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이 내리쬐는 덕수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득 메운 ‘엣지있는’ 기증품들과 ‘엣지있는’ 사람들.
에피소드1> 뜨거운 운동장을 가로질러 쭈욱 들어가니 ‘정통주막’이 보입니다. 하이힐 신고 온 저를 보고 사람들이 난리입니다. 파전 뒤집던 우리 의원님. 도토리묵 안주가 추가되면서 보직이 교체되었습니다. 상추넣고, 깻잎넣고, 당근넣고, 이제 양파 넣을 차례~
1시부터 행사 시작이라고 해서 여유있게 10분전에 도착했는데도 이렇게 사람이 많을 수가.
역시 의식있는 사람들은 다릅니다.
헉...그런데 우리 의원님이 먼저 와있습니다.
앞치마 메고 파전 뒤집고 계십니다.
사실, 저는 우아하게 바자회에서 물건도 사고, 경매도 참여하고 싶었습니다....만
늘 그렇듯 역시나 주막에서 주모로 일하라고 하네요. ㅠㅠ
그래서 냉큼 쪼리로 갈아 신었습니다. (준비된 무수리들은 이렇답니다.)
상추, 오이, 깻잎, 양파, 당근, 그리고 도토리묵에 양념장까지 듬뿍 넣고,
조심조심 무칩니다. 아차, 정력에 좋은 부추도 들어갑니다.
위생장갑을 낀 손으로 볼에 묻어 있는 양념까지 싹싹 훑어서 접시에 담아줍니다.
그런건 어디서 배우셨는지 심히 궁금해집니다. (혹시 늘 하셨던 건 아닐까....)
누굴 보고 메롱을 하시는 걸까요?
여기 도토리묵 한접시 추가요~~~!
지나가던 손님들이 “앗, 정동영이다!” 하며 머뭇머뭇하면 삐끼(?)들이
“정동영 의원이 직접 무친 도토리묵~시식하고 가세요~”라며 손목을 잡아끕니다.
어떻게 된게 삐끼(?)들이 더 신나 합니다. 체질인가 봅니다.
그러면 정동영 의원이 도토리묵 한조각씩들을 직접 입에 넣어줍니다.
20대 아가씨들이나 여고생들이 수줍어하면
“아~~~~” 하라고 하면서 입에 도토리묵 한조각 쏙~
지나가던 최문순 전 의원님, 천정배 전 의원님도 한입 맛보고 가셨습니다.
맛 보고 한 접시 씩 사시는 분들이 반 이상은 되는걸 보니
맛이 그런대로 괜찮았나 봅니다. 의외로 맛보고 눈을 크게 뜨고 놀라는 분들이 많네요.
자, 아~~하세요~크게~~
최문순 전 의원님, 눈빛이 아무래도,,,도토리묵 한입 드시고 싶으신듯한..^^;;
천정배 전의원, 한입 드시고 너무나 만족한 표정, 정동영 의원, 반응이 어떨지 눈치보는 표정..ㅋ
신낙균 의원님도 도토리묵 한접시 드시고 가셨답니다~
이 날 정동영 의원이 직접 무쳐서 판 도토리묵은 모두 250인분.
나중에 정동영 의원이 고백한 사실에 따르면 오천원짜리 한접시에 들어가는 도토리묵은 모두 12개. 그런데 막판에는 도토리묵이 모자라서 10개씩만 준 것도 있다고 합니다.....
도토리묵 2개 모자랐던 분들,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도토리묵 2개 언론자유 위해 기부하셨다고 생각해 주시길!
에피소드 2>
도토리묵 매진으로 잠시 쉬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다른 부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의원님과 여기저기 기웃거려 봅니다.
그러다가 눈에 띄는 곳... 김대중 대통령님의 얼굴과 글귀가 새겨진 수건을 팔고 있습니다.
반갑게 악수를 하고 나니 예쁜 언니(?)들이 물건을 사달라고 합니다.
(사실...동생들입니다...ㅠㅠ)
정동영 의원...이것저것 둘러보다가 가장 값나 보이는 상자 하나를 고릅니다.
“10,000” 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습니다.
나름 거기서 제일 비싼 것을 사주고 싶었나 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예쁜 언니들의 반응이 영...
“앗..이건 안사셔도 되는데..다른거 사시지요..” “그냥 2천원 짜리 손수건 사주세요~“
“왜? 이거줘~”
바로 상자를 짚어듭니다.
이 상자의 비밀은? 곧 밝혀집니다...
예쁜 언니들, 서로 아이컨택하며 묘한 눈길을 주고 받습니다.
정동영 의원은 상자를 사고서는 바로 “자~” 한마디 하며 저에게 기분좋게 선물로 줍니다.
뭔진 모르지만 바자회에서 사주신 선물이라 저도 기분좋게 냉큼 받아들었습니다...
주막으로 다시 돌아와서 우리 막내비서와 선물 뜯어보자고 앉아서
설레는 마음으로 끈을 풀고, 상자를 열었습니다..
응? 뭥미?
무슨 마스크 같은게 들어 있습니다...
우리 막내비서가 알려줍니다..
“이거 면생리대에요~~완전 좋은건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게 바로 상자 속 비밀~~!!
정동영 의원은 여비서들에게 생리대도 선물해 줍니다...^^;;;;;;;
알게 모르게...흐흐흐
에피소드 3>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바자회의 백미~ 유명인사의 소장품 경매!
가까이서 경매를 처음 보는 것이라 떨리기도 하지만
사실 의원님께 안팔릴까봐 걱정이 됩니다. 두근두근..
노회찬 대표님은 보너스로 냉면 한턱까지 내겠다고 하시네요..
이에 질세라, 우리 의원님은 한술 더 떠 "인사동에서 파전과 막걸리까지 쏘겠다"고 합니다.
의원님도 사실 걱정이 됐나 봅니다.
인사동에서 파전에 막거리~ 콜?
의원님이 기증한 것은 1990년 한국인 기자 최초로 쿠바 취재를 갔을 당시
하바나에서 선물받은 체게바라 접시입니다. 체게바라가 위풍당당하게 그려있지요.
거기에다가 직접 사인하신 품질보증서(?)까지..
20만원부터 시작합니다..
아이구,,,다행입니다. 손드는 분들이 보입니다.
어? 금액이 마구 올라갑니다...
썬그리 끼신 분과 안경 끼신 분, 그리고 카메라 드신 분 간의 묘한 신경전이 오고갑니다. 그러다 결국 100만원! 100만원! 100만원!
세 번 부르고 낙찰 되었습니다.
소장품 낙찰이 확장되자 이제서야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ㅋㅋ
알고 보니 커널뉴스의 사진기자 분이십니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분의 명쾌한 한마디였습니다.
낙찰받은 분의 멋진 한마디에 어깨가 으쓱~박수가 절로 납니다.
아마 현장에서 몸소 체험하시면서 느꼈던 것들이
그대로 베어나온 말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증품 사주신 기자님께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리며,
꼭 인사동에서 파전에 막걸리 한잔 대접하고 싶습니다!!!!
엣지있게!!!
이상, 탐탐한 바자회 다녀온 장소팔이었습니다~~
posted by 장소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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