 이 자체가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거거든요. 그래서 일차적으로 소통을 시도해야 되는 거고. 그다음에 북에 분명히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우리는 북의 내부 문제에 간섭할 생각이 없고.
◇ 정관용> 청와대도 일단 아무 논평을 안 하는 건 잘 하는 것 같아요.
◆ 정동영> 그렇죠. 그다음에 북이 안정된 상태에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길 원한다는, 그런 상황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94년도에 김일성 주석 사망 때 그 교훈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사망 직전에는 무슨 국면이었냐면 남북 정상회담 국면이었어요. 김일성 전 위원장과 김영삼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향해 가고 있는 국면이.
◇ 정관용> 정상회담이 합의돼 갖고 준비하던 상황이었죠.
◆ 정동영> 그렇죠. 준비하던 상황에서 유고가 발생했단 말이죠. 그런데 우리가 그 상황관리에 실패하는 바람에 아주 극도의 대결과 증오로 반전됐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에 뭔가 유동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의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 정관용> 아마 이제 당분간은 북한도 장성택 숙청의 후속 작업을 아마 해야 될 거예요. 일각에서 애기는 장성택 사단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숙청이 있었는데 몇 천 명씩 숙청한 적도 있지만. 이번에는 규모가 그보다 클 수도 있다 이런 얘기가 들리니까. 그런 시간이 조금 필요하겠죠, 북한도. 그런데 전문가들이 분석하기는 김정은 체제가 공고화되면서 대남 관계에 있어서도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있다. 한 쪽에서는 조금 더 내부의 위기, 내부의 체제단속을 위해서 약간 도발이라든지 긴장을 고조시킬 그런 우려도 있고 또 반대로 김정은이 자기 권력을 공고히 한 것을 바탕 삼아서 파격적인 화해 제스처를 할 수도 있다 양쪽 가능성이 다 열려 있다, 이런 전문가들 얘기가 있던데. 그렇기 때문에 조금 아까 장관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정부가 김정은에게 먼저 뭔가 카드를 주자, 이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어떤 카드가 있을까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 정동영> 말씀하신대로 항상 동서고금의 내부가 불안하면 바깥에 적을 만들거나 긴장상태를 조성하잖아요. 그래야 내부에서 끽 소리가 못 나오는 거죠. 그러니까 어쨌든 장성택 실각이 내부적으로는 충격은 충격 아니겠습니까? 이걸 수습하는 과정에서 남북 긴장으로 갈 거냐, 아니면 나름대로 이걸 수습하는 과정에서 남쪽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그런 노력으로 갈 거냐는, 사실 우리한테 더 카드가 있는 거죠. 예를 들자면 하나는 소통채널이 전혀 없는 거를 어쨌든 소통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첫 번째 노력이어야 하고 그다음에 신호로써 이 정부가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카드가 금강산 문제입니다.
◇ 정관용> 금강산.
◆ 정동영> 결국 지난 민주정부 10년과 그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큰 차이의 분기점은 금강산 문제거든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게 되면 그건 북의 핵개발을 도와준다, 이런 정확한 과학적 증거 없는 어떤 그런 대북혐오, 대북 비판적 시각으로 해서 이걸 끊었단 말이죠. 그런데 사실은 김정은 위원장이 들어와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중의 하나가 마식령스키장이니 이런 걸 포함해서 원산의 동해안의 관광특구 사업이거든요.
◇ 정관용> 금강산하고 다 연결되는 것...
◆ 정동영> 그렇죠. 금강산하고 원산이 거기 아닙니까? 설악산, 금강산, 원산. 우리 평창 동계올림픽도 있고 그래서 금강산문제에 대해서 이명박 정부 이래 견지해 오던 ‘이건 안 된다’ 하는 입장을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풀리면 이산가족 문제가 풀리게 됩니다. 이산가족 문제가 풀리게 되면 남북관계는 한결 부드러워지죠.
◇ 정관용> 게다가 이산가족 문제는 지난번에 한번 합의도 했다가 지금 물러서 있는 상태잖아요.
◆ 정동영> 그거는 계산이 서로 다른 거예요. 우리는 이산가족만 하고 금강산은 안 할 심산이었고, 저쪽은 두개를 연계해서 하자는 거였고. 그렇기 때문에 금강산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전향적으로 풀지 않으면 당분간 남북관계는 어렵습니다.
◇ 정관용> 구체적으로는 이산가족 지난번에 우리가 협의하다 말았으니 그것 다시 합시다, 이런 정도가 가능하겠네요.
◆ 정동영> 상황을 능동적으로 주도해 갈 필요가 있죠. 사실 북쪽의 지도자는 84년생이라는 설도 있고 북쪽에서는 82년이라고 자꾸 우깁니다마는. 김일성 1912년, 김정일 1942년, 또 손자인 김정은 1982년, 이렇게 숫자를 맞춰서 82년생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새파란 젊은 지도자 아닙니까? 경험이 부족하죠. 경험이 부족하고. 어쨌든 지금 세계에서 가장 고립되고 어려운 사정에 있는데, 이럴 때 오히려 한반도를 경영한다. 한반도 상황을 관리한다, 이런 좀 대국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할까요?
◆ 정동영> 그런 생각도...
◇ 정관용> 좀 했으면 좋겠다는...
◆ 정동영> 있겠죠. 있겠는데, 이게 이제 양립이 불가능한 게 종북몰이입니다. 이게 공안통치 종북몰이하고는 양립이 불가능해요. 말하자면 종북과 공안 통치를 위해서는 남북긴장이 필수적입니다. 안보불안이 조성돼야 북쪽의 불안상황이 계속 이렇게 확대, 증폭, 요즘 종편들이 난리치는 게 굉장히 도와주는 거죠, 이 정권에는. 국민의 관심을 그쪽으로 확 쏠리게 하고 이런 판에 종북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파괴력이 커지는 거죠. 그러기 때문에 이산상봉, 금강산 문제 해결, 남북관계 소통 이런 거를 하려면 국내 정치와 이것을 분리해 내는. 이건 대통령만이 할 수 있어요.
◇ 정관용>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봐서는 좀 기대하기 어렵네요.
◆ 정동영>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이 국면을 국내적으로는 좀 필요가 있겠죠. 이걸로 해서 지방선거를 이기려고 할 테니까 요. 그런데 선거에서 이기면 뭐하고 지면 뭐합니까? 국내, 국가의 안전과 국가의 평화. 그것이 더 상위의 가치라고 생각한다면 물론 당위론이긴 합니다마는.
◇ 정관용> 알겠습니다. 뭔가 좀 변화를 주기 시작하면 사실은 급격하게 좋아질 수도 있는데요. 남과 북의 필요상으로 본다면.
◆ 정동영> 그렇죠. 뭔가 출렁거리고 유동기 때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 기회가.
◇ 정관용> 그러니까요. 최근 우리 장관께서는 대담집 ‘10년 후 통일’이란 책도 내셨잖아요.
◆ 정동영> 네.
◇ 정관용> 정말 10년 후에 통일이 됩니까? 저는 너무 빠른 것 같은데요.
◆ 정동영> 그 제목에요. 괄호가 하나 빠졌어요. 괄호 열고 사실상 괄호 닫고. ‘(사실상) 10년 후 통일’. 이건 뭐 10년이면 충분하죠.
◇ 정관용> ‘사실상’이라는 건 뭘 의미하는 거예요?
◆ 정동영> 그건 중국과... 그건 학술용어이기도 합니다. Da facto. Da facto Unification. 학문적 용어이기도 하고. 이것은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를 보면 이해가 되죠. 중국과 대만은 ‘사실상의 통일’ 상태입니다. 전화하죠, 송금하죠, 마음대로 왕래하고 투자하죠. 일주일에 비행기가 600편. 중국과 대만을 왔다 갔다 합니다. 작년에 700만 명이 왕래했습니다. 중국 본토에서 대만 사람들한테 인구의 10분의 1, 200만 명한테 영주권을 줬어요. 마음대로 와서 땅 사고, 집 사고, 살라고. 이걸 남북관계에 대입해 보면 우리가 차 몰고 원산이든 백두산이든 다녀올 수 있고, 관광할 수 있고. 또 방학 때 수학여행 갔다 올 수 있고, 투자할 수 있고, 송금할 수 있고. 예를 들어서 영주권도 받아서 어디 땅도 사고, 집도 사고 할 수 있다면, 그게 사실상 통일 상태지, 뭡니까?
◇ 정관용> 그게 그 상태까지 10년이면 된다고요?
◆ 정동영> 10년이면 되죠. 왜냐하면 민주정부 10년 동안에 깔아놨잖아요, 기초를. 도로도 이어놨고, 철도도 연결했고. 심지어 한국전쟁 때 가장 마지막까지 치열했던 전투가 벌어졌던 개성 땅에 공단을 만들어서 물건도 생산하잖아요. 그것까지 갔잖아요. 그 다음 단계는 쉽죠.
◇ 정관용> 그런데 워낙 오래 단절되어 있으니까. 저는 10년, 너무 성급하신 것 아닌가, 이 생각이 들어 가지고요.
◆ 정동영> 박근혜 정부 다음에 민주정부를 세워서 거기까지 가자는 얘기입니다. (웃음)
◇ 정관용> 그래도 박근혜 정부가 지금 다음 지방선거까지는 좀 국면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하셨지만, 또 획기적으로 물꼬를 트면 박근혜 정부 안에서도 남북정상회담도 가능하고 그런 것 아닙니까?
◆ 정동영>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특히 국민들은 지금 2013년을 잃어버렸거든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먹고 사는 게 좀 나아지지 않을까. 아들, 딸 취직자리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지난 1년 동안 잃어버린 시간인데요. 새누리당에서 얼마 전에 지난 봄인가요? 의원 연찬회 하면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서울대학교에 지금 초빙교수로 와 있는 분을 불렀어요. 이분한테 경제 강의를 듣고 그다음에 의원이 물었단 말이죠.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이건 IT와 전통산업을 접목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 동력을 만든다, 여기에 대해서 코멘트를 좀 평가를 해 달라고 하니까 그 토마스 사전트라고 하는 노벨상 수상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문에 났어요. 블싯(Bullshit), 그랬어요. 불싯, 헛소리다. 그러면서 좀 본인도 민망했던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북방경제다. 닫혀 있는 개성공단부터 열어라. 그것이 창조경제의 시작이다.’ 그런 말을 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고요. 또 북한 내부의 어떤 세세한 변화보다 우리는 좀 의연하게 방향을 잘 잡아가는 그런 자세를 견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 정동영>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함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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