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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 칼럼

민주당이여, 나뭇잎을 보지 말고 숲을 보시라

[민주당이여, 나뭇잎을 보지 말고 숲을 보시라]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2022년 전세계의 민주주의 지수를 보면 한국은 2021년 16위에서 2022년 24위로 추락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첫 해 1년 만에 8계단이나 추락한 것입니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한국은 '완전한 민주국가' 등급에서 탈락해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재분류 될 판입니다.
 
한국은 이미 박근혜 정부 시기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전락했다가 문재인 정부 시절 회복한 전례가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평가한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수 년간 대립적 정당정치가 민주주의에 타격을 주고 있으며 정치인들은 합의를 통해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보다 라이벌 정치인들을 쓰러뜨리는 데에 정치적 에너지를 쏟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멀리 떨어져 밖에서 보는 것이 더 정확한 법입니다. 이재명 대표에대한 구속영장 청구야말로 정확하게 정적 제거를 위해 현직 권력을 남용한 상징적 사례입니다. 윤정권은 민주주의 후퇴를 넘어 연성독재의 길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민주화 이후 직선제로 선출된 대통령 가운데 자신과 겨루었던 경쟁자를 법의 올가미에 씌워 제거하려 한 경우는 윤정권이 최초입니다. 87년 직선제로 처음 등장한 노태우 정권은 경쟁자였던 야당 지도자들과 협치를 추구했으며, 92년 김영삼 정권은 경쟁했던 김대중 후보를 핍박하지 않았습니다. 97년 김대중 정부는 연합정치를 추진했고 2002년 노무현 정부는 경쟁자였던 이회창후보의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 범죄에도 불구하고 야당 지도자를 검찰권으로 제거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2007년 이명박 정권은 BBK를 공격한 후보였던 저를 소환했으나 불기소했습니다. 2012년 박근혜 정권도 2017년 문재인 정권도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없습니다. 이것 역시 윤석열 정권이 사상 최초입니다.
 
정치적으로 비긴 것이나 마찬가지인 대선이 끝나자 마자 경쟁자를 죽이기 위해 60명이 넘는 검사들을 1년 내내 투입해 먼지털이 수사를 하고도 확정적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야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윤대통령 스스로가 결재하는 장면 앞에 아연할 뿐입니다.
 
민주주의의 보루는 민주당입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은 단일대오를 갖춰 윤정권의 무도한 연성 독재에 철퇴를 가하는 일입니다. 오죽하면 이코노미스트가 "한국 국민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있으며 정치인과 공직자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됐다"고 썼을까요. 민주당은 윤정권이 흔들고 있는 나뭇잎을 보지 말고 그 뒤에서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는 민주주의의 숲을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