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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민주당, 약자가 쉽게 다가 갈 정당 아냐”

“민주당, 약자가 쉽게 다가 갈 정당 아냐”

경제민주화 토론회, 비판과 자성 목소리… 정동영 “우리 잘못, 먼저 성찰했어야”

2013.05.20  정상근 기자 

지난해 ‘경제민주화’는 야당 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대선이 끝난 이후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에 밀려 국민들 시야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4월 임시국회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논의했으나 성과는 하도급법 일부 개정, 대기업 등재임원 연봉공개, 정년60세 연장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만의 문제일까? 강력하게 경제민주화 주체를 자임했던 민주당도 책임이 있다.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경제민주화 더 잘할 수 없는가’토론회는 이같은 상황에서 나온 민주당에 대한 질책이자 민주당의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참석한 시민사회계 인사들은 민주당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욕도 없고 방법도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특히 지난 5·4전당대회를 거치며 제기된 우클릭에 대한 비판도 줄을 이었다.

발제를 맡은 김병권 새로운사회를 위한 연구원 부원장은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발언이 빠른 속도로 후퇴하고 있는데 민주당도 기업활동을 보장하면서 분배를 고려하겠다는 정도 수준으로 경제민주화를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며 “경제민주화는 아예 게임을 바꾼다는 개념으로 다양한 형태의 개혁이 필요한데 단순히 한두개 법안으로 치환하는 것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여당의 정책이 후퇴하면 야당이 당연히 이를 비판하고 견제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우향우 비판에 직면해 있고 강령개정 가정에서 ‘기업 경영활동 존중’, ‘성장 지향’ 같은 뻔한 개념을 넣었는지 의문”이라며 “어떤 사건이 터지면 경제민주화 한다고 나섰다가 잠잠하면 다시 잠잠해지는 상황들이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이어 “깊은 철학과 비전, 대안 모델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며 “올해 경제가 어려워지니 경제민주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에 민주당이 적절히 대응을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의 정치민주화에 대한 댓가는 국민이 10년 집권기간을 줌으로서 끝났다”며 “이제 경제민주화 세력으로 얼마나 정당하게 활동하고 실적 내는지에 따라 민주당에 정권 줄지 말지 결정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김성진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도 “재벌 대기업은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경제민주화 입법을 무력화 시키겠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재벌대기업의 압도적인 힘과 영향력을 고려하면 경제민주화가 쉽지 않은 일이 되겠지만 국민들과 함께 경제민주화 입법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경제민주화 더 잘할 수 없는가?' 토론회에서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맨 왼쪽)이 '대선 이후 후퇴하고 있는 경제민주화'란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정태인 원장, 장하나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김 부집행위원장은 “어려운 99%를 대변하겠다고 정치 시작한 것 아닌가”라며 “민주당 의원들은 그런 마음을 잊지 말고 경제민주화를 법안으로 실현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 위한 정책정당이 되려 한다면 우선 박 대통령이 약속한 경제민주화 법안을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도록 강제하고 나아가 민주당이 나서서 만든 공약도 입법화 시켜내야 그것이 민주당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철 전국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은 “민주당이 경제민주화 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 추진할 수 있는 세력이 누구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며 “과연 민주당이 주체들을 형성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청년, 여성, 노인, 자영업자들이 핍박을 당하고 있음에도 민주당에는 이들을 위해 정책을 고민하고 세력화하고 조직화하기 위한 당내 기구도 없다”며 “직능위원회 정도 수준에서 사안이 있으면 이슈만 쫒아 다니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우리가 손쉽게 다가갈 정당이 아니”라며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근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본부장도 “민주노동당의 경우 상인들 문제에 천착하면서 2년 간 전국 10만km를 다니며 10만명의 서명을 받았다”며 “국민이 아플 때, 아플 가능성이 있는 곳에 항상 민주당이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숙 노년유니온 부위원장도 “새누리당 뿐 아니라 민주당 조차 경제민주화에서 후퇴한다면 노인복지공약으로 상처받은 노인들이 마지막으로 거는 노년의 노동권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라며 “노인복지공약, 경제민주화를 누가 후퇴시키는지 잘 지켜보고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오명석 전국편의점 가맹점 사업자 단체 협의회 사무처장은 “그동안 정치며 경제며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새누리당은 민생에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이라며 “전국 25,000편의점주들은 가맹사업법 개정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법 개정에 소홀하다면 우리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민주당 인사들의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장하나 의원은 “경제민주화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기 때문에 당력을 집중해도 이를 끌어내기 힘들다”며 “민주당이 경제민주화에 대해 국민들게 여러번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경제민주화 프레임을 짜도 재벌을 바꾸기가 어려운데 여의도라는 공간은 파탄 난 사회를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박 대통령의 통상임금에 대한 인식이 심각하고 경제민주화에 대해 여당의 저항이 심각하니 민주당 내에서는 지레 겁먹고 재벌개혁을 순차적으로 하자, 장기적으로 보자는 내부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로운 슬로건을 강하게 내걸고 여당과의 차별성 보여줘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의원은 “민주당이 ‘경제민주화’를 선점하고도 이를 당에 체화하고 현실정치에서 입법하고 구현하는 실천단계까지 나가지 못했다”며 “총선에서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상징하고 추진할 인물을 전면에 내세웠어야 했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도 그 지자체도 일사분란하게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체감케 하지 못했다”며 “섬세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삶과 죽음 경계선에 서 있는 우리 국민 대다수에게 민주당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며 “문제는 새누리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우리가 집권했던 10년 간 사회 양극화와 비정규직, 불평등에 대한 고백이 먼저 했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빠져 진정성 경쟁에서 새누리당에 밀렸다”며 “국민들께 경제민주화를 누가 잘 하겠냐 물으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에도 밀린 3등”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현장에서 고통 받는 분들에게 민주당이 ‘우리 편’이라고 기대하게 하는 것이 하방”이라며 “365일 234개 시군단위에서, 오늘은 밀양 송전탑 공사장에서,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의 피눈물 속에서 지금 이 시간도 절규와 비명은 난자하지만 여전히 민주당은 30cm쯤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우원식 최고위원, 이석현 의원, 홍의락 의원, 임내현 의원, 정성호 의원 등이 방문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76년 여름, 양남동 판자촌에서 도시빈민 봉사활동을 하면서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며 “군사독재 정권이 정당성 없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재벌과 결탁하고 저임금 구조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 그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군사독재와 싸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우 최고위원은 “그런데 정치민주화 이후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 갖지 않고 뒤로 미루다 보니 지금같은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우리도 삶의 개선에 기여하지 못했다는데 큰 반성을 한다”고 말했다. 우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진정성을 갖고 해결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존립근거가 있겠는가란 생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