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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이명박 정부, 미국이 변화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정동영 "이명박 정부, 미국이 변화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 진행 : 신율 (명지대 교수/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 이하 인터뷰 내용 )

- 북한이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아 개성공단 상주 직원의 철수를 요구했는데?

잘못 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개성공단 내에 북측 공무원과 남측 공무원이 2,3층에 함께 상주하면서 경협사업을 협의하는 건 하나의 사건이다. 과거엔 북측에 무역을 하면 중국에 가서 북쪽 사람을 만나서 비공식 접촉을 하고 브로커들이 있었는데, 이런 게 다 정리되고 이제 남북협력사업은 개성공단 안에 있는 공식적 채널을 이용하고 있다. 2005년에 문을 열어 벌써 4년차가 되고 있는데 이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안타깝다.

- 북측이 11명을 나가라고 하면서 코트라와 중소기업진흥공사에서 파견된 경협사무소 내 민간 인력에 대해선 퇴거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북측에 우리에게 주려는 메시지는 뭘까?

어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핵 해결 없이 개성공단을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발언했는데, 이런 남측의 태도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다. 북측이 즉각적이고 감정적으로 보이는 대응을 한 것도 문제라고 본다. 남북관계는 지난 10년 동안 쌓여온 축적이 있는데, 이것을 까먹는 건 남쪽도 손해지만 북쪽도 손해다. 북한도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개성공단의 그 다음 단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면 무엇보다 중소기업인들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10년 포용정책의 성과 위에서 현 정부가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펴가는 건 좋지만 지난 10년의 성과를 허물고 그 위에서 뭘 하는 건 양쪽 다 손해다. 기왕 여기까지 진전된 것, 긍정적인 것은 살려나가는 게 필요한데 남북 공무원이 모여서 경협사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훼손된 것이 안타깝다.

- '그동안 어렵게 지켜왔던 남북경협 분리 원칙이 사실상 폐기된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우리가 경협을 진전시킬수록 우리 정부의 발언권이 커진다. 북한과 미국,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커지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운명에 대해 운전대를 잡을 기회가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 점점 지렛대가 작아지고 우리의 역할이 줄어들면 우리의 운명을 강대국에 의지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남북경협은 계속 확대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 정경분리원칙이 깨지게 되면 복원하기 힘들게 되는데?

아직은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수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철학과 방향이다. 북을 적대의 대상으로 보고 압박하고 봉쇄할 것인가 아니면 공존의 대상으로 보고 평화와 협력을 증대할 것인가, 이 방향성을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분명하게 평화와 공존과 협력의 방향으로 진전해왔다. 여러 가지 성과물이 있는 것이다. 내후년까지는 개성공단 100만평에 다 입주하게 돼서 거창한 공단이 들어서게 된다. 이 단계까지 가야 하는데 이것을 선핵에 걸어버리면 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까진 짧게 잡아도 5년은 걸린다. 그럼 그 이전엔 남북경협 문제는 진전시킬 수 없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 정부의 지렛대 역할은 대단히 제한적이 되는 것이다.

- 북한이 지금 이런 조치를 취한 건 '4월에 있을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북핵 문제 해법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행동계획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자신들의 입장을 얘기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그동안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 남북관계를 너무 앞세워갔다는 인식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미국이 변화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미국은 작년까지의 대북정책이 아니다. 네오콘, 신보수 강경노선에 의해 북을 봉쇄하고 압박하고 강경정책을 추구하려는 흐름으로부터 일단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외교를 통한 해결방식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했다. 그런데 지금 엇박자가 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조율해낼 필요가 있다. 이건 국익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잘 조율되어야 한다. 남북관계가 흔들리면 우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휴전선에서 불안한 사태가 나면 라면 사재기를 하면서 흔들렸다. 그때에 비해 우리 경제가 얼마나 세계화되고 개방화됐나. 그런데 만약 남북관계가 10년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우리 경제에 대단히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남북관계는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 이명박 정부는 1991년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를 굉장히 강조하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이제 18년이 지났다. 91년 당시 상황을 생각해보라.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근 20년 왔다. 91년 걸 기본으로 해서 2000년 6.15 합의가 있었고, 2007년 10월에 남북합의가 있었다. 이렇게 진전해왔는데 6.15와 작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다 뒤로 돌려서 91년만 강조하는 게 지난 10년 동안 쌓아올린 성과물을 인정하기 싫다는 뜻이 담겼다면 문제가 있다.

- 우리가 MD 시스템(미사일방어 시스템(이나 PSI(대량살상무기방지구상)에 참여한다는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왜 하필 지금이냐고 말하고 싶다. 이건 북한을 막다른 벼랑으로 내몰아서 남북관계 경색은 물론 외교, 그리고 협상을 통한 북핵 해결 과정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신임 합참의장이 북한의 핵 공격시 중요한 건 핵을 갖고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서 사격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고 경악했다. 미국의 네오콘이 말했던 북한의 선제공격론 비슷한 느낌을 줬는데 굉장히 걱정된다. 지금은 그런 네오콘적 발상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남북관계를 확대하고 발전시키면서 우리 경제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미국의 네오콘도 퇴각했는데 미국의 네오콘식 선제공격론을 국회에서 말하는 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지금 물가 불안, 정치 불안, 대운하 불안이 있는데 여기에 핵과 남북관계 불안까지 쏟아내게 된다면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 이번 총선 분위기는 어떤가?

다니다 보면 '지난 12월에는 한나라당 후보를 찍었지만 이번엔 안 되겠다'고 말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걸 느낀다. 4.9 총선에서 민심이 무섭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민심을 무서워해야 정부에게도 득이 된다. 민심을 호랑이 대하듯 무서워하는 정부라야 그것이 정부나 국민에게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이번 4.9 총선에서 강한 야당, 견제세력을 만들어주셔서 민심이 무섭다는 걸 만들어주시길 기대한다.

▶진행: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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