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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특정 계파 당권장악 노골화 단계, 더 큰 위기 빠질 것"

"새정치연합, 특정 계파 당권장악 의도 노골화 단계..더 큰 위기 빠질 것"

"정당 몸담은 이후 지금처럼 민주당에 근본적인 걱정 쏟아지는 것 본 적 없어. 당 지도부만 몰라"

 

KBS 1라디오 <라디오 중심 이규원입니다> (2014.10.10)


이규원 :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동영 상임고문이 지난 7.30 재보궐 선거 직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찾아간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에 필요한 혁신은 무엇인지, 그리고 또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분이신 만큼 최근에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도 직접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화 연결하죠. 안녕하십니까?

정동영 : 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이규원 :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셨어요?

정동영 : 지역에 자주 다니고요. 우리 당이 어려워서 당원들 의견을 들으러 많이 다닙니다.

이규원 : 의견청취를 위해서 지역을 참 많이 다니시는 걸로 언론에서 접하고 있습니다만 얼마 전에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찾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고 있거든요? 어떻게 해서 찾아가게 되신 겁니까?

정동영 : 네. 진도 팽목항에 갔다 오는 길에 잠시 안부차 방문했는데 그게 어떻게 알려져서, 한참 지난 뒤에 언론에 이런 저런 해석이 있습니다만 그런 언론의 해석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규원 : 단순히 안부만 물으러 간 건 아니라는 생각에 여러 가지 설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혹시 그 날 만나지 못하셨다면서요?

정동영 : 네, 미리 전화를 드린 건 아니라 강진에 백련사라는 절 뒤에 있는 근방의 주지 스님 안내로 한참 산 중턱에 갔는데 아마 산책길이었는지 안 계시더라고요.

이규원 : 아무래도 당내 상황이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황이라 손 전 고문 만나서 여러 가지 이야기 나누고 싶으셨을 것 같은데 혹시 만남이 성사되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셨을까요?

정동영 : 다녀온 뒤에 전화를 주셨길래 전화로 위로 말씀도 드리고 했습니다만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와 손 고문은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같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으로써 당을 이끈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한미FTA,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이런 대형 이슈들이 있어서 당내에서 아주 치열하게 논쟁도 하고 노선 투쟁도 있고 그랬는데 그 때가 민주당이 새누리당, 한나라당을 지지율에서 추월했던 그런 시기였습니다.

이규원 : 대역전을 했었죠.

정동영 :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아마 그 때가 가장 야당다운 야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규원 : 그 때 생각도 참 많이 나실 것 같은데요. 그런 만큼 지금 현실 정치에서 손 고문의 빈자리 어떻게 채우고 계세요?

정동영 : 네. 사실 수원에서 손학규 전 대표의 패배는 개인의 패배라기보다 당을 위해 희생한 것이죠. 그리고 7.30 보궐선거는 민주당이 질래야 질수 없는 그런 조건 속에서 패배한 거 아니었습니까? 그러니까 선거 패배를 개인이 혼자 온전하게 다 짊어질 필요는 없다, 당의 패배다, 라고 생각하고 막상 손 대표가 은퇴선언을 한 뒤에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거죠.

이규원 : 개인의 패배가 아닌 당의 패배다, 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그런 만큼 최근에 당내 상황에 비춰볼 때 손학규 전 고문이 다시 좀 돌아올 필요가 있다고 보십니까?

정동영 : 본인이 결정하신 문제이기 때문에 본인이 결정하실 문제입니다만, 당이 워낙 어려우니까 당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겠습니까? 뭐 더 이상의 확대 해석은...

이규원 : 아니, 본인 판단에 따른 문제이긴 하겠습니다만 정동영 고문이 생각하시기에 어떠세요? 이런 상황에서 손학규 전 고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고 앞서 말씀을 하시니까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당에 어떤 식으로든 보탬이 될 것이다, 라고 생각을 하실까요?

정동영 : 당장 다시 정치에 복귀하시기는 쉽지 않겠지만 아마 당 대표를 지냈던 분으로써 당이 어려우니까 어려움에 대한 걱정이 있지 않겠습니까? 또 지금 정당이라는 건 정권교체를 해서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게 목표인데 많은 지지자와 당원들이 이대로 가서는 정권교체가 되겠는가, 당이 아니라 계파 연합처럼 이런 이미지를 갖게 되면 정권교체는 물 건너 간 거 아니냐,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보수 새누리당의 장기 집권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죠. 그래서 제가 정당 생활을 한 이후에 이렇게 여기저기서 지금 이대로 당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처음입니다.

이규원 : 어쨌든 절박한 상황에서 그렇게 사전에 연락 없이 찾아가셨고, 이후에 전화 통화까지 하시면서 나름 정계복귀를 우회적으로 요청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전화하시면서 손 전 고문 반응은 어떻습니까?

정동영 : 산중에 계신 분이기 때문에요. 의례적인 인사를 나눈 것이고요. 제가 우리 주지스님이 여연 스님이라고 민주화 운동 때 맨 앞장 서셨던 원로 스님이 계신데 아마 그 스님이 계셔서 백련사에... 스님과 대화하면서 눈 올 때 한 번 와서 자고 가라고 그래서...

이규원 : 다시 또 찾아가시기로 하셨다면서요?

정동영 : 스님 초청도 있고 그래서요.

이규원 : 저는 이제 손 전 고문의 반응이 궁금해서 계속 여쭙게 되는데 사실 두 분 만남에 주목하는 것은 지금 친노 중심의 지도부로 꾸려진 새정치민주연합에 맞서서 혹시 또 이른바 비노 그룹이 또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거든요. 이게 혹시 가능한 일이라고 보세요?

정동영 : 이제 여기서 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친노, 비노 이런 틀 속에 이런 얘기가 계속해서 언론에 회자되는 한 정권 교체는 어렵다, 라고 봅니다.

이규원 : 그만큼 계파 갈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겠죠.

정동영 : 네. 그러니까 지금 특정 계파가 아니면 다 비노냐, 이렇게 묻는데요. 저는 그런 구분법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만해도 그러니까 노무현 시절을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노무현 시절 공은 공대로 계승 발전하지만 과오는 인정하고 이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죠. 한미FTA와 부동산 정책 같은 것은 노 대통령께서도 퇴임 후에 반성적 성찰을 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공만 인정하고 과오는 인정하지 않는다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그래서 저를 자꾸 비노라고 하는데 저는 친노도 비노도 아닌 '비욘드 노무현'(Beyond 노무현), 노무현을 넘어서,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규원 : 그러면 지금 당내 상황은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한 것처럼 비춰지고 있고, 친노도 비노도 아닌 노무현을 넘어선 비욘드 노무현으로 뭔가 새로운 걸 만들고 싶은 그런 생각도 있으신지요?

정동영 : 당이 지리멸렬하니까요, 외부에서 시민사회, 전문가 그룹 등에서 이 민주당을 가지고 총선 과반수를 이루고, 정권교체로까지 나아가겠는가, 민주당을 넘어서야 한다는 목소리, 원심력이 커지고 있는 거죠. 그러면 이 단계에서 민주당은 정말 어제의 민주당과 다른 그런 혁신의 길을 가야 하는 거죠. 지금 비대위가 가야할 길은 그런 길인데 비대위에서 지금 보이는 그런 움직임은 자기를 버리고 기득권을 해체하고 계파를 넘어서는 그런 혁신의 길이라기보다는 이런 비상한 상황을 틈타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특정 계파의 당권 장악 의도가 노골화되는 단계로 보여 집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가게 되면 당은 더 큰 위기 상황으로 빠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규원 : 그러면 지금 삼선의 우윤근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지 않았습니까? 이런 당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당을 추스를 수 있는 인물로 어떻게 평가하세요?

정동영 : 우윤근 의원은 둥글둥글하고 적이 없어요. 정치의 요체를 적을 줄이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분도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우윤근 의원은 정치를 잘 해온 분이죠. 어려운 시기에 됐는데 잘 헤쳐 나가기를 바랍니다. 다만 하나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세월호 협상에 실책 때문에 물러났잖아요? 그러면 그 후임을 정할 때는 어떻게 협상을 이끌겠다, 당을, 정기국회를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민주당의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이런 노선 논쟁을 통해서 대표가 선출되지 않고 친소, 친노가 밀었다, 또는 비노가 표를 많이 얻었다, 하는 식으로 해석되는 것은 좀 안타깝습니다.

이규원 : 그런데 내년 초 전당대회에서 친노가 정권을 잡거나 당권장악이 유력시 된다면 이게 앞서 말씀하신 원심력으로 작용하면서 그러면서 신당 출현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정동영 : 당이 하기 나름이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당이 혁신의 길을 가서 하나가 되는 길을 가야지, 특정 계파 사당화의 길을 가면 그것은 어려워진다, 하는 이야기죠. 핵심적인 것은 세 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계파를 해체하고 극복하는 과업, 굉장히 어렵죠. 두 번째는 그러기 위해서 이 당이 누구의 것인가, 당원주권, 당의 주인은 당원이니까 당원에게 권리를 돌려주는, 비대위의 권한을 내려놓는 거죠. 조직강화특위 같은 것을 만들어서 이 틈에 당을 장악하려는 시도보다 아예 당원들에게 권리를 돌려주는 그런 혁신의 길을 가야 되는 것이고, 그 다음에 민주당이 새누리당하고 비슷해서야 되겠습니까? 여러 가지 세월호라든지, 세금문제이라든지,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서 민주당이 정말 사회적, 경제적 약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시원하게 대변하는구나, 라고 하는 그런 것이 혁신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규원 : 그렇다면 지금 비대위 구성이 다 친노 일색으로 꾸려졌는데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에 있을 전당대회 그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좀 우려가 되십니까?

정동영 : 지금으로써는 굉장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 전개되는 거죠. 비대위를 선임할 때 이 비대위는 계파성을 극복하는 비대위여야 한다, 라고 했더니 아예 이것을 계파 연합체라고 드러내놓고 노골적으로 대내외에 선언한 것은 패착, 실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 정당 역사상 어떤 정당이 어떤 노선과 철학을 가지고 우리가 집권을 하면 이런 세상을 만들겠다는 이런 방향이 아닌, '우리 당은 계파 연합체요'라고 드러내놓고 얘기를 한 건 처음이고, 또 그러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권력투쟁밖에 없는 그것이 요즘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규원 : 상당히 우려스럽게 당을 바라보고 있는 입장이신데 앞서 지역 많이 돌아다니면서 당원들 이야기를 많이 듣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이런 행보가 내년 당권 도전 위해서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거든요? 혹시 의향 있으십니까?

정동영 : 지금은 난파 직전에 놓인 야당을 어떻게 혁신하고 재건할 것인가, 하는 그런 근원적 질문에 대한 답변이 필요하고 거기에 집중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규원 : 근원적인 답변에 워낙 우려하시고 불만도 많으시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어떤 기폭제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생각 쪽으로 신당 창당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정동영 : 많은 분들이 걱정하죠. 제가 정당에 몸담은 이후에 지금처럼 민주당에 대한 근본적인 걱정이 쏟아지는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모르는 분들이 지도부만 모르는 것 같아요. 그게 걱정입니다.

이규원 : 알겠습니다. 당내 상황은 여기까지 여쭙고,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셨기 때문에 최근 북한문제에 대해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북한 핵심 실세 3인방 다녀간 후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5.24조치 해제해야 한다, 이런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왔는데 유길재 통일부 장관이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답변했거든요? 국감장에서? 말하자면 정부의 대북정책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인데 지금 이 상황에서 남북관계 풀어갈 수 있도록 정부에 어떤 조언 해주고 싶으세요?

정동영 : 이제 정부가 정책 전환을 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심지어 보수언론에서조차 그런 주문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박근혜 정부이면 이명박 정부 제 2기의 성격을 갖습니다. 특히 남북관계에서는 똑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정말 보수 정부 10년 동안 남북관계는 역사를 뒤로 돌린 것밖에 남지 않지 않습니까? 앞으로 가기 위해서는 첫째 북과 공존하겠다, 북을 흡수하거나 붕괴시킬 의도가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해야 하는 것이고 그리고 핵문제를 어떻게 해서든지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능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한반도 문제는 주변 강국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 아니라 남북이 주체적으로 소통하면서 풀어가야 한다는 세 가지 정도의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규원 : 네. 공존하기 위해 지금 당장 현안인 5.24조치를 선제적으로 해제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입장도 일단은 찬성하는 입장이시겠군요.

정동영 : 그렇죠. 5.24조치를 풀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규원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동영 : 네, 감사합니다.

이규원 : 네, 지금까지 통일부 장관을 지내신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과 얘기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