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재보선 출마? 당과 나라에 꼭 필요한지 숙고 중"
20140610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김무성 무혐의, 정문헌 약식기소는 상식을 뛰어넘은 결과"
"검찰이 청와대에 장악되어 있는 것이 핵심.. 정권 보위 역할"
"국민적 분노 덮을 수 없을 것, 이래서 정치검찰 소리 듣는 것"
"지방선거 메시지.. 여당에는 <경고>, 야당에는 <분발>"
"진보성향 교육감 대거 당선, 의미있는 선거 결과"
"규제, 민영화, 비정규직 문제 등이 세월호 참사에 모두 들어있어"
"7.30 재보선에서 의제를 가지고 여당과 경쟁해야"
"재보선 출마? 당과 나라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 심사숙고 하고 있다"
"지역은 중요하지 않아, 당을 위한 헌신이 중요"
"경기지사 선거 승리했다면 박 대통령도 기조, 철학 바꿨을 것"
"인적쇄신의 핵심은 총리나 장관보다 청와대 비서실"
[발언전문]
사실상 무승부로 끝난 지방선거 이후 7월 30일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7.30 재보궐선거가 6.4 지방선거의 연장전이 된 셈인데요.
여야 정치권의 차기 당권, 대권주자들이 대거 원내입성을 예고하면서 ‘별들의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을 연결해 지방선거 이후 정국 상황과 전망에 대한 견해들,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서종빈 : 정동영 상임고문님, 안녕하십니까? 우선 말이죠. 현안이 되고 있는 것으로, 어제 검찰 수사가 발표되지 않았습니까?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관련해서 여러 의혹들이 일고 있는데요. 일단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무혐의 처리가 됐고, 약식기소라고 하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해서 여론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검찰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 정동영 : 국민의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핵심이 국가기밀을 불법적으로 빼내서 색깔론을 입힌 뒤 선거에 이용한 행위란 말이죠. 이것을 혐의가 없다고 처분한 것은 국민의 상식을 벗어났죠. 국가 간의 정상회담 회의록을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빼낸 것은 국제외교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또 이것을 검찰이 혐의가 없다는 식으로 처분한 것은 검찰의 신뢰를 결정적으로 다시 한 번 무너뜨린 일이라 생각합니다.
- 서종빈 : 증권가 정보지인 찌라시 정체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서면조사에 그쳤고요. 대통령 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로 봤기 때문에 수사범위가 축소됐고, 여러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검찰이 이런 수사를 한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정동영 : 검찰이 청와대에 장악돼 있는 것이 핵심이죠. 검찰이 국민을 위한 정의의 보루가 아니라 정권의 보위를 위한 보루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죠. 검찰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고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라’는 경고처럼, 쉬운 말 같으면서도 이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을 바로세우는 것이 검찰을 바로세우는 것인데 이런 검찰 처벌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 서종빈 : 수사과정에서 의혹이 없어야 결과에 대해 모두가 인정할 텐데요. 많은 분들이 이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정동영 : 국민적 분노를 덮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검찰이 이 문제를 선거 개표 다음날 발표하려다가 며칠 지나 어제 발표한 것 같은데요. 이래서 ‘정치검찰’소리를 듣는 것이죠. 검찰은 정권의 칼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칼이어야 합니다.
- 서종빈 : 선거 다음 날 발표하려고 했다고요?
▶ 정동영 : 오늘 아침 언론에서 본 이야깁니다.
- 서종빈 : 지방선거 결과와 다음 달 재보선의 의미, 연계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정동영 : 아직도 저의 목이 안 풀려서 불편하게 들리실 겁니다. 죄송합니다. 6.4 선거의 의미는 여당에 경고를, 야당에는 분발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 결과에 가려서 안 보이는 것 중에 제일 의미있는 선거결과가 교육감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진보성향 교육감이 13곳이나 당선됐는데요. 이것은 국민이 현재 교육현실에 대한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육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절망감, 사교육비가 허리를 휘게 하는 강도를 넘어서서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무한경쟁 현실에서 뭔가 절규 같은 의사표현을 한 것이 전국적으로 대구·경북·울산을 빼놓고 대거 당선되게 한 것이라고 봅니다. 국민의 삶을 보살피는 정치,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개혁. 이것이 지난 6.4 선거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 서종빈 : 항상 선거 때마다 야당에서는 심판론을 내세우는데요. 이번 선거에서는 심판론이 통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들리는데요.
▶ 정동영 : 심판론이라는 말은 정파적 언어라고 볼 수 있죠. 국민 시각에서 보면 6.4 선거도 그렇고 7.30 재보선도 그렇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들어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월호 사건은 이제 한국 정치의 기준이 정치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 다른 말로 하면 국민 중심 정치가 현실로 자리 잡을 때까지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7.30 보궐선거에서 세월호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인, 그리고 세월호의 눈물을 자아내게 한 시스템 자체에 대한 교정과 수리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 서종빈 : 시스템의 교정·대안·보안 이런 것들을 야당이 지방선거 전에 만들어냈으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을 지적하는 의견이 있는데요. 계속 선거 때마다 심판론만 내세우다보니까 야당의 역할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을 품게 되는데요.
▶ 정동영 : 아쉽게도 4년 전 선거에 비하면 의제가 없었던 선거거든요. 그런데 이번 선거만큼 의제가 만들어지기 좋은 조건은 없었거든요.
- 서종빈 : ‘안전’이라는 의제가 있었죠.
▶ 정동영 : 그렇죠. 안전이라는 게 단순히 과적단속을 안 해서 배가 뒤집어졌다는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 자체의 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 이것을 풀어서 말씀드리면 규제, 민영화, 비정규직 이런 문제가 세월호에 다 들어가 있거든요. 승객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 이준석씨 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이 문제가 바뀌는 게 아니고, 세월호 참사 안에 들어있는 진범은 사실 과적단속 등에 대한 규제완화, 또는 고물선을 영업하게 한 규제완화, 이 규제문제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고, 또 철도민영화, 의료민영화, 심지어 구조 까지 민영화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질문,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가 핵심으로 들어가 있죠. 33명 선원 가운데 19명이 비정규직이었고, 이것이 세월호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인 이 현실, 심지어 정부기관에서조차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현실을 의제화해서, 공인인증서 규제와 같이 불편한 규제는 풀자고 했지만, 생명·안전에 관해서는 규제를 절대 풀면 안 되고 강화해야 한다는 건전한 의제들이 부딪히는 선거였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죠.
- 서종빈 : 그럼 그런 의제를 이슈화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소홀했다고 보시는 거죠?
▶ 정동영 : 그렇습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줄곧 해왔습니다만 저에게는 마이크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다뤄지지 않았고, 당이 이런 의제를 중심에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7.30보궐선거에서도 이런 의제를 가지고 여당과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서종빈 : 마이크가 크지 않았다는 건 당내에 입김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신가요?
▶ 정동영 : 아닙니다. 제 나름대로는 이야기하지만, 이것이 미디어를 통해 증폭되고, 국민들 전체에 전달되기 위한 소리로 미치지 않았다는 뜻이죠.
- 서종빈 : 혹시 정동영 상임고문께서도 재보선을 통한 원내 입성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 정동영 : 이번에 원내에 들어가는 분들은 보통 때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은 우리나라가 좀 더 변화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죠. 그런 차원에서 정동영이 당과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숙고하고 있습니다.
- 서종빈 : 아직 결정을 못 하셨습니까?
▶ 정동영 : 네.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닙니다.
- 서종빈 : 유일한 서울 내 지역구로 동작을이 여야 최대 승부처가 될 거라는 전망입니다. 특히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서울 동작을 출마설까지 나오면서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거물급 인사 차출론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그쪽은 생각하지 않고 계신가요?
▶ 정동영 : 지역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당선 확정이나 다름없는 전주 지역구를 스스로 떠나 강남에 출마했던 사람입니다. 당을 위한 헌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재보선 선거는 물론 인물, 사람도 중요하지만 의제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거듭 드립니다. 국민의 관심은 사람에 있지만 그 사람을 통해 대한민국이 조금 더 변할 수 있는지, 대한민국호의 방향이 바뀔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서종빈 : 선당후사를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은데요? 당이 원하면 나가겠다는 말씀이십니까?
▶ 정동영 : 이번 선거에서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다른 지역 선거도 다 중요하지만 수도권 선거가 민심을 가르겠죠. 예를 들면 수도권에서 빨간 깃발로 표시된 지역을 파란 깃발로 바꾸는 것이, 파란 깃발이 새정치민주연합이 파란색이니까요, 야당이 당면한 목표 아니겠습니까. 그래야 대한민국호의 방향이 바뀔 수 있고요. 그것을 위해 중진이든, 신진이든 다 헌신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제를 중심으로 7.30의 전선을 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서종빈 : 청취자분들은 경기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계신 것으로 생각하시겠네요.
▶ 정동영 : 수도권은 서울·경기를 의미하는 건데요. 정치인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얘기가 ‘저울질’이라는 얘기입니다. 저는 저울질하는 정치를 해오지 않았습니다.
- 서종빈 : 지방선거에서 유보된 야당이 주장하는 세월호 심판론이 재보선 민심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시는 거죠?
▶ 정동영 : 야당하기에 달려있는 것이죠.
- 서종빈 : 재보선 결과에 대해 당 지도부 책임론이 일지 않겠습니까?
▶ 정동영 : 어려운 조건 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마음에 쏙 드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난 10여 년 동안의 고지는 항상 선거가 끝나면 책임론으로 발목잡히고, 그동안 지도부가 25번인가 바뀌었습니다. 이것이 뭐냐 하면 지도부의 안정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겁니다. 상대적으로 한나라당, 새누리당에 비해 민주당의 리더십이 약해진 것은 거기에 있거든요.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 서종빈 :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도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쇄신의 핵심,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정동영 : 인적쇄신과 똑같이 중요한 것이 기조와 철학을 바꾸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좀 헷갈리는 신호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경기지사의 경우 0.8%P로 아깝게 놓쳤는데요. 경기지사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했다면 영남 말고는 여당이 승리한 곳이 거의 없거든요.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도 그동안 해온 기조, 철학 이런 것을 바꿀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6.4 선거의 안타까움이 큰 것이죠. 그리고 인적쇄신의 핵심은 총리보다는 청와대 비서실이라고 봅니다. 권력이라는 것은 권력자와의 거리와 비례한다는 말이 있어요. 그러니까 총리나 장관도 중요하지만 최종 정책결정,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과 몇 미터 떨어져 있느냐, 이런 점에서 청와대 비서실장, 비서들의 책임, 그리고 세월호 같은 엄청난 재난 수습과정에서 과연 제대로 보좌하고, 제대로 자문했고, 제대로 책임을 다했는가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법률적으로 비서들은 대통령만 책임진다고 되어 있지만 이 사건으로 봐서는 대통령 비서실 또한 국민 앞에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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