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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 공보실

가판대위의 슬픈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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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거리 편집국


오래간만에 가판대 잡지를 바라봤다. 시사저널. 사지도 않으면서 만지작만지작 거렸다. 여느 때와 달리 오늘 더더욱 그것은 슬퍼보였다. 왜 슬픈 시사저널인지. 잡지가 슬퍼 보인다고.


시사저널 사태 1주년. 경영진이 기자와 데스크의 동의 없이 삼성관련 기사 삭제에서 시작된 기자들의 항의와 파업 그리고 직장폐쇄 단행. 경영진은 외부 필진으로, 마치 중환자를 겨우 겨우 죽지 않게 연명만 시키듯이 시사저널을 발행 중.


지금도 사서 읽을 수는 있지만, 부드럽게 접어 가방에 넣거나, 펜을 들고 줄을 거가며 읽었던 과거의 시사저널은 안타깝게도 지금의 그것과 다르다.


시사저널과의 인연은 몇 년 전 언론사 스터디를 할 때 팀원이 소개시켜줘서 읽게 됐다. 그 친구는 꼬박꼬박 정해진 날(정확하진 않지만 화요일) 또박또박 사서 읽고선 좋은 기사는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이래서 읽기 시작한 시사저널은 나를 열광케 했던 미드의 <프리즌브레이크>나 한껏 웃게 했던 <무한도전>과 견줄 수 있는 주간단위의 행복이자 기쁨이었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진 않겠지만, 시.사.저.널. 네 음절이 나타내고 있는 제호의 의미의 무게는 얄팍한 잡지의 얇기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중량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셀 수 없이 굵직한 특종이 많았고 기획력이 뛰어났다. 삼성을 대놓고 한 호 전체로 삼성을 털어내는 무섭고도 거침없는 기획. 물론 언론의 공정성, 정확성, 신뢰성은 기본이었다.


대한민국에도 이러한 매체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독일의 슈피겔 紙, 미국의 타임 紙처럼 권위와 명성을 갖은 언론 하나쯤은 우리도 갖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것은 기자들 문제(기자실축소 및 통폐합)는 연일 보도 및 사회 이슈와 되고 큰 문제처럼 (자기들의 지면을 상당량 할애)표현되고 있는 데 반해, 작은 독립 언론사 시사저널의 기자들의, 말 그대로 언론사의 기본이자 중요한 가치인 ‘공정한 편집권 요구’는 ‘축소’되고 앞선 기자들이 일하는 언론에서는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만약 조․중․동과 방송 3사가 ‘편집권과 언론의 기본을 지켜달라고’ 말했다면, 나라전체가 언론의 자유와 그들의 요구들을 조목조목 따지며 경영진의 억지주장을 그래도 방치하지 않았을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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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거리 편집국


‘작다고 우리와 상관없다고 그거 아니라도 볼 것은 많다고’ 우린 너무 맘 편히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기자실 통폐합 및 축소만큼 중요한 언론환경은 제대로 취재한 기사를 내․외부의 어떠한 압력 없이 그대로 가감 없이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자유는 누구나 공평하게 향유 돼야 한다.


다시 시사저널 사태 1주년. 18년 이어져온 독립 언론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현재 노사협의는 지지부진하다. 복귀, 매각, 새 매체 대충 이렇게 세 갈래길 중 하나로 정해 질 것 같다. 회사 측 이나 기자관점이 아닌 독자입장에서 만 본다면 말이다.


복귀한다는 것은 현재 거리로 나온 기자들이 복귀한다는 것인데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사측이 노조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노조위원장은 말이 안 된다고 말하지만 다시 제대로 된 시사저널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이 조금이지만 존재한다.


매각의 경우는 경영진이 교체될 시 새 경영진이 기존의, 거리로 나온 기자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현명한 지혜와 용단을 내린다면 이것 역시 독자들은 시사저널을 맘껏 다시 쥐어들어 읽을 수 있다는 것이고, 끝으로 새 매체 창간의 경우는 이제껏 정상적인 시사저널을 기약해 온 독자들의 기대는 물거품. 다만 기존 시사저널 기자의 기사를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존재한다는 것. 최근 흐름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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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판대에 볼 수 있는 짝퉁 시사저널 ⓒ시사저널 홈페이지


똑같은 사물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은 다를 수 있다. 한낱 정물(靜物)에 불과한 시사 잡지 하나지만 ‘슬픈’ 이라고 형용사를 붙인 이유다. 한 마디 더. 거리에 있는 시사저널 기자들에게. 우리 마음속의 시사저널은 지금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 그들이 만든 진짜 시사저널임을 반드시 기억하고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