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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개성동영' 정동영의 말말말 2

개성동영정동영의 말말말 2 

 

방향 잃은 한국의 외교 안보

 

2-1. 개성공단은 단순한 공단이 아닌 미래세대의 먹거리

 

 

15년 공든 탑이 허물어졌다. 통일의 엔진이 멈췄다. 평화와 상생의 꽃이 피어나던 그 자리에 냉전과 북한 붕괴론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단순한 공단이 아니다. 개성공단은 우리 미래세대의 먹거리이다. 청년들의 일자리다. 왜냐하면 개성공단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나야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굳게 닫혔다. 청년들의 미래를 꽁꽁 닫아버린 것이다.

 

또한 124개 입주업체에 고용된 우리나라 임직원들이 약 1만 명이다. 금융, 회계, 디자인, 연구개발 등 개성공단의 파급효과로 생긴 일자리가 모두 사라질 판이다. 이 분들의 생명줄이 끊어지게 생겼다. 먹고 사는 것이 하늘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우주다. 그걸 생각하면 밤잠이 오지 않는다.

 

개성공단 중단 조치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개성공단을 중단한다고 과연 북한이 압박을 받을까? 북한은 중국과 연간 약 80억 달러를 교역하는데 개성공단 임금으로 벌어들이는 건 고작 1억 달러에 불과하다. 또한 북한은 풍선효과가 있다. 남쪽과 교역이 줄어들면 다른 쪽, 즉 중국과의 교역이 늘어난다. 2010년 5.24조치 이후에도 북중 간 위탁가공이 1억불 수준에서 4억불로 급증한 사례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해오던 것이 중국 쪽으로 넘어간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뒷문이 열려있는 한 대북 경제 제재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이미 충분히 입증된 사실이다.

 

 

2-2. 북한 붕괴론은 허상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한 핵 실험 이후 “핵 실험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 개성공단 유입자금이 WMD 개발에 전용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고 발언했다. 그런데 갑자기 입장이 180도 돌변했다. 정상적인 남북경협 사업이 느닷없이 핵 개발의 자금줄로 바뀌었다. 이러한 급변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고 본다.

 

첫째, 북한 붕괴론이다. 북한 붕괴론은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북한 붕괴론의 주요 논거로는 북한의 경제난, 정권 불안, 권력 투쟁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모든 게 25년 전부터 나왔던 얘기로 새로울 게 하나도 없다.

 

그동안 북한 붕괴론이 득세했던 시절은 크게 다섯 차례였다. ▲94년 김일성 사망 직후 ▲1996~1998년 북한 대기근 당시 ▲2008년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당시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당시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당시 등이다.

 

특히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김영삼 정권은 “북한은 석 달 안에 무너질 것이다. 아니, 최대한 3년 안에 무너질 것이다”라면서 북한 붕괴론으로 오락가락 하기를 열여섯 번했다. 그러나 결국 북한은 붕괴되지 않았다.

 

 

2-3. 朴 정부 정책 결정 구조에 심각한 하자

 

둘째, 朴 정부의 정책 결정 구조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 위안부 협상 문제, 대북 확성기 재개 문제, 개성공단 전면 중단 문제 모두 다 대통령 혼자 결정했다. 특히 이번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취하기 이전에 NSC가 열렸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미사일 위기에 직면했을 때, 일개 중령과 대령도 장군이 말하는 것을 반박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것이 열린 리더십이다. 소통의 리더십이다.

그런데 국가 외교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의사결정에 대해 관련 부처가 검토, 토의했다는 자료가 없다. 그리고 그 결정이 한반도, 지역, 글로벌 정세에 어떤 파장을 미칠 것인지 검토했다는 기록도 없다. 대한민국이 군주제 왕조국가인가? 만약 자료가 있다면 국민 앞에 떳떳하게 공개해야 한다.

 

여야는 즉각 외통위를 소집하여 위 두 가지 문제를 따져야 한다.

 

 

2-4. 자기 발등 찍는 정부의 갈팡질팡 행보

 

아울러 국회는 정부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 따져야 한다. 2013년 3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2094호)는 북한의 WMD개발에 전용 가능성이 있는 금융자산 이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때 유엔 제재 결의안이 통과되자 한국 외교부는 2013년, 2014년, 2015년 3년 동안 유엔에 제재 이행 보고서를 제출해 왔다. 개성공단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해당되지 않으며, 개성공단 임금이 WMD 개발에 쓰이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가 개성공단 유입 자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고 주장한다면, 지난 3년 간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고 국민과 유엔을 기망해 온 것 아닌가?

 

개성공단은 정상적 경제 행위, 정상적 경제 협력으로 유엔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동안 이 같은 유엔 안보리의 입장과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은 일치했다. 그런데 아무런 사정변경도 없이 하루아침에 입장이 180도로 선회한 것이다. 국민이 어떻게 이를 납득할 수 있겠는가?

 

 

2-5. 북한 붕괴론 또는 북한 궤멸론은 헌법 제4조 위반 소지가 크다

 

가장 안타까운 건 무모하고 무책임한 청와대의 결정이지만, 야당도 존재감 없고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야당은 그동안 북한 붕괴론 반대 입장에 서왔다. 공존공영에 입각한 평화 통일론에 서왔다. 야당은 민주 정치 10년 동안에 화해 협력 정책의 성과를 계승한 햇볕 정책의 계승자들이다. 그러나 지금 야당의 모습을 보면 햇볕 정책은 실종됐다.

 

특히 냉전세력 일각에서 주장하는 북한 붕괴론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북한 궤멸론 역시 헌법 제4조 평화통일 조항 위반 소지가 크다. 위헌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반평화 정책이다. 남북 간 긴장, 갈등 조성 정책이요, 격화 정책이요, 대결 정책이요, 강압 정책이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평화통일 정책은 평화 경제가 첫 단계이다. 평화 경제의 핵심이 바로 개성공단이다.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경우 경제를 꽃피우려면 평화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그 평화가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경제의 기초가 흔들리는 것이다.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박 정부의 중대 명백한 실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