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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KBS라디오] 정동영 "전대 불출마, 당 잘못 가고 개선 가망성도 없기 때문"

"전대 불출마, 당 잘못 가고 있고 개선 가망성도 없기 때문"

 

 -가라앉는 배에서 누가 선장 되느냐로 티격태격 싸우는 격

 -야당이 국민 눈물 닦아주는 역할 못해, 새 정치세력 건설 요구 봇물

 -정윤회 사건, 나라를 이 정도 시끄럽게 했으면 3인방이고 10인방이고 정리해야

 

[인터뷰 전문] 

 

□ 방송일시 : 2014년 12월 15일(월요일)
□ 출연자 : 정동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홍지명]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동영 상임고문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차기 당권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야권의 제3신당 창당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서 정 고문의 향후 행보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동영 상임고문 연결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동영] 네, 안녕하세요.

[홍지명] 2월 전당대회 나가지 않겠다고 전격선언 하셨는데, 그 배경부터 들어보고 싶습니다.

[정동영] 당이 잘못 가고 있고, 개선의 가망성도 별로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당대회 출마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난 몇 달 동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거의 모든 전권을 비대위원 손에 쥐어줬고 평시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못했던 혁신을 과연 전당대회 이후에 할 것인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입니다. 따라서 지난 몇 달 동안 야당을 지켜본 국민들 시선 속에서 제1야당은 야당성 상실, 대안성 상실, 오히려 기득권 세력의 일부가 된 것이라는 느낌을 지금 국민들이 가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홍지명] 당이 잘못 가고 있고 개선의 가능성이 없다면, 당 내 상황이 왜 이렇게 흘러왔다고 보십니까?

[정동영] 결국은 왜 정치를 하는가, 또 정당이라는 것은 누군가를 대표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누구를 대표하는가 하는 정체성, 그러니까 정책노선에 대한 실종, 그리고 남은 것은 당이라는 게 원래 그렇습니다. 노선과 가치가 사라지면 권력투쟁만 남는 거거든요? 그런데 내부의 권력투쟁은 국민의 삶과는 무관하죠. 그런 점에서 국민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외면 받아 왔다고 생각합니다.

[홍지명] 내년 전당대회와 관련해서 최대계파 친노의 수장 격인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 당 내 일부에서는 출마하지 말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타당한 주장이라고 보십니까?

[정동영] 정치인이 출마하고 안 하고는 정치인 자신의 책임 아래 선택하는 것입니다. 누구는 하면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 핵심은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당, 왜 그런가? 또 그동안 보여 온 무능력과 무기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에 있지, 누가 전당대회에 나와서 당권을 쥐느냐 마느냐 이것이 관심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마치 가라앉는 배에서 배를 고치는 일보다 누가 선장이 되느냐를 가지고 티격태격 싸우는 격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지명] 문재인 의원뿐 아니라 박지원, 정세균 비대위원 역시 출마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많은데, 소위 빅3라는 이분들에 대해서는 정 고문께서는 어떤 생각 갖고 계십니까?

[정동영] 지난 몇 달 동안 비상한 시기에 비상한 대권을 가지고 책임을 졌던 비대위인데, 국민의 기준으로 봤을 때 실패한 비대위가 분명합니다. 여기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출마하고 안 하고는 정치인이 선택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홍지명] 불출마 선언과 관련해서 지금 여러 가지 당 내의 문제점을 얘기해 주셨습니다만,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당의 문제를 정면으로 도전해서 돌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불출마 자체가 어떤 책임에서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정동영] 오늘의 정치현실을 짧게 정의한다면 제1야당은 야당 구실을 못하고, 진보정당들은 지리멸렬하고, 이 정권에 의해서 외면당하는 힘없고 약한 국민들은 기댈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선택기로가 나오는 것이죠. 제1야당을 강화해서 길을 찾으라는 요구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여기서 아예 판을 바꿔라, 야권을 재구성해서 대안정치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정권교체의 희망도 열릴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죠.

 

사실 새정치민주연합도 태어나지 얼마 안 된 신생정당입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 특히 야당에 대한 지지자와 당원들은 새정치 갖고 되겠느냐는 질문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말하자면 새정치만 갖고 안 되고 대안정치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대안이 뭐냐고 말 했을 때 그런 말을 합니다만, 취직 안 되고 장사 안 돼서 죽겠는데 야당이 겉돌고 있다는 점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변죽만 울리지 말고 국민들의 삶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제1야당이 이것에 실패하고 있는 거죠.

 

작은 예 하나만 들면요. 엊그제 이런 판결이 나왔어요. 서울고법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대형마트가 아니라는 판결을 냈어요. 대형마트가 아니니까 영업시간제한이나 일요휴무 규제는 다 위법이라고 말했단 말이죠. 정부의 규제완화와 짝을 이루는 판결인데요. 기가 막힌 것은 판결 이유입니다. 유통법상에 대형마트는 매장이 900평 이상 그리고 점원들의 도움이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를 말한다. 그런데 이마트 등을 보면 점원이 판매에 도움을 주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까 법상 대형마트가 아니라고 하는 판결을 했습니다. 법은 상식인데요. 상식을 뒤엎은 판결, 이런 판결 아래서 재벌·대기업은 박수를 치겠지만 영세자영업자는 이제 더 죽어가는 거죠. 그러면 여기에 야당이 있어야 합니다. 야당이 파고들어가야 합니다. 말하자면 이 문제를 사회적 의제화하고 정치적 의제화하는 것을 야당이 못하면 누가 하겠습니까? 중소상인들과 연대해서 이것을 즉각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나서야 합니다. 130석이나 되는 의석은 이런 데 쓰라는 겁니다. 이걸 못하고 여기에 무기력하면, 여기에 체중을 싣지 못하고 겉돌면, 건성으로 입으로만 약자를 위한다고 말하면 우리 국민들이 그 야당을 대안으로 볼 수 있겠습니까? 바로 여기서 야권 재구성에 대한 요구가 나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홍지명] 정 고문 말씀을 쭉 들어보면 두 가지의 선택의 기로 가운데 제3의 대안세력을 만드는, 이른바 판을 바꾸는 쪽으로 생각을 하시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만, 그렇습니까?

[정동영] 너무 앞서가는 얘기입니다. 거듭 말합니다만, 우선 기댈 곳 없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우리를 대표하는, 대변하는 세력이라고 간주하지 못하는 한 이런 요구는 분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지금 상황을 한 마디로 말하면 낡은 것은 죽어 가는데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은, 그런 과도기 상황이라고 봅니다.

[홍지명] 예, 성급한 얘기를 하나 더 하면, 혹시 신당을 창당한다고 할 경우 그 전례를 보면 소위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야권 분열로 정권을 견제하는 힘이 더 약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야권의 걱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정동영] 지금 기성정치가 국민들에게 식상감을 주기 때문에, 바로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것은 식상하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어제 일본 총선을 한 번 보십쇼. 아베 자민당이 3분의2가 넘는 압승을 거뒀는데요. 일본 경제가 좋아서 그렇습니까? 아니면 아베 총리가 잘 해서 그렇게 됐습니까. 그게 아니라 이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는 것이 일본 유권자 선택의 핵심입니다. 한국정치도 이 꼴이 날까 두려워한다, 이것이 야당을 걱정하는 국민의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지명] 질문 드리는 김에 앞으로 상황에 따라서 정동영 고문 중심으로 제3신당 창당 가능성이 거론되던데, 가능성이 있는 걸로 봐도 되겠습니까?

[정동영] 너무 앞서가는 얘기라고 금방 말씀드렸고요. 아직 결정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시민사회, 종교계, 문화계, 학계, 노동계 등 각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세력 건설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는 얘기는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예를 들면 각 계 대표자와 원로들이 모이셔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위한 국민모임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요, 바로 이 모임의 제목처럼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가 없다는 얘기거든요? 근데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는 누가 해야 합니까? 여당이 못하면 야당이 해야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야당이 이걸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아래로부터 그리고 위로부터 양 쪽 모두에서 다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홍지명] 전당대회 룰과 관련해서 한 마디만 질문을 드리면, 지금 당 대표 후보군을 1차로 걸러내는 컷오프 문제와 관련해서 당 대표는 3, 4명 최고위원은 7, 8명 선에서 컷오프 적용할 계획이라는 말들이 나오는데, 이 컷오프 관련해서는 어떤 생각 갖고 계십니까?

[정동영] 모든 것을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된다고 봅니다. 당권을 논하기 전에, 당권의 룰을 논하기 전에 오늘의 현재 좌표 속에서 왜 이렇게 됐는가, 지난 시절의 정책 실패는 무엇이었고 우리의 관점 부재는 어디서 왔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어떤 룰로 누가 되든 전대 후에 조금이라도 희망을 걸어 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들만의 잔치로 간주되는 한 자멸로 간다는 것이 지난 집권 10년, 야당 7년 동안 느끼고 보고 경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멀리 보고 담대하게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홍지명]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만, 최근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파문, 이 문제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정동영] 저는 처음부터 쭉 드는 의문이 왜 정윤회 씨가 저렇게 당당한가, 그리고 정윤회 씨가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도 거의 황제출두라고 불릴 정도로 검찰이 감싸고 있는데, 그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하는 궁금증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나라를 이 정도 시끄럽게 했으면 오늘이라도 3인방이고 10인방이고 잘라내는 것이, 정리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런 국민의 시선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이들을 계속해서 싸고도는 청와대 그리고 대통령의 의도는 또 태도는 뭐냐 하는 것이고요. 하나 더 기왕 주문한 김에 말씀드리면, 과연 언론은 이럴 때 언론이 과연 이 사안의 핵심에 파고드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 답답함이 있습니다. 저는 이 KBS라디오 ‘홍지명입니다’가 이런 핵심을 좀 파고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홍지명] 예, 가능한 팩트에 기초한 핵심을 파고들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동영] 네, 감사합니다.

[홍지명]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동영 상임고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