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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박 대통령이 통일을 대박으로 만들겠다면 공안통치부터 중단해야”

 

 

“박 대통령이 통일을 대박으로 만들겠다면 공안통치부터 중단해야”

[신년인터뷰]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2014.01.09.  민중의소리  박상희 기자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륙으로 가는 길'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부터 유행어를 하나 만들어냈다. 바로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이다. 새누리당 인사들은 이 말을 두고 건배사까지 나눴다. 민주정부 10년사에서도 이렇게 '노골적인' 대통령의 통일 언급은 없었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박 대통령의 '대박' 발언에 대해 '통일=경제적 부담'이라는 고정관념 인식을 깨는 효과적인 언어 사용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 '전제'가 '급변사태 시나리오에 의한 붕괴', 즉 '흡수통일'이라면 대박이 아니라 '대재앙'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동영 고문은 8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하루빨리 종북몰이 공안통치의 덫에서 이 정권이 풀려나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복(福)"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산가족상봉을 제안한 것에 대해선 '설날 이벤트'가 되서는 안되며,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는 남북정상회담 타진설에 대해서도 종북몰이와 공안통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진하는 건 모순이라고 잘라말했다. 통일부장관 출신으로 누구보다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애정과 해법을 갖고 있는 정 고문의 박 대통령을 향한 한 진지한 충고였다.

정 고문은 2013년 연말 정국을 뜨겁게 달군 철도노조파업 사태로 빚어진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은 박 대통령 철학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철도 민영화 논란이 불식되기도 전에 의료 민영화 카드를 만지고 있는 박근혜 정권에 대해 "세계가 (민영화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 6년차'로 불리는 박근혜 정부가 공안정국을 틈타 공공부분의 사유화를 관철하려고 하고 있다"며 "우리가 유신으로 갈 수 없듯이 경제 민주화로 가지 않고 민영화로 가는 건 역사의 흐름에 방향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파업에 참여했던 철도 노조원들을 '법과 원칙'이라며 징계 또는 법적 처리를 주장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철학과 비전의 문제다. 주식회사 철도가 되면 근로조건이 바뀌니 노동자가 항의하는 게 당연한데 왜 그것을 불법으로 단죄하는 것이냐"면서 "철도공사 사장 차원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노동 배제, 억압 정책의 연장에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회자되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행보에 대해선 "안 의원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안 의원 측이 기존의 정당들을 '1세대', '2세대' 정치라 분류하며 비판하는 것을 두고, 그러한 분류법이 아니라 승자독식 체제인 정치 시스템을 바꿀 더 큰 그림과 상상력을 발휘해달라고 조언했다. 정 고문은 "새정치라면 (1세대, 2세대라며 분류해 비판할 게 아니라) 이런 시스템의 구조를 바꿔내는데 목표를 둬야 한다"며 "이해관계가 다르고 7분8열 된 사회를 묶어야 하는 게 새정치"라고 잘라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안철수 현상이 지속되면서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안철수 신당' 보다 적게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선 "정권을 교체하지 못한 민주당에 책임을 묻는 것이며, 공식적인 민주당의 반성문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도 당 지지율이 신당에 밀리는 형국은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이고 호남인이 든 애정의 회초리인 것이며, 역주행 하고 있는 정권에 맞서는 강력한 야당의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정 고문 역시 "호남 주민들의 상실감이 크다. 정동영의 몫이 큰데 그것을 채워드리지 못한 원죄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동영 상임고문과의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Q. 취임 후 361일 만에 한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어떻게 봤나?


A. 2013년에 기자회견이 없다가 2014년 새해 벽두에 기자회견을 했다는 그 자체는 (높이) 평가를 해 줘야겠다. 하지만 기자회견은 기자가 묻는 게 아니라 국민이 묻는 것 아닌가. 국민이 묻는 질문에 청와대가 질문지를 사전에 만들어 답변까지 써준 것은 문제다. 박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자유롭게 질문하게 하고 또 답변하는 식이었다고 해도 아마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설사 답변이 서툴고 막혔다고 해도 국민들은 그것이 흠이라고 생각 안한다. 오히려 국민들이 대통령을 따뜻이 감쌀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참모들이 잘못 보좌한 것 같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륙으로 가는 길'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Q. 박근혜 대통령이 첫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2015년 통일 위해 다 같이 죽자’라는 발언이 나온 이후, 정권의 통일론에 대한 원칙이 무엇인지 의심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은 통일을 단순히 경제적 차원에서 보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A. 논란이 있지만 대통령의 (해당 발언의) 내용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본다. 이유는 현재 '통일은 곧 비용'이라는 인식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학생들한테 물어보면 '통일은 세금을 더 걷는 것 아니냐'라며 경제적 부담, 곧 비용으로 보는데 그것이 더 점점 굳어져가고 있다. 박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다' 발언은 그러한 고정관념화 된 인식에 균열을 낼 수 있는 효과적인 언어 사용이었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면 파괴력이 없지만 현직 대통령의 입으로 '대박'이라고 한 만큼, '통일이 왜 대박이냐'는 물음을 불러일으켰다고 본다.

그런데 중요한건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전에 남재준 원장이 '2015년을 통일된 상태에서 맞이할 것이다. 목숨을 던지자' 고 한 부분이다. 충격적인 발언이다. 국정원장은 대통령의 '직속 부하' 개념 아닌가. '2015년에 통일을 맞이하자'는 말은 다른 말로 하면 (북한) 붕괴론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이다.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북한을 흔들던지 아니면 자동 붕괴하던지, 2015년에 흡수 통일하겠다는 위험천만한 인식이다. 이것이 (박 대통령의 발언과) 어떻게 구분되느냐의 문제다. 박근혜 정부도 1988년부터 20여 년째 이어져온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 이 3단계를 거치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계승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핵심은 평화적 통일이다. 단계적 통일이어야 하고 점진적인 통일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과 남재준 원장의 발언은 정면 배치된다.

그러면 박 대통령이 말한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은 평화적, 단계적, 점진적 통일 측면에서는 맞는 말인데, 이것이 급변사태 시나리오에 의한 붕괴, 흡수통일이 된다면 그것은 대박이 아니라 대재앙이 될 것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최근에 인용했던데 함석헌 선생의 말처럼 해방은 도둑처럼 왔으되, 통일은 도둑처럼 오면 안 된다. 통일이 대박이라는 대통령의 화법으로 촉발된 통일에 대한 관심이 남북관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10년 후에는 사실상 통일 상태를 만드는 것이고, 그야말로 대박인 것이다. 중국본토와 대만과의 관계처럼 영주권을 주고 왕래에 제한이 없는 남북관계가 된다면 사실상의 통일 상태이며 대박 아니겠나. 한민족이 70년째 분단되어 있으면서 적대적인 공생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Q.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A. 대통령 임기 5년 중 첫 해는 질풍노도의 시기이고, 집권 2년 차는 남북 문제가 눈에 들어오는 시기다. 물론 현재 개혁이 아닌 과거를 향한 질주의 질풍노도가 되서 유감스럽지만. 전 세계 지도자 중에 한국 지도자는 다른 나라 지도자들에게 없는 덕목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분단에 대한 고통의 감수성이다. 일반 시민들은 분단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지만 지도자는 고민을 해야 한다. 고민을 하고 행동으로 실천한 지도자가 김대중 대통령 아니었나. 분단 70년사는 김대중 정부 전후로 나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산가족 상봉을 제기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실현되려면 현실적으로 남북관계 정상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남북관계 정상화의 시금석이자, 첫 관문은 금강산 관광 재개다. 금강산 관광 중단을 풀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이산가족 상봉은 금방 실현된다.

그러나 이것만 '설날 이벤트'로 하겠다고 하면 잘 안 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타진설이 나오고 있는데,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회담을 위한 회담은 의미 없다'고 했다. 그 말은 틀린 말이다. 남북관계라는 특수성에 비춰보면 정상회담은 그 자체로 대박이다. 전환점은 2000년 6월 15일, 정상들이 만난 것이 역사의 전환점이었다. 박 대통령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만나는 것 자체가 이명박 정부 이래 적대관계를 풀 수 있는 전환점이다. 내용이나 합의보다 중요한 것이 만남 그 자체라는 말이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려면 일단 종북몰이와 공안통치를 중단해야 한다. 종북몰이와 공안통치를 하면서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건 상호 모순이다. 야당의 입장에서도 종북몰이, 공안통치가 갖는 폐해와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국민적 에너지 손실이다. 하루빨리 종북몰이 공안통치의 덫에서 이 정권이 풀려나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복이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륙으로 가는 길'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Q. 박 대통령 기자회견의 또 다른 핵심 내용은 통일 말고도 민영화라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보건의료와 교육을 포함한 5대 서비스산업에 대해 모든 규제를 풀겠다’며 사실상 '민영화' 방침을 밝히면서 반발이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A. 박 대통령의 철학을 점검해야 한다. 세계가 (민영화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만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보니, 이렇게 가다가 남는 것은 자본주의 위기이고, 극심한 불평등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게 양식 있는 학자들의 성찰 아닌가. 시장 만능주의로부터 벗어나 복지 자본주의로 서민들의 삶을 국가가 보살피는 방향으로 세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 중인데, 느닷없이 박근혜 대통령은 철지난 민영화 지상주의자가 되어버렸다.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가 꺼내놓은 주제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촛불에도 민영화 의지가 강하지 않았나. 공공부분 민영화로 가려다 촛불집회에 데어서 추진을 못했던 것이었는데, '이명박 정부 6년차'로 불리는 박근혜 정부가 공안정국을 틈타 공공부분의 사유화를 관철하려고 하고 있다.

잃어버린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을 찾고 싶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시절에 '규율된 시장경제'를 강조했다. 헌법 119조 2항인 경제민주화도 잘 할 수 있다며 김종인 박사도 영입했었고, '복지국가는 아버지의 꿈'이라며 맞춤형 생애주기별 복지국가를 말하지 않았나. 하지만 지금 상황하고 전혀 맞지 않다. 박 대통령도 꼭 후보가 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고 나서 만들고 싶은 상(像)이 있었을 텐데, 대체 어디 갔나. 그것을 다시 살려내야 박 대통령이 성공하는 길이고 국민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길이다. 지난 1년 동안 그들만의 잔치였는지 모르지만 절대다수의 국민들은 울화병에 걸릴 지경 아닌가.


Q. 2013년 마지막은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박근혜 정권이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 한 해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철도노조 사태에 대해 적극 관여하고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국회의 중재로 일단락 됐지만 노조원 징계 문제 등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풀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A. 이것이야말로 소통하면 풀릴 일이다. 정치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 갈등을 수렴해 제도로 푸는 게 국회 고유의 임무 아닌가. 그런데 그것이 작동 안 되니 정치 불신이라는 게 생기는 것이다. 큰 틀에서 경제 민주화를 포기하고 민영화로 가는 건 역방향이다. 우리가 유신으로 갈 수 없듯이 경제 민주화로 가지 않고 민영화로 가는 건 역사의 흐름에 방향에 맞지 않다. 이미 실패했다. 영국, 아르헨티나, 일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철도정책이 실패했는데 왜 실패의 길을 따라가나. 더군다나 한국은 영국처럼 재국유화 할 수도 없다. 민영화를 하면 한미FTA 역진방지조항과 상충하면서 회수를 못 한다. 그래서 한미FTA를 반대한 것 아닌가. FTA를 밀어붙인 사람들이 이제 와서 철도를 사유화 하면 후손 대대로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박 대통령이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철도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지 않겠나. 연봉 6천 3백만 원을 받으면 중산층인데 민영화해서 그런 일자리를 왜 팔아버리나. (민영화로)구조조정하면 일자리가 줄게 되고, 국민에겐 또 부담이 전가되면서 철도요금은 비싸지는데 왜 그러한 길을 선택하나. 이는 철학과 비전의 문제다. 주식회사 철도가 되면 근로조건이 바뀌니 노동자가 항의하는 게 당연한데 왜 그것을 불법으로 단죄하는 것인가. 철도공사사장 차원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노동 배제, 억압 정책의 연장에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강하게 맞서줘야 하는 게 민주당이다.


Q. 국정원 개혁 문제 역시 2013년에 끝맺지 못하고 올해까지 이어졌다. 야권이 요구한 특검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재차 거부 입장을 나타내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A. '재판중인 사안'이라며 박 대통령이 법률가적인 시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정치 지도자다. 변호사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할 때, 손을 얹고 '헌법수호자가 되겠다'고 선서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국가기관이 대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범죄행위를 재판이 안 끝났으니까 처벌할 수 없다는 건 헌법 선서한 입장에서 어긋난다. 2012년까지의 박근혜 대선 후보와 지금 대통령은 과연 같은 사람인가.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륙으로 가는 길'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1세대, 2세대라는 安 측의 분류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Q. 올해 큰 정치 이슈는 아무래도 6.4 지방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신당’은 야권 분열의 단초라는 비판도 받지만 민주당의 한계로 빚어진 산물이라고도 평가받는다. 어떻게 평가하나


A.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안철수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건, 2012년에 10명 중 6명이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했던 아쉬움의 반영이다. 민주당의 잘못이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지난 5년의 이명박 정권을 보니 못 살겠어서 바꾸라고 했는데 결과는 도로 정권을 헌납한 것 아니겠나. 책임을 민주당에 묻는 것이고, 그로 인해 안철수 현상이 지속되는 배경이다. 민주당은 먼저 공식적인 반성문을 써야 했다. 하지만 반성문이 없다. 또 민주당이 '대안 정부'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그 틀에서 안철수 현상과 세력의 문제를 봐야 한다. 서로 비난하면 안 된다.

2012년 대선의 교훈은 마음을 다 한 후보 단일화였다면 이겼다는 것 아닌가. 민주당, 안철수 신당 양측 다 어른스러워져야 한다. 지금까지 죽은 국민이 몇 명인가. 그들이 왜 죽었어야 했는가. 내가 반성문을 쓴 이유는 용산참사 현장에 갔을 때, 문규현 신부가 '당신이 (의원으로서) 잘 했으면 이 사람들 안 돌아가셨다'는 말씀 때문이었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내 책임이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에서 (대선 패배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 철도노조에선 (민주당이) 얼마나 원망스럽겠나. 그걸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을 가진 민주당이 필요하다. 진정한 반성이 필요하고, 대안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Q. 안철수 신당이 호남에서 지지율이 높은 것은 민주당이 호남에선 기득권 집단의 성향을 보이는 점도 영향도 있어 보인다. 그러면 그 문제에는 호남이 지역구인 정동영 고문도 일정 정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A. 호남에서 민주당에 대한 사랑이 뜨겁기 때문이다. 사랑이 깊으면 미움도 깊다고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뜨거우니 서운한 것도 깊은 것이다. 민주당 하기 나름이다.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이고 호남인이 든 애정의 회초리인 것이다. 민주당의 불모지대에서 외면받는 것과 다르다. 호남에선 '내 자식'으로 민주당을 보는 것이다. 애정의 회초리를 들었을 땐 잘해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역주행 하고 있는 정권에 맞서는 강력한 야당의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다. 지방자치에서도 그것을 보여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도 전라도 정치인인데... 호남 주민들의 상실감이 크다. 정동영의 몫이 큰데 그것을 채워드리지 못한 원죄가 있다.


Q. 그런 차원에서 전북지사 차출설이 계속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A. 곤혹스럽다.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은 없다


Q. 당 내외에서 기계적이고 정치공학적인 야권 연대, 후보 단일화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많은 것 같다. 안철수 신당이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내면 3파전, 4파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A. 앞이 짧은 소리이자, 쓸데없는 소리다. 앞세울 필요 없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데 왜 그렇게 무 자르듯이 '연대는 없다', '단일화는 없다'는 말을 할 필요가 있나. 무슨 지혜를 가지고 이야기 하는지 모르겠다. 지방선거도 정권 심판인데 1년 6개월의 박근혜 정권을 평가해야지, (이쪽끼리만 싸우다가) 저쪽이 만세 부르게 하면 되나. 그러면 민주당, 안철수 의원 측 두 쪽 다 책임이다. 지도자라면 그런 걸 고민해야 한다. 정치꾼은 선거에서 이길 궁리만 하지만, 정치가는 선거 이후를 생각한다는 말도 있지 않나. 선거 이후의 삶을 생각해야한다. 선거 이후에 희망이 생기려면 견제하고 심판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 사람은 더 생긴다.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 지도부는 답답하고 안타깝게 생각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서로 비난하면 안 된다.


Q. 안철수 의원 측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최근 민주당을 지칭해 '2세대 정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중주의적 요소가 혼재한 2세대 정치'라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은 민주당 내 ‘486세대’를 주로 지칭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거리의 대통령’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정동영 고문도 해당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A. 그런 분류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은 2017년, 2020년 체제를 생각해야 한다. 2020년 총선 시기가 됐을 땐 승자독식 체제가 되는 현 정치 시스템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이 '100% 대한민국'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제 자신은 51%의 권력을 위임받은 것 아닌가. 역사상 보면 우리나라의 지도자가 수백 명 있지만 기억나는 지도자는 몇 없다. 기억나는 지도자는 '반대편'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이다. 이는 박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라 승자 독식 체제의 정치라는 시스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국회 역시 당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고 노력한 만큼 기회가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치 시스템 자체가 정의롭지 못하지 않은가. 이런 고민을 담아서 권력구조의 문제, 민주주의 원리 작동 문제 등을 담아내 2017년에 철학을 가진 정부를 출범시켜 2020년 총선을 기점으로 정치 시스템을 일신하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지 않겠나. (안철수 측이 말하는) 새정치라면 이런 시스템의 구조를 바꿔내는데 목표를 둬야 한다. 정치의 본능은 통합이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7분8열 된 사회를 묶어야 하는 게 새정치다. 그래야 평화체제로 갈 수 있다.


Q. 야당이 각자 후보를 낼 경우 야권 모두가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박근혜 정권은 지금의 민심이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더욱 심한 공안통치나 불통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야권은 각자 당의 이해관계를 떠나 보다 큰 책임의식을 가지고 나서야 되는 것 아닌가.


A. 야당 의원들이 공부를 해야 한다. 세계가 변화하고 있고 한국사회도 변하고 있다. 적어도 여당보단 더 공부해야 한다. 책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공부다. 그리고 작더라도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온다. 철도파업 문제만 해도 왜 민주당 의제로 못 갖고 오나. 철도, 의료민영화 등 의제는 앞으로도 계속 올 것이다. 정부여당으로 대표되는 목소리는 충분히 대변되고 있으니 대변되지 못하고 있는 힘없는 목소리를 야당이 담아내줘야 한다. 민주당이 대중정당이긴 하지만 현실은 양극화된 사회 아닌가. 양극화되어 있고 자신이 하층민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47%인데, 이 사람들은 민주당을 자신의 당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민주당은 하층민이라고 대답한 47% 사람들의 서러움을 마음으로 헤아려줘야 한다. 민주당이 큰 형이니 바로 서야 다른 야당도 끌고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해방 이후 100석 넘은 야당이 있었나. 민주당의 길은 대안 정부·대안 세력이 되라는 것, 답은 이미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