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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DY

딴지일보 뽕빨이너뷰 1/5

(어쩌다 보니 정동영과 우원은 이너뷰 장소로 가던 길에서 마주쳤다. 일단 사담을 좀 나눈다. 아는 넘은 알겠지만 그와 내 인연은 2년 반 전의 온두라스 한지수 사건에서 시작된다. 같은 일에 신경을 쓰다 보니 이래저래 너댓 번 만나고 마주치고 했던 거다)

 

- 전략

 

파토: 꽁지머리가, 저는 한 육 개월 기른 머리고요. 꽁지머리 하시려면 머리를 먼저 기르시고, 머리가 어느 정도 길 때까지를 감당하셔야 합니다. 그 전에는 꽁지머리가 안 되거든요.

 

정: 온두라스 한지수 씨 구출, 그때도 꽁지머리였던가요?

 

파토: 아니요. 그때는 그냥 대학원생 머리 같은 거였습니다.

 

정: 그랬던 것 같아요. 한지수씨… 참, 그때 SNS, 트위터가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파토: 그랬죠. 당시에 관심 가져주는 쪽도 없었고, 그때 트위터를 통해서 알려지면서 저 같은 경우에는 딴지에 기사를 썼고, 또 의원님이 관심을 가져주셔 가지고.

 

정: 원 위원이 큰 일을 하신 거죠.

 

파토: 그때, 사실은 장관한테 질의도 하시고, 그런 쪽에서 힘이 받쳐지지 않으면, 아무리 (기사를) 써도 풀리기 어려운 문제였거든요. 남의 나라 정부가 개입되고 그래서.

 

정: 트위터가 사회문제를 푸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걸 보여준 거죠.

 

파토: 거의 최초의 사건 중에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정: 들어가서 얘기를 하시죠.

 

파토: 그러시죠.

 

(이너뷰 장소에 자리 잡고)

 

 

파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저희 딴지일보 인터뷰.

 

정: 허허, 반갑습니다.

 

파토: 저희 뽕빨 인터뷰라고 해서요.

 

정: 뽕빨?

 

파토: 있는 거 없는 거 다 여쭤보고 무조건 답을 들어야겠다.

 

정: 뽕이 빠지겠군요. (웃음)

 

파토: 예. 저희는 그런 주의로 인터뷰를 10여 년간 해왔습니다. 지금 의원님(현재는 원외지만 그렇다고 정동영 씨라고 할 수는 없으니 의원으로 칭)이 아마 또 우리 대선도 있고 경선 정국에 들어가는데, 입장을 들어보고자 해서 뵙게 되었습니다.

 

정: 네.

 

파토: 일단, 통합민주당 경선에 출마하시기로 결정하신 겁니까?

 

정: 그런 방향으로 생각을 하고 있고요. 최종 결심만 남았습니다.

 

파토: 아, 그럼 일단 나가시는 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 지난 대선에서 실패를 하셨는데, 왜 이번에 다시 연속으로 출마를 하셔야 되냐, 그런 의문이 생기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 출마를 생각하고 계시다면 이유가 있으실 것 같은데.

 

정: 지난 육 개월 동안 야권에서 의제가 실종됐어요. 사라져 버렸어요. 그리고 많은 부분, 여당에 의해서 빼앗긴 부분도 있어요.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복지국가, 이미지만 빼앗아 간 거지요. 올 12월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가치와 노선을 중심에 세워야 합니다. 어정쩡하게 해서는, 박근혜 정권과 뭐가 다른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고 굳게 믿습니다.

 

파토: 사실 지금 그런 부분에서 혼란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면 사실은, 일 년 가까이 문재인 대세론이 야권에서 유지가 되어 왔고, 또 안철수 씨 얘기도 나왔지만, 대세론의 문제를 당 내에서 생각을 해보면, 지금 결심을 하신다면, 늦은 게 아닌지?

 

정: 여당후보의 대세론은 인정합니다. 있지요.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게 과제인데. 야당 내에서 대세론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것은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또 사실, 야당의 어떤 후보도 여당후보를 넘어선 적이 없지 않습니까?

 

파토: 그렇죠.

 

정: 그래서 이제부터 시작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요.

 

파토: 도전자로서의 자세를 말씀하시는 것 같군요. 하지만 지난 대선 패배 이미지가 아직 남아 있거든요. 지금 문재인이라든가 김두관 지사, 손학규 이런 사이에서 승리 가능성이 높지 않은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 승리를 얘기하기보단, 저는 가치를 얘기해야 된다고 생각하지요. 가치, 정권교체 네 글자만 가지고는 가슴이 뛰지 않아요. 과거에 김대중 대통령이 성권했을 때, 그때는 정권교체 한 마디 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단 말이지요.

 

파토: 첫 번째 수평적 정권교체였으니까요.

 

정: 예. 지금은 박근혜 정권으로 바뀌는 것도 정권교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단 말이에요.

 

파토: 그렇죠.

 

정: 그렇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손에 쥐어드리지 않는 한, 가슴은 뛰지 않습니다. 20대 30대의 열정에 불을 붙이기 힘든 거죠. 그래서 명백하게 다른, 박근혜 정권과 다른 세상의 모습,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 까지도 문제해결 능력과 대안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뭉뚱그려서 가치와 노선이라고 말할 수 있죠.

 

파토: 그럼 기존에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이라든가, 다른 경선주자들의 경우에는 그런 것이 부족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군요?

 

정: 예컨대 한미 FTA 같은 것이 대표적이지요. 한미 FTA를 인정하면서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세상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파토: 착한 FTA론 같은 것.

 

정: 그렇죠. 경쟁, 효율, 시장만능, 이런 세상으로 지난 20년 동안 살아왔습니다. 민주정부도 마찬가지고 이명박 정부는 그 원조 격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것을 넘어서서, 김대중 정부를 넘고 노무현 정부를 뛰어넘어서,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면서 한미 FTA에 대해서 착한 FTA에 머물러 있어가지고는, 저는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다고 생각해요.

 

파토: 이번 경선에 나오신다면 사실 지금까지 해 오신 부분들을 경선을 통해서 발언권을 확보한다는 부분도 있지 않겠습니까? 경선에 사람들 시선이 모였을 때, 얘기하셨던 부분들, 그런 것들을 새로운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말씀하실 수 있는, 그런 것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지금 한편으로는 정권교체가 중요한 과제가 되어있는데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투지를 갖고 계신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요.

 

정: 승리를 위해서 뛰는 것은 기본이지요. 그리고 모든 선거는 까봐야 압니다. 까봐야.

 

파토: 하하

 

정: 이른바 대세론이라는 것은 무너지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드라마라는 것은 반전과 역전이 있을 때 감동이 있는 것이고. 이번 대선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지요.

 

파토: 지금 늦게 출발했다고 얘기가 되는 게, 당내에서 조직이라든가 이런 부분, 과거에는 정 의원님이 강력한 조직을 갖고 계신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현실 선거에서 좀 필요하지 않습니까? 아닌가요?

 

정: 더 이상 정동영에게 조직은 없습니다. 제가 야인으로 지내는 동안에 다 무너졌죠. 그리고 지금, 계파? 정동영 계파가 어디 있습니까? 탄압받고 또 학살당하고, 그러면서 사실상 없는 거지요. 중요한 것은 과거 정치에서 조직이라는 것은 곧 돈을 의미했습니다. 조직이라는 것을 관리하는 데는 어쨌든 밥 사고 활동비 주고 하는 그런 걸 전제로 했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정동영 정치 지난 십몇 년 동안은 조직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왜냐면 정동영 정치에는 돈은 빠져 있습니다. 돈은 없습니다.

 

파토: 돈이 없는 건가요? 아니면 원래가?

 

정: 재주가 없죠. 그래서 돈과 상관없는 거니까, 조직이라기보다는 네트워크에 가깝죠. 네트워크라면 지금도 살아있습니다.

 

파토: 지지자들의 네트워크.

 

정: 그 분들이 투자를 많이 한 거죠. 다른 투자가 아니라 정동영 이름 석 자에 대한 지지와 투표와 열정을 부었던 투자가 있기 때문에 이미 했던 투자가 아까운 분들이 있지요.

 

파토: 그 아까운 분들이 본전을 건지기 위해서라도 (웃음) 자발적으로 움직여주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을…

 

정: 그 분들이 제 힘이죠.