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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작전지휘권은 왜 되찾아와야 하는가?"

[작전지휘권은 왜 되찾아와야 하는가?]

 

세계에서 군대 지휘권 없는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을까? 없다. 국군의 작전지휘권은 언제 미국에 넘어갔는가? 6.25 발발 20일째인 1950년 7월 14일에 넘어갔다. 누가 누구에게 넘겼는가?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장군에게 편지 한 장을 보내 넘겨 주었다. 편지에서 “본인은 일체의 지휘권을 이양하게 된 것을 기쁘게 여기는 바이다"고 이 대통령은 밝혔다.

 

작전권 환수가 최초로 논의된 것은 언제였는가? 박정희 정권 때였다. 1977년 카터 미 대통령이 미군 7사단을 한국에서 빼내자 박 대통령은 작전권 환수를 공언했다.

 

박 대통령은 1977년 3월 '주한미군 철수 대책' 정부 여당 연석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그들을 붙잡고 '더 있어 달라',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교섭을 벌이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사실 30년 동안 미군이 이 땅에 있었으면 오래 있었다.. 물론 미군이 있으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학생에게 가정교사가 있으면 든든하겠지만 어디 가정교사가 학생 대신 시험을 치러 주겠는가. 이제 우리도 체통을 세울 때가 되었다. 60만 대군을 가진 우리가 4만 명의 미군에게 의존한다면 무엇보다 창피한 일이다. 이제 우리의 자주 국방력도 이만큼 컸고 지금이라도 전쟁을 하면 승산이 있는데 굳이 미군이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금 들어봐도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그때로부터 또 37년 세월이 흘렀다. 미군은 이제 70년 동안 이 땅에 있다. 북한의 군사 동맹국 소련은 해체되었고 또 다른 동맹국 중국은 남한과 손을 잡았다. 북한은 고립되었고 경제 체제는 사실상 주저앉았다.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는 100배에 달한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 예산은 34조 원이다. 군사비 지출로 세계 8강에 든다. 북한은 1조 원 수준이다. 그러나 아직도 남한 정부는 나라를 지킬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자신감이 없다.

 

지난 10월 말 한미 양국은 작전권 전환 무기 연기를 합의하면서 3가지 조건을 달았다. 첫째, 한반도 역내의 안정적 안보환경. 둘째, 한국군의 군사능력. 셋째,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 능력 등이다. 이상 3가지 선결 조건은 실현 불가능하다. 한반도와 동북아는 어느 세월에 안정될 것인가. 결국, 북한이 한반도의 불안정 요소로 남아 있는 한 작전권을 미국에 계속 맡겨 두겠다는 뜻이다.

 

작전권 환수 연기가 발표된 직후 미국 언론들은 "한국이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썼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칼 레빈 상원의원은 "주권국가 한국은 전시에 자국을 방어할 책임이 있다. 미국은 이를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주권의 중요한 부분을 미국에 양도했다는 뜻이다.

 

작전권 없는 강군은 없다. 군의 핵심 기능인 작전은 제쳐놓고 군수와 인사에 주력하는 군대가 강군이 될 수 있겠는가. 사용 권능도 없는 첨단 무기만 잔뜩 사들인다고 강군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북한 정권은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을 가진 미국이 북침을 노린다는 논리로 주민 통제와 세습 독재 체제를 유지해 왔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때 한국 공군의 전폭기가 북한의 도발 원점을 타격할 수 있었지만 사태 확산을 원치 않는 미국이 거부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작전권을 가져와야 하는 이유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다. 한국이 독자적 전쟁 수행 능력이 있고,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했을 때 이를 즉각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작전통제권을 가지면, 북한이 마주해야 할 평화협상 상대는 미군이 아니라 한국군이 된다. 작전권이 있어야 북한에 우리와 얘기하자고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야 남북 간에 군사적 신뢰 구축 더 나아가 군축까지 논의가 가능해진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4대 강국의 이해관계 가운데 공통분모가 한가지 있다. 무엇일까. 그건 한반도 현상 유지다. 한반도의 분단과 대립 갈등이 지속되는 것이 주변 4강 어느 나라에도 특별히 해로울 것이 없다는 얘기다. 70년이나 분단이 유지되는 근본 배경이다.

 

그렇다면 현상 변경은 누가 시도해야 할까? 당연히 한국이다. 그럼에도 작전권 환수를 무기 연기한 것은 한미 양측에 의한 현상 변경 거부를 뜻한다.

 

현상 변경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에 다가서자는 것이다. 현상 변경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보수 세력이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 북한 붕괴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가 없다. 북에 대한 제재와 압박 외에 붕괴를 촉진할 수단도 없다. 북한은 이미 미국과 유엔에 의한 3중 4중 제재를 받고 있지만 실효성이 별로 없다. 설사 북한이 붕괴해 남한이 흡수통일을 한다 해도 미군 지휘 아래 있는 한국군이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을 장악하는 것을 중국이 눈 뜨고 가만히 보고만 있겠는가.

 

두 번 째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이 경우 작전권 환수는 필수적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게 하려면 북-미 관계의 정상화와 한반도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지 않고는 길이 없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한국군을 지휘 통제하지 못한다면 평화체제 수립은 불가능하다. 군대를 직접 지휘도 못 하는 쪽과 무엇을 믿고 평화를 약속할 수 있겠는가.

 

박근혜 정부의 이번 작전권 무기 연기는 사실상 군사주권의 포기이며, 앞으로 남북관계의 주도적 역할에 커다란 제약을 가져 올 것이다. 2017년 정권교체와 함께 작전권 환수 재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2014. 12. 1.

 

정 동 영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

 

 

* 이 글은 새전북신문과 창원일보에 기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