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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쌍용차 철탑 농성현장 ‘왁자지껄 송년회’..“2013년에는 희망을 만들자”

[현장]쌍용차 철탑 농성현장 ‘왁자지껄 송년회’..“2013년에는 희망을 만들자”

300여명 인원 길가에서 송년회..문화공연 후 자유롭게 진행

2012.12.29  전지혜 기자

 
쌍용차 송전탑 농성장에 내리는 눈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공장 앞 송전탑 고공농성장 앞에서 '함께 살자 희망지킴이 송년문화제 '당신이 희망입니다''가 열린 가운데 송전탑에서 농성중인 쌍용차 노조의 한상균, 문기주, 복기성 조합원이 눈을 맞으며 문화제를 보고 있다.

 

“절망의 끝에 서있는 우리가 2013년에는 죽지 않고 질기게 가기를 희망합니다. 사랑합니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눈이 펑펑 쏟아지던 29일 밤, 경기도 쌍용차 평택공장 인근 송전탑 앞 길가에서 300여명의 인원이 대규모 송년회를 가졌다. 송전탑 위에는 지난 11월21일 쌍용차 문제 국정조사와 해고자 원직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들어간 한상균 전 쌍용자동차지부장과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회장 등 노동자 3명이 여전히 올라있었다.

현장에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다른 투쟁현장의 노동자들이 가족단위로 또는 연인, 친구들과 함께 자리했다. 강동균 제주 강정마을 회장과 배종열 평통사 상임대표 등 주요인사들과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과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 등 정치인도 참석했다.

길가에 마련된 송년회 장은 간이천막을 쳐서 눈을 피할 수 있게 했다. 음향장치가 설치된 작은 무대를 앞에 두고 빼곡히 의자를 채워뒀고 한 켠에서는 군고구마와 꼬치어묵을 나눠주고 있었다.

현장을 찾은 사람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악수를 나눴고 이들은 송전탑 위에 올라있는 노동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철탑위의 노동자들도 밑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면 머리위로 손을 크게 흔들어 화답했다.

“희망의 알을 품고 까치집을 지으신 동지들, 사랑합니다”

쌍용차 송년회 참가자들 '우리가 희망이다'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공장 앞 송전탑 고공농성장 앞에서 '함께 살자 희망지킴이 송년문화제 '당신이 희망입니다''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후 4시30분쯤부터 쌍용차 노동자들의 노래선생님으로 알려져있는 테너 임정현씨의 노래로 ‘희망지킴이 문화제’가 시작됐다. 그는 ‘그 날이 오면’, ‘광야에서’ 등을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고 “희망의 알을 품고 까치집을 지으신 동지들 사랑한다”라며 “내려오실 때는 희망이 부화해서 희망의 병아리를 안고 꼭 내려오시길, 하루 빨리 내려오시길 빈다”고 바람을 전했다.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회를 맡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현장에 모인 이들에게 구호를 외치자고 제안했고, 현장에 모인 이들은 “함께 살자. 우리가 희망이다. 희망을 만들자”고 외치며 손을 들고 환호했다.

이어 음악밴드 ‘신나는 섬’의 아일랜드 풍의 음악공연이 계속됐다. 그 뒤에는 성소수자 인권운동 활동가들의 중창단 ‘G보이스’가 산타모자를 쓰고 공연을 선보였고, 송전탑에 오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모습을 다큐감독 5인(넝쿨, 유명희, 태준식, 하샛별, 한영희)이 담은 영상인 '빛으로 소리쳐!'가 상영됐다.

문화제 중에는 성금 전달식도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서는 순천지역 전교조 교사들과 학생들이 450만원 상당을 모금해 성금을 전달했으며 노순택 사진작가 등 24명의 작가가 달력을 만들어 판매해 얻은 수익금 일부를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해 전달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 중 50명의 아이들에게 장갑을 선물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선물을 받은 한 아이는 “이렇게 항상 찾아주시고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우리는 할 수 있고 하면 되고 해낼 것이다”

송년회 인사말 하는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공장 앞 송전탑 고공농성장 앞에서 '함께 살자 희망지킴이 송년문화제 '당신이 희망입니다''가 열린 가운데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송년회장을 찾은 김정우 쌍용자동차지부장과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각각 무대에 올라 참석한 이들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들은 무대에 올라 현 상황의 아픔에대해 말함과 동시에 2013년 희망을 갖고 투쟁하자고 참석한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정우 지부장은 “투쟁하는 동지들과 마음과 물질과 모든 것을 함께 나눠주신 많은 분들께 해가 가는 이 가운데 진심으로 고맙다고 인사드린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철탑위의 동지들을 이야기하며 “바람이 불고 한파가 부는 날이면 잠을 못자는 날도 있었다”면서 속상해했고 최근 잇따른 해고노동자들의 자살을 말하면서 “동지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을까 몹시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또 다른 죽음들이 감염되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떨칠수 없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2013년은 절망의 끝을 넘어 희망을 찾아 한발 더 나가도록 하겠다”면서 “반드시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함께 싸우고 연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동균 회장은 “2012년만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집권해 온 5년, 그 이전부터도 우리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애환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가 천주교 기독교 신자는 아니고 불교신자지만, 하느님은 너무도 아픈시련을 주고있는 것 같다”면서 “그 아픔을 희망으로 바꾸려고 투쟁해 온 여러분들이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 여기도 많은 어린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희망찬 세상을 살 수 있도록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할 일”이라며 “슬픔과 절망을 바로 우리가 바꿔놔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이어 “우리가 바꿀 수 있을 것 같던 일들이 앞으로 5년 긴 세월을 기다려야 할 것 같지만 여러분 우리는 할 수 있다”며 “우리는 할 수 있고 하면 되고 해낼 것”이라고 힘을 북돋았다. 그는 또 “독한놈이 이기고 질긴놈이 이긴다는 것을 지금까지 얘기해왔다”면서 “2012년까지 아팠던 것을 2013년부터는 훌훌 털어내 버리고 어린 친구들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세상. 내몰리는 사람들 없는 세상 함께 만들면 좋겠다”고 전했다.

철탑 위 노동자들, “제2의 희망버스 승차해 고통받는 동지 위로해주고 희망 만들자”

쌍용차 송전탑 농성자들 '고맙습니다. 동지들'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공장 앞 송전탑 고공농성장 앞에서 '함께 살자 희망지킴이 송년문화제 '당신이 희망입니다''가 열린 가운데 송전탑에서 농성중인 쌍용차 노조의 한상균, 문기주, 복기성 조합원이 문화제 참가자들에게 손 흔들고 있다.


오후 6시쯤, 하늘에서 눈이 펑펑 쏟아졌다. 문화제는 자연스럽게 ‘쌍용차해고자와 가족들과 함께하는 왁자지껄 송년회’로 이어졌고 참석한 이들은 의자를 정리한 뒤 테이블을 설치해 고기를 굽고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송년회 중에는 철탑위에 올라있는 노동자들에게 마이크를 연결해 메시지를 듣는 시간도 이어졌다.

철탑 위의 노동자들은 힘찬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걱정하는 이들의 마음을 안심시킨 뒤 “2013년도에는 반드시 풀뿌리처럼 일어나서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한 첫 과제로 내년 1월5일 진행되는 제2의 희망버스를 꼽으면서 “모두들 주변 동료들과 희망버스에 승차해서 고통받는 동지들을 위로해주고 함께 희망을 만들어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쌍용차 고공농성장 앞에서 열린 희망 송년문화제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공장 앞 송전탑 고공농성장 앞에서 '함께 살자 희망지킴이 송년문화제 '당신이 희망입니다''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공연을 보며 박수치고 있다.

 

쌍용차 고공농성 격려하는 글들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공장 앞 송전탑 고공농성장 앞에서 '함께 살자 희망지킴이 송년문화제 '당신이 희망입니다''가 열린 가운데 송전탑 주변에 농성자들을 격려하는 사람들의 글이 보이고 있다.

 

쌍용차 송년회 축하는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공장 앞 송전탑 고공농성장 앞에서 '함께 살자 희망지킴이 송년문화제 '당신이 희망입니다''가 열린 가운데 제주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쌍용차 고공농성 응원하는 김미희 의원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공장 앞 송전탑 고공농성장 앞에서 '함께 살자 희망지킴이 송년문화제 '당신이 희망입니다''가 열린 가운데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과 참가자들이 송전탑 농성자들을 보며 응원하고 있다.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과 이야기 하는 정동영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공장 앞 송전탑 고공농성장 앞에서 '함께 살자 희망지킴이 송년문화제 '당신이 희망입니다''가 열린 가운데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이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쌍용차 송년문화제의 합장단 공연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공장 앞 송전탑 고공농성장 앞에서 '함께 살자 희망지킴이 송년문화제 '당신이 희망입니다''가 열린 가운데 합장단 G보이스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희망지킴이에 기금 전달하는 노순택 사진작가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공장 앞 송전탑 고공농성장 앞에서 '함께 살자 희망지킴이 송년문화제 '당신이 희망입니다''가 열린 가운데 달력을 제작해 투쟁 사업장 지원 기금을 마련한 사진작가들의 모임인 '빛에 빚지다'의 노순택, 정택용 사진가가 콜텍 노조와 희망지킴이에 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쫀드기 구워먹는 쌍용차 송년문화제 참가자들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공장 앞 송전탑 고공농성장 앞에서 '함께 살자 희망지킴이 송년문화제 '당신이 희망입니다''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난로에 쫀드기를 구워먹고 있다.

 

쌍용차 송전탑 농성, 어느덧 40일차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공장 앞 송전탑 고공농성장 앞에서 '함께 살자 희망지킴이 송년문화제 '당신이 희망입니다''가 열린 가운데 송전탑 앞의 상황판이 고공농성 40일차를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