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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북한의 최고위 인사 깜짝 방한, 남북관계 새로운 길 열리나?

 

북한의 최고위 인사 깜짝 방한, 남북관계 새로운 길 열리나?

- 새정치 민주연합 정동영 고문 (前 통일부장관)

 

 

2014.10.06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 인터뷰 전문

 

신동호 >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그야말로 북한 당정군의 권력실세 3인방 최고위급이다, 이런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맞춰서 깜짝 방한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해서 뭔가 남북관계, 그동안 경색돼 있던 국면이 좀 개선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라는 기대를 지금 갖고 있는 상황인데 그래서 오늘은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분이죠.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고문, 그리고 그동안 5.24 조치의 해제를 주장했던 분입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새누리당의 유기준 의원을 차례로 연결해서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정동영 고문부터 연결합니다. 정동영 고문님!

 

정동영 > 네, 안녕하세요.

 

신동호 > 오래 간만에 뵙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동영 > 예, 오래 간만입니다.

 

신동호 > 일단 오랫동안 북한 문제에 대해서 전문성을 갖고 계시기 때문에 여쭤보고 싶습니다만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비서, 김양건 대남비서, 상당히 무게감이 느껴지는 인사 아닌가요?

 

정동영 > 예.

 

신동호 > 이번 방한에 세 명이 한꺼번에 왔다 라는 것, 어떻게 봐야 될까요?

 

정동영 > 일단 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를 원하는 우리 국민을 위해서 좋은 일이다, 이런 생각이죠. 북은 이번 세 사람의 방남을 통해서 일단 대화의지, 남쪽과 대화하라 라는 뜻을 적극적으로 드러냈고 또 김정은 정권의 안정 이걸 과시했다, 이렇게 보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남은 적극 호응했고 그래서 모양새는 일단 좋아 보입니다.

 

신동호 > 얼마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이었죠. UN총회 연설 이후에 이 북한에서 굉장히 좀 거친 용어로 비난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급격히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것 아닌가 했는데 이렇게 파격적인 방문이 이루어지게 된 배경을 어떻게 봐야 되겠습니까?

 

정동영 > 이제 그런 국면으로부터 전환을 꾀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이제 특히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군부 총책임자잖아요. 스포츠분야나 대남정책과 관계없는데 이 부분이 제일 핵심 부분이죠.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군복출현, 이것은 어떻게 볼 거냐 하는 건데 마치 14년 전 2000년 10월에 조명록 인민군 차수가 백악관을 방문해서 클린턴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 정상회담을 제의한 그런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그러니까 황병서 자체가 메시지라는 거죠. 국방위 부위원장, 그리고 노동당 당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사실 김정은 비서를 빼면 핵심 실권자인데 군복을 입고 나타나서 저는 두 가지 메시지가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온 날이 공교롭게 10월 4일 아닙니까? 7년 전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에 2차 정상회담을 통해서 10.4선언 합의문이 발표된 날이거든요.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 후보 시절에 6.15와 10.4선언은 존중돼야 한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선언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10.4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목적 메시지가 첫 번째 라고 보고요. 두 번째는 이제 총정치국장 군부 총책임자로서 군복을 입고 나타난 것은 우리 국방부에 대한 메시지였다고 봅니다. 지금 사실 우리 국방부는 작년 말이나 올해 초 대북심리전강화, 또 실제 그 삐라를 뿌리는 기계를 도입해오는 등 국방부가 사실 대북심리전을 주도해왔거든요. 그런 점에서 북이 늘 여기에 반발해왔어요. 삐라 뿌리지 마라, 그건 지난 2월 달 1차 고위급 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라고 계속 주장해왔기 때문에 아마 남북대화에 선 조처로서 이런 요구를 했다, 또 실제 아마 정부에서 발표하진 않았지만 그 오찬회담에서 북쪽에 이런 메시지를 분명히 저는 얘기했을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일단 북은 할 얘기를 다 했고 그리고 이제 공은 이제 남쪽에 넘어온 겁니다.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지, 그러나 우리는 사실 우리가 결정하면 됩니다. 우리가 행동하면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과 지금 외교안보팀이 대북정책에 대한 생각을 정돈한다면 10월 말, 또는 11월 초로 제안된 2차 고위급 회담부터 남북관계는 이제 일대 국면전환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뭐 2차 회담도 전망을 볼 수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신동호 > 앞서 조명록 차수의 백악관 방문도 말씀하셨고요. 10.4선언 얘기도 하셨기 때문에 이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군복 차림으로 서울에 나타난 것, 이것을 확대해석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차후 남북정상 간의 어떤 만남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까?

 

정동영 > 사실 남북관계는 특수성에 비춰서요, 실무적인 회담으로는 통 큰 전환이 어렵습니다.

 

신동호 > 주로 수뇌부 간에 협의로 이루어졌다 라는 거고요.

 

정동영 > 예, 과거의 역사가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5년의 남북관계는 남북정상회담이 없었다는 걸로 다 설명이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남북관계 뭔가를 진전을 이루려면 정상회담은 특히 이 임기 전반부에 이뤄지느냐 아니냐가 결정적인 갈림길이 됩니다. 그런 점에서 어제 황병서 총 정치국장이 특사는 아니라고 했지만 특사 아닌 특사다, 이렇게 봅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을 파견한 사람이 김정은 비서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종이친서를 들고 왔느냐 안 들고 왔느냐 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북은 북의 입장을 뭐 전할 얘기를 다 전한 것이죠. 우리의 선택이 남아 있다고 봅니다.

 

신동호 > 다시 말해서 황병서라는 인물의 출연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이기 때문에 그것에 의미를 둬야 된다는 말씀이신데 남북관계가 본격적인 대화 국면으로 갈 수 있는가 하는 그런 이제 갈림길이어서 관심이 큽니다.

 

문제는 그동안 드레스덴선언이라든지 북한의 비핵화 방안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남북관계에서 상당히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는가 하는 부분도 그동안 논의가 됐던 부분인데 그렇다면 남북고위급 회담을 전제로 해서 우리 정부가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된다고 보시는지요?

 

정동영 > 이미 쟁점은 나와 있어요. 북에서는 5.24 조처의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거고 또 하나는 상호 비방·중상을 금지하자, 길게는 20년 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핵심 합의사항 중에 하나기도 하고 또 가깝게는 지난 2월 달에 1차 고위급 회담에서 이산상봉 하면서 서로 비방하지 말자 이렇게 하면서 합의를 했던 건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제 발표는 없었지만 아마도 북쪽의 3인 그 실세 방문자들과 또 남쪽의 안보실장, 통일부 장관, 핵심 그 최고위 당국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마 북쪽이 분명히 그런 메시지를 얘기 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뭐 폐막식 참석이 목표는 아니었지 않습니까? 뭔가 메시지를 전한 것인데 그건 이미 공개적으로도 다 밝혀져 있고 또 지난 8월 달에 김대중 대통령 서거 5주기 이때 개성의 김양건 부장이 화환 전달하러 왔지 않습니까? 임동원 원장, 박지원 위원께 전달을 했는데 그때 분명히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해서 상호 비방·중상 합의를 지켜라, 그리고 5.24 조처를 해제 해달라, 뭐 그런 이제 메시지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죠. 따라서 이제 결국 우리 정부가 결정하면 된다 라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까지 사실은 이제 미국과 함께 강경정책, 대북 압박체제, 뭐 이런 노선에 서 있었는데 그러나 크게 보면 세계 속의 한반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냉전지대고 또 동북아로 좁혀보면 북한 핵 문제로 해서 대결구도와 불안정성이 계속되고 있는데 과연 이게 누구의 문제인가, 그리고 누가 앞장서서 헤쳐 나가야 되는가 라는 걸 생각해보면 지금 미국은 부시 8년, 오바마 6년 합쳐서 14년 동안 이 북한 문제를 사실상 방치, 무시 방치 해온 셈이거든요. 또 중국은 역할에 한계가 생겼고 또 북중관계가 냉각돼 있어서 사실 미국과 중국이 이 한반도 문제에 지금 적극적인 그 주도력, 또는 해법을 찾기 어려운 국면이거든요. 그러면 이걸 그냥 계속 시일을 차일피일할 것인가, 그런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한반도 주변 4대 국가 전부가 다 자기 이익 문제, 국익을 첫 번째 잣대로 대고 있는데 공통분모가 있지 않습니까? 미중일러 네 나라가 다 합치하는 것은 뭐냐 하면 한반도의 현상유지거든요.

 

신동호 > 때문에 남북 간에 어떤 직접적인 교류나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시는 건데 계속해서 우리 정부 쪽이 해결하면 된다는 말씀은 5.24 조치 해제라든가 아니면 이 선전전 중단 같은 문제를 수용하면 된다, 이런 입장으로 들으면 되겠습니까?

 

정동영 >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금방 말씀처럼 주변국가들에 의지해서는 이 문제가 안 풀리는 거니까 한반도의 현상변경을 위해선 남북이 소통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바로 5.24에 대한 근본 검토, 그리고 상호 비방 중지라는 이 합의이행, 이러면 물꼬는 터지는 거죠. 2차 고위급 회담으로 이제 이어지게 되는 거니까요.

 

신동호 > 알겠습니다. 그런 분위기 선점에는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고 모처럼 연결했기 때문에 짧게 한 말씀만 당내 사정 여쭙고 지나가겠습니다. 이 새정치민주연합이 비대위를 꾸렸고요. 9일에 원내대표 선출하는데 당의 고문으로서 지금 당의 가장 큰 문제점이랄까요.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개혁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짧게 좀 듣겠습니다.

 

정동영 > 국민 눈높이죠. 국민 눈으로 지금 민주당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민주당의 안정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바라보고 있는 민주당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정직하게 대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사실상은 국민으로부터 이제 거의 버림받은 정당처럼 돼 있는데 민주당의 현실이 사실 정당이라는 건 노선과 가치의 결사체인데 노선과 가치는 보이지 않고 권력투쟁만 보이는 거거든요. 이래 가지고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다시한번 나는 누구인가, 나는 민주당은 누구를 대표하는가 라는 걸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동호 > 지금 권력투쟁이라고 하시는 말씀이 계파갈등의 극심, 이런 부분을 지적하신 것 같은데 비대위에 정동영 고문께서도 참여를 해야 된다, 이런 요청이 좀 있는 것 같더군요.

 

정동영 > 그건 뭐 중요한 문제는 아니고요. 지금 정당의 역사상 정당이 스스로 우리는 계파연합체요 라고 드러내 놓고 선언한 일은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비대위 구성 자체가 저는 모순을 안고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신동호 > 계파별로 나뉘어져서 돼 있는 이 비대위 구성 자체가 문제가 있다, 이런 말씀으로

 

정동영 > 그렇죠. 계파를 극복하라 하는 주문을 계파에 함몰된 모양으로 끌고 간 이 방향설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죠.

 

신동호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동영 > 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