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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정동영, 문재인·손학규 성장담론은 ‘꽃놀이패’…왜?

[이슈]정동영, 문재인·손학규 성장담론은 ‘꽃놀이패’…왜?

野, 불붙는 성장담론으로 ‘우클릭’ 논쟁 중…정동영 측 “대선출마 내부 반대 없다”

 
▲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권잠룡인 문재인·손학규·정세균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가 발 빠른 대권행보를 보이는 것과 달리, 정 고문은 여전히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 고문이 이들과는 정반대 행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 고문 측은 내부적으로 대권출마 시기를 늦춘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출마 선언 시기와 관련, “늦지 않게 결정할 것”이라며 “이번 달이 10여일 정도 남지 않았느냐. 좀 더 지켜보자”고 말해 이같은 관측에 힘이 실렸다.

‘계파 내부에서 일부가 정 고문의 대선 출마를 반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누가 반대를 하느냐. 전혀 잘못된 얘기가 떠돌고 있다”며 대권출마 선언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이날 국회에서 만난 민주통합당 관계자도 “정 고문이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고문은 측은 현재 물밑에서 전국적인 조직구축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고문의 차별화된 행보는 정치적 타이밍만이 아니다. 최근 민주통합당 대권잠룡들이 잇따라 성장담론을 내놓은 가운데, 정 고문만은 여전히 좌클릭 노선을 쥐고 있다. ‘중도개혁 VS 진보’로 양분된 노선 구도에서 정 고문이 좌클릭의 맹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실제로 문 고문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모임> 주최 대선주자 초청 간담회에서 “(민주당은)복지와 함께 선 순환하는 성장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만 중시하고 경제 발전이나 성장 등을 후순위로 생각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며  진보적 성장담론의 포문을 열었다.

손 고문 역시 같은 달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대선출정식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해 완전고용국가를 실현해야 한다”며 성장의 과실이 다양한 경제주체에 돌아가는 진보적 성장담론을 제시했다.

정세균 고문도 분수경제론을 통해 성장을 기반으로 하는 내수경제 살리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고, 김 지사는 일자리 창출을 통한 새로운 노동 모델을 제시한다는 전략이다. 정치권 외곽에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역시 복지와 일자리의 선순환 경제에 방점을 찍었다. 민주개혁진영 내부에서  우클릭 논쟁이 불거진 까닭이다.

우클릭 논쟁 속 ‘정동영’ 노선구도 선점…鄭, 대권 승부수 포인트는?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잇따라 성장담론을 제시한 것은 지난 4.11 총선 패배의 원인이 중도층 포섭 실패 때문이라는 분석과 궤를 같이 한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만 믿고 너무 왼쪽으로 간 결과 중도층을 유인하는 데 실패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대선주자 간담회에서 당내 우클릭 논쟁과 관련, “최근 당 내에서 성장 얘기가 나왔다.  당 강령의 실천자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성장은 좋은 것이지만, 성장 담론으로 경쟁해서는 상대방(박근혜 전 위원장)을 이길 수 없다”고 ‘文-孫’에게 날을 세웠다.

정 고문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좌클릭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한 뒤 당내 성장담론과 관련, “당 강령하고 다르지 않나”며 정체성 논란에 불을 댕겼다.

정치권 일각에선 당 내부에서 잇따라 제기되는 성장담론으로 정 고문이 노선 구도를 선점하게 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 담론이 급물살을 타면 탈수록 재벌과 노동문제가 정치권의 핫 이슈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전후로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가 대중적 의제로 된 데는, 고용 없는 성장과 동반성장을 외면한 대기업 재벌의 약탈적 자본주의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대선정국에서 범 민주진보진영의 이슈 파이팅 제1소재가 재벌개혁 담론에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 고문의 차별성은 여기서 드러난다. ‘문재인·손학규·정세균’ 고문 등은 대선정국 과정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진보적 성장담론과 새누리당의 성장담론이 과연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공격을 좌우에서 끊임없이 받을 수밖에 없다. ‘왼쪽 깜박이 켜고 오른쪽으로 간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았던 참여정부의 트라우마가 또다시 범야권을 휩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민주화 조항(헌법 제119조 제2항)의 폐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으나, 새누리당 역시 대선정국 과정에서 대기업 개혁 시그널을 유권자들에게 보낼 가능성이 많다. 정부여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내선 공생발전을 고리로 보수에서 중도층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이 경우 우클릭에서 중도로 옮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좌클릭에서 중도로 이동한 민주통합당 대권잠룡들의 노선 구도는 일부 정도 겹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새누리당 대로 지지층 이탈이 불가피하고, 민주통합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진중공업 사태에서 보여준 갈지자 행보를 재연,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 고문의 대선전략의 포인트는 이 지점이다.  총론에 그치고 있는 재벌개혁 담론에 대한 각론을 정 고문이 들고 나와 이슈파이팅에 돌입한다면, 또한 그 정책적 의제가 대중적 의제로 승격된다면 정국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통합당이 지난 총선에서 미래비전을 보여주는 데 실패한 것은 무상급식 이후 정책적 의제를 대중의제로 올려놓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인물 구도에서 비노를 구축한 정 고문이 경제민주화 각론에 대한 정치적 쟁점화에 성공할 경우 대권을 둘러싼 세력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진짜 경제민주화’ VS ‘가짜 경제민주화’ 노선 구도로 대선 판이 흐를수록 정 고문의 선명성은 더욱 날개를 달 수 있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이다. 야권 내부에서 잇따라 제기되는 성장담론이 정 고문에게 꽃놀이패인 까닭이다. 정 고문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 “우리는 끝까지 진보노선을 들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폴리뉴스 최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