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청와대 나선 고위급회담, 통일부의 수치"

 

 

정동영

"청와대 나선 고위급회담, 통일부는 수치스러운 날"

"전북지사? 나의 길이 아니다.”

 

- 고위급회담 결렬, 남북 사전조율 더 필요했다

- 현재 남북은 문 밖에 서 있는 두 사람,

   입구로 들어서야 만난다

-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돼야 남북 진전 있어

- 이번 선거 핵심은 경부선

- 서울-부산 선거에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올인해야

- 야권이 분열해서 이긴 사례 없다

 

* 방송 : 한수진의 SBS 전망대 (FM 103.5 MHz 6:00-8:00)

* 진행 : SBS 한수진 기자

* 방송일시 : 2014년 2월 13일 목요일

* 대담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 한수진/사회자:
박근혜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어제 열렸습니다. 자정까지 회담이 이어졌지만 대표단은 서로 작별인사도 없이 헤어졌다고 하는데요,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 어떻게 봐야 할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연결해서 말씀 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관님, 안녕하세요.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남북 고위급이 만났는데 별 다른 진전 없이 서로 원하는 게 뭔지 탐색만 하다가 끝났다는 그런 얘기인 거 같습니다. 7년 만에 만났다는 거 감안하면 이정도면 잘됐다고 봐야 되나요?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안타깝죠. 특히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죠. 근데 이제 문제는 꼭 6년 만의 접촉인데요. 그러면 오랜 교착 상태 속에서 만났기 때문에 사실은 조율, 사전에 좀 얘기를 나눠보는 그런 조율이 필요했었다는 생각도 좀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사전 의제도 조율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의제를 뭐 논의할 시간이 없었던 건가요, 미리 의제를 정할 마음이 없었던 걸까요?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근데 사실 조율 하는 것은 이제 남북 간의 관계가 정상적일 때는 별 문제가 없죠. 하지만 이렇게 단절이 길어지는 상태 속에서는 비공개 접촉도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만 그러나 비공개, 접촉 생략 없이 바로 이렇게 공개 회담으로 들어가서 뭔가 성과를 만들어 내기는 사실 어려웠죠. 그러나 지금 끝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좀 더 해봐야 할 여지가 있고 그 이유는 북에 분명한 의도를 두 가지 확인할 수 있어요. 하나는 그 인도주의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을 자신들의 입장을 전개하기 위한 또 관철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지금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남북관계를 어떻게든 풀어보겠다는 의지, 이것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은 뭐 마지막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서로 좀 노력을 해야 되겠죠.

▷ 한수진/사회자:
네, 그러면 앞으로도 한 번 더 만날 수 있을까요?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어제 결과를 놓고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이제 평가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우리 입장에서는 2월 25일이 대통령 취임 1주년인데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1주년을 넘기면서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인도주의 의제 하나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부담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 문제를 다시 평가를 하게 될 것이고, 북은 북대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또 거듭 천명해 온 연초부터 해온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뭐 풀겠다 하는 그런 입장, 그러니까 지금 남북관계를 복원하지 않으면 사실 북-중 관계, 북-미 관계를 풀어나가기 어렵게 돼 있거든요, 북한 입장에서. 그래서 이 문제를 다시 또 평가해서 최종적인 또 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죠.

▷ 한수진/사회자:
네, 근데요. 이번 회담이 전격적으로 제의가 된데다가 지난 2007년에도 남북정상회담 앞두고 의제 없이 남북이 만난 적이 있다면서요. 그래서 이번에도 어떤 더 큰 그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접촉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었는데요?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2007년 상황은 민주 정부 10년 동안 쭉 수백, 수천 차례 남북 간의 접촉과 대화 회담이 있었던 연장이었기 때문에요. 남북 간의 또 기본적인 신뢰가 쌓여있는 구체적인 사업들을 통해서 그런 바탕에 있었던 상황과 지난 만 6년 동안 완전한 단절과 함께 그냥 단절이 아니라 적대적인 관계를 이어오던 남북관계 상황은 질적으로 다르죠. 그래서 사실 남북관계를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느냐, 아니냐로 좁게 하면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이거보다는 이것과 병행해서 크게 남북관계 틀을 대결 국면을 청산하고 대화 국면으로 일대 전환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그런 큰 전제,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은 연초에 이른바 중대제안 이란 걸 하지 않았습니까. 남북 간의 비방을 중단하자, 또 군사적인 적대행위 서해에서 긴장 완화 같은 것을 하자, 또 남북 대화를 하자, 이런 자신들이 이름 붙인 중대 제안, 그 연장선상에서 이제 이산상봉을 하겠다고 나온 거거든요. 그래서 이산가족 상봉의 회담 무대를 자신들의 입장을 펼치기 위한 그런 무대로 이제 활용하는 것이죠. 그래서 북쪽은 그 논리가 이산가족상봉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 달라,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면 이걸 가지고 남북관계를 이제 풀어가자, 이산상봉도 정례화, 제도화 하고 이런 전략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예, 근데 장관님. 어제 보니까 이산가족 상봉 이후로 한미훈련, 키리졸브 훈련을 미뤄라, 연기해라, 뭐 이런 주장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혹시나 이 상봉여부도 불투명 해지는 게 아닌가 뭐 이런 걱정도 나오고 있는데요?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그러니까 처음부터 북쪽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이산가족 상봉 자체를 북한의 입장을 선전하기 위한, 펼치기 위한 카드로 삼았다는 점이죠. 그 점에서는 인도주의 문제를 협상 카드로 삼은 것에 대해서는 비판을 할 수가 있는 거죠. 그러나 북쪽 입장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이후가 이제 또 불투명 한 거죠. 남쪽이 바라는 이산가족 상봉만 결실을 챙기고 그 이후에는 계속해서 남북관계가 대결적인 상태로 지속되는 것, 특히 이제 본인들이, 북이 제일 못 견뎌 하는 것은 한미합동훈련이거든요. 이 문제에 대해서 뭔가 남쪽의 양보를 얻기 위해서 밀어붙이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북도 군사훈련 자체를 중단시키는 것을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남쪽의 유연성 발휘를 요구하는 것이죠. 그래서 무슨 시기를 연기하라, 말했지만 사실 시기라든지 내용에 대해서는 남쪽의 재량에 달린 거거든요. 시기와 재량이 뭐 그러니까 절대 움직일 수 없다, 이런 남쪽의 입장이라면 사실 이산 상봉은 불발될 수도 있죠.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장관님, 또 하나 눈 여겨 볼 대목이 북한이 이번 회담을 밀봉회담이라고 말이 나올 정도로 비공개로 해 달라, 이렇게 제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거든요. 이 부분도 속뜻이 있지 않을까요?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그러니까 지금까지 이제 통일부를 상대로 한 이러저러한 그 대남제안들이 다 실효성이 없었다 하는 점에서 뒷거래를 하고 싶다는 얘기였겠죠. 그리고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얘기 하고 싶다, 이래서 청와대를 지목한 것이고 이 점에 대해서는 사실 좀 많이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건 사실이에요. 왜냐하면 청와대가 직접, 청와대 비서가 직접 공식 회담에 대표로 나선 것은 남북회담 상황에서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군요.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사실상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통일부로서는 굉장히 어제가 참 수치스러운 날이라고 할까요. 45년 전에 통일원이 만들어 졌을 때 통일 역량과 인재 육성을 위해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진 것인데, 이렇게 되면 사실 통일부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죠. 거기다 더해서 어제 공교롭게도 청와대 가서 근무하고 있던 NSC의 안보전략비서관, 천해성 비서관, 통일부 출신인데요. 경질했단 말이죠. 그런 점에서 굉장히 사실 이건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통일부에서 와서 일하고 있는 핵심 비서관을 경질한 사건 이것이 시사 하는 바가 굉장히 심중하다, 크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점점 통일부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게 아닌가, 뭐 이런 관측이 많죠?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통일부의 존재 이유는 남북대화를 위해서 존재합니다. 근데 너무 그동안 휘둘린 측면도 있고 또 통일부가 힘을 가지려면 대통령이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그런데 통일부가 사실 서기가 참 어렵게 됐어요.

▷ 한수진/사회자:
예, 그리고 그 밀봉회담과 관련해서 말이죠. 뭔가 좀 속 뜻 중의 하나는 아까도 질문을 드렸는데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뭐 나중에 밝혀진 얘기긴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랑 또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이 물밑접촉이 다 집권 2년차에 이뤄졌다면서요.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근데요, 남북 정상 회담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에 서있습니다만 그러나 정상 회담을 위한 얘기가 나오려면 일단 문 안으로 들어와야 되거든요. 문 입구에 들어서야 되는데 현재 남북은 문 밖에 서있는 두 사람 같아요, 모양이. 그렇기 때문에 문 안으로, 문 입구에 들어서야 하는데 문 입구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바로 금강산 관광 재개, 5.24 조치 해제 이런 것들이 1단계입니다.
근데 이 1단계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 그러니까 이산가족 상봉이 성공하고 또 이게 정례화 되고 하면 이것이 이제 입구에 들어선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1단계를 거쳐서 2단계가 지금 이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하고 있는 비무장 지대 평화 공원 구성이라든지 유라시아 철도 구상, 이런 얘기들이 이제 궤도에 대화 내용 중에 이제 들어가게 되면 그럴 때는 비밀접촉 같은 걸 밀봉회담이든 무슨 접촉이든 통해서 정상 회담 얘기가 가능한 상황이 되겠는데 현재는 문 안에도 들어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볼 수 있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정치 관련 질문 하나 드릴께요, 장관님께서 여전히 민주당의 전북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계시는데 혹시 전북지사 출마에 대해서 생각의 변화가 있으신가요.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제 의사와는 생각이 없고요.

▷ 한수진/사회자:
전혀 생각이 없으시고요?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저는 저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은 저는 경부선에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경부선에 있다?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서울시장 선거, 부산시장 선거에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신당이 거기에 올인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호남이 아니라 부산이다, 계속 이렇게 강조를 하셨는데 근데 지금 보면 문재인 의원도 그렇고요. 민주당이 계속 지금 안철수 신당과 각을 세우는 그런 분위기네요. 함께 손잡고 부산으로 갈 수 있을까요?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글쎄요, 새정치에 대한 비판보다는 내용 채우기 경쟁이 더 바람직하죠. 그리고 크게 봐서 어쨌든 여권은 하나고 야권은 여럿이면 분열해서 선거에 이긴 사례는 동서양에 없습니다. 따라서 야권이 여럿이 된 상황은 여권으로선 참 좋은 상황이죠. 그런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되죠. 대의를 위해서 바로 이런 게 큰 정치죠. 크게 보고 안철수 의원도 또 민주당도 큰 정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네,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까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