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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제주에 빚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제주에 빚지고 있습니다.]

영국 시인 T.S 엘리오트의 시 <황무지> 싯귀를 빌리면 제주의 4월은 '잔인한 달'입니다.

"제주의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한라산 붉은 철쭉을 피워올리고

4.3 아픈 기억과 민주주의의 열망을 뒤섞으며

봄비와 함께 잠자는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4월은 잔인한 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제주에 빚지고 있습니다. 참혹한 죽음의 땅에서 끝없이 몸부림치고 저항해온 제주의 역사가 마침내 이땅의 민주의 문을 열어 젖혔습니다.

제주도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강요된 침묵과 연좌제의 고통의 사슬을 끊고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정부 10년의 역사를 만들고 4.3 특별법 시대와 특별자치도 시대를 열었습니다.

제주도는 민주개혁세력의 어머니입니다. 제주도민들께서는 역사상 최초의 정권교체와 함께 지난 세 번의 총선에서 민주개혁세력의 손을 들어 주셨습니다. 제주도민의 대표로 강창일 의원, 김우남 의원, 김재윤 의원을 연거퍼 선택해 주신 것은 4.3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새로운 미래를 제주의 양심세력과 함께 열어 달라는 주문이었다고 해석합니다.

제주에서 6.4 지방선거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4.3 특별법을 지키는 선거입니다.

4.3 특별법을 폐지하자고 나섰던 세력의 제주도 재집권 기도를 막고 완전한 제주의 해원을 향해 진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를 제주의 아들이라고 칭한 여당 후보는 먼저 어머니의 가슴에 못을 박은 행위에 대해 사죄해야 합니다.

국가 기념일 4.3 추념식에 국가 지도자의 참석을 기대했던 제주도민의 소망을 저버린 박근혜 대통령 역시 4.3 특별법 폐지 법안을 함께 제안한데 대해 명백한 입장 표명을 요구합니다.

민주주의는 민생입니다. 지금 국민은 먹고 살기 어렵고, 장사는 안되고 아들 딸 취직은 안되는 극심한 고통 속에 고달픈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치는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어야 합니다.

이제 한국 정치는 토건주의와 시장만능주의를 지양하고, 인간이 인간의 존엄을 누리며 살 수 있는 복지국가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것이 민생을 살리는 길이며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의 내용을 채우는 길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이 집권하고자 하는 이유이며, 제주도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승리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새정치연합은 4년 전 무상급식 정책으로 승리했던 역사를 바탕으로 이번 6.4 선거를 복지 대전으로 치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제주도에서 '복지 도지사' 시대를 열고자 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두 가지만 들어 보겠습니다.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이 파기했던 맞춤형 복지를 제주도를 필두로 6.4 선거에서 승리하는 자치단체에서부터 실시해 나갈 것입니다.

먼저 보호자 없는 병원 시스템을 도입할 것입니다. 최근 개원한 서울시 중랑구 서울시립병원은 보호자 없는 병원을 실시해 환자 가족들의 폭넓은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제주에서도 제주의료원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을 확대해 간병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각 가정의 간병비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나갈 것입니다.

최근 새정치연합이 단체장을 맡고 있는 서울 성북구는 구청에 서비스와 물품을 납품하는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생활임금' 조례안을 제출했습니다. 제주도 역시 고희범, 김우남, 신구범 지사 후보가 6.4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즉시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하게 될 것입니다.

6.4 선거를 통해 4.3 특별법을 지키고 '복지 도지사' 시대를 열어 제주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평화롭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평화공동체 복지공동체로 만들어낼 것을 다짐합니다.

2014년 4월 14일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 정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