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만든 정동영 前 통일부 장관이 바라본 `통일은…`]
"南ㆍ北 합쳐지면 일본ㆍ독일 제치고 8만달러 경제 대국"
2014.11.10 창원일보 정종민 기자
창원 초청간담회서 `개성공단과 한국형 통일방안` 주제 강연
"박근혜 대통령 `통일 대박론` 나오니 너도 나도 `짝퉁` 설쳐"
"20년 이상 가면 낙오자 … 개성으로 가는 길부터 뚫어야"
정주영 회장, 창원 본뜬 2,000만평ㆍ50만 인구 조성 계획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다`고 말하니 너도 나도 통일을 말하다 보니 짝퉁이 너무 많이 설치는 것 같습니다" 김대중 정권 시절 개성공단 단추를 꿴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창원에서 입을 열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9일 창원반송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정동영 상임고문 초청간담회`에서 `개성공단과 한국형 통일방안`이라는 주제 강연에서 이같이 말하며 "통일이 대박이라면 한시라도 빨리해야 하고, 마스터플랜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현 정부는 통일과 관련한 내용의 핵심은 없고 다른 나라에 가서 변죽만 울리는 형태여서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이미 조성된 개성공단이 밀알이 돼서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야 된다. 통일은 이 시대의 소명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장관의 통일 철학과 그가 전망하는 통일의 효과 등을 간담회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다. /편집자 주
우리는 쇄락하는 일본과 다르다
정동영 전 장관은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베트남과 중동, 중국 특수로 경제 성장을 이룩했는데 이제 더이상 쓸 수 있는 장대가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경제 침체가 장기간 지속하는 것을 보면 일본을 닮아가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일본에서 생각하기에는 한국은 북한이 있어 자신들과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전문가들이 "한국은 북쪽으로 가는 길이 남아 있다. 한국이 5,000만 인구의 단독 경제를 가지고는 내수가 돌아가기 힘들다지만 북한과 합쳐질 경우, 1억 8,000만 경제권이 돼 무한대의 길이 열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의 한계 기업인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길이 트이고 개성공단처럼 스타 기업들이 나온다는 분석이다. 물과 돈, 문화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북한의 모든 것도 대한민국으로 흘러 또 다른 경제 성장의 기폭제가 된다는 것이 정 전 장관의 생각이다.
정주영 회장의 창원을 본딴 `개성공단`
정 전 장관은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이 창원에서 개성공단을 생각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이 창원을 본떠서 2,000만평 부지에 50만 인구를 조성하는 계획을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가져다 줬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정 회장의 철학은 세계에서 인건비가 가장 싸야 하며 토지값이 싸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 회장이 김 위원장에게 `값싼 노동력이 필요한데 이게 문제`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이거 짓는데 8년이면 다 한다. 그때는 인민군 군대 군인 30만명 옷을 벗겨서 공장에 집어넣겠다고 했다`는 말이 오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렇게 시작된 곳이 개성공단이며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정치다"면서 "북한에 삐라 뿌리고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나온 말처럼 (북한 군인이)군복을 벗고 모여서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통일을 이룩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의 학습 효과와 중국ㆍ대만의 교훈
정 전 장관은 "현재 개성공단의 경우 2,000만평 중 30만평만 돌아가고 있다"면서 "공단 전체를 완성하면 북한 전체 경제의 2~4배까지 부흥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사업을 학습하게 돼 중국과 베트남처럼 변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는 "교황이 한국에 올 때 `마음 아프게 생각했지만 희망을 봤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남과 북은 어머니가 같다. 같은 말을 쓴다. 감동이 있었다`고 밝혔다"고 교황이 한 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대만과 중국이 으르렁거리며 항상 일촉즉발 전쟁이 날 것처럼 긴장됐지만 이제는 몇 년 사이에 뒤집어졌다"며 "우리는 남과 북이 과거로 돌아가고, 중국과 대만은 하루 1,000편 이상 비행기가 왔다갔다하며 중국이 200만명에게 영주권을 발부했다. 불과 7년 만의 일이다"고 비유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일 철학
정 전 장관은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상기시켰다. 정치 지도자의 철학을 강조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끊임없이 아파하고, 주변 4개국과 교차 승인을 외치면서 빨갱이로 몰렸지만 20년이 지나면서 현실이 됐다"면서 "그렇지만 반쪽만 됐다. 북한과 일본ㆍ미국이 아직도 적이기 때문이다"고 안타까워했다.
길을 놔두고 덤불로 가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이런 호기를 앞에 놓고 왜 못 하느냐는 물음을 스스로 던진 후 "제대로 된 철학을 가진 정권이 없어 못 한다"며 자신이 대선에 패배한 것을 되돌아보며 "할말은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렇지만 김대중 정권 시절 자신이 앞장서 개성공단을 건설한 당시를 회상하며 "이명박 정권으로 인해 금강산 중단, 개성공단 중단 등 7년째 놀고 있다"면서 "못 가게 하니까 전기 시설 등 모든 기반 시설을 해 놨는데 국민의 세금을 들여 조성한 70만평이 불만 켜 놓고 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길을 놔두고 덤불로 가고 있다. 5년에 한 번씩 선거에 꼭 북풍을 이용하는 병이 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이 목적이지 통일에는 여념이 없다"면서 "따라서 이 정권에게는 답이 없다. 답은 정권 교체다. 그것이 나라를 잘되게 하는 일이다"고 결론지었다.
희망은 있다
그는 "이대로 가면 한국은 끝났다"면서 "아기도 안 낳고, 기술 혁신도 일어나지 않고, 잘 나가던 조선ㆍ반도체ㆍ철강도 모두 중국에게 넘겨주면서 더이상 비전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투자ㆍ생산성ㆍ노동력 등 경제 성장 3요소가 추락해 2030년부터 제로, 또는 마이너스 시대로 간다"며 "아이들 시대에는 암담하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그렇지만 "골드만삭스와 최대 투자 은행인 보스턴 컨설팅 등 미국 월가에서는 다른 분석을 내놨다"며 "한국이 다시 일어나고 솟아난다. 일본과 유럽 각국을 제치고 미국 다음으로 1인당 8만달러의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고 소개했다. 여기에는 단서가 붙는다. 남한 단독 경제로는 답이 없지만 북한과 합쳐졌을 때 이런 낙관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성으로 가는 길을 뚫어야 한다
정 전 장관은 "분단과 대결 구도로 20년 이상 가면 우리는 낙오자가 된다"면서 "개성으로 가는 길을 뚫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남쪽에는 돈이 있다. 30대 기업의 돈을 쓸데가 없다. 기술이 있다"면서 "북한에는 땅값이 싼 데다 무한의 지하자원과 양질의 노동력 1,000만명이 있다"고 결합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이렇게 될 경우 북쪽은 20% 경제 성장을, 남쪽은 10%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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