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정권에 맞설 용기 없는 새정치 정치 인생 건 결정하려고 한다"

 

 

"정권에 맞설 용기 없는 새정치 정치 인생 건 결정하려고 한다"

[인터뷰]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2014.12.20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최지용 기자

 

▲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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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당과 멀리 떨어져있다. 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전당대회에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나서서 바꾸겠다고 하는 게 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그는 당 문제에 대해 "개선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안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이것이 그의 주변에서 '신당 창당'의 이야기가 피어나는 이유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단법인 '대륙으로 가는 길' 사무실에서 정 고문을 만났다. 그는 신당 창당과 관련한 질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정치를 왜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라며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정치인생을 건 결정을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사회 각계 인사들이 모여 '진보적 대중정당'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과 맞물려 그의 정치행보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지점이다.

정 고문은 새정치연합에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현재 야당은 반대자로서의 역할, 대안정부로서의 가능성 모두 기준에 미달하고 있다"라며 "지금 대한민국 제1야당은 우경화에 빠져 있다, 새누리당을 닮아야 집권할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가 어디서 온 건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민생과 노동 의제를 강조하며 "현실과 떨어져 공중에 붕 뜬 상태로 정치를 하기 때문에 바닥의 현실을 대표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또 국정원의 선거개입, 박근혜 정부의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 등에 대한 야당의 대응을 지탄하며 "종북 논란에 지레 겁을 먹고 자신의 핵심 정체성인 남북관계의 평화와 자주국방의 의지를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어진 특별법 정국과 관련해서도 "유가족들이 '야당이 우리의 뒤통수를 쳤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야당은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 건가?"라고 성토했다. 

다음은 정 고문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최근 전당대회에 불출마 하겠다고 밝혔다. 생각에 변화는 없나?

"변함없다. 같은 생각이다. 당이 지금 잘못 가고 있고, 개선의 가능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출마하는 게 별 의미가 없다."

- 정세균·박지원·문재인 비상대책위원들이 일괄 사퇴했다. 2기 비대위가 구성됐는데 그동안의 비대위 활동은 어떻게 평가하나?

"비대위가 아니라 평대위 아니었나? 비대위는 비상한 시기에 당을 원점에서부터 점검하고 혁신하는 거다. 하지만 지난 3개월 동안 비상한 권한을 가지고, 전권을 쥐고 어떤 혁신도 하지 못했다. 혁신의 핵심은 기득권 해체다. 새누리당과 혁신경쟁을 벌였지만 국민에게 어떠한 감동도 주지 못했다. 기득권을 내려놔야 감동이 생기는데, 이번 비대위는 기존 세력이 오히려 기득권을 강화하는 모습이었다.

또 야당의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여당의 반대자 역할, 다른 하나는 '대안 정부'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 두 가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있었다면, 선거와 세월호 국면에서 야당에게 지지가 쏠렸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특별법 국면에서 정부여당이 무능함과 무책임, 오만을 보여줬지만 판판이 진 건 야당이다. 결국 반대자로서의 역할, 대안정부가 될 가능성 어느 것에도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비대위는 그런 국민의 기대를 모아낼 수 있게 '혁신비대위'로서 역할을 부여받은 것인데,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동안 당이 어렵다고 할 때마다 비대위가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비대위를 열 번 했다. 선거에 패배하면 비상하게 위기를 수습하는 게 아니라 비대위 기간을 통해 기득권을 가진 집단이 그 기득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흘러왔다. 비대위가 만성화 됐고, 위기의 만성화를 가져왔다."

"제1야당, 우경화에 빠져있다"

- 당을 비판하면서 대안세력을 강조했다. 반면 그것이 신당 창당을 의미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그러면서 "낡은 것은 죽어 가는데,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슨 의미인가?

"낡은 것은 야권 전체를 말한다. 제1야당은 무능력하고 진보정당들은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현재 일본의 상황을 보면서 큰 불안감을 느꼈다. 아베의 자민당이 압승하면서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일본이 장기침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음에도 아베가 압승을 한 것은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야당이 일본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새로운 것은 정치 상층부인 여의도에서의 논의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분출되는 요구다. 지난 9월부터 '경청투어'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특히 새정치연합에 기대를 접었다는 얘기가 많았다. 집권능력은 고사하고 집권의지가 있기는 하냐는 신랄한 비판의 목소기를 귀가 따갑게 들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이 아래에서부터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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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의 무능을 지적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아래에서부터의 요구는 삶의 고통과 슬픔에서 나온다. 장사 안 되고, 취직 안 되고, 희망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야당의 정치는 겉돌고만 있다.

최근 이마트가 대형마트가 아니라는 판결이 있었다. 법적으로 대형마트는 '점원의 도움 없이 판매를 하는 곳'이라고 돼 있는데, 이마트에선 점원들이 도움을 주니까 대형마트가 아니고, 그래서 대형마트라고 규제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말이다. 상식을 파괴하는 일이었지만 야당의 존재감은 없었다. 이 판결로 영향을 받게 될 영세자영업자와 재래시장, 골목상권은 기댈 곳이 없다. 새정치연합은 그곳을 바라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숱하게 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47억 원의 손해배상금이 떨어졌다. 노동자들이 47억 원이 어디 있냐. 한 주부가 <시사IN>에 4만 7천 원을 봉투에 넣어 보냈다. 10만 명이 같이 하면 47억 원을 모을 수 있다는 거다. 여기에 5만 명이 동참해서 15억 원이 모였다. 타인에게 가해진 삶의 고통에 동참하는 시민은 있는데, 야당은 어디 있었나?

이게 다 법률의 문제다. 노조의 파업을 탄압하기 위해 업무방해로 단죄하고 그 연장선에서 손해배상의 책임을 묻는다. 대형마트 규제도 법의 문제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를 대법원이 타당하다고 했는데, 이제 정리해고를 무제한 허용하게 된 거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만 허용되던 거에서 '긴박한'을 빼버렸다. 그런데 130석이라는 거대의석을 가진 야당은 노동의 문제를 '국외자'로 취급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제1야당은 우경화에 빠져 있다. 새누리당을 닮아야 집권할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가 어디서 온 건지 모르겠다. 현실과 떨어져 공중에 붕 뜬 상태로 정치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바닥의 현실을 대표하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이미 불안사회, 위험사회가 됐지만 야권은 아무런 긴장감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낡은 것은 죽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 야당이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야당이 야당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는 지금 어디갔냐? 대선에 국가정보원과 군대가 개입했는데, 야당은 어디 있냐는 말이다. 말이나 하지 말지 명운을 걸겠다고 했는데, 비대위에서 말 한마디 하는 걸 본적이 없다. 지금 이 문제가 해결됐나?

또 박근혜 정부가 전시작전권을 사실상 포기했다. 노무현 정부가 자주국방의 신념과 철학에 따라 작전권을 되찾아 올 준비를 했다. 이명박 정부가 3년을 연기한 것도 문제지만 이 정권은 무기한 연장하면서 환수를 포기했다. 여기에 대해 야당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야당이 박근혜 정권에 맞서 싸울 용기가 없는 거다. 종북 논란에 지레 겁을 먹고 자신의 핵심 정체성인 남북관계의 평화와 자주국방의 의지를 포기한 것이다.

결정타는 세월호 참사다. 유가족들의 아픔에 진정으로 공감하지 못했다. 야당의 자신의 문제로 가져오지 못했다. 타인의 문제로 본 것이다.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던 유가족들이 '야당이 우리의 뒤통수를 쳤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야당은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 건가? 박근혜 정부에 맞서는 용기도 없고, 눈물에 공감도 못하고, 자신의 신념도 잃어버렸다. 대안정부가 되겠다는 집권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 현재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아무런 가능성이 없다고 진단을 내린 건가?

"절대적인 것은 없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재를 보면 그런 희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정치를 왜 하는가' 근본적인 고민 하고 있다"

 

▲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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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종교·언론·문화·학계·노동 등 각계인사들이 모여 가칭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위한 국민모임'이라는 것을 구성하고 새로운 세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동참하고 있는가?

"자리를 함께 하는 건 아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야당이 눈물을 닦아주는 정당이 아니라고 보는 거다. 그래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당을 모색을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스스로 정치를 왜 하는가라는 근본 질문을 하고 있다."

- 그런 분들과 함께 나설 수 있다는 건가?

"그 분들의 문제의식은 공감하지만 지금 정치권의 신뢰가 낮기 때문에 나와 같은 기성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각계 전문분야의 인사들의 고민과 토론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

- 새정치연합 이외에 원내에 통합진보당, 정의당이, 원외에는 노동당과 녹생당 등 진보정당들이 존재한다. 이들 진보정당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가?

"진보정당들은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의 정치적 토양은 진보정당들이 약진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자체분열 했다. 그래서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동력을 갖지 못한다."

- 최근 '호남정신'과 '호남정치' 복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새로운 대안세력'을 말하면서 '지역주의'로 볼 수 있는 특정 지역의 민심을 강조한 것은 상당히 모순적이지 않는가?

"호남 지역을 방문했을 때 한 말이다. 호남은 지역이 아니다. 호남은 정신이다. 민주당이 받아야 할 것은 호남의 표만이 아니다. 호남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 맥이 가늘어졌다는 지적이다. 동학과 5.18정신은 호남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전체 공동체에 복리와 권익을 위한 정신이다. 이것 과연 민주당이 이어받고 있는가?

호남 유권자이 새누리당 이정현을 선택한 것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는 거다. 처음에는 순천지역의 특수한 민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청투어를 다니다보니 특수한 게 아니라 보편적인 민심이었다. 여기저기서 '우리도 이정현 같은 사람 나오면 찍겠다'고 한다. 당원들이 자기가 이정현을 지지하자 했다고 양심고백들을 했다. 민심만이 아니라 당심도 떠나고 있었다. 여의도만 그것을 모르고 있다."

- 그동안의 발언에 비춰보면 현재 야당을 비판하고 대안세력을 언급하는 점에서 신당 창당을 고민하고는 있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려운 상태로 읽힌다. 본인의 이후 행보를 밝혀줄 수 있을까?

"'정치를 왜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정치가 없다. 그것이 고민의 출발점이다. 누구와 어떤 정치를 해야 하는가 근본적인 고민을 가지고 묻고 또 묻고, 듣고 또 듣고 있다. 근본적 고민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당대회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금만 시간을 주면,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내 생각을 밝히려고 한다. 신중하게 결정해야만 한다. 정치인생을 건 결정을 하려고 한다."

"새정치연합, '노동' 반성문 써야한다"

- 지난 18대 국회에서부터 사회현안, 특히 노동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영화 카트를 보고 '반성문을 써야 한다'는 말도 했다. 이미 한 차례 반성문을 쓰기도 했다. 활동에서 노동 문제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어떤 이유와 의미가 있는가?

"유럽에서는 정치의 80%가 노동의제다. 노동이 빠진 정치가 있을 수 있나? 그런데 우리 정치는 노동배제적이다. 정부여당만 아니라 야당도 그렇다. 그나마 노동의제 야당이 가져왔던 게 지난 2010년 전당대회 이후다. 당시 최고위원으로 작지만 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당헌을 바꿔 노동의 가치와 복지국가, 경제민주화를 당의 노선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은 도로 그 전의 상황으로 후퇴했다고 본다.

정동영의 정치는 헌법을 구현하는 것이다. 헌법을 현실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거다. 헌법에 분명히 '인간은 존엄을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그래서 노동3권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선언적 권리에 불과하다. 노조를 만들어서 교섭하고 파업할 권리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노조설립을 방해하고, 파업하면 업무방해로 처벌하고, 손해배상으로 묶어 놓는다. 노조의 권리를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가장 많은 노동자가 해고됐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구속됐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었고, 많은 사람이 비정규직이 됐다. 여기에 사죄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을 이야기 하고 행복을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래야 대안정부를 할 수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 하려면 고백하고 반성해야 한다. 이걸 당이 문서로서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철저하게 노동탄압적이다. 여기에 맞서야 할 존재가 야당이다. 이것이 지난 몇 년 동안 현장을 다니면서 깨달은 것들이다. 야당의 역할이 없으니 이런 고통과 슬픔이 번지는 걸 막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