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나는 친노도 비노도 아닌, '비욘드 노무현'(Beyond 노무현)"
2014.10.10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작심인터뷰
"친노-비노 틀 속에 갖혀 있으면 정권교체는 불가능"
"비상한 시기에 차기 당권 장악 움직임, 대단히 불행한 일"
"정당생활 19년 동안, 주위에서 이렇게 '신당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많이 하는 것을 본 적 없어"
"정당성이 약한 비대위가 당권 장악을 향해서 착착 움직이게 된다면, 당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될것"
"민주당이 어려움에 빠진 것은 진보적 정체성이 실종됐기 때문"
"김정은 국방위원장 금수산 궁전 참배 안한 것은 큰 뉴스"
앵커 :
어제 치뤄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경선에서 범 친노계로 분류되는 우윤근 의원이 중도성향의 이종걸 의원을 물리치고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이로써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모두 범 친노계로 꾸려지게 됐는데요. 심지어 일부 언론은 도로 열린우리당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방금 속보고 전해드린,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오늘도 금수산 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과연 북한에 무슨일이 있을 수 있는지도 알아보겠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연결해 입장 들어보겠습니다. 정 전 장관님 안녕하세요?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하 정동영) :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
우선 북한 문제 여쭤보겠습니다. 오늘이 당 창건 69주년 기념일인데요. 금수산 궁전에 나타나지 않았다. 어떻게 보십니까?
정동영 :
저도 방금 신 교수님 말씀 듣고, 이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왜냐하면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되어 잇는 금수산 궁전에, 2004년 이후 11년째, 북한 지도자가 거기에 나타나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고요. 아무리 몸이 불편하다고 하더라도, 절대지도자인 김일성 주석 참배에 빠졌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아 보입니다.
앵커 :
보통 0시에 참배하기 때문에, 4시 즈음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하는데, 올해는 아직 보도를 안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참배를 안 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인데요. 만약 이 추정이 맞다고 가정한다면 북한 내에 무슨 일이 있다고 봐야하나요? 어떻게 보십니까?
정동영 :
참배를 안 했다면 그것은 대단히 이상한 징후이고요. 그러나 단순히 이북 매체가 그것을 보도하지 않았다고 해서 참배를 안했다고 추정하는 것은 조금 과도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사실 관계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
지난번 최고위층 3인방이 온 것과 이번 참배를 안 한 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그 둘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다고 볼 수는 없을까요?
정동영 :
그때 주목되었던 것이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행보였고, 또 같이왔던 김양건 통전부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깍듯이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모시는 모습이었는데요. 그러니까 2인자라기보다는 1.5인자 같은 인상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앵커 :
그런데 정 전 장관이 보실 때에는, 이 3인 방이 급하게 내려왔잖아요. 3일 날 전화하고 24시간도 안 지나서 내려왔는데요. 급하게 오려고 하니까 전용기를 탄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요. 사실 급하게 올 이유가 없잖아요. 아시안게임폐막식은 원래 예정되어 있던 것이고요. 어떻게 보십니까?
정동영 :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겠죠. 하나는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 속에서 폐막식에 깜짝 등장한 것으로 볼 수 도 있는 것이고요. 그 다음에, 내부가 불안정하다면 의심해 볼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는 것이죠. 말하자면 북한 지도자의 전용기를 아랫사람이 타고 온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기도 하고, 또 하나는 청와대 방문을 할 용의가 있냐고 제안 했을 때 거절 한 것, 이것도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왜냐면 김대중 대통령 조문 사절단도 하루를 연장하면서까지 청와대를 방문 했었거든요. 그런 걸 따져보면 자연스럽지는 않은데요. 어쨌든 핵심은 오늘 자정에 금수산 궁전에 참배했는지, 그 사실 관계, 그리고 오늘 노동당 창건일에 북한 지도자가 모습을 드러내는가, 이것은 예의 주시해 볼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
그리고 정 전 장관께서는 손학규 전 대표를 지난번에 찾아갔는데, 못 만나셨죠?
정동영 :
네, 예고 없이 한번 찾아 갔었죠.
앵커 :
그런데 안부방문치고는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죠.
정동영 :
언론의 속성이 뭐 그렇죠.
앵커 :
그런데, 두 분이 만나시지는 못하셨지만, 이것도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부 상황에 비추어보면 주목을 받으실 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정동영 :
워낙 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이기 때문에요. 사실 제가 손 대표를 만나러 간 것은, 그 전날 진도 팽목항에 가서 하룻밤 자고,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고, 진도 분들의 고통을 위로하는 그런 방문을 했는데요.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강진이 그 길목에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 손 대표가 계시다는데 잠깐 들렀다가자고, 불쑥 산중에, 백련사라는 절 뒤에 있는 선방에 들렀던 것이죠. 언론에서는 이런저런 해석을 합니다만, 어쨌든 당이 워낙 어렵고 그러다보니까 손 고문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앵커 :
지금 우윤근 의원이 다시 원내대표로 당선이 되면서, 도로 열린우리당, 친노계의 대두, 그리고 당권에서도 친노계가 유리한 입장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동의하십니까?
정동영 :
만일 그런 추정이 사실로 전개된다면, 당은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러니까 비상한 시기인데, 비상한 시기에는 다들 마음을 비워야합니다. 당을 구하는 것이 먼저 아니겠습니까? 침몰해가는 남파선 같은 지경인데, 거기서 차기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이런저런 움직임이 보인다면, 그것은 대단히 불행한 일이고, 당원들 입장에서 어떻게 보이겠습니까?
앵커 :
물론 친노 계열 당대표가 나오고, 원내대표가 당선 된 것이 우연의 일치일 수 도 있죠. 하지만 실제로 범친노라고 했을 때, 130명의 의원 중에서 80명이 된다고 분석하기도 하는데, 우연이 우연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는 것 아니겠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내년에 있을 전당대회는 해보나 마나라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이렇게 되면 모종의 결단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동영 :
우선 우윤근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 것은 축하 할 일이고요. 우윤근 의원은 성품이 좋고, 합리적인 성격이어서 대인관계가 원만하죠. 그래서 어려운 시기에 잘 풀어가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언론의 추정처럼 완전히 특정 계파가 당을 장악하게 되었다. 우윤근 대표의 선출을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조금 과도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나 현재 비대위를 보게 되면 그런 우려가 꼭 우려만은 아닌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앵커 :
정대철 상임고문은 지난번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도성향의 신당 창당까지 언급하셨는데요.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정동영 :
개인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지금 방향으로 보면, 민주당의 정체성, 야당성이 부족한 것이거든요. 야당다운 야당을 당원과 지지자들은 원합니다. 그리고 정체성이라는 것은, 민주당은 과연 누구를 대표하는가? 어떤 사람들의 민주당을 의지하고, 민주당을 희망으로 바라보는가, 이것이 뚜렷하지 않거든요. 이 점에서 민주당의 현실과 민주당에 대한 기대 사이에 괴리가 있으니까, 이것을 채울 제3 정당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시민사회, 당 밖의 전문가 그룹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것은 맞습니다. 저도 지역에 자주 갑니다. 가서 당원들로부터 많이 듣습니다. 제가 정당생활을 한지 19년째인데, 이렇게 '신당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한 것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을 지금 당 지도부, 비대위만 모르고 있다고 봅니다. 오불관언(吾不關焉)이라고 하나요?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 같은데요. 이것은 조금 더 겸손한 자세로 당원들의 생각을 드려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
그래서 분당가능성이 더 현실성 있게 받아들여지는 거잖아요.
정동영 :
그래서 당이 더 잘 해야죠. 불행한 일입니다. 당의 주인이 누구인가. 당의 주인은 당원입니다. 우리당의 당헌은, 특정계파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만 원래 2010년 전당대회에서 만장일치로 이런 당헌이 있었어요. ‘민주당의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 이 당원 주권 조항을 발의한 사람이 정동영입니다. 제가 대표발의해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는데요. 이게 이러저러한 곡절 끝에 삭제가 되고, 당원이 지금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 정당성이 약한 비대위가 이 비상한 상황에서 당권 장악을 향해서 착착 움직이게 된다면, 당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그런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입니다.
앵커 :
중도라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십니까?
정동영 :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민주당이 그동안 어려움에 빠진 것은, 새누리당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를 제대로 주지 못한 것입니다. 민생, 민생 그렇지만, 민생의 핵심은 850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민주당이 무슨 역할을 했고, 무슨 성과를 만들어 냈는가, 300만 영세 자영업자의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삶에서 민주당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여기에 대한 대답을 못주었거든요. 이것은 바로 진보적 정체성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
그렇다면 지금 지도부는 강성일 뿐이지, 진보적 이념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힘든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고 보시는 것이거든요. 선명성과 진보성은 다르죠.
정동영 :
다르죠. 저는 이 친노 비노의 틀 속에 갖혀 있으면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넘어서야하거든요. 종종 ‘정동영은 친노이냐, 비노이냐’ 이렇게 물어보는데, 저는 그런 구분법을 거부합니다. 저는 스스로 ‘비욘드 노무현’(Beyond 노무현), 노무현을 넘어서야 합니다. 노무현 시대의 공은 공대로 발전해야 하지만, 과오는 인정하고 이것을 넘어서야 하는데, 특정 계파, 이른바 친노는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거든요. 거의 교조주의적인 태도로 노무현 시대를 방어하는데, 이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
네, 잘 알겠습니다. 북한이 어떻게 되는지 보고, 다시 한번 정 전 장관님의 의견을 듣겠습니다. 오늘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동영 :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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