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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국민눈물 닦아줄 의제 설정 실패가 패인"

정동영 "국민눈물 닦아줄 의제 설정 실패가 패인"

"복지국가 말하면서 증세론은 금기시"

2013.1.2.  김승섭 기자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 2012.11.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2일 "의제 없는 선거가 패인"이라고 지난 18대 대선 결과를 분석했다.

정 고문은 이날 2013년 새해를 맞아 보낸 이메일에서 "국민은 울고 있는데 눈물을 닦아줄 능력과 의제를 제시하지 못하는 정당이 승리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 이것이 패인 아닐까"라며 이 같이 말했다.

정 고문은 "2010년 지방선거 때는 도시락 무상급식 이라는 의제로 승리했고, 지난해 4월 총선과 지난 대선에서는 야당이 복지국가로의 시대전환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소화하지 못함으로써 제대로된 의제를 창출하지 못한 채 패배했다"고 말했다.

또 "내가 출마했던 5년 전 대선에 비하면 이번 선거는 야당이 이길 확률이 큰 대선이었다는 점이 안타까움을 더하는 것 같다"며 "지난 5년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지려고 해도 질 수 없는 선거였다"고 말했다.

그는 "더구나 지난 4.11총선에서 국민은 거대여당을 엄정하게 심판하고자 했으나 야당의 자충수로 여당에게 과반수 승리를 헌상한 과오가 뼈아픈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며 "그 점에서 민주당은 깊은 반성과 성찰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정 고문은 의제 설정 실패와 함께 이번 대선의 구체적인 패인으로 △전략적 승부처인 50대를 잡지 못한 점 △경제민주화를 사회적 화두로 만든 저작권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 점 △복지국가를 말하며 증세론을 금기시한 점 △민주당이 저소득 서민층을 대변하는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부각시키지 못한 점 등을 꼽았다.

그는 '50대의 이반은 왜 생겼는가'라고 물으며 "대선에서 민주당은 경제적 신자유주의의 피해자들인 이들 50대에게 희망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며 "상대방은 야당 후보를 참여정부의 틀 안에 가두기 위해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일정 부분 성공했다"고 진단했다.

정 고문은 "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제2의 참여정부로 성격이 규정되는 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50대의 표심을 얻기는 어려웠다"며 "오늘의 50대는 자식 등록금걱정부터 본인의 노후까지 가장 걱정이 많은 세대이다. 사실 이 지점이 전략적 승부처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민주당은 당 강령 제1조가 경제민주화 조항임에도 불구하고 대선과정 여론조사에서 경제민주화를 잘 이루어낼 후보로 여당후보가 꼽혔다"며 "민주당은 여당의 변신을 멍하고 쳐다보기만 했을 뿐 경제민주화를 사회적 화두로 만들었던 저작권자로서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정 고문은 "(경제민주화란) 깃발만 세웠을 뿐 시대정신을 온전한 내 것으로 체화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대선과정에서 재벌 대기업의 순환출자 금지 문제가 경제민주화의 핵심내용으로 회자 되었지만 대중에게 이 문제는 이해하기 어렵고 공허한 논쟁으로 비쳤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 고문은 이어 복지국가에 대해 "지금 한국은 경제활동 인구의 80%가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어려운 빈약한 경제 상태에 놓여 있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위축된 내수시장을 키워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도 복지는 필요하고 시급한 시대적 요구였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하지만 야당은 이를 중심 쟁점으로 만들어 내지 못했고 여당 후보의 맞춤형 복지 운운하는 물타기 전략에 말려들어 변별력을 잃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복지국가와 그에 따르는 증세론에 대해 "복지는 세금 없이는 할 수 없고 증세를 말하지 않으면서 복지국가를 얘기하는 것은 거짓"이라며 "민주당은 지난 수년간 복지국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증세 없는 재정마련이라는 족쇄를 스스로에게 채우고 증세론을 금기시했다. 이것이 당의 한계였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서민층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지난 수년간 국민들에게 어느 정당이 서민을 가장 잘 대변하는 당인가 라고 묻는 조사에서 민주당은 놀랍게도 3등에 머물렀다"며 "이것을 두고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