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유시민·진중권이 '정동영'을 부른 까닭은
'87년 이후 최악 상황'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 무엇이 문제인가
<노유진의 정치카페> 20편(2부) - 제1야당이 혁신에 실패하는 이유 (2014.10.13 방송)
지난 13일 노회찬·유시민·진중권 3인이 진행하는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을 게스트로 초청해, 야권의 현주소와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 방안 등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다양한 얘기들을 나눴다.
진행자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방송이 성사된 이유에 대해 "정치카페에서 한동안 경제 이야기만 하느라 정치 이야기가 뜸했었다. 오랜만에 정치와 정당 이야기를 해볼까 해서 게스트도 고민을 아주 많이 했다"며 "그래서 정동영 상임고문을 여러 번 삼고초려해서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 사람은 야당의 현주소와 정당혁신 방안을 놓고 모처럼 한목소리는 내는가 하면, 정동영 상임고문의 주장에 유시민 전 의원이 "빙고! 바로 그겁니다."라고 맞장구를 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정동영·유시민·노회찬이 100% 의견 일치한 대목
1. "조직강화특위 없애고 당원들에게 지역위원장과 대의원을 뽑게 하는 상향식 당원주권 실현해야"
2.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가장 큰 문제는 아무리 잘못하고 지지율이 떨어져도 100석 이상의 제1야당은 보장이 돼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공천과 지구당 장악에만 관심이 있지, 집권에는 관심이 없고 혁신에 대한 절박함도 없다"
-정동영 출연한 '노유진의 정치카페 20편(2부)' 전문-
《추락하는 야당 지지율, 원인은》
진중권 : 노유진의 100분 토크. 정치카페에서 한동안 경제 이야기만 하느라고 정치 이야기가 좀 뜸했던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요. 오늘은 100분 토크에서 오랜만에 정치 이야기, 그 중에서도 정당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논쟁적인 주제죠. 그래서 오늘 게스트도 고민을 아주 많이 하고 모셨습니다. 우리가 여러 번 삼고초려를 드렸는데요.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을 모시고 제1야당 이야기 한 번 해보겠습니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십니까.
정동영 : 네. 안녕하세요.
유시민 : 일단 박수로 환영해야죠. (일동 박수)
정동영 : 대한민국 최고의 고수들께서 이렇게 초청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진중권 : 대한민국 최고의 정치인을 모셔서 저희도 영광입니다. 최근 북한 관련 현안으로 언론 인터뷰를 빈번히 하고 계세요. 어떻게 보십니까. 요번에 또 삐라 사건이 있지 않았습니까.
정동영 : 글쎄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군복 입고 나타난 걸 어떻게 보느냐고 물어보길래, 그 때 "아마 '삐라 뿌리지 말라'고 그렇게 군복을 입고 왔을 거다." 이렇게 말을 했는데.
진중권·유시민·노회찬 : (일동 폭소)
정동영 : 아니, 실제 (언론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을 했어요. 근데 뭐 꼭 전문가가 아니라도 이 정부에서도 그 정도는 (북한의 의도를) 읽었을 텐데. 굳이 그렇게 사안을 (잘못 대처하고 관리해서)... 그러니까 남북관계를 관리할 능력에 좀 문제가 있지 않느냐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진중권 : 어떻습니까. 이 정부의 태도를 보면 잘 모르겠는 게 남북관계를 하겠다는 건지 안 하겠다는 건지 그걸 잘 모르겠어요. 이 분들의 태도가 어떤 거 같습니까?
정동영 : 기본 입장 정리가.. 그러니까 이 정부가 이명박 정부 5년 하고 어떻게 달라지겠다는 거에 대해서 확실한 그림을 그려주는 참모도 없는 것 같고, 또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확실한 임기 5년 동안 어디까지 가겠다고 하는 이정표가 없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은 듭니다. 그러니까 청와대에서 하는 얘기하고 국방부나 통일부에서 움직이는 거 하고 결이, 흐름이 맞아야 되는데 늘 엇박자가 많아요.
진중권 : 그리고 또 하나 화제가 됐던 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금 90일째인가 두문불출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대해서 소문들이 자자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정동영 : 그건 정부가 잘 설명해준 거 같아요. 특별히 내부 권력에 이상은 없는 것 같다고 하고. 실제 인공위성으로 늘 들려다 보잖아요. 감청하고. 그걸 종합 판단해서 국민들한테 더 이상 억측이 퍼지지 않게 한 것은 뭐 잘한 조처 같습니다.
진중권 : 예 알겠습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겠습니다. 크게 세가지 주제로 얘기할까 합니다. 첫 번째 토크 주제는 지지율 문제입니다. 지난 10일자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니까 사실은 여야 정당의 지지율이 가관입니다. 87년 이후에 야권이 이렇게 침몰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인데요. 새누리당의 경우에는 44%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응답자의 절반이 조금 안되는 수준인데, 반면에 야권이 지금 문제입니다. 새정연과 정의당까지 모두 합해도 25%밖에 안됩니다. 그리고 지금 무당파층이죠 지지정당이 없다는 사람들이 30%를 넘는데요. 이거 어떻게 봐야 됩니까? 지금 위기인데. 어떤 분 말대로 정말 야권이 이른바 싸기지가 없어서 이런 건지. 이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계신지?
정동영 : 비정상적인 상황이지요. 분명히.
진중권 : 일단 여론이 이렇게 계속 지속이 되고 있거든요. 이게 인제 국민이 야권에 주는 메시지라고 볼 수가 있는데, 이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요?
정동영 : 여기에 제가 정의당에 온 민주당 사람으로서 얘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만, 어떻든 진보정당이 지리멸렬한 것도 저는 큰 환경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그 다음에 역시 정당 지지율은 선거 때 이렇게 등락하잖아요. 7.30 재보궐 선거가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7.30 재보선에서 말하자면 여당이 패배하고, 노회찬 후보가 간발의 차이로 안 되셨습니다만 승리를 하고 이렇게 해서 우리가 기세가 올랐더라면 아마 지금쯤 여권이 지리멸렬하고 있을 텐데 그 공이 이 쪽으로 떨어진 것이 굉장히 안타깝죠. 사실 후보 등록 한 10일 전, 2주일 전만 해도 새누리당이 엄살이기도 했지만 거의 못 건진다. 그런 분위기였는데 막상 7.30 끝나고 보니까 야권이 대패를 하게 된 거란 말이죠. 거기서부터 쭉 민심이 빠져나간 거지요.
진중권 : 선거의 결과라고 한다면, 선거 후유증이 지나면 다시 오르거나 이래야 되는데 지금 그래 보이지는 않는 것 같거든요.
정동영 : 선거 끝나고 세월호 문제에 대한 실책이 한 번, 두 번, 세 번 이렇게 연거푸 되면서 제1야당에 대한 신뢰가 거의 바닥으로 무너진 거 아닌가 싶습니다.
진중권 : 오늘 오다가 신문 기사를 봤는데요. 저도 제목밖에 못 봤습니다만, 민주당 지지자의 45%가..
유시민 : 새정치.
진중권 : 새정치민주연합이지요.
정동영 : 민주당이라고 말하면 다 알아먹습니다.
진중권 : 저는 그냥 민주당으로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유시민 : 아니, 민주당이 또 있다니까.
노회찬 : 법적으로는 민주당이 또 있습니다.
진중권 :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의 45%가 이래가지고는 정권교체가 힘들다라고 응답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는 얘기겠죠.
정동영 : 물론 지지율이라는 게 또 오를 수도 있죠. 잘하면. 그런데 인제 당원들이, 결국 정당의 목적은 이 다음에 정권을 획득하는 것인데,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하는 모양새로 봐서는 정권교체가 되겠는가에 대해서 당원부터 지금 무너지고 있는 것이거든요. 근데 그 조사에 보면 핵심이 85%가 '야당이 야당 노릇을 제대로 못 한다.' 지금 야당성 부족을 얘기를 하고 있어요. 전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부 여당이 잘해서 지지를 받는 것이라기보다는 야당이 야당 역할을 못한 것이다. 그것이 대표적으로 세월호 국면에서 나타난 거였지요.
진중권 : 근데 새정치민주연합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정의당의 지지율도 그렇게 높게 나오진 않았어요.
유시민 : 원래 낮았잖아요.
진중권 : 아, 그래도 우리가 6%까지 나왔었어요. 지금 뭐 3.2%로 집계가 됐는데.
유시민 : 그거는 뭐 통계상 오차범위 안에 있는 거기 때문에 크게 등락했다고 볼 수가 없죠.
진중권 : 이렇게 나태한 자세를..
유시민 : 이렇게 과학적인 자세를..
노회찬 : 아니에요. 정의당은 기본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데 대한 문제의식이 따로 있는 것이고, 다만 평소에 워낙 노출이 안 되다 보니까 선거 등에서 노출이 좀 많아지는 시기에서는 조금 오르다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시 낮아지는.
유시민 : 지난 번 노회찬 대표 출마 때문에 미디어에 정의당 당명이 많이 노출됐고, 그래서 일시적으로 좀 올랐던 거죠. 근데 제 느낌에는 선거에서 패배하면 지지율이 떨어지는 현상도 있지만, 선거에서 패배라는 것이 낮은 지지율의 결과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최근 여러 차레의 선거, 전국 선거, 재보궐 선거 이런 걸 볼 때 야권이 계속 졌다는 거는 이것이 지지율이 낮은 것이 선거 패배의 원인이라기보다는 선거 패배가 지지율이 낮은 결과인 걸로 보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이것은 일시적이고 우연한 일회적인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어떤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 그런 생각이 저는 듭니다.
노회찬 : 한 가지 덧붙이면요. 저는 그게 공감을 하는데, 지금 현상적으로 보면 여론조사를 할 때 새누리당이 40~44% 나오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절반 내지 그 이하로 나와서 더욱더 걱정들도 많이 하고 계신데, 이 양당 중심 체제에 대해서도 물어보면 또 굉장히 부정적이에요. 저는 새누리당이 반사이득을 얻거나 집권세력으로서 뭔가를 벌여나가면서 얻은 그런 이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지점은 있지만 양쪽 다 사실은 굉장한 불신을 받고 있고, 그 중에서도 뭔가 정부 독주를 야권 지지자들의 바람대로 견제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한 데 대한 실망 이런 것들이 지금 무응답으로 빠져나가서 된 게 아닌가. 그러니까 지금 어찌 보면 무응답 플러스 야권 지지층을 합하면 50% 넘거든요. 사실은 다수의 사람들이 정치권 전반 특히 야권의 변화를 기다리거나 촉구하고 있는 그런 농성 상태가 아닌가.
진중권 : 근데 아까 야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무얼 의미하는지. 그러니까 싸울 만큼 싸우고 단식도 하고 이러지 않습니까. 이런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정동영 : 예를 들면 인제 세월호. 4월 16일날 아침으로 돌아가 보면 다들 충격 속에서 4월 16일 이후의 대한민국은 분명히 달라져야 된다. 여든 야든 또 모든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했단 말이죠. 근데 6개월 지나고 나서 그 본질은 어디로 다 표류해버렸고 그 과정에서 사실 세월호 사건은 정부 여당의 부담이 큰 사건이지. 야당보다는 상대적으로.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야당이 망가져버렸단 말이죠. 참 설명하기 여려운 역설인데요. 특히 7.30 패배 후에 등장한 비대위 체제가 하나는 위치 설정을 잘못한 거고 유족과 여당 사이에 그 중간에 위치한 것 그 위치 설정을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특별법의 본질이, 헌법이 국가가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라 이렇게 국가에 책임을 위임한 것을 잘 못했으니까 그 부분 즉 정부와 국가기관에 대한 책임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그 진상조사기구에 일정한 수사권과 기소권이 필요하다 이렇게 논리적 전개가 된 건데. 이거를 협상 테이블에도 올리지도 않았단 말이죠. 자기 검열로 빼버린 거에요. 그리고 그것에 비하면 지엽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 문제라든지 특검이라든지 이걸 가지고 1차 합의, 2차 합의, 3차 합의를 밀고댕겼단 말이죠. 그러니까 그 과정에서 야당이 야당답지 못 했던 거죠. 결국 이것은 유족을 위한 법이 아니라 국민이 보다 안전할 삶을 살게 하는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인데, 이것을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함으로써 신뢰가 무너지는 결정적인 악재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진중권 : 본격적으로 민주당 얘기를 좀 해야 될 거 같습니다. 지역구가 109석이고 비례대표가 21석이고 다 합치면 130석의 거대 야당인데요. 요번에 말씀하신 대로 야합 비난을 받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도 그렇고, 혁신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좌충우돌도 그렇구요. 그러니까 의석 130석을 가진 정당의 모습이라고 보기 힘든 그러 모습이거든요. 그래서 여러 가지 대안들도 좀 나오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가지고 어제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 당원 토론회에서 인터넷 정당화가 필요하다고 당에 쓴소리를 하셨구요. 또 그 얘기가 문재인 의원이 강조하고 있는 네트워크 정당으로서 혁신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지금 이해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진단들이 제1야당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특히 내재적 조건을 통해서 한 번 얘기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유시민씨가 좋아하는 내재적 조건.
정동영 : 필요하죠. 인터넷 정당도 필요하고 또 현재 열려 있기도 하구요. 근데 인터넷 정당이 활성화 안 돼서 민주당이 이 지경이냐. 꼭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든 핸드폰이든 이런 건 수단이거든요. 핵심은 결국 정당이라는 게 정체성, 나는 누구인가, 누구를 대표하는가 하는 부분에서 잘 정돈이 안 돼 있는 것이구요. 그 다음에 이제 정말 130명이나 되면 노선과 가치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했으면 굉장히 막강한 힘이 나올 텐데 그런데 너무 넓다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까 130명이라는 숫자에 걸맞는 에너지가 못 나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시민 :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고 제가 아까 말씀을 드렸는데.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 말고 또 국민들의 정치의식이나 정치적 요구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는 다른 데이터들이 좀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 조사. 이거는 석달마다 한번씩 정기적으로 나오는데 이걸 보면 지난 몇 년간 거의 변함없이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 선호도를 합친 거하고 박정희·박근혜·김영삼·이명박·이승만 다 합친 거하고 그게 50 대 50으로 거의 팽팽하거든요. 그러니까 과거나 현재의 국가지도자를 기준으로 볼 때 국민들의 의식 성향은 진보와 보수 반씩으로 팽팽하게 큰 변화 없이 대립하고 있다. 그렇게 나타나구요.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을 보더라도 지금 야권에서는 박원순, 문재인, 안철수, 안희정 등등 이렇게 야권 인사들의 지지율을 합한 것이 김무성, 김문수, 정몽준 등등의 여권 주자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아요. 더 높아요. 이렇게 다른 지표에서 나타나는 진보와 보수 또는 여야에 대한 선호도를 보면, 야쪽이 최소한 밀리지 않거나 또는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는 앞서는 걸로 나타나는 데 집단적으로. 그런데 왜 정당지지율은 이러냐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이 간극을 설명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되지 않느냐.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들이 표를 많이 줘서 신임을 줬기 때문에 실망할 권리도 있고 비판할 권리도 있다고 봐요. 솔직히 정의당 같은 경우는 표를 많이 주신 적도 없고 책임을 맡겨 주신 적도 없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잘 못해도 국민들이 비판도 잘 안 하신다고요. 문제의 초점은 제1야당인데 어디까지나. 그렇다면 제1야당의 현재적인 지지율과 이 당이 배출했던 대통령들에 대한 선호도의 합계, 그리고 이 당에 소속해 있는 정치인들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의 합계 이것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이 큰 간극을 뭘로 설명할 거냐. 결국은 이 걸 못 살린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그러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이것을 살리지 못하는 어떤 내부적인 원인이 있는 거다. 이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에요. 저는 정의당 당원이기도 하지만, 정치를 떠난 입장에서 볼 때 그 원인을 해명하고 그것을 일치시킬 수 있는 혁신, 이걸 하는 게 제1야당이 살아날 길이다. 많은 분들이 사실 그렇게 진단하시거든요. 그 점에 대해서..
정동영 : 민주당이 정당으로서 2가지 제일 핵심적인 요소가 하나는 반대당으로서의 제1야당, 또 하나는 대안 정당으로서의 제1야당. 그런데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이 정부가 국민을 억압하고 또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때 확실하게 '아니오'라고 얘기하고, 더 나아가서 거기에 대한 대안까지를 집권 경험이 있는 야당으로서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 2가지 잣대에서 미달하고 있는 거지요. 그것이 오늘의 실망감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물론 당 내부 혁신 그거는 결국 지난 10년 동안 지도부가 14번 새로 뽑히고 14번 무너지고 28명이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을 했던, 결국 리더십의 문제지요. 김대중·노무현에 이은 걸출한 지도자를 배출하지 못한 현실 그것이 리더십의 제일 큰 문제일 것이고, 또 하나 핵심적인 것이 결국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고 당의 주인이 당원이라고 할 때 이 위기의 과정 속에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주인인 당원이 철저하게 소외되고 배제돼 있거든요. 당원들의 목소리는 누구에 의해서도 수렴되거나 당원들이 분노와 울분이 있어도 그걸 표현할 어디 통로가 없는 거에요. 그러니까 소수의 과두 지도자들에 의해서 당의 운명을 주물럭주물럭하는 거지요. 이렇게 되다 보니까 당원과 지도부 간에도 괴리가 있고, 또 당과 국민 사이에도 큰 공동이 있는 거지요.
노회찬 : 지금 물론 이제 정의당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으니까 같은 동렬에 놓고 얘기하긴 힘듭니다만, 당의 인물에 대한 호감도 내지 관심도와 당에 대한 지지도가 어긋나는 경우가 사실은 많습니다. 그 많다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뜻은 아니구요. 문제는 실제 그 당에 대한 평가는 주로 어떻게 이뤄지는가하면 그 당에 어떤 인적 자산이 있느냐 하는 것들도 평가에 포함은 되겠지만, 주로 현안을 어떻게 다루느냐. 특히나 제1야당 같은 경우에는 여당과의 관계 또는 여당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 어떤 이미지와 내용을 주고 있느냐라는 문제인데.
지금 당장 기억나는 것이 박근헤 정부 들어서가지고 큰 사건이 3개가 있었는데, 이른바 NLL과 관련된 터무니없는 모략과 문서 유출이라는 아주 심대한 국정 운영상의 문제가 있었구요, 두 번째는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이라는 정말 전대미문의 사건이 사실 있었고, 그리고 아시다시피 세월호 사건이 있었는데. 이 사건이 셋다가 현재의 정부에게 아주 정치적으로 곤란한 굉장히 곤란한 어떤 문제점을 드러내는 그런 사건이었다고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야권이 공세적 위치에서 정부 여당을 몰아쳐야 마땅한 사건이었는데 이 세 사건이 공히 야당이 오히려 더 피를 흘리게 되는, 야권이 이걸로 인해 더 망가지고 멍이 드는, 상처를 받는 식으로 가고 있거나 또는 그렇게 되었다라는 거죠.
그리고 동시에 하나 더 지적할 수 있는 게 뭔가 하면 지금 박근혜 정부 들어서고 2년 차가 끝나가는데, 그러면 제1야당의 차별성은 뭐냐라는 거죠. 현재 박근혜 정부가 하고 있는 어떤 문제 중 가장 큰 문제는 뭐고 그거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다른 대안을 갖고 있거나 다른 걸 만들어낼 수 있다라거나 아니면 야권에게 국민들이 힘을 몰아주면 야권은 무얼 바꿔낼 수 있다는 건지에 대해서 어떤 중심 줄거리가 없이 그냥 당내의 동요, 당내 크고 작은 별로 아름답지 못한 분쟁들만 소개되고 있는 그런 것들까지 겹쳐지면서 저평가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그런 판단입니다.
정동영 :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지요. 그러니까 국정원 문제와 관련해서도 거기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지도부가 그렇게도 얘기를 했습니다만 그냥 매듭이 없이 지금 흘러가고 있는 거지요. 세월호도 마찬가지로 표류 상태에 있는 거고. 그런 데 대한 실망. 그러니까 거대 야당인데 뭔가 확실하게 정부가 잘못 가고 있는 것에 대한 견제도 제대로 안되고, 그렇다고 해서 작든 크든 어쨌든 구체적인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 그것이 핵심 아닌가 싶습니다.
노회찬 : 새정치민주연합의 새정치는 뭡니까?
정동영 : 요즘 당원들도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안 부르고 민주당이라고 그냥 부르는 것 같던데요.
진중권 : 그 호칭이 맞잖아요.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당 혁신이 안되는 이유》
유시민 : 제가 조금만 더 나가 보면요. 이것은 과거 지도부의 누가 잘못했고 비대위원장이 누가 잘못했고 이런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전 좀 들어요. 집권당이든 제1야당이든 실제 수권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정당의 경우 제일 중요한 거는 저는 국가운영에 관한 자기의 견해, 정책적 대안과 비전 이런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의원들이 거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요. 제가 볼 때는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나 임금 격차의 확대 문제라든가 부의 불평등이 확산되는 문제 등등의 문제에 대해서 국가를 맡을 사람들의 정치집단으로서 뭘 아직도 안 보여주고 있는 게 제일 큰 문제이고, 이게 없는 상태에서 계파도 정파도 아닌 친소 관계를 중심으로 한 대립 양상만 드러나기까 국민들이 볼 때 거기에 있는 사람 하나하나는 박원순 시장이든 문재인 의원이든 안희정 지사든 안철수 의원이든 다 상당한 정도의 대중적 기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안 모여지는 거 아니냐 이거에요. 밖에서 볼 때 또는 제가 안에서 겪었던 경험들을 일반화해서 볼 때 문제의 핵심은 거기에 있는 것인데.
정동영 : 근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왜 국가운영에 관한 견해라든지 정책에 관심이 안 모여지고 그 관심이 어디에 가 있는 거 같아요?
유시민 : 그 관심이 제가 이렇게 말하면 또 결례가 될 수도 있는데. 자기가 또 공천 받는 것, 그 다음에 확실하게 공천을 위에서 받든가, 아니면 자기가 활동하는 지구당 내에서 당원을 장악해서 아무 문제 없이 자기의 지구당 권력을 유지하는 것. 이런 거에 의원들의 관심이 대부분 가 있지..
정동영 : 저도 그게 핵심적인 문제 중의 하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당원과 유권자들에게 충성하면 다음 공천이 문제가 없는 구조, 그런 제도를 만들어내고 제도화하는 것 그것이 당의 과제 중의 하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시절은 여당으로서 152석이 힘을 모으는데 좀 실패했고, 지금은 야당으로서 130석 열린우리당 다음으로 제일 숫자가 많단 말이지요. 그런데 여당 때와 야당 때의 역할이 다른 겁니다만. 지금은 사실 하나의 목적으로 결집할 수 있거든요. 정권교체를 위해서. 왜냐하면 야당하는 것이 목적일 수는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의 관심이 정권교체에 과녁이 초점이 모아지지 않고 있는 것. 이것을 어떻게든 해소하는 것이 민주당이 다시 회생하는 출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노회찬 : 근데 여기까지 오셨으니까. 굉장히 지금 밀실에서 우리끼리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까 제가 여쭙겠는데요.
정동영 : 이거 동네방네 얘기하는 거 아닙니까?
유시민 : 절대 남들 모르게 우리끼리 얘기하고 있습니다. (일동 폭소)
노회찬 :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지난 선거도 그렇고 지난 몇 번의 대통령선거 때 제 느낌인데요. 이건 뭐 피상적으로 밖에서 느끼는 겁니다. 새누리당 같은 경우에는 현역 의원이든 아니면 전직 의원이든 그런 분들도 대선 때는 하여튼 자기 당이 이겨야 된다라는 생각에서 굉장히 결집도가 높고 열심히 뛰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민주당 같은 경우에는 후보를 중심으로 한 진영 이 외에는 그렇게 절실하게 정권을 창출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움직이는 지에 대해서 좀 의문을 갖는 그런 경험이 여러 번 있었어요 사실은. 물론 정치하는 사람이 자신이 일단 공직선거에서 당선이 되어야 역할을 더 할 있으니까 그런 권력의지를 갖는 거는 탓할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그것만 있고 그 당이 또 집권해야 된다는 데 이걸 위해서 몸을 던진다거나 이렇게 하는 데는 굉장히 좀 소극적이지 않는가 하는, 제가 잘못 봤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느낌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기 때문에 지금도 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하면 130석이 넘는데, 물론 이제 절반의 의석을 못 갖고 있는 거죠. 과반 의석을 못 갖고 있는 건데, 저는 130석이 넘는 의석 자체가 너무 많은 거 아니냐. 그러니까 지금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 하면, 민주당이 아무리 잘못해도 100석 이상의 제1야당은 보장돼 있다라는 거에요. 그러니까 절박할 수가 없다라는 거죠. 그러니까 집권하는 데는 마음을 비웠는지 큰 욕심이 없고, 그리고 아무리 잘못해도 제1야당으로서 100석 넘는 당은 유지할 수 있는 기득권은 보장돼 있는 거에요. 그러니까 지지율이 19%로 떨어져도 걱정이 없어요. 왜냐하면 지지율이 19%가 아니라 15%로 떨어지더라도 100석 이상은 보장될 거야. 그리고 야권이 유리한 지역에 나가면 열심히만 하면 대충은 당선될 거야. 이런 게 있다라는 거죠. 이런 게 있기 때문에 뭘 바꿔야 된다라거나 하는 것들이 일부 그런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계시지만, 혁신이니 뭐니 이거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어요. 혁신 하나 안 하나 다음에 당선될 텐데, 당선될 확률은 비슷할 텐데, 어차피 우리 당은 100석 이상은 유지될 텐데... 그러니까 막상 대선에서 뭔가 해보갰다는 목표가 확실한 분들 이 외에는 오히려 혁신 이런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좀 나이브한 게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이 많이 듭니다.
정동영 : 예. 인제 리더십의 문제. 그 다음에 지역구도라는 구조 속에서 안일함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얼마 전에 광화문 세월호 천막에 갔을 때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얘기를 하다가 펑펑 우시더라구요. 자기는 평생 어려서부터 죽도록 일하고 고생만 했는데, 지금도 식당에서 일하며 먹고 사는데 세상은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하나도 안 바뀌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가 기댈 때가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민주당이 이 꼴이 뭡니까. 그러시면서 우시더라구요. 저도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밖에 더 할 말이 없었죠. 바로 그 분처럼 우리 국민은 절박한데 그 분들을 대표하고 대변해야 할 민주당에 절박감이 없다는 것이 그게 바로 불행인 거지요. 그래서 민주당이 땅에서 30cm 위에서 허공을 걷는 그런 정치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친노-비노 문제》
유시민 : 근데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저는 이른바 팔로우십(Followership). 그러니까 앞에서 끌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되지만, 또 그 끌어주는 사람을 잘 알아보고 잘 따라주는 사람도 있어야 그 리더가 리더십을 잘 발휘할 수 있잖아요. 이건 또 밀실에서 우리끼리 하는 얘기니까. 최근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를 새로 뽑는 과정을 보면서 저한테 많은 분들이 그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사실은 저하고 가까운 분들이 진짜 화딱지 난다고.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우윤근 의원하고 이종걸 의원하고 몇 분이 경선을 하셔서 결국 우윤근 의원과 이종걸 의원 두 분이 결선투표를 했고 근소한 표차로 우윤근 의원이 되셨잖아요. 근데 그 과정에서 친노 이런 얘기가 또 나왔어요. 우윤근 의원 보고 친노라고 그러면, 도대체 왜 친노라고 그러냐 하고 봤더니, 문재인 의원이 대선후보 시절에 선거 캠프에서 무슨 중요 직책을 했다는 거에요. 아니, 그러면 같은 당의 국회의원이 적절하게 뽑힌 적법하게 뽑힌 자기 당의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직책을 맡은 게 특정 정파 소속으로 몰리는 수준이면, 이거는 정당일 수가 없는 거 아니냐. 기본적으로. 저는 우윤근 의원도 17대 때부터 겪어보고 잘 압니다만, 그 분은 우리가 아무리 너그럽게 적용해도 친노라고 (할 수 없다). 친노가 손가락질의 대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는 여하튼 친노 하면 손가락질하는 분위기에요. 그러면 그 근거가 문제인데, 그 근거가 문재인 후보의 선대위에서 역할을, 직책을 맡아서 했다고 정파로 몰아서 이렇게 돌 던지는 식으로 하면. 그러니까...
정동영 : 저는 그거 보다는 어떤 의원이 A가 나오고 B가 나왔으면, A라는 의원의 노선, 대여 협상에서의 위치와 자세, 또 B의원의 과거 역할이라든지 태도 이런 것을 가지고 의원들이 투표를 하는 게 상식이고 또 그게 건강한 건데.
예를 들면 철저하게 무슨 계파, 어느 계파가 누구를 밀고 이런 걸로 승부가 나고 하는 게 또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란 말이지요. 그래서 이번에 우윤근 의원은 둥글둥글하고 합리적인 분이고 또 따지면 원래는 저하고 제일 가까웠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유 작가님 말씀처럼 친노라고 분류하기도 뭐한 분인데. 그러나 어쨌든 어떤 계파가 누구를 민다. 이렇게 해서 분류가 된 것이 또 현실이어서 그런 것은 좀 반성이 필요하지요.
유시민 : 그러니까 어떤 의미냐 하면, '전직 대통령 중에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좋아'라고 대답하는 분이 30% 되요. 여론조사 표를 보면 30~35% 정도 나온다고요. 이 분들이 느끼기에는 민주당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면 저렇게 손가락질당하고 돌팔매 맞는 당인가봐. 이런 느낌을 줘요.
정동영 : 그렇진 않지요. 지금 사실은 이른바 친노-비노 이런 얘기를 우리 입에 안 올리는 게 제일 좋은 겁니다만, 실제 당에서는 (친노가) 주류고 다수지요.
유시민 : 그 진단도 저는 동의 못 하겠는데요. 마치 문재인 후보 선대위에서 무슨 직책이었으면 다 친노로 분류하는 식으로 그렇게 해서 숫자 제일 많다. 이렇게 하는 거지. 친노가 누가 있나요 솔직히. 저는 그게 문제가 아니고 당의 분위기가 그 정도면 일반 시민들로 하여금 호감을 가지고 당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관찰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동영 : 언론에 의해 편향돼 있긴 하지만 모든 것을 친노니 비노니 이렇게 구분되고 이렇게 표현되는 한, 저는 민주당이 정부가 될 가능성, 정권교체할 가능성이 없어진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한테도 그러면 '정동영은 친노냐 비노냐.' 이렇게 묻는 사람도 있어요. 노무현 정부에서 각료를 했으니까 저도 책임이 있는 사람이지요. 저는 그렇게 말합니다. 지노(知盧)다 지노. 노무현을 제대로 알고, 그리고 영어로 말하면 노무현을 넘어서 '비욘드 노무현'(Beyond 노무현)이다. 이걸 지향해야지. 친노 그 무슨 내용을 얘기하는 게 아니잖아요. 친노, 친박 똑같은 성격의 얘기지요. 어디로 가야 된다는 지향성을 담고 있는 그런 얘기는 아니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넘느냐 하는 것이 사실 지금 비대위 또는 지금 민주당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 비대위를 출범시킬 때 비대위가 무너지고 비대위가 생긴 건 이번이 정당 사상 처음 일이란 말이에요. 비대위가 임명한 재비대위인데. 그 때 저도 제기를 하고 여러 사람이 '민주당을 바깥에서 당으로 안 보고 계파로 보니 이 원로 회의에서라도', 그 때 전직 당 대표 국회의장 출신들 해서 20여 분이 모였지요. 그 때 제가 "계파 해체 결의를 합시다"라고 제안을 했어요. 물론 무슨 결의를 한다고 해서 이게 실효가 있고 그러진 않겠지만 그러나 드러내놓고 노골적으로는 못할 거 아닙니까. 숨어서 모이더라도. 그러면 이걸 숨을 죽이는 효과는 있으니 계파 해체 결의를 하는 게 어떻겠는냐고 얘기를 해서 김원기 전 국회의장께서 적극적으로 찬동을 하셨고, 문재인 의원도 아 그거 좋은 생각이라고 여기서 계파 해체 결의라도 하자. 그래서 그 얘기를 한참 설왕설래 한 시간 반 이상을 했어요. 그래서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위촉하면서 그게 법적 기구는 아니지만 그렇게 자문을 한 거지요.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 그러면서 부여한 사명이 '계파를 극복해라. 이것이 첫 번째 사명이다' 그랬는데, 이 분이 들어와서 일단 비대위를 구성한 것이 '계파 수장들로 비대위를 구성한다. 그것도 원내에 있는 현역의원만.' 이렇게 해버렸어요. 그렇게 해서 위임한 것과 180도 다른 길을 가버린 거란 말이지요. 우리 정당사에서 언제 '우리 당은 노선과 가치의 결사체가 아니고 우리는 계파 연합체요.' 하고 드러내놓고 공개적으로 대내외 천명한 일이 있었던가. 저는 그것이 첫 단추가 잘못됐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유시민 : 그게 뭐 해체가 되나요.
《새정치민주연합 정체성 문제》
진중권 : 그리고 또 하나는 이런 겁니다. 새누리당 비대위 같은 경우에는 예컨대 외부 사람들 이준석하고 이상돈 중앙대 교수 이 분들에게 전권을 주었거든요. 적어도 겉보기에는 엄청난 전권을 주었는데.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외부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다음에 계파들끼리 이렇게 모여 있고. 그게 뭔 혁신이야...
정동영 : 그리고 이상돈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고 한 것은 참 불운이었어요. 왜 하필 그 분이었는가. 말하자면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단 말이지요. 그 분이 예를 들어서 햇볕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했고..
유시민 : (햇별정책에 대해서) 이적행위라고 했죠.
정동영 : '노무현 대통령이 이적행위를 했기 때문에 반역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기명 칼럼을 쓰고 계속 그런 입장을 유지했단 말이죠. 또 사회경제적으로도 대처나 레이건이 맞았다. 그 길을 가야 된다. 이렇게 주장하는 분인데, 만일 비대위원장으로 옹립을 했더라면 민주당의 모양새가 정말 문창극 제2의 참사처럼 그렇게 되는 거지요.
유시민 : 그러면 뭐 (새누리당의) 2중대 되는 거죠. 2중대.
정동영 : 그렇죠. 하필이면 왜. 그래서 박영선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계기도 됐지만. 이쪽 진보개혁 진영에도 좋은 분이 많은데. 왜 그런 분을 고르고 골라서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하려고 했는 지에 대해서 굉장히 좀 안타깝습니다.
《새정치연합의 정당혁신 과제》
정동영 : 그리고 제가 지금 지역에 가주 갑니다. 당원들한테 들어보려고 가는데 거의 뭐 폭발점, 임계점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근데 사실 여의도에 있는 당 지도부만 편안한 것 같아요. 물론 그 분들도 고민하겠지만 온도 차이가 많습니다.
지난 번에 손학규 전 대표를 제가 불시에 방문한 것은 10월 1일인데요. 전날 진도 팽목항에 가서 하룻밤 자고 올라오는 길에 강진을 들러서 오게 돼서 안부 차 들러보자 해서 백련사 절에 갔었습니다. 마침 손 전 대표가 산책을 나갔는데 핸드폰을 안 갖고 가셨는지 연락이 안 돼서 주지 스님하고 차 한잔 마시면서 얘기를 하고 왔습니다. 그건데 한참 2주 지난 뒤에 그게 흘러나갔어요. 근데 제가 생각하기에도 의아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 바로 이게 민주당의 현주소를 얘기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스스럼 없이 지역에 당원들이나 기초의원들이나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분들을 만나 보면 제가 정당 생활 한 이래 이렇게 당에 대해서 질타도 하고 또 신당을 해야 된다는 등 노골적으로 그런 얘기를 하는데, 특히 호남 지역에 그런 기류가 굉장히 강한 거 같아요. 그래서 이런 위기감을 정말 의원들이나 지도부가 그대로 좀 인식을 했으면 좋겠는데 여의도에서는 별로 큰 긴장감이 안 느껴진단 말이지요. 그냥 하루하루 이렇게 흘러가는 것 같고.
유시민 : 왜 그럴까요?
정동영 : 그러니까 아까 우리 노회찬 대표의 말씀처럼 그래도 뭐 100석 이상 되는 야당은 보장돼 있으니까 뭐 이런 것인지, 아니면... 저도 그 안에 있으면서 정말 답답해요.
유시민 : 혹시요. 혹시 그런 거 아닐까 해서 제가 여쭤보는 건데. 당원들은 끓고 있다고 그러셨잖아요. 끓고 있고 폭발 직전인데, 여의도에서는 바람도 안 불어요. 그러면 이 격차가 어디에서 왔을까. 원래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당원들 속에서 어떤 변화를 바라는 요구가 막 들끓고 있으면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당 조직을 통해서 수렴되어서 반영되어서 당의 중앙지도부나 의원들 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돼 있거든요. 원래는.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왜 아무런 위기 의식을 표출을 안 할까라는 걸 보면, 사실 새정치연합을 욕할려는 게 아니고, 당원들이 그래봤자 어차피 그 당은 대의원을 지구당위원장이 임명하잖아요. 당원들이 그래봤자 아무 발언권이 없잖아요. 뭘 물어보는 전당원투표에 지도부가 뭘 회부하기 전에는 일반 당원들이 자기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잖습니까. 그리고 실제로 전당대회를 통해서든 투표를 통해서든 전화조사나 여론조사를 통해서든 자신의 의견을 냄으로써 당의 진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대의원들인데, 이 대의원들은 다 현역 혹은 원외 위원장 즉 직업 정치인들이 임명하는 분들 아니에요. 그러니까 원내든 원외든 여의도에서 지금 활동하는 분들이 무슨 위기 의식을 느끼겠는가. 그런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거죠.
정동영 : 그래서 제가 주장하는 게 바로 전당원투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할 때 민주당의 당 헌법이 바뀌었어요. 당헌 1조에 '민주당의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모든 권한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는 당원주권 조항을 집어넣었었는데, 그게 지금 삭제되고 실종됐거든요.
유시민 : 저는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노회찬 : 그걸 왜 삭제했어요?
정동영 : 그게 인제 이렇게 됩니다. 2012년에 이른바 민주통합당이 되잖아요. 그 때 이해찬, 문재인, 문성근 이런 분들이 당 밖에 있었고. 그래서 혁신과 통합이라는 조직을 만들어서 민주당과 합치면서 그 때 없앤 게 바로 당헌 1조2항(당원주권조항)이에요. 왜냐하면 1조2항과 뭐가 충돌하냐면 모바일 선거와 충돌합니다. 그러니까 민주당의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는데, 모바일 투표는 당원이 아니니까 당원을 해제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충돌합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는 1조2항이 없어요. 그래서 당원주권운동을 벌이자고 하는 분들이 지역에 많이 있고, 네트워크 정당론에 대해서 시비가 걸리는 게 그게 모바일 투표 하자는 거다. 그런 거 때문에 시비가 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조금 다른 얘기인데, 어쨌든 중앙당이 그런 모바일이니 핸드폰이니 이런 거는 수단이잖아요. 인터넷 정당도 그렇고. 실제 내용을 가지고 각축을 벌이고 경쟁도 하고 그러면 당원들도 긴장감을 가지고 또 결집이 되는데.
뭐 제 얘기 같아서 그렇습니다만, 2011년도에. 지난 10년 사이에 민주당이 새누리당을 지지율에서 앞선 적이 3번 있었어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한 번 반짝 그랬었고, 또 2011년도에 손학규 대표가 분당에서 선거에 당선됐을 때 그 때 올라갔고, 그리고 그 다음 3번째 국면이 2011년 하반기에 한미FTA 반대 투쟁을 하면서 또한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 그리고 노동의제 뭐 이런 것들을 가지고 내부에서 토론도 하고 뭐 붙기도 하고 했어요. 바로 그 때 민주당의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추월했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비대위가 가야 할 길도 국정감사 과정에 있지만,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정당, 누구를 대표해야 되고, 이번 가을 국회에서 제출된 법안 가운데 어떤 거에 주력해야 하고 등등 알맹이를 가지고 격론도 벌이고 논쟁도 하면 당원들도 다시 민주당을 볼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유시민 : 근데 그 당헌이 있었을 때도요. 사실은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당원이 대의원을 선출한 거는 2004년 열린우리당 때 한 번밖에 없었어요.
정동영 : 그렇죠. 그러니까 2010년에 당헌을 만들어서 그 당헌 발의자가 제가 제 이름으로 대표발의를 했는데, 당시 논의만 하다 실천을 못 하고 끝나버렸어요.
유시민 : 그러니까 최근 수십 년 간 야당 역사에서 당원들이 모여서 대의원들을 선출한 거는 2004년도 봄이 딱 한 번뿐이었어요. 그리고 나서 곧장 2004년 총선 이후부터 그 규정이 무너지기 시작해서 대통합민주신당 창당할 때 그 때는 완전히 없어졌거든요. 그 때부터는 완벽하게 대의원이 임명제로 돌아갔고, 그 뒤로는 한번도 당원들이 자신의 의사를 대의해줄 대의원을 선출한 적이 없었어요 지금까지.
저는 결국 이렇게 보는 거에요. 과거에 집권을 10년이나 했던 제1야당이 국민들로부터 지지율이 이렇게 20% 미만으로 떨어지고, 당원들의 가슴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도 그것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 그걸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당헌에 있든 없든 종국적으로 당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의 의사를 물어서 바꾸는 수밖에 없다는 거에요. 이게 정통성이 있는 혁신의 방법인데, 안타깝게도 제가 밖에서 또는 과거에 안에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그걸 못 한다는 거에요. 왜냐 하면 지금 국회의원들이 그걸 자기 권력에 대한 침해로 여기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서 저희가 2004년도에 당원 명부를 국회의원들한테 안 줬단 말이에요. 왜냐하면 그 지역구에 다음 번에 또 다른 도전자가 국회의원 경선에 들어올지 모르는데, 당원 관리를 현 지구당위원장에게 독점시키면 그 사람이 부당한 특권을 누리는 거니까 국회의원이 아닌 당원협의회장이 당원명부를 관리하면서 각종 연락이라든가 이런 것들 국회의원들의 서신을 해주고 이렇게 했는데, 그거를 못 견뎌 하시더라구요. 내가 국회의원인데 왜 당원 개인정보를 내가 못 가지냐.
결국은 지금 현재 당헌 당규를 어떻게 고치든, 현재의 관행으로 보면 지구당의 모든 당원 조직을 직업 정치인 한 사람이 움켜쥐고 있는 구조에요. 그리고 그 사람하고 사이가 나쁘면 당원을 할 수가 없어요. 지금 그러니까 새정치민주연합은 중앙정치에서는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주축으로 자리매김해 있는 민주정당이지만, 그 내부로 들어가면 직업 정치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봉건영주와 같은 권력을 누리고 있는 아주 반민주적인 정당이에요. 제 생각을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거에요. 이거는 우리 헌법의 제1조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그 당헌이 있든 없든 간에 우리 헌법이 정당정치에 관해서 규정하고 있는 조항들을 다 위배한 거라구요. 그래서 저는 이것이 단순히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구조적인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그걸 뚫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그 대안에 호응하는 대중들을 당 안으로 받아들이고 그 대중들에게 의사결정권을 줘서 당 지도부를 구성하게 하고 그 사람들이 원래 제시했던 대안들을 계속 손 봐가면서 앞으로 밀고나가도록 해야 하는 건데. 이 순환 시스템이 완전 마비되어 있는 정당이기 때문에 제가 전에 이 방송에서도 '그게 안 될 걸요.' 그랬거든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을 이미 기득권을 쥐고 있는 현역 지구당위원장이나 국회의원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 그걸 주장하는 사람은 당에서 쫓겨날 확률이 높다. 저는 그렇게 봐요.
정동영 : 네. 정확한 얘기입니다. 저는 사실 그 점에서는 제 생각과 100% 일치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조직강화특위를 만들지 말라. 그것이 혁신이다. 그리고 성경에도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라는 말이 있듯이 원래 주인인 당원 것인데, 당원들한테 대의원을 선출할 권리를 줘라. 그리고 당원이 뽑든 대의원이 뽑든 아래로부터 지역위원장이나 국회의원 후보가 뽑히도록 해라. 현역 의원인데 아래로부터 뽑히지도 못할 정도의 의원이라면 지역위원장을 할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 또 만일 현역의원 한 두 명이 그렇게 해서 날라간다면 정말로 혁신했다는 그 증거물이 될 거다.
유시민 : 빙고! 그겁니다. 예.
정동영 : 그래서 제가 그렇게 주장을 해왔습니다만, 잠시 유시민 의원이 민주당에 다시 좀 복당해서 그 주장을 해주는 것이 어떨까. (일동 폭소)
유시민 : 저는 그게 안 되서 실패하고 쫓겨나고 제 발로 나온 사람인데..
노회찬 : 우리 유시민 작가님 말씀은 그게 옳은 길인데 그걸 받아들여서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
유시민 : 예. 저는 없다고 봤어요.
정동영 : 저는 박영선 비대위 때도 개인적으로 소통이 됐을 때 그렇게 하라고 주문을 했고, 그게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최고의 혁신이다. 그렇게 얘기를 했고. 또 문희상 비대위를 향해서도 그런 얘기를 줄기차게 해왔습니다만, 잘 안 되고 있습니다.
노회찬 : 그러니까 혁신 방안이 없는 게 아니고 방안은 있는데 그것이 실현되느냐 안 되느냐에 있어서 걸림돌이 워낙 완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라는 거죠.
진중권 : 예. 그래서 뭐 (정동영 상임고문의) 그 방안이 실현되지 않거든 저희 정의당으로 오십시요. (일동 폭소)
노회찬 : 근데 사실 새정치민주연합이 그런 혁신을 할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할 수 있는 길이 없는 게 아닌데, 있는데도 불구하고 혁신이 안되는 데는 제가 볼 때는 정의당 책임도 크다. 왜냐하면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아무리 못 해도 괜찮은 2등 자리는 보장돼 있는 게 가장 큰 함정이다. 사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렇게 하다가는, 이렇게 혁신도 안 하고 하다가는 3등이 될지 모른다. 이런 상황이 된다면 그 위기감 때문에라도 아마 혁신을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정의당이 너무 약한 거에요.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칫 잘못하면 2등 자리를 정의당에게 뺏길지 모른다는 이렇게 되면 '아이 뜨거워라' 이래 가지고 혁신을 할 텐데.
유시민 : 그러니까 결국 정권교체가 어렵고, 새누리당이 저렇게 센 것도 우리 정의당 책임이야.
정동영 : 정의당 책임이 있지요. 왜냐하면 정의당이 견인력을 발휘해야 되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을 견인을 잘 못하고 있지요.
노회찬 : 그래서 저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을 바라는 평당원들께서는 우리 정의당을 지지해야 되는 거에요. (일동 폭소) 그러면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을 할 수 있는 거에요.
유시민 :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정동영 : 서로 잘 합시다.
진중권 : 한 가지는 좀 그런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걸 들었는데. 인터넷 정당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은 부정적이신 것 같아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안이 나오는게 바로 그거거든요. '문제점이 있죠. 방안이 있죠. 그런데 해결이 안되는 겁니다'라고 했을 때 이걸 해결하는 게 뭐냐면, 일반 지지자들이 압력을 넣어야 되는데 사실 인터넷이라는 게 직접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해주는 요소가 있거든요. 아마 이것 때문에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단지 컨텐츠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콘텐츠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실제로는 방안도 있잖아요. 이게 왜 실현이 안되느냐.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거부하면 실행이 안되는 건데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있게끔 압력을 넣어야 되는데..
정동영 : 저는 말씀하신 인터넷 정당이나 온-오프 정당을 반대하는 게 아니고. 다만 큰 틀에서 이게 정당의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지금 정당이 얼마나 약해졌습니까.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청와대보다 더 국회를 아래로 보지 않습니까. 국민의 대표들이 모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정당을 어떻게 하면 강화할 것인가 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되는데, 지금 정당이 당원도 해체 수준에 있는데 거기다가 이런 저런 고약 같은 다른 처방이 필요한 게 아니라 우선 중심을 세우고, 중심이 정확하게 서서 정말 당내 상향식 민주주의에 의해서 당 조직체계가 정비가 되고 그러면서 인터넷 정당과 온-오프 정당이 결합이 되면 훨씬 시너지가 생길 수 있는데, 지금 상태에서는 예를 들면 당원이나 지지자를 경계를 없애버리면 당원 해체로 바로 이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정당의 약화라는 예기지 않았던, 예상하지 않았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는 거지요.
유시민 : 저도 그 점은 예전부터 제가 그렇게 주장을 했었고요. 저는 인터넷이나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쓰자는 입장이지만, 그 기본은 이런 거에요. 현실의 정당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정당 따윈 필요 없어 이렇게 가는 거는 이건 아니라는 거에요.
정동영 : 그렇죠.
유시민 : 자꾸 미국의 예를 드는데, 미국은 그게 정당 형태로 조직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양당제를 해오면서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풀뿌리 조직들이 비정당의 형태로 밑에 쫙 깔려있단 말이에요. 그래놓고 선거 때 호루라기 불면 그게 쫙 모이는데 당 조직이나 똑같아요. 당 조직이 없는 게 아니라구요. 우리 경우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진짜 좀 높은 참여 의지를 가지고 있는 시민들을 일반 당원으로 받아들여서 그걸 근본으로 세우고, 그리고 선거에서는 더 넓은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에 또 선거에서는 후보를 결정할 때 온라인 투표라든가 또는 국민참여선거인단이라든가 이런 것을 넓혀 나가자는 거에요. 이게 이론적으로 보면 그게 제일 합당하다고 봐요.
그리고 핵심은 누가 당 대표가 되든 간에 시민들이 '제3당을 살려야 정치가 산다.' 이런 분은 정의당으로 오시고, '지금 급하니까 제1야당부터 살려야돼.' 그런 분들은 새정치연합으로 참여하셔서 자기의 의사를 행사함으로써 정당을 바꾸고 나라를 좋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처를 해야 되요. 제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으면 지난 2~3년 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이 뭘 혁신한 게 있습니까. 안철수 의원이 들어왔다가 당 대표 그만둔 거 말고는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점은 상당 정도 공감을 표하면서 누구든 그건 해야 될 거 아니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동영 : 민주당 안에서도 당원주권이 개혁과 혁신의 출발이고 그게 본질이다라고 생각하는 당원들이 많이 있고 그런 정치인들도 많이 있지요. 한마디만 덧붙이면 어쨌든 이렇게 민주당이 약화되고 정당이 약화되서 이득 볼 사람들은 기득권이라든지 재벌이든지 언론 검찰 법원 이런 데가 세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1야당을 바로 세우는 것이 결국 그 주권자의 이익과 연결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노회찬 : 근데 그 제1야당이 어디인가는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고.. (일동 폭소)
정동영 : 근데 '야권'이란 말이 없어졌어요. 전에는 야권 그러면 제1야당과 진보정당이 야권이었는데, 이거는 정의당도 좀 책임이 있는 거 같애요.
노회찬 : 아. 그건 정의당 책임이 굉장히 큽니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유시민 : 거의 전적인 책임이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얘기할 때는 막 섞어 썼더라도 마무리할 때는 민주당이 아니고 정식 명칭인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부릅시다.
정동영 : 당 이름 말씀하시니까, 옛날에 진복기 정의당과 지금의 정의당이 어떻게 다른 지를 설명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노회찬 : 아 예. 어떻게 다른가 하면 하나는 죽은 당이고, 하나는 산 당이에요.
정동영 : 그러면 전두환의 민주정의당과 지금의 정의당은 어떻게 다른 겁니까?
노회찬 : 그거는 옛날에 죽은 당이고, 우리는 지금 살아 있는 당입니다. (일동 폭소)
정동영 : 농담이었습니다. (일동 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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