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후보가 역사를 전공으로 공부한 것은 아시죠? 저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정 후보를 ‘역사학 전공자’라고 특정해서 바라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함께 다니다 보니 새삼스레 느끼는 일이 있습니다.
정동영 후보는 그제 프레스 센터에서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에 입주하지 않고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한남동의 육.해.공군 관사중 하나에 입주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중에 쿠데타 해서 신변의 위협 때문에 ‘별’들이 경호하게 됐지, 이승만 전 대통령 때는 종로경찰서장이 경호했다. 지금은 남북화해시대도 됐으니, 경호체제를 확 바꾸겠다.”
솔직히 이 말씀까지는 ‘공부해서 오셨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감탄한 것은 다음 말씀이었습니다.
“시민들과 영화 구경을 하다가 잘못되면 얼마나 역사적으로 영예로운 일 아닌가.”
시민들과 함께 생활하는 최초의 대통령으로서 만약 잘못돼도 ‘역사의 영예’라니, 역사적인 관점이 몸에 익지 않은 사람은 꿈도 꿀 수 없는 내용입니다. 순간 ‘노무현의 링컨’이 아닌, ‘정동영의 링컨’이 떠올랐습니다. 링컨의 정치성은 통합의 리더십이잖아요.
정동영 후보의 ‘진면목’을 보게 되니, 무심결에 지나쳤던 ‘역사학도’로서의 정동영이 생각나는 것이었습니다. 정동영 후보는 연설 중에 살짝 한문과 고사를 섞어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작은 ‘타운미팅’형 만남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느끼지 못했던 것뿐이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생활하다가 잘못돼도 역사의 영예라는 말은 역사적인 시각이 형성된 사람의 말입니다. 정 후보에게는 ‘역사를 만드는 역사학도’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점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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