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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태극기 들고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겠다"

"태극기 들고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겠다"

 

[5·18 국립묘지 현장] 5월 단체들, 제창 아닌 합창에 반발...17일 참배객들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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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33주기를 맞아 광주 5.18국립묘지엔 전국에서 온 참배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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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운동 33주기를 맞아 광주 5·18국립묘지엔 참배객이 늘어나는 등 추념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가 18일 5·18 33주기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대신 합창으로 대체하자 5·18유공자들은 물론 각계각층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5·18기념재단과 5·18유족회 등 5월 관련 단체와 광주광역시와 의회, 교육청 등 광주지역 310개 기관 및 단체로 구성된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공식기념곡 추진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7일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 공식행사에서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하는 하는 것이 문제라면 주먹 대신 태극기를 들며 부르겠으니 국가보훈처는 이에 협조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1997년부터 시작된 정부 공식행사에서 2002년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으며, 보훈처가 주관했던 2003년부터 2008년까지도 공식식순에 넣어 떳떳하게 제창했다"고 지적하고 "보훈처는 옹색한 합창 대신 참석자 모두가 함께 일어나 힘차게 부를 수 있는 제창으로 바꾸라"고 재차 요구했다.

또한 대책위는 "박근혜 대통령이 5·18기념식에 참석하실 것을 믿으며 환영한다"고 밝히면서도 "보훈처장이 국론분열을 획책하고 5월 역사를 폄하하고 있다"며 보훈처장의 즉각 사퇴와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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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 대학생들로 구성된 '미래 경남' 회원 30명이 17일 오후 5.18묘지를 참배,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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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한 관계자는 "일개 부처의 수장이 감히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기념식에서 이제껏 불러왔던 노래 한 곡을 문제 삼아 온 나라를 분열시킬 수는 없는 일"이라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제외 과정에서 드러난 보훈처의 불통 고집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냐고 반문하고 싶을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 대신 합창하겠다고 하자 5·18행사위원회 등은 5·18기념식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광주광역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이 나닌 합창으로 할 경우 시립합창단을 불참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책위와 일부 5·18관련 단체가 5·18 기념식 참석은 자율적 판단으로 맡기자는 입장이어서 일부 오월 관련 인사들은 "주먹 대신 태극기를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편 연휴인 17일 5·18국립묘지엔 전국에서 온 참배객들이 제창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끊임없이 울려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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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지지자들이 광주 5.18국립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성명을 낭독한 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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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50여 명은 5·18국립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들은 "탈북자의 밑도 끝도 없는 도발로 시작된, 북한과 5·18광주를 억지로 연결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은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고 광주정신을 부정하려는 보수세력의 부끄러운 '역사전쟁'"이라며 "대통령 후보 시절 '5·18은 민주화운동'이라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 더러운 역사전쟁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최경환 김대중센터 공보실장은 "보훈처의 말도 안 되는 국론분열 행태에 청와대가 묵묵부답하고 있는 것은 최고지도부로서 할 일이 아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하면 호남과 영원히 화해하지 못할 것이지만 대통령께서 이번 기념식에 참석해서 함께 손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국민통합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진주의료원 노동자 30여명도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지역본부 조합원들과 함께 5·18묘지를 참배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박현성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지역본부 조직부장은 "5.18묘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것은 처음"이라며 "80년 5월 당시 폭도로 몰렸던 광주시민들과 강성노조·귀족노조로 몰리는 진주의료원 노동자들의 사정과 상황이 닮은 것 같아 5·18정신으로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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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노동자들이 17일 오후 5.18묘지를 찾아 헌화, 분향한 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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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에서온 5.18순례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뒤 5.18국립묘지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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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에서도 20여명으로 꾸린 '5·18민중항쟁 사천 순례단'이 왔다. 사천 지역 민주노총과 사천여성회 회원과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가족들로 구성된 사천 순례단 역시 5·18묘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사천 순례단 이상헌씨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민주역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남지역 대학생 30명으로 꾸려진 '미래 경남'도 5·18묘지를 참배했다. 미래경남은 대학생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경남대학생희망센터가 5·18기행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힌 대학생들을 모아 만들었다.

김선정 사무국장은 "요즘 학생들이 관심은 많은데 학교에서 근현대사 교육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며 "5·18의 의의와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