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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정동영 "이념과 가치 이전에 목숨입니다"

정동영 "이념과 가치 이전에 목숨입니다"

 

사람 살리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미안합니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대선 패배 후 사흘만에 트윗을 시작했다.

 

모르긴 해도 며칠 더 자신을 치유하고 나서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이번에는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권교체의 길을 가겠습니다. 2012년 12월 19일, 모두 함께 얼싸안고 2013년 새로운 민주당 정부의 출발을 기뻐할 그 날을 위해 함께 갑시다." 라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던 자신도 큰 충격에 쌓여있을 법하기 때문이다. 

 

 

 

대한문 앞에서 2012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는 정동영 상임고문

 

정동영 상임고문은 그의 대선 불출마 선언문에서 "저는 오늘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제가 가고자 하는 새로운 길은 그동안 추구해왔던 가치와 정책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정권교체를 이루는데 저를 바치는 것입니다." (중략)

 

"저의 새로운 길은 용산으로 나 있습니다.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사태는 저에게 또 다른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비정규직과 무분별한 정리해고 없는 세상으로 가는 길이 또한 저의 새로운 길입니다." (중략)  

 

이렇게 말하며 대선 불출마를 하고 문재인 후보 한 발 뒤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은 정동영 상임고문이었기에 사실상 자신 자체가 멘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흘 후 트윗을 하게 된 일은 다름아닌 한진중공업 최강서씨의 자살이었다. 서민과 노동자들의 삶을 위해 불출마를 했고 그들을 위해 대선 기간 동안 광주와 전남지역 그리고 울산 등지에서 동분서주했던 그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정동영 상임고문의 심경을 알 수 있는 트위터 내용을 본다. 먹먹하고 시리고 가혹하다며 미안함을 표하고 희망을 갖자는 그의 보름간 트윗은 어제 비로서 일단 멈추었다. 정확히 16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그가 새로운 길을 가고자 했던 그들에게 갔었다.

 

빼곡했던 대선일정을 소화하고도 대선패배의 죄책을 안고 다시 16일간의 강행군을 한 그는 아마도 탈진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생각해본다. 이순의 나이가 된 체력적 고갈도 있었겠지만 정신적 피로도는 우리처럼 국민에게 있어 책임감이 덜한 사람들로서는 알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정동영 16일간의 트위터 내용

 

<2012. 12. 21. 금> 사흘간 트윗을 끊었습니다. 그사이 소우주 하나가 스러졌습니다. 한진 최강서님이 젊디젊은 생을 스스로 마감했습니다. 많이 아픕니다. 그를 보러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습니다. 차창으로 스치는 눈 덮인 산야, 가슴이 먹먹하네요.

 

<2012. 12. 22. 토> 스스로 삶의 희망을 놓아버린 한진 최강서 님을 만나고 돌아옵니다. 밤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숨죽인채 너무 조용합니다. 내 어깨에 기대 울던 젊은 부인과 고사리손 두아이.. 무엇이 이들 작은 가족의 행복을 파괴한 걸까요? 가슴이 먹먹합니다.

 

<2012. 12. 23. 일> 밤을 새워 톨스토이의 부활을 읽었습니다. 대문호의 민중에 대한 사랑은 뜨거웠습니다. 민중의 삶 속에서 새롭게 부활한 카튜사 처럼 풀잎은 바람보다 빨리 일어납니다. 추운 겨울밤 상처받은 분들에게 부활을 권합니다.

 

<2012. 12. 24. 월> 오늘 밤 자정 홍성교도소에 갑니다. 지난번 대선때 저를 돕다가 참으로 억울한 징역살이를 한 정봉주 전의원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가슴이 시립니다.

 

[정봉주를 마중하고 돌아오며] 1)감옥 안에서 절망했을 그는 웃으면서 걸어 나왔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웃으면서 즐겁게 싸운 싸움에서 승리한 기억들을 갖고있습니다. 자, 웃으면서 끝까지 갑시다.

 

[정봉주를 마중하고 돌아오며] 2)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죄송합니다. 저희는 졌습니다. 그동안 마땅히 있어야할 곳에 있지 못했기에 졌습니다. 다시한번 다짐합니다. 정치란 국민이 고통 받는 곳에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것을 ..

 

<2012. 12. 25. 화> 울산에 왔습니다. 철탑위 노동자 두분께 성탄 위로인사와 쵸콜릿 한박스 전하고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이운남님 빈소에 들르려 합니다. 이땅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네요. 예수님이 이분들께 오시기를 기도합니다.

 

울산에서 기차 타고 서울역에 내리니 새벽 한시 반, 귀가 시립니다. 영하 13도. 이 시간 철탑 위에서 오들오들 떨며 새고 있을 평택,아산,울산의 노동자들에게 이 밤이 너무 가혹하군요.

 

<2012. 12. 26. 수> 광주에 왔습니다. 광주의 하늘이 많이 내려앉은 느낌입니다. 우울해 보입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민주당이 좋아서 찍어준게 아니라고 말씀합니다. 몰상식한 세상을 바꾸자는 절절함의 표현이었다고 말씀합니다. 광주 앞에 깊이 고개를 숙입니다.

 

<2012. 12. 27. 목> 광주민방 kbc에 출연했습니다. 광주는 민주주의의 씨앗을 다시 뿌린 승리자입니다. 정의로운 일을 하고 주눅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힘 내십시다^^

 

<2012. 12. 28. 금> 김근태님 1주기 문화제에 왔습니다. '2012년을 점령하라'는 김근태님의 유언을 실행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깊습니다. 일생을 한길로 맑게 살아간 그가 존경스럽습니다.

 

함박눈 내리네요. 쌍용차 '왁자지껄 송년회'에 갑니다. 평택 송전탑에서 함박눈 맞고 있는 한상균 지부장께 힘 내라고 응원 보냅니다.

 

<2012. 12. 29. 토> 땅에서 더 갈 곳이 없어진 사람들이 하늘로 올랐습니다. 함박눈 쏟아지는 밤 그들을 위로하고자 방방곡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많습니다.밥먹고 노래하고 얼싸안으며 어느덧 내가 치유됨을 느낍니다. -평택 쌍차 철탑에서..

 

<2012. 12. 30. 일> '절절한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새태양을 맞이합니다.절절함 뒤의 침묵으로 세상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태양과 함께 맑은 아침 희망을 맞이하소서!' 임진년을 떠나 보내며.. 정동영 드림

 

<2012. 12. 31. 월> 새해 아침이 왔네요. 가슴 가득 희망을 맞이 하세요!

 

 

<2013. 1. 1. 화> "아무리 캄캄한 밤이라도 지나갈 것이고 태양은 떠오를 것이다. 그들은 다시 자유롭게 살 것이다. 내일은 오리라." (영화 레미제라블 합창곡, '사람들의 노래가 들리는가?').. 강추! 레미제라블.

 

<2013. 1. 2. 수> 영하17도. 모스크바 보다 춥다고 합니다. 이시간 철탑 위에서 오들오들 떨고있는 사람들은 이념과 가치 이전에 목숨 입니다. '국민통합'은 사람을 살리는데서 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2013. 1. 3. 목> 이틀밤 째 영하 17도. 따뜻한 방에 누워 잠 자기가 미안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혹한의 밤을 형벌처럼 견디는 철탑위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도 누군가의 아들이며 누군가의 아버지 입니다...미안합니다.

 

<2013. 1. 4. 금> '희망버스'가 다시 떠납니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 길을 달려 울산 철탑으로 영도 한진으로 갑니다. 희망이 없는 곳에서 희망을 건져 올리기 위해 오늘 함께 갑니다. 같이 못가시더라도 마음으로 함께 해주십시오.

 

<2013. 1. 5. 토> 희망버스가 울산 철탑 앞에 왔습니다.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담보해야만 하는 현실...이러한 상황에서 철탑위에서 혹한을 견디는 두사람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시민들이 이땅의 희망입니다.

 

노동조합에 대한 사측 손해배상 청구는 철회돼야합니다. 한진158억, mbc 195억, 현대차 179억, 쌍용차 237억등 손배소 남용은 노조에 대한 현대판 탄압입니다. 국회는 손배소 제한 노동법개정 나서야합니다.

 

다시 희망버스 탄 정동영

 

 

다시 희망버스 타고 울산 현대자동차 철탑 앞에 앉은 정동영 상임고문

 

한진중공업 최강서씨의 주검으로부터 시작된 정동영 상임고문의 행보와 함께 "다시 희망버스"는 시동되었다. 그가 표현한대로 "철탑 위에서 오들오들 떨고있는 사람들은 이념과 가치 이전에 목숨입니다. '국민통합'은 사람을 살리는데서 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라는 글귀는 박근혜 당선인에게 바라고 원하는 절절한 심경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오늘의 처지를 엿볼 수 있는 안타까운 대목이다.

 

그는 신년사에서 "“현대조선소의 2만 5천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노동조합원은 100명밖에 안 된다. 노조에 들어가면 짤리거나 엄청난 핍박을 받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현대조선소 비정규직 노조 간부가 대선 후 목숨을 던진 배경이며, 노동3권 보장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또 “2011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김진숙 씨를 향해 달려간 희망버스는 한국사회에서 최초로 평범한 일반 시민들이 노동자 투쟁과 연대한 상징적 사건이었다”며 “제1야당인 민주당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을 말하려면 희망버스에 전면적으로 결합할 것을 주장했지만, 이 주장은 당 차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았고 이것이 민주당의 한계였다” 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동영 상임고문의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복기는 '다시 희망버스'로 이어지고 있다. 과연 희망버스 타고 위로하며 희망을 말하는 것으로, 어렵고 힘든 서민과 노동자의 "이념과 가치 이전에 목숨"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본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사법부에 서민과 노동자 및 중산층의 위기를 해결하는데 그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외쳤고 한미 FTA의 폐해를 막아 보자며 새누리당 텃밭인 강남 한 가운데서 거부 당한 정동영 상임고문이다. 

 

국회의원 배지도 없고 민주통합당은 우클릭을 원하는 목소리마저 들리는데 말이다. "이념과 가치 이전에 목숨"을 어떻게 지켜줄 것인지 그는 답해야 한다. 자신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서 말한 "새로운 길"에 대해서 그는 구체적이고도 적극적으로 말하고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저의 새로운 길은 용산으로 나 있습니다.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사태는 저에게 또 다른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비정규직과 무분별한 정리해고 없는 세상으로 가는 길이 또한 저의 새로운 길입니다." 라고 했던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서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