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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뽕빨이너뷰 5/5

파토: 또 예민한 문제로 넘어가서요.

 

정: 산 넘어 산이네요.

 

파토: 예, 저희는 이런 걸 다 여쭤봐야 됩니다. 지난 경선 때, 소위 박스떼기, 대리접수 사태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해명이면 해명, 입장이면 입장을.

 

정: 제 선거 캠프의 의욕과잉이었다. 그러나 제 불찰도 있었다. 이렇게 사과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파토: 그거는 안 되고요. (웃음) 자세한 사실관계가 뭐였는지.

 

정: …사실 억울한 점도 좀 있어요. 당시 선거 방식은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선거인단 모집은 각 후보 캠프가 다 열성적으로 했어요. 그러니까 선거인단을 모집해오는 거지요. 다섯 명, 열 명, 백 명, 경쟁적으로 모집해오는 방식이었는데. 제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돈 문제입니다. 돈과 관련해서는 가장 깨끗했던 캠프가 정동영 캠프였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파토: 상황이, 대리접수를 하는 상황에서 아마 금품이 오가지 않았겠냐, 이런 부분들이 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정: 그건 없었습니다.

 

파토: 다른 후보들의 경우는 어땠습니까?

 

정: 그건 모르겠습니다.

 

파토: 어쨌든 간에 대리접수는 다른 후보들도 다 하고 있었던 건가요?

 

정: 선거인들을 모집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것을 박스에 담아왔다 하는 것인데. 공통적으로 행해졌던 일입니다만, 어쨌든 그런 불명예스러운 꼬리가 붙은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파토: 더 문제가 됐던 게 선거인단에 노무현 대통령까지 들어가 있었던…

 

정: 열성적인 당원이 당원 명부를 전부 베껴서 선거인단에 넣은 건데 거기에 포함된 거지요.

 

파토: 앞서 말씀 나왔다시피, 조직도 계파도 없다고 하셨는데, 이번에 다시 경선을 하게 되면 선거인단을 모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경우에 또 그런 일이 재현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정: 그럴 가능성이 없죠.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선거인 등록을 많이 해주셔야 하겠지만, 기술적으로도 이제는 모바일 휴대폰으로 본인이 직접 신청하지 않으면 대리신청은 불가능한 것이지요.

 

파토: 그런 관행은 근절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정: 네. 하지만 후보에 따라서는 여전히 조직을 동원하겠지요. 하지만 2012년의 전선은 조직간의 전선이 아니라 네트워크와 기존 조직간의 전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정동영의 지지는 조직이 아니라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파토: 다른 질문 또 하나 드리겠습니다. 역시 예민한 걸로. 2009년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 탈당하시고 전주 덕진에 무소속 출마를 하셨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이 여전히 있는데, 그 상황에 대한 입장을 말씀을 해주시지요.

 

정: 선택의 문제였는데요, 고민이 많았습니다. 당시에 당권을 쥔 사람들과 당원들의 생각이 분명히 달랐어요. 당원들은 압도적으로 공천을 주라는 거였고, 그리고 당권을 쥔 사람들은 배제했습니다. 저는 당원이 주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당연히 출마해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겠다. 이렇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어쨌든 저는 대선후보를 했던 사람으로서 그것이 온당한 처사였느냐고 하는 비판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파토: 한편으로는 또 그렇게 국회에 안 들어가셨다면 지난 3년 간의 모습은 어렵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기도…

 

정: 그래서 선택의 문제였는데요, 정치라는 건 원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요. 제가 대선에서 패배하고 왜 떨어졌는가를 계속 묻고 또 묻는 과정에서, 당이 또 대한민국이 이렇게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을 때, 그걸 정치를 통해서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은 국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부담스러운 강남을 떠맡은 것이 전주 무소속 출마를 상쇄해 줄 수 있지 않은지, 그런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파토: 음, 언젠가부터 의원님은 약자와 소외된 자의 편에 서 계시는 표상 같은 존재가 되어 있습니다. 다른 대선주자들과 비해서도 훨씬 색깔이 강하고. 이런 점 때문에 반대로 보면 본선에 나갔을 때 기득권 세력이나 재벌의 견제와 반대를 강하게 받지 않겠느냐 하는 의문이 생기거든요.

 

정: 정치란 기본적으로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는 정치, 그래서 정치가 불신을 받는 것이고, 냉소 받는 것이고, 투표장에 가지 않는 거지요. 투표장에 가지 않는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모실 수 있는 것, 그것이 저는 색깔이라고 생각해요. 가치와 노선이라고 생각해요. 확실하게 서민과 약자를 대변하는 후보구나, 이것이 저는 승리의 비결이라고 봅니다.

 

유럽과 미국의 서민 중산층은 특히 사회적 약자들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당을 지지합니다. 미국도 서민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더 많이 지지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이게 반대입니다. 서민층이 오히려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을 더 많이 지지합니다.

 

그것은 새누리당이 잘 해서가 아니라, 민주당과 민주당의 후보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서민과 약자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것이라는 확신을 못 주기 때문에 그렇습니다(흥분해서 주먹으로 탁자를 두드림).

 

 

파토: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시종일관 가고, 그걸 통해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보려는 것이군요.

 

정: 그것이 확실하게 승리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파토: 오히려 승리하는 길이다. 그러면 정 의원님이 말하는 훌륭한 사회, 만들고자 하는 사회의 그림은 뭡니까? 청사진이라고 할까요?

 

정: 저는 행복하고 싶습니다. 제 가족도 행복하고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욕심도 많지 않지 않습니까? 사실은 단란한 일상, 아주 작은 행복들이거든요. 이것들이 지금 불안하고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전에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돼야 하고, 정의가 통하는 세상이 돼야 하죠. 그래야 그 위에서 행복을 건설할 수 있는 거거든요.

 

지금 상식이 깨져 있거든요, 정의가 깨져 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불행해해서 허우적대는 현실이 5년 동안 지속된다는 것, 정치인으로서 너무 안타깝고, 그래서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파토: 결국은 사람들이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살기만 하면 행복해지는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 같이 들립니다.

 

정: 예.

 

파토: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사실 정작 인간 정동영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거리감이 은근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베일에 싸인 느낌 같은 것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 보통 사람이에요. 보통 사람.

 

파토: 베일에 싸인 건 없다. 지금 대면해서 이야기를 하면 웃기도 잘 하고 표정도 풍부하거든요. 공적인 자리에서는 얼굴이 굳어져요. 알고 계십니까?

 

정: 왜 그런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 지적을 많이 받고. 정동영이 조금만 더 재미가 있었으면 이미 대통령이 됐을 것이다, (웃음) 우리 조영남 선생 얘기인데,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파토: 제가 재미있었던 거는 총선 전에 블로그에 올리신 만화(지금은 내려가 있음), 사모님하고 있었던 일인데, 거기 보면 처가에서 결혼 허락을 안 해줘서 사모님 오빠 되는 분이 궁리를 해서 의원님하고 사모님을 설악산으로 도피를 시키시더라고요. 그리고 한 방에서 떨어져 앉아 뜬 눈으로 밤 지새우고 결국 허락 받고 뭐. 허나 저희 딴지에서는 이 시점에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인가?

 

정: 하하하하.

 

파토: 만화에는 그렇게 나오는데, 저희는 이것을 검증해야 합니다.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인지?

 

정: 없었어요. 뭐, 모자란 일이지만. (웃음) 설악산에 같이 가서, 제가 완고하게 저를 반대했던 장모님에게 전화를 해서 걱정 마시라고, 잘 있다고, 이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그 뒤에 딸이 와서, 정말 아무 일이 없었다, 어머니한테 울면서 고백을 하고 하소연을 하니까, 네가 아무리…

 

부인: 죄송한데, 잠깐만,

 

(언젠가부터 와서 우원 뒤에서 이너뷰를 보고 있던 부인 민혜경 여사 등장)

 

부인: 당신이 아무 일 없다는 거가, 그게 아무 일 없었다는 게 아니고, 당신이 약속을 지킨 거예요.

 

정: 어?

 

부인: 약속을 지킨 거라고. 들어가기 전에.

 

정: 아, 맞아, 맞아.

 

부인: 제가 막… 뭐라 그럴까, 안 가려고 거부를 했었잖아요. 제가 마지막에 할 수 없어서 약속을 지켜라, 내 몸에 손대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켜라, 그랬더니 그때 약속을 했거든. 그래서 약속을 지킨 거야.

 

정: 오케이. 알았어.

 

부인: 그런 게 아니면 누구도 그걸 안 믿지. 못 믿지.

 

파토: 지금 이 상황은 딴지일보에 굉장히 재미있게 들어 가겠습니다. 일련의 모든 상황이, 사실 그대로…

 

정: 그래요. 약속을 지킨 거고. 그런데 딸이 내려가서 아무 일이 없었다, 이렇게 하니까 장모님 말씀이, 네가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그 놈이 가만히 있을 놈이 아니다, 동네방네 소문 내고, 그래서 포기를 하셨죠. 포기를.(일동 웃음)

 

파토: (웃음) 이렇게 얘기가 나와야 현실성이 있죠. 저희는 이런 얘기를 듣기를 원하는 거죠. 어쨌든 결과적으로 사모님이 이렇게 계시니까 다 잘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암튼, 음, 두 분 아드님도 그렇고 완벽한 가족의 이미지가 있으세요.

 

정: 고맙습니다.

 

파토: 개인적으로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것 역시 가족인가요?

 

정: 예. 가족을 사랑합니다. 우리 시민 모두가 그렇듯이, 가족이 행복해야 개인의 행복도 그 속에서 실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지요. 또 정치를 하면서 가족의 이해를 받았다는 것을 저는 참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파토: 정치인으로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어려운 일이지 않습니까?

 

정: 그 점이 제일 안타깝죠. 얼마 전에 모처럼, 요즘은 좀 시간이 있으니까요.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 보셨나요?

 

파토: 저는 못 봤습니다.

 

정: 음대생과 가난한 대학생의 러브스토리인데 보고 나오면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웃음), 기시감이라고 그러나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젊은 시절의 연애에 대한 열정, 그런 게 없었더라면, 청년, 중년, 장년 거쳐오는 동안에 그것이 에너지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정동영의 부인 민혜경은 음대 출신이다

 

파토: 가족과 정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뭐를 택하시겠냐고 하면 잔인한…?

 

정: 둘 다 택해야지요. 욕심이지만, 저는 양립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파토: 마지막 질문입니다. 본지의 전통이기도 하고요, 인터뷰의 백미가 되겠습니다. 사각과 삼각 팬티 중에 무엇을 착용하십니까?

 

정: (웃음) 사각입니다.

 

파토: 편하기 때문에?

 

정: 네.

 

파토: 저희가 이런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없고요, 그냥 전통입니다.

 

정: (웃음) 알았습니다. 원 의원님께서는 삼각인가요?

 

파토: 아… 저도 이제는 중년의 상징인 사각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웃음) 불편해서 도저히.

장시간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정 의원님에 대해서 이래저래 많이 알게 되지 않았나 생각이 되고, 경선 나가시게 되면 건투를 빌겠습니다.

 

정: 오늘 좋은 인터뷰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파토: 감사합니다.

 

깜짝 등장으로 이너뷰를 빛내주신 민 여사. 사진 못 찍어서 요렇게 대신.

 


 

이렇게 두 시간 가까이 계속된 이너뷰는 끝났다. 그는 막판에 아직 통합민주당 경선 출마가 백 퍼센트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생각은 하고 있다, 내가 지금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서는 것이 꼭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머 이런 이야기다.

 

거기에 우원이 왈가왈부할 것은 없다. 허나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그가 이너뷰 내내 보여준 사상과 신념, 그런 것은 이제 충분히 체화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니 이제 다시 도전한다면 적어도 지난 대선 같은 상황의 반복은 아닐 것이다. 승패를 떠나서.

 

우원은 사실 그를 만나러 갈 때, 이번에 다시 나오는 건 좀 아니지 않냐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이너뷰를 끝낸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이런 정동영이라면 이번에 다시 나와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멋진 사진 하나 넣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