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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뽕빨이너뷰 3/5

파토: 예전에, 지난 번 대선에서 정동영 당시 후보의 비전이 뭔지 철학이 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우리 사이에서는. 그런데 지금 말씀하는 걸 보면 철학자가 다 되셨는데, (웃음) 이게 요즘 현장을 많이 다니면서 느끼신 건지.

 

정: 지난 번 대선에서 제가 내세웠던 캐치프라이즈가 가족 행복입니다. 가족 행복. 문제의식은 같습니다. 같은데 차이가 있죠. 그때까지 저는 땅에서 발이 좀 떨어져 있었지요. 허공을 걷고 있었다고 할까요? 머리와 가슴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몸 전체로는 행동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저는 땅 위에서 몸으로 길을 찾은 셈이지요. 그러니까 이제는 발을 땅에 붙이고 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감히 이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현장에 답이 있더라고요. 현장에. 책상 위에서 자료료, 전문가들과 토론, 필요하지만, 정작 진짜 답은 현장에 있더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파토: 현장 얘기는 나중에 좀 더 하도록 하고요. 지난 대선 얘기로 또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시에 이명박 후보의 BBK 문제를 아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셨거든요. 이게 중요한 문제기는 했지만, TV 토론도 화제를 계속 그쪽으로 가져가서 이건 좀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략상의 미스가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회상할 때는 어떠신지?

 

정: 인정합니다. 지금 다시 하라면 그렇게 안 하겠습니다.

 

파토: (웃음) 사실은 정봉주 의원이 지적을 2010년에 했지만, 네거티브 전략을 후회한다고 말씀하시고, 정봉주 의원이 그건 네거티브가 아니고 도덕성 검증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잖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 그건 맞는 얘기죠. 도덕성 검증이죠. 결국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그건 정직함입니다. 그래야, 정직이 모든 것의 기본인데, 그것이 무너지면 나라 꼴이 이렇게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 점에서 정봉주 의원의 말은 백 번 타당한 얘기고. 다만 후보 입장, 후보였던 입장에서 저는 하지 말았어야죠. 그건 전략의 미스였습니다.

 

파토: 그런 과정에서 후보의 비전이나 이상 이런 것들을 더 보여 주었어야…

 

정: 했지만 가려버렸죠.

 

파토: 방금 정직함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본인은 그런 부분에서 충분히 도덕적이라는 자신감이 있으신가요?

 

정: 사리사욕으로 정치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성직자 수준의 도덕을 얘기한다면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리사욕을 추구했느냐? 하는 질문을 한다면, 저는 적어도 정치인으로 복무하는 동안, 그러지 않았다, 하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파토: 지난 대선의 패인과 관련해서 많은 이유가 이야기 됐지만, 본인의 한계는 뭐였다고 생각하십니까?

 

정: 준비되지 않았지요. 물론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 하는 열정은 갖고 있었지만, 충분히 거기에 대한 깊이와 방법론이 덜 익어 있었다. 그 이유는 현장에 발을 딛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머리로는 가슴으로는 이해했지만, 그러기 때문에 불과 9개월 뒤로 다가와 있었던 미국 금융위기 신자유주의 진영의 본산이 무너지는 일을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다, 거기에 대한 대안 모색을 구체적으로 그려보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지요.

 

파토: 지금은 준비가 되신 건가요?

 

정: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말을 제 말로 할 수는 있지만, 제 말로 준비가 돼 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웃음)

 

파토: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실패라든가 지난 몇 년 동안의 경험으로 깨달으신 게 많다는 그런 얘기로 듣게 됩니다.

 

정: 대선 실패가 저의 아버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실패가, 실패도 자산이라고 한다면, 실패로부터 왜 떨어졌는가를 묻기 시작했고, 그리고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한다, 그 길을 찾았다고 감히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파토: 지금까지 얘기를 종합해 보면 정치인으로서 목적이 분명하고, 정권교체 이후에 구현하고 싶은 사회상, 이런 것들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출마한다고 들리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생각이십니까?

 

정: ISD 독소조항 걷어내는 것, 정동영 아니면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미국을 상대로 해서 독소조항 제거를 위한 한미 FTA 전면 재협상, 저는 저 말고 이끌어낼 사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감히. 또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과연 다른 후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데 대해서 의구심이 있습니다.

 

파토: 그런 부분은 아무래도, 왜 삼성장학생이란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자유로우신가요?

 

정: 자유롭습니다.

 

파토: 그렇기 때문에 재벌개혁 같은 것도 자유로운 상태로?

 

정: 재벌개혁이 거창한 게 아니고요, 재벌총수 사면 안 하면 됩니다. (웃음) 그리고 법 앞에 평등 만들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사법개혁이 필요합니다. 법도 힘 없는 일반 서민이나 시민이나 재벌 총수나 똑같이 다뤄야지요. 그러면 이른바 탈세, 부당거래, 중소기업 괴롭히는 거라든지, 불법, 위법, 탈법 행위를 못하지요. 거기서부터 시작한다면. 정권의 의지, 대통령의 의지가 핵심이지요.

 

파토: 소위 말하는 부자증세, 버핏법이라고 하는데, 이런 부분도 사실 재벌들의 특권이라든가 이런 것을 법 앞에서 평등함을 구현하는 것과 함께, 또 그들이 만들어내는 부에 대해 정당한 세금을 걷는다는 의미가 있을 텐데요, 부자증세와 보편복지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정: 우리 사회에 삼겹살이 많이 끼어 있다고 생각해요. (웃음) 근육질 사회로 가야죠. 그게 건강한 사회잖아요. 지방이 많이 끼어 있으면 건강도 위태롭죠. 삼겹살이라는 건 부패, 비리, 기득권, 기득권끼리 뭉쳐서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이런 것들이 중앙과 지방 차원에 꽉 들어차있단 말이죠. 이런 것들을 들어내는 것.

 

이를테면 조세정의, 거창한 것 같지만 돈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 많이 내야 하는 거잖아요. 돈 조금 버는 사람은 세금 적게 내는 거고. 이게 당연한 상식인데 지켜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거든요. 민주정부 십 년 동안에도 이거 실현 못했어요. 예를 들어서 제2국세청, 이런 거 만들어서. 지금 세금혁명당 하는 선대인 소장 같은 분 꿈이 정권 바꿔서 하고 싶은 거, 제2국세청장 해봤으면 좋겠다.

 

파토: 제2국세청.

 

정: 그렇죠. 조사 기능과 탈세, 세금 빠져나가는 거, 저는 얼마든지 의지와 신념을 가지면 해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부자증세로 나타나겠지요. 그리고 공평과세,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고 하는 조세정의가 실현되는 것이겠지요.

 

파토: 그렇죠.

 

정: 그래야 복지를 할 수 있는, 복지국가로 갈 수 있는 재정이 확충되고 재원이 마련되는 것이지요.

 

파토: 그런데 부자증세 같은 경우는 의원님이 사실 주창을 했고,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를 많이 했었고, 그런데 나중에는 여당에서도 당론이 됐단 말입니다. 그래서 법을 통과를 시켰고요. 그렇게 보면 의원님이 의제를 선도한 것이 사실인데, 지금 선거전의 관점에서는 차별성이 좀 떨어지지 않느냐?

 

정: 차별성이라고 하면…?

 

파토: 모든 사람들이 부자증세 얘기를 하는 상황이 돼버렸으니까.

 

정: 다 하지도 않아요. 사실은 시늉만 하는 거지. 여당에서야 무늬만 부자감세 철회지, 실제 박근혜 대표 같은 경우에 '줄푸세' 있잖아요.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세운다? 대표적인 신자유, 시장만능주의 사고를 압축해 놓은 건데, 여기에 대해서 사과 없잖아요? 이게 틀렸다고 인정하지 않잖아요?

 

그리고 지금 야권후보들도 선거에서 세금 얘기하면 표 깎인다, 이런 굉장히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정확하게 99%를 대변하려면 1% 부자의 사회적 책무를 얘기하는 것이 당당합니다. 전 세계가 다 얘기하잖아요. 오바마가 얘기하지 않습니까? 왜 민주당이 얘기하지 못합니까?

 

파토: 결국 이런 거랑 엮여있는 게 노동문제인데, 쌍차나 한진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대기업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하거든요. 이런 것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요?

 

정: 법대로 하면 됩니다.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조항이지요.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막기 위해 정부가 규제와 조정을 하라는 거지요. 또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해서 경제민주화를 이루자고 되어 있잖습니까? 경제주체라는 게 재벌기업 오너뿐만이 아니라 일하는 노동자들이 주체 아닙니까? 소비자와 더불어서. 그렇다면 경제주체를 기계부속, 너트나 볼트처럼 여기는 인간관, 이것은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바뀌도록 정부가 규제와 조정도 법을 통해서 제도를 통해서 견인해내야지요.

 

헌법 119조 2항 :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파토: 결국 헌법 119조 2항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만 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그게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얘기.

 

정: 그러니까 대기업의 시혜, 동정심으로 노동자들의 권익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 따라서. 법이라는 건 뭐냐? 노동 3법이 헌법에 보장되어 있잖아요. 노조를 조직할 권리,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 단체행동을 할 권리, 교섭을 할 권리가 보장되어 있는데, 지난 5년 동안은 반 노동, 노동억압, 그 결과가 뭡니까? 지금 노조 조직율이 해방 후에 한 자리 수로 떨어졌어요. 9.7%밖에 안됩니다. 결국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을 통해서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 이것이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