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3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오창익의 뉴스공감입니다' 인터뷰]
[Pick 인터뷰] 정동영 "시대착오적 정부, 0.7% 너무 안타깝다"
○ 진행 : 오창익 앵커
○ 출연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주요 발언)
- "대북 대화 국면에선 핵 능력 멈춰"
- "北 문제도 못 푸는 외교란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 "강릉 낙탄 사고, 국민 알권리 차원 소상히 밝혀야"
- "9·19 군사합의 파기하면, 김포·파주·고양 불안"
- "정진석 발언 국내정치용, 무책임 무모해"
- "중국이 있는 한 북한 정권 붕괴되지 않을 것"
픽인터뷰입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장관을 지냈죠. 대통령 후보이기도 했고요. 더불어민주당의 상임고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동영 상임고문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오창익 : 안녕하세요?
▷ 정동영 : 안녕하세요?
▷ 오창익 :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 정동영 :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오창익 : 언론보도를 보니까 내후년 총선 때 나오신다는 얘기도 있고 여러 가지 활동도 하시는 것 같은데요.
▷ 정동영 : 아직은 그런 생각 갖고 있지 않고요.
▷ 오창익 : 지금 한반도 상황이 굉장히 우려스럽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고 지금 상황 정동영 고문께서 어떻게 보십니까?
▷ 정동영 : 걱정스럽죠. 탄도미사일 발사가 일상화 되고 있는데요. 남과 북 사이 적대의식이 팽배하고 거친 말이 오고 가는데 국민들께서 불안감이 크시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타나고 있는 현상도 현상이지만 속에 있는 본질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정부 조성됐던 대화, 화해협력 분위기, 냉기류가 후반에 흐르긴 했지만 북의 표현으로는 선대선의 관계가 끝나고 강대강의 시대가 왔다고 돼 있는데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국민들은 언론이 전하는 대로 방어훈련으로만 인식합니다만 사실 입장 바꿔서 북쪽에서는 침공훈련이라고 보고 맞대응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과연 그러면 한미훈련의 본질이 뭐고 그걸 통해서 미국이나 일본, 한국, 북이 한미훈련을 보고 있는 각국의 시각은 어떤 건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오창익 : 한미군사훈련 때문에 북한이 어쩔 수 없이 미사일을 쐈다고 봐야 하는 겁니까? 아니면 다른 시각이 필요한 겁니까?
▷ 정동영 : 사실은 김일성 시대부터 팀스피릿 훈련 때마다 북은 공포, 준 전시상태에 빠집니다. 북한의 통치자인 김일성은 팀스피릿 훈련 때마다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는 표현도 있는데요. 세계 최강의 무력인 미국과 국력으로 몇 십 배 압도하는 남한이 한미합동군사훈련 하는 것이 북을 충분히 떨게 만드는 거죠. 최근에는 훈련 내용에 참수작전, 북한의 지도부를 제거하겠다는 작전이 있고 무슨 징후가 임박하면 선제 타격하겠다는 작전계획, 거기다가 수복지역 안정화 계획도 들어 있어요. 거기다가 세계최첨단 핵폭격기, 핵잠수함, 핵항모까지 동원되는 마당이기 때문에 북으로서는 사실 전율을 느낄 만하죠.
▷ 오창익 :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을 하게 되면 훈련의 내용 때문이라도 공포를 느끼고 피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격앙된 반응이 나온다고 봐야 합니까?
▷ 정동영 : 수십 년 동안 북은 맞대응했습니다. 사실은 북을 대화 테이블로 견인할 때 결정적인 것들은 대개 한미군사훈련을 잠정중단하거나 유예, 연기, 규모를 축소할 때 대화공간이 열리고 있었죠. 사실 핵문제와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면 협상테이블이 열리고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북한 핵 능력은 멈췄습니다. 그러나 대화가 멈추고 협상이 끊어졌을 때 북은 핵능력 고도화를 향해서 질주했습니다. 대표적인 기간이 이명박, 박근혜 9년 정부 기간 동안 북으로서는 핵의 최전성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오창익 : 일종의 북한이 미사일 쏘는 건 그것도 마땅치 않아 보이지만 일종의 약소국의 자위라는 측면도 있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 정동영 : 모든지 상대적인데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봐야 하는데 북의 입장에서 미사일과 핵은 정치도구이기도 하고 군사도구이기도 합니다. 군사전략 차원에서 억제력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정치전략 차원에서는 약소국 그러니까 키신저 박사 표현,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중의 하나고 가장 약한 나라 중의 하나고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인 이 나라의 핵 문제 하나를 한국, 일본, 중국 같은 나라들이 외교의 힘으로 풀지 못한다면 외교란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이런 얘기를 듣기도 했습니다만 본질이 중요하죠.
▷ 오창익 : 강릉에 미사일 낙탄 사고가 있었습니다. 야당에서도 현장에 가서 현지조사도 하고 언론도 전급했던 것 같은데 위험천만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인데 그래도 상상할 수밖에 없는 게 그 미사일이 골프장에 떨어져서 망정 민가에 갔거나 북한지역에 떨어졌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 정동영 : 불과 700m 떨어진 데 마을이 있었는데 그랬으면 대형사고가 일어났고 불행한 일이었겠지만 특히 북으로 떨어졌을 때 상상하기 끔찍한 우발적인 충돌이 큰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아슬아슬한 건데 이걸 너무 쉽게 덮고 나가는 것 같아요. 다시는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정부로서는 충분히 국민들이 알아야 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소상하게 잘 설명하고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오창익 : 북한 미사일 사태와 관련해서 군 당국의 발언은 예전 같이 많이 들리진 않는 것 같아요. 군 당국이 보통 초전박살 해버리겠다, 응징하겠다, 타격하겠다는 얘기를 많이 쏟아내면 그래도 정치권에서 톤 다운을 시키는 모습을 익숙하게 봤는데 지금 여당 지도부가 앞장서서 전술핵을 배지해야 한다, 비핵화 공동선언을 파기해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어찌된 영문일까요?
▷ 정동영 : 무책임하고 사실관계 파악이 제대로 안 된 거 아닌가. 9.19군사합의나 기본합의서는 한반도평화의 안전판이죠. 국민들 잘 아시지만 9.19군사합의서라는 게 어떤 경우에도 남북이 무력을 사용하지 말자. 어떤 수단으로도 서로 침공하거나 점령하지 말자. 육해공해상에서 공중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하자. 이것은 서로 이익이 되는 거잖아요. 특히 우리한테 필요한 거잖아요. 잃을 게 많은. 그런데 9.19군사합의서 파기, 기본합의서 파기하는 것이 북에 대한 응징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9.19군사합의 파기하면 접경지역이 불안해지는데 접경지역에 대도시가 많습니다. 김포, 파주, 고양 100만 도시들인데 이분들의 주민들의 일상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여기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 오창익 : 서울도 사실은 접경지역이라고 봐야 하는 겁니다.
▷ 정동영 : 그렇죠. 한국에서는 외교안보문제가 초당파적이 아닙니다. 지극히 당파적이죠.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남북관계가 적대, 증오, 북을 주적화 하고 강경대응, 제재, 압박 기류로 흐르는데 결과는 그 피해는 국민들이 보게 됩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 3번의 민주정권 하에서 남북 간 대화협력, 대화, 협상, 평화공존 국민들이 발 뻗고 자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경제시대를 기대하고 이게 방향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정권의 본질이 보수라고 하더라도 평화의 철학을 포기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봅니다. 윤석열 정부가 롤 모델로 삼아야 할 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 노태우 정부. 있는 그대로 북을 보라는 거죠. 보고 싶은 대로 보지 말고 문제해결능력, 한반도 불안정한 정세를 안정적인 평화구조로 바꾸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해 달라는 것이 명시적인 국민들 요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오창익 : 정진석 의원하고 정동영 고문님은 같이 의정 활동도 하셨죠? 이력을 보면 한국일보 기자 오랫동안 지냈고 다선의원인데 이분이 앞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 정진석 여당 대표의 페이스북이나 말을 통해서 나온 건데 어떻게 평가하는 게 좋을까요?
▷ 정동영 : 국내정치용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너무 무책임하고 무모합니다. 전술핵을 재배치한다고 하면 말은 가능한가 하지만 내용을 보면 가능성 제로입니다. 제 얘기가 아니라 미국의 전문가들 얘기입니다. 가능성 제로인 얘기를 왜 꺼내냐는 거죠. 전술핵은 30년 전 한반도에서 군산에 있던 게 철수하고 없습니다.
그런데 전술핵은 두 가지 점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미국 거를 갖다 달라는 건데 미국은 군사전략 차원과 정치전략 차원에서 있을 수 없다고 보는 거죠. 군사전략 차원에서는 이른바 전술핵은 전략핵의 정확성 이런 문제 때문에 전술핵의 필요성이 있었던 건데 지금은 전략핵이 고도화되고 정확해져서 예를 들면 ICBM, 전략폭격기, 잠수함 발사하는 SLBM 이런 것들을 통해서, 괌에 배치돼 있는 거죠.
충분히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전술핵을 한반도에 가져다 놓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군사전략 차원에서의 얘기고 또 하나는 정치전략 차원에서도 미국의 세계전략, 동북아 핵심적 이익은 중국에 대한 봉쇄란 말이죠. 중국의 봉쇄를 위해서 핵심은 탄도미사일 방어망입니다. MD, 레이더, 사드 전술핵을 가져다 놓으면 탄도미사일 방어망이 별 소용없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넘어서 군사동맹 추구하는 것이 중국 봉쇄의 수단인데 전술핵을 갖다 놓는 것은 자신들의 선택지가 아닌 거죠.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전문가들이 가능성 제로라고 말하는 건데 국내정치용으로 전술핵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 오창익 :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데도 국내정치용으로 이야기하는 건 어떤 까닭입니까? 추정을 해보시건데.
▷ 정동영 : 시대착오적인 건데 지금 북을 주적으로 간주하고 강대강으로 부딪쳐서 북을 굴복시키겠다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노선은 북한 붕괴론이었습니다. 압박하면 붕괴한다. 그건 이미 실증됐지 않습니까? 제재와 압박을 가해도 북이 붕괴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중국이 순망치한, 북이 없어지면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위해를 받는다고 보기 때문에 중국이 있는 한 북한 정권은 붕괴될 수 없습니다. 냉혹한 현실입니다.
▷ 오창익 : 고난의 행군 때도 붕괴되지 않았잖아요.
▷ 정동영 : 현실적 조건 속에서 구조적인 평화를 만들 것인가. 이걸 집중해야 하는데 과거 역대 보수정권들이 늘 선거 때면 북풍, 용공을 조작했듯이 지금도 한반도의 안보상황, 위기상황을 조장해서 국내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 오창익 : 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판단도 드는데 야당이라도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정 고문님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 정동영 : 야당이 분발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김대중 평화노선의 계승자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고 있는지 공부, 실천, 행동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 같이 참모들을 보면 거의 극우에 가까운 반공주의자들로 포진돼 있고 대통령 자신도 취임사, 광복절 경축사, UN연설까지 자유, 자유. 시대착오적인 얘기거든요. 사실 다음 달 인도네시아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리면 푸틴과 시진핑이 참석한다고 하는데 그 자리에서도 자유를 외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170석이나 되는 거대 야당이 적어도 잘못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서 바로 잡아줄 책무가 있고 모든 당의 역량을 지금은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적으로는 민생, 국민통합이고 밖으로는 위험천만한 윤석열 정부의 모험주의 노선, 군사주의 노선, 대결노선, 적대노선의 방향을 바꾸도록 야당이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 오창익 : 실제로 한반도에 어떤 일을 벌어지는 거와 별개로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방금 정 고문도 민생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듯이 민생도 어려운 상황인데 안보까지, 외교까지 어려우면 국민들은 어디에 기대나 하는 답답한 심정인데요.
▷ 정동영 : 민생위기가 특히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이런 상황에서 원자재 석유수급 등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대만 사태 불안한 상황 속에서 적어도 외교안보에 관해서는 여야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안정적인 모습을 가야 민생안정에도 도움이 되는데 민생위기와 더불어 안보위기까지 겹쳐지면 국민으로서는 불행한 일이죠. 사실 어떤 정부든 정부의 기본임무는 위기관리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때 IMF위기 왔잖아요. 잘 관리해냈죠. 지금 경제위기가 왔습니다. 거기다가 안보위기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어요. 여당의 지도부라는 사람들이. 도대체 이 정부를 맡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불과 0.7%의 아슬아슬한 티끌만한 차이로 집권했으면 보다 겸손하고 야당과 함께 협력해서 국정을 안정시켜 나가는 것이 지금이라도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창익 : 전망을 하면 지금이라도 정동영 고문의 조언을 또는 호소를 받아들여서 윤석열 정부가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보일 거라고 상상하긴 어렵잖아요.
▷ 정동영 : 가능성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 오창익 : 지금 우리는 이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가야 합니까?
▷ 정동영 : 국민이 깨여야 합니다. 이것은 위험한 남북대결 노선으로 가는 것, 무조건적으로 한미동맹을 추종하고 미국만 따라가면 잘 된다,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휩쓸려 들어가는 것이 살 길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날카롭게 주시하고 견제하고 비판해야 합니다.
한일협력 필요하죠. 그러나 한일군사협력으로, 그것도 필요하다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일관계 진전과 병행해야 합니다. 한일관계는 역사성이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식으로 한미일 삼각안보동맹처럼 밀려가는 것은 한미동맹이 미일동맹의 하부구조로 편입되는 걸 말합니다. 그러니까 한미동맹에 일본이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 미일동맹이 주고 한국은 종속변수가 되는 거죠. 이것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조하면 할수록 신냉전이 구조화됩니다. 러시아, 중국, 북한 한패. 한미일 한패가 되면 어떻게 됩니까? 분단구조는 영속화되고 북핵문제는 불안하게 고착화되는 겁니다. 이 현상을 변경하려고 하는 국민의 고민인데 고민과 달리 이 정부가 시대착오적으로 질주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0.7%가 안타깝습니다.
▷ 오창익 : 정동영 상임고문 오늘 질문지 없는 질문을 많이 드렸는데 답변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정동영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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