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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영화 ‘레 미제라블'과 인간다운 삶… 내일은 온다

[전북의 창] 영화 ‘레 미제라블'과 인간다운 삶… 내일은 온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영화<레 미제라블>의 관객이 500만 명을 넘었다. 무엇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어 당기고 있는 것일까?

<레 미제라블>은 '비참한 사람들'이란 말이다. 영화<레 미제라블>에서 젊은이를 중심으로 한 1830년대 프랑스의 민중 봉기는 다른 시민들의 외면으로 처참히 실패한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은 결국에는 이루어진다. 영화 속에서 흩뿌려진 젊은이의 피를 먹은 혁명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종국에는 민중이 왕정을 꺾고 공화국 수립으로 나아간다.

민중 봉기가 결국 승리했음을 알리는 찬가는 마지막 합창 장면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장면은 '멘붕'에 빠진 대한민국의 48%에게 위안을 주기에 충분한 의미심장한 장면이다. 정치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관객에게 영화는 '우리도 종국에는 승리할 수 있다'는 힐링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그대여, 사람들의 노래소리가 들리는가? 그대여, 우리의 혁명에 함께 하겠는가? 바리게이트 넘어 그곳에 당신이 소망하던 세상이 있지 않은가?.. 내일이 오면 새 삶이 시작되리라. 내일은 오리라."

200여 년 전 프랑스 혁명은 인류역사의 위대한 전환점이었다. 인류는 프랑스 혁명을 통해 비로소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음을 공식적으로 세상에 선포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헌법은 프랑스 대혁명과 인권선언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 우리 헌법 역시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고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헌법 10조,34조)

그러나 현실은 가야할 길이 멀다. 자살률 세계 최고와 출산률 세계 최저는 우리가 오늘 인간적으로 행복하지 않으며 내일 또한 불안하다는 명백한 증거다.

모든 국민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비정규직 문제와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있다.

한국은 방방곡곡이 비정규직 천지다. 1,700만 임금노동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860만 명이 계약직 파견직 하도급직 일용직 임시직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이다. 대선이 끝나고 절망한 사람들 가운데 5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두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 시간에도 울산 평택 아산 동두천 등지에서 노동자들이 혹한 겨울에 고공 철탑에 올라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항거하고 있다. 무역고 1조 달러 세계 8위, GDP 1조2천억 달러 세계 14위 등 지표와 동떨어져 있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이다. 같은 일을 하고도 비정규직은 정규직임금의 1/3 또는 많아야 절반 밖에는 받지 못한다.

대기업에서의 비정규직 남용은 심각하다. 예컨대 배를 만드는 조선소에서 우현 만드는 노동자는 정규직이고 좌현 만드는 노동자는 하도급 회사 비정규직이다. 현대조선소의 2만5,000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노동조합원은 100명 밖에 안된다. 노조 들어가면 잘리거나 엄청난 핍박을 받기 때문이다. 현대조선소 비정규직 노조 간부가 대선후 목숨을 던진 배경이다. 노조를 조직할 권리등 헌법에 규정된 노동3권의 현실적 보장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은 국민이 사회임금을 가장 낮게 받는 나라다. 개인이 시장에서 일해서 벌어들이는 소득을 시장임금이라고 하고 노후연금, 실업보험금, 건강보험 보장금, 주택수당, 아동수당 등을 사회임금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사회임금은 가계소득중 8%에 불과하다. 국민에 대한 국가의 보호가 미미하다는 말과 같다. OECD 국가 평균 사회임금은 32%이니 1/4에 불과하다. 일본은 30%, 스웨덴 같은 나라는 50%에 달한다.

반값등록금과,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노령연금 20만원 지급 등 보편복지의 확대는 국가가 국민의 인간적 삶을 보호하는 장치인 셈이다. 사회임금 확대는 가구당 소득이 늘어나고 구매력이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기초 노령연금을 현재의 9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릴 경우 추가로 4조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 4조원은 거의 대부분 소비시장으로 흘러나와 내수확대에 기여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그리고 위축된 내수시장을 키워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도 보편적 복지국가로의 전진은 필요하고도 시급한 시대적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