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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지식인 첫 '정동영 공개지지' 선언

우석훈, 지식인 첫 '정동영 공개지지' 선언

경제학자·2030세대 대변자, '정동영 비전 백서' 보고 최종 결심

문일석 기자

안철수·문재인 아닌, 정동영을 지지하는 이유

'88만원 세대' 저자로 2030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가 야권의 대선후보로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공개 지지 선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우 교수는 대선주자로 정 상임고문을 지지선언한 첫 지식인이 됐다. 우 교수는 16일 저녁 자신의 블로그에 <정동영 지지를 결심하며>(☞ 전문 보기)라는 글을 올려 "당장의 문제, 한미FTA의 경우로 더 좁혀서 보면, 그나마 이게 하나의 노선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정동영에게 밖에는 잘 찾아보기 힘들다"며 정 상임고문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 정동영 민주당 전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에게 ‘사람 죽이지 마라’ 며 유명을 달리한 조합원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김상문 기자

 

 

 

 

 

 

 

 

 

 

 

 

우 교수는 "지난 해에 있었던 한진중공업 사태와 희망버스 그리고 지금 당면한 한미FTA의 문제, 이런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시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련의 노선에 대한 컨센서스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이 전체의 흐름을 주도한 것은 아니고 기획된 노선도 아니지만, 어쨌든 일련의 흐름이 생겨났다"며 "이 노선이 대선에서 누군가에게 의해서 대변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정동영 지지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우 교수는 "지난 몇 주 동안 참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했다"며 "지금 정동영을 지지한다는 것은 면도날 위에 펼쳐진 날카롭고도 좁은 길을 간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결연한 심정을 피력하기도 했다.
 
"면도날 위의 길이지만, 정동영이 최선이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우 교수는 "오늘 오후에 노을을 보면서 정동영의 노선을 지지하는 것으로 선택을 했다"며 "한국 경제가 어떻게 가야하는지,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경제가 어떤 것인지 그 얘기들이 대선 과정에서 논의되었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노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지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안 원장은 뭘 하겠다는 얘기가 없고, 문 고문은 노선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정동영 선택과 관련해 "누군가를 너무 증오해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은 경제, 그렇게 만들고 싶은 세상에 대한 사랑에 의해서 선택을 해도 좋을 듯 싶다"고 말했다. 차악이 아닌,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대안을 선택하겠다는 뜻이었다.

행동하는 경제학자·청년세대 대변자, '우석훈'은 누구?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44)는 파리10대학 경제학 박사 출신의 경제학자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집중 조명해 '88만원 세대'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책『88만원 세대』의 저자이다. 또한 경제 분야를 다루는 인기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의 진행자이기도 하다. 경제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생태 문제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해온 우 교수는 특히 2030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진보 지식인이다.

우 교수는 현대환경연구원과 에너지관리공단을 거쳐 총리실과 국무조정실 등에서도 일한 바 있고, 유엔 기후변화협약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로 수년간 국제협상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 기고와 왕성한 저술활동을 통해 기업·정부·국제단체·NGO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 대중이 주목하기 힘든 '숨은 그림'들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짚어주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세대론과 경제학을 결합시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88만원 세대>와 <아픈 아이들의 세대>, <음식국부론>,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직선들의 대한민국>, <조직의 재발견>, <촌놈들의 제국주의>, <괴물의 탄생>, <생태요괴전>, <생태페다고지> 등이 있다.

우 교수는 화려한 이력에서도 말해주듯 정관계에서도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일반의 잣대로 보면 분명 '바보 같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저잣거리에서 보통 사람들과 부대끼며 시대적 과제와 진보적 사회 발전을 위해 지식인으로서 말해야 할 때 '할 말'을 했고, 해야 할 일에는 손해를 감수하고 뛰어드는 '행동하는 양심'이었다.

'정동영 비전 읽기' 열풍 지속

한편 트위터 등 SNS와 누리꾼들 사이에서 '정동영 정치행보·비전 읽기' 열풍이 이날도 계속되고 있다.

우석훈 교수도 지난 13일 정 상임고문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동영의 지난 3년 정치행보와 비전 총정리판>을 보고난 뒤,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정동영 정치 비전 총정리. 대선 정국을 보면서 나도 고민이 깊어진다"고 말한 바 있다. 우 교수가 정동영 공개 지지를 최종 결심하는 데 정동영 총정리판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평소 방문자 수가 100~200명 수준에 머물던 정동영 홈페이지는 13일부터 4일 동안 무려 8000여명이 방문해 정동영 총정리판을 읽고, 이를 외부에 퍼나르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있다.

정동영 총정리판 '서문'(☞ 전문 보기)은 18일 오전 현재 조회수가 8500명을 돌파했다. 보통 특정 정치인을 집중 조명하거나 비전을 담은 글은 잘 읽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정동영 정치행보·비전 총정리판에 대한 누리꾼들의 뜨거운 관심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