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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마지막 거목 정동영 ‘베어낼 것인가 키울 것인가’

 

마지막 거목 정동영 ‘베어낼 것인가 키울 것인가’

<기고 칼럼> 나무여, 전북이여!

 

20160409 브레이크뉴스 장명수 전 전북대 총장

 

아름드리나무가 있다. 여름에는 그늘을 드려주고, 겨울에는 바람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굵었다. 아이들도 나무를 중심으로 자랐다. 이 나무 말고도 나무는 많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아름드리나무를 마을의 지주로 느끼며 세월을 보냈다.

 

 

여름, 모진 가뭄이 들었다. 논바닥이 갈라지는 것은 물론 식수도 부족했다. 겨울, 갈수기를 거쳐 모진 추위가 다가왔다. 몹시 추웠다. 나무가 부족했다. 고민에 빠진 주민들은 아름드리나무를 쳐다봤다. 어찌할 것인가. 한 축은 아름드리나무를 베면 땔감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 축은 여름은 어떻게 견딜 것이며, 아이들은 어떻게 자랄 것인가 하고 말했다.

현실은 냉혹하다. 그러나 미래는 머지않다. 세월에 장수는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세월의 한계조차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머니들은 자식새끼가 굶더라도 종자를 끓여먹지 않았다. 굶주림은 참을 수 있지만 미래를 버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정동영. 서울대학교 졸업, MBC 정치부 기자로서 삼풍백화점 사고 때 전국적 인물이 됐다. DJ 발탁으로 당 대변인을 거쳐 전국 최다득표로 국회의원 당선 2회. 천신정 정풍운동 주역. 열린우리당 당의장, 노무현 대통령과의 아름다운 경선. 통일부 장관. 개성동영 등등 화려한 페이지가 열렸고 전북도민의 기대를 한 몸에 안았다.

먹구름이 꼈고, 정치적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대통령 낙선 이후 그는 같은 당 반대편으로부터 모진 핍박을 받았지만 어머니 전주는 그런 정동영을 안아주었다. 그러나 따뜻한 품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치는 그런가 보다.

지독한 공격을 받은 그는 다시 상처를 입은 채 고향으로 돌아왔다. 복흥에서 씨감자를 길렀다. 그리고 오늘 우리 앞에 다시 섰다.

그리고 말한다. 한시도 잊지 않았다, 다시 일어서고 싶다, 전주시민을 모시고 싶다는, 돌아온 탕아로 우리 앞에 엎드린 그를 이제 어찌 할 것인가. ‘전북사람, 전북의 힘 정동영.’ 그의 슬로건이다. 맞다. 정동영에 대한 아주 적확한 표현이다.

전주시병 선거구가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어느 언론사 할 것 없이 격전지 전주병 선거구를 간다. 다른 후보들은 낙수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복흥도 때 아니게 전국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많은 정치인이 다녀갔고, 텔레비전 현장 중계 속에 찾아온 안철수 대표와 손을 잡았다. 고 이철승 전 대표 이후 전북은 존재감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새로 등장한 젊은 정치인이 어느 날 세상을 들었다 놨다 했다.

사람이 땅처럼 느껴진다. 수없이 갈아엎지만 거목을 든든히 받쳐주는 게 땅이다. 사람이다. 민심처럼 간사한 게 없다고들 하지만 민심이 민심을 버린 적은 없다.

전북의 땅처럼 기름지고, 전북의 산처럼 든든한 민심이 동학혁명을 일으켰고, 야당의 거목들을 키워냈다. 청년들 역시 거목과 함께 자라며 대들보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제 마지막 남은 거목을 베어낼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위해 더 키울 것인가. 우리들의 선택이다.

 

*필자/장명수. 전 전북대 총장

 

 

출처 http://www.breaknews.com/sub_read.html?uid=437275&section=sc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