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y's team/Today's DY Issue

정동영 “야당은 팀의 경쟁력으로 박근혜 이겨야”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21일 “당내 대세론은 옳지도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대선후보들이 경쟁자들을 예비내각에 포함시켜 집단 리더십으로 박근혜 대세론을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이날 <한겨레> 인터뷰에서 “안철수 교수를 포함해 여당 재집권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이 집단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대선승리의 전략”이라며 이렇게 제안했다. 정 고문은 이해찬 대표와 다른 대선주자들에게 자신의 이런 구상을 직접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고문과의 인터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국회도서관 5층 의원연구실에서 이뤄졌다.

 - 민주당 지도부와 대선후보들이 잘하고 있다고 보나?

 =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민주당의 가치와 노선이라는 깃발이 실종됐다. 대표적인 게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다. 슬글슬금 뒷걸음질쳐서 아주 우습게 돼 있다. 그런데도 선거가 끝난 뒤에 좌클릭을 해서 졌다는 등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민주당 당론은 첫째, 독소조항 제거를 요구해서 관철한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이 거부하면 폐기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첫번째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두번째를 배수진으로 친 게 전당대회 결의였다. 민주통합당이 출범하면서 최고당론으로 못을 박았다. 당론을 수정한 적이 없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뒷걸음질을 쳤다.

 - 폐기를 주장하다가 역풍을 맞았다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가?

 = 동의하지 않는다.

 - 그럼 선거패배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의제(어젠다) 실종이다. 2010년엔 ‘벤또(도시락의 일본말)가 천안함을 이겼다’고 할 정도로 도시락·무상급식으로 상징되는 의제가 확실히 있었다. 포퓰리즘을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여당과 선명하게 대비됐다. 국민들은 이 쪽 손을 들어줬다. 보편적 복지와 자유무역협정을 같이 갈 수 있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총선을 민간인 사찰과 심판론으로 치렀다. 전략의 실패이기도 하고 자신감도 결여되어 있었다.

 - 민주당이 왜 그랬다고 보나?

 =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이 얼마나 비명과 아우성으로 가득차 있고, 불안하고 엄중한지 피상적 이해에 머물고 있다.

 - 여당은 잘 했다고 보나?

 = 굉장히 전략적이다. 우리의 어젠다를 빼앗아 갔다.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보편적 복지를 자기들이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너무 좌클릭했다, 중도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여당 닮은 꼴로 가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이길 수 있나.

 - 박근혜 대세론을 인정하나?

 = 현실로 인정한다. 극복해야 한다.

 - 대선에서 야당이 이길 가능성이 있나?

 =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국민은 준비되어 있다. 정권을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 국민들이 준비되어 있다고 보는 근거는?

 = 박근혜로의 교체도 정권교체라고 생각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이 있다. 그건 현실이다. 그러나 이명박과 박근혜는 철학이나 기조가 같다. 무엇보다 사람이 같다. 국민들이 분별할 것으로 생각한다. 경제가 나쁘면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당선도 금융위기에 힘입었다. 김대중 대통령도 외환위기 상황에서 당선됐다.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도 사르코지의 부자감세 노선 실패로 당선됐다.

 - 이명박 정권의 경제 실패로 정권이 교체된다는 것인가?

 = 그렇다. 엠비노믹스 5년은 실패했다. 이명박 정권의 연평균 성장률은 3.1%다. 역대 최악이다. 그나마 편중되어 있다. 일반 서민이나 사회적 약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다. 당연히 바꿔내고 싶은 열망이 큰 것이다.

 - 야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 팀으로 이겨야 한다. 팀의 경쟁력이 필요하다. 안철수 교수를 포함해서 한나라당 재집권을 막기 위한 사람들이 집단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승리의 전략이다. 링컨 내각을 ‘팀 오브 라이벌’이라고 했다. 정적이었던 사람을 국무장관에 임명했고 최강의 내각이 됐다. 우리는 목표가 같은 식구다. 그런데 목표까지만 가는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 후에 같이 새로운 세상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 각 후보들이 ‘내가 후보가 된다면 같이 한 사람들을 그림자 내각에 넣겠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 때 후보만 보였지 어떤 사람들과 정권을 운용하겠다는 그림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 때도 비서는 애기했지만 팀은 없었다.

 - 안철수 원장과 공동정부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 이미 97년에 김대중-김종필 연정 때 한 번 했던 모델이다.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박근혜의 독단적 리더십이냐, 집단적 리더십이냐를 국민들이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야당의 주자들은 각자 분야가 있고 전공이 있다. 그 장점을 살려야 한다. 팀의 경쟁력으로 박근혜 대세론을 넘자, 팀으로 집권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고, 집권 이후 에측 가능성을 끌어 올릴 수 있다.

 - 안철수 원장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 <한겨레>에서 입당론, 자강론, 연대론 등으로 정리했던데 나는 병행이 옳다고 생각한다. 후보들이 중구난방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당 지도부가 그림을 만들어서 제안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교수에 대한 지지는 정치불신에서 나온 것이다. 야당의 책임이다.

 - 대선후보 출마 선언은 언제 할 생각인가?

 =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출마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언제 어떻게 할 것이냐인데, 지금 줄줄이 출마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순서는 나중에 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들을 한다.

 - 순서를 나중에 하겠다는 이유가 뭔가?

 = 지금은 민주당 노선이 뒷걸음질 치는 상황이다. 먼저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 재벌개혁, 부자증세 공약이 증발하고, 종북이나 담합같은 구시대 어젠다로 돌아갔다. 저쪽(여당)은 얼마나 좋겠나. 이걸 돌려 놓아야 한다. 민주당 후보 경쟁 과정이 계기가 돼야 한다.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

 - 통합진보당과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4·11 선거연대의 파트너였는데 선거 이후에 불행한 일을 겪고 있다. 통합진보당 지지자들이 10% 안팎 존재한다. 민주당에서도 고민해야 할 영역이다. 지금은 지켜봐야 할 때다. 또 민주당의 진보적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

 - 종북 논쟁을 어떻게 생각하나?

 = 종북도 안되지만 종북장사도 안된다.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 당장은 손해지만 나쁘지 않다고 본다. 박근혜 의원과 그 세력이 구세력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알게 될 것이다. 종북을 얘기하면서 어떻게 미래를, 남북화해협력을 애기하나. 남북기본합의서 이전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